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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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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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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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적과 의병의 차이

DUMMY

“알았다. 그래야 불안한 마음이 풀어진다면 네 말대로 하겠다. 여봐라! 어서 이 년을 가마에 태워 은밀히 내 보내거라!”



개시 앞에서 막심이를 가마에 강제로 태운다. 가마는 열 명의 관군들이 호위하며 뒷문으로 향한다.



“너의 누이를 관청 밖으로 내보냈으니 화적들이 여기를 급습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이제 만족하면 어서 화적들이 숨어있는 곳을 말하거라!”


“저의 가마소입니다. 지난 밤 화적들이 명나라에서 도착하여 긴 여독을 풀고 있는 중입니다. 어서 출정하시어 잡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거짓을 고할 경우 네 오누이의 목숨뿐 아니라 처자식이 있다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이미 각오하고 왔습니다. 어서 모든 인원을 출동하시어 화적 놈들을 잡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관찰사는 관청의 최소 인원만 남기고 개시를 앞장 세워 관군들을 데리고 가마소로 향한다.




*




어느 길 위.......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린 비로 길은 진흙탕이 되었다. 그 위로 열 명의 관군들과 막심이를 태운 가마가 빠른 속력으로 길 위를 지난다.


좀 떨어져 그들을 쫓는 꺽쇠와 덕팔 그리고 막란이다. 개시를 미끼로 관군들을 가마소로 유인하고 막심이를 관청 밖으로 빼내 경계가 느슨한 틈을 노려 구하려는 계략이다.


막란이가 길 위의 발자국을 쫓다 주의 깊게 살핀다. 덕팔이가 마음이 급해 막란을 재촉한다.



“막란아 서둘러야 겠다. 놈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형수님이 많이 상하셨소.......”



가마꾼의 발자국들은 다른 관군들의 발자국과 비교해 땅바닥의 진흙에 그리 깊게 눌리지 않았다. 막심이의 살이 많이 빠진 것이다. 아니면 가마에 타지 않았거나.......



“속았소!”



막란의 눈이 빛난다. 다른 관군들 무리들이 숲에서 그들을 지켜본다. 막란의 일행들을 뒤에서 쫓는 것이다. 막란이 꺽쇠와 덕팔에게 눈치를 준다. 서로 방향을 정하여 세 갈래로 찢어져 숲으로 달린다.


관군들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막란과 덕팔 그리고 꺽쇠의 세 방향으로 나누어 쫓기 시작한다. 관군들 속에서 비를 막기 위해 관군의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우두머리가 나타난다. 토포사 조찬한이다.


토포사 조찬한은 최이척의 명으로 막심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화적들이 조선을 탈출해 명나라로 갔지만 명은 후금의 침략에 전 국토가 마음 놓고 살 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의주 관청에 막심이를 두고 조찬한을 상주시켰던 것이다.


최이척의 예측대로 화적들은 돌아왔고 막심이를 구하기 위해 막란 일행이 유인된 것이다. 조찬한은 가마가 뒷문으로 나가기 전에 막심이를 빼내고 헛가마로 막란 일행을 쫓아오게 만들었다. 그 뒤를 조찬한이 따른 것이다.


그러나 화적들이다. 산 속 만큼은 이들을 따를 자들이 없다. 그래서 평야지대로 막란 일행을 유인한 것인데 이를 알아채고 미리 산 속으로 내빼 버렸다. 조찬한이 악을 쓰며 관군들을 독려한다.




*




의주 관청에서.......

솔개와 돈두 그리고 화적 오십여 명이 관청의 담장을 넘는다. 윤서가 꺽쇠에게 막란을 데리고 가라는 것은 이유가 있어서다. 막란은 동물적인 본능을 타고 났다. 발자국을 보고 빈 가마를 알아차린 것이다. 막란의 눈치 덕분에 관군들의 반을 따돌릴 수 있었다.


윤서는 관찰사가 막심이를 관청 밖으로 내 보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청이 비어 있을 때 다른 화적들을 동원해 막심이를 빼오라고 한 것이다.


윤서의 예상대로 관청 안은 텅 비어 있다. 남은 관군들과 하인들을 모조리 감옥 안에 집어넣었다. 다른 창고 안에서 겨우 찾아낸 막심이는 쓸모가 없어졌는지 거꾸로 매달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급히 팔 다리를 주물러 겨우 막심이의 숨을 돌려놓는다. 솔개와 돈두의 얼굴을 알아본 막심이가 덕팔을 찾는다.



“덕팔....... 도망가라고 혀....... 나 찾으면 죽어.”


“형수는 이제 살았어....... 덕팔 형님은 걱정 말어. 형님의 삼십육계는 조선 천지에 소문 났잖어.”



다른 화적들은 관청 안에서 재물들을 턴다. 의주는 명나라와 가까워 의주 만상과 개성의 송상들이 교역을 하는 중요 지역이다. 때문에 조선에서 외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 소출의 반을 차지한다. 이것을 의주 관청에서 거둬들이고 있었다.


막란은 막심이를 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지만 윤서는 그 이유와 함께 관청의 세출도 탐을 냈다. 가지고 있던 황금과 소금은 모두 다르한에게 뺏긴 터라, 화적들이 조선에서 기반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관군들을 유인하러 떠나는 꺽쇠를 붙잡고 겨우 허락을 얻어 화적들의 반을 관청으로 보낸 것이다. 문제는 관찰사와 관군들을 이끌고 가마소로 간 개시이다.




*




가마소 앞에서.......

화적들이 머물던 휴지기 가마소 앞이다. 개시가 관군들의 칼과 창에 위협을 받으며 서 있다. 가마소의 입구는 가마니로 가려져 있어 인기척이 없다.



“이곳이 화적들이 숨어있는 은신처가 확실한 것이냐!”


“틀림없습니다. 어제 새벽에 들어와 아직 잠을 자고 있을 것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간다 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거짓을 고하면 너를 비롯해 처자들을 찢어 죽이겠다. 알겠느냐!”


“제 누이도 관찰사님 덕에 살았고 저도 이 가마소에서 평생 살아갈 놈입니다. 뭐가 아쉬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어서 관군들을 들어가게 해서 놈들을 잡으세요.”


“먼저 들어가 보아라!”


“.......”


“이놈! 뭐가 무서워 밍기적 거린단 말이냐! 여봐라 어서 이놈을 당장 가마소 안에 쳐 넣지 않고 뭣들 하느냐!”



관찰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관군들이 창과 칼로 개시를 위협해 가마소 안으로 밀어 넣는다. 개시가 어쩔 수 없이 깊고 어두운 가마소 안으로 들어간다.


개시가 들어갔지만 나오지도 않고 소식도 없다. 관찰사가 관군들을 시켜 안을 확인시킨다. 들어갔던 관군들이 나온다.



“사라졌습니다! 이놈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뭣들 하느냐 횃불을 밝혀 안을 뒤지지 않고!”



옹기를 굽는 가마는 제법 규모가 크다. 만드는데 석 달이고 불을 때는 것은 보름이 넘게 걸린다. 그만큼 견고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군데군데 공기구멍을 뚫어 놓아 화력을 높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구멍을 통해 개시가 도망을 간 것이다.


관찰사가 열이 받아 관군들 모두 집어넣어 가마 안을 샅샅이 찾는다. 나중에는 자신도 들어간다. 이를 숨어 지켜보고 있던 개시가 가마소 입구를 무너뜨리려 주춧돌 하나를 빼내지만 힘이 든다. 그러자 어디선가 화적들이 나타나 개시를 도와 마침내 입구를 무너트리는데 성공한다.


옹기를 굽는 가마는 견고하게 짓지만 또 무너지는 것도 쉽다. 한 번 구운 가마는 더 사용할 수 없기에 뒤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입구부터 무너트리고 다음으로 한쪽 지지 축을 무너트리면 차례로 무너지는 구조다.


개시의 익숙한 처리로 대형가마가 무너진다. 황토먼지가 하늘을 덮어 십리 밖에서도 보일 정도다. 그렇게 해서 관찰사를 비롯해 수십의 관군들이 생매장을 당한다.


이 일은 민란과 견줄 정도로 조정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최이척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한 화적들이 아니다.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역란(逆亂)이다. 그에 따라 화적들은 역모자로 취급되어 대대적인 소탕이 이루어진다.


관청을 터는 것은 윤서의 머리였고 관군들을 따돌린 것은 막란의 지략이다. 가마소에 가두어 관군들을 생매장한 것은 개시의 순간적인 판단이다. 원래는 공기구멍을 통해 도망가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런데 관군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이 바뀌어 가마소를 무너트린 것이다.




*




쌍바윗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이다. 막란과 윤서가 황금을 숨겨 놓았던 곳이다. 아낙의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생겨 특히 막란이가 좋아하는 곳이다.


윤서가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낙을 이끌고 먼저 도착했다. 뒤이어 막란과 꺽쇠 덕팔도 왔다. 그리고 가마소에서 개시와 화적 몇 명이 도착했다. 한나절이 지나서야 관청에서 재물을 털고 온 오십여 명의 화적들이 마지막으로 약속장소로 모두 모여 들었다.


관청에서 온 화적들은 힘들게 모두 한 짐을 메고 왔다. 전부 비단이나 말총, 천삼 등 귀한 것들이다. 전(錢)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품목인 것이다. 이 정도 양이면 화적 이백 여명이 십여 년을 놀고먹어도 부족함이 없는 재물이다. 이 말의 뜻은 이제 화적들을 잡기 위해 조선 관군들이 총 동원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씨....... 수확이 너무 큽니다. 나라에서 우리를 그냥 둘 리 없을 것입니다.”


“각오한 일입니다. 어차피 조선으로의 귀향은 이판사판이었습니다. 이제 살기 위해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의 힘을 키우면 저들도 함부로 우리를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인 역모라도 하자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명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후금이 곧 쳐들어 올 것입니다. 임금과 사대부는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을 못합니다. 그들은 명나라만 의지하여 군사를 키울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가 군사를 일으켜야 합니다.”


“아씨....... 우린 평생을 쌍놈 소리만 듣다 전업하여, 도적질만 하다가 부평초처럼 떠도는 일자무식한 잡놈들입니다. 우리 같은 놈들을 데려다 군사를 일으켜 후금을 대적할 수 있다는 발상자체가 천만부당한 위험한 생각입니다.”



솔개가 진심으로 걱정되어 하는 말이다.



“적들과 싸우는 데 양반 쌍놈은 따로 없습니다. 글자를 깨우친다 해서 칼질 한 번 할 거 두 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착하여 후금에게 도륙되어 죽느니 군사가 되어 싸우는 편이 백번 나을 것입니다.”


“내 부인 말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라를 구한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힘을 길러 군사를 만들면 아무도 우리를 우습게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마소에서 관군들을 떼죽음시킨 것으로 조정에서 우리를 가만 두지 않을 것입니다. 어서 각 지역의 민병들을 조직해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다르한에게 추방당한 시점부터 생각한 윤서의 계획이다. 화적들은 범죄인이다. 그러나 군사를 일으켜 침략하는 적들과 싸운다면 의병이 되는 것이다. 나라를 구한다면 화적들은 공신이 된다.


만약 또 인정을 해 주지 않는다면 인정을 하게 만들면 된다. 신분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일이다. 수 천 년을 이어온 조선의 역사도 사람이 만든다.


세상 모든 재물을 모아 역사와 신분을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아무도 쳐다볼 수 없는 조선의 왕이 아니라 윤서는 세상의 왕이 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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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1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1 1 12쪽
»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11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4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6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2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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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王八! 24.09.03 15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9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8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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