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로맨스

새글

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204
추천수 :
26
글자수 :
388,676

작성
24.09.17 10:00
조회
9
추천
1
글자
12쪽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DUMMY

“當然。 就算不是武器,你想要多少鴉片我也可以幫你弄到。 相反,是有條件的。 請立即裝載我們並離開港口。(물론입니다. 무기는 아니어도 아편은 원하는 만큼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를 싣고 항구를 떠나 주세요.)”


“你被政府軍追趕嗎?(관군들에게 쫓기고 있습니까?)”


“在朝鮮出售鴉片是非法的。 如果您想與我做生意,請按照我的指示進行。(아편 판매는 조선에서 불법입니다. 저와 거래를 하고 싶다면 저의 말을 따라주세요.)”


“移動船隻是有代價的。 你還想搬家嗎?(배를 움직이는 것은 대가가 따릅니다. 그래도 움직이시겠습니까?)



명나라 상인들은 상대의 위험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한다. 아무리 급해도 이 꼴은 보지 못하는 윤서다.



“好的。 我將支付雙倍的船費。 同樣,鴉片的價值是其兩倍(알겠습니다. 배 삯은 두 배로 쳐 드리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아편도 두 배의 값입니다.)”


“我不會接受任何船費。 所以請保持鴉片原來的價值。(배 삯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아편도 원래의 가치로 하시기 바랍니다.)”



생각 같아서는 이놈들하고 거래하고 싶지 않으나 급하니 배에 올라탔다. 배는 명나라 황실의 배였다. 전쟁 통에 물자가 수급되지 않아 직접 구하러 다니고 있다. 명나라 황실의 깃발은 조선에서는 치외 법권과 같은 효력이 있다.


윤서와 막란이 배에 올라타는 순간 관군들은 더는 따라 붙지 못하였다. 관군들을 따돌렸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밤이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이놈들하고 아편을 거래하기로 한다.


막란이 봇짐에서 아편 한 덩이를 꺼낸다. 상인들이 냄새를 맡아 향을 확인하고 곰방대로 흡입하여 농도를 알아본다.



“雖然不是野生罌粟,但香氣柔和,味道深厚,品質看起來也不差。 你有多少鴉片?(야생의 양귀비의 것은 아니나 향이 부드럽고 맛이 깊어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편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십니까?)”



“這艘船不能運載所有東西。(이 배로는 전부 싣지 못할 양입니다.)”


“我想知道鴉片的價格。(아편의 가격을 알고 싶습니다.)”


“一尼揚鴉片花費兩尼揚銀子。(아편 한 냥에 은 한 냥 두 돈입니다.)”


“我正在努力從皇室手中拯救它。 請給我一銀子換一鴉片。 我們將攜帶足夠的補給品裝載到船上。(황실에서 구하려는 겁니다. 아편 한 냥에 은 한 냥으로 해 주세요. 물량은 배에 실을 만큼 가져가겠습니다.)”


“即使戰爭結束後,鴉片的價格仍將繼續上漲。 與去年相比,已經增加了三倍。 未來三年我們將繼續以這個價格供貨。 如何? 您想與我們做生意嗎?(전쟁이 끝나도 아편은 계속 값이 오를 것입니다. 이미 작년에 비해 세 곱이나 올랐습니다. 이 가격으로 앞으로 삼 년간 계속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저희와 거래 하시겠습니까?)



전쟁의 승패가 어떻게 되든 아편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상인들은 명나라 황실이 망해도 후금의 황실을 상대하면 된다. 아편의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我想查一下生產地點。 是否可以?(생산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가능합니까?)”


상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양의 아편을 구입하기에 윤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윤서도 생산지를 보여 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가 고민하자 막란이 나선다.



“눈을 가리고 안내를 하면 될 것입니다. 저 같아도 양귀비 밭을 확인하려 했을 겁니다. 대륙에서 사는 놈들은 의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신뢰를 얻어 놓으면 다음 일은 일사천리일 겁니다.”


“根據你的地位,你能智勝政府和軍隊嗎? 然後我會告訴你。(당신들의 신분으로 관군들을 따돌릴 수 있습니까? 그러면 보여드리지요.)”



명나라 황실의 깃발을 꽂고 다니는 상인들이다. 그들의 면책특권으로 관군들의 추행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我帶來了皇帝的聖旨,要求補給物資。 您所要做的就是向朝鮮官員展示它。(물자를 구하라는 황제의 칙서를 가져왔습니다. 조선의 관리에게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의외로 최이척의 명령을 받은 남포 수령의 추행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에서는 조상보다 공자 맹자를 더 중요시하며 뼛속 깊이까지 명을 사대하고 있다. 황제의 칙서를 들이밀면 아무리 최이척의 명이라도 함부로 명나라 상인을 뒤쫓지는 못할 것이다.


밤이 되길 기다릴 것도 없다. 당장 항구에 가기로 한다. 상인들도 구하기 힘든 아편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윤서와 막란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상인들은 남포수령에게 황제의 칙서를 보여주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에 관군들의 감시가 따라 붙지 못하게 했다. 남포수령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으나 황제의 칙서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다. 상인들과 함께 가는 윤서와 막란에게 관군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했다.


황천고개로 가는 길에 막란이 몇 번이나 뒤에 쳐져 확인을 한다. 약조대로 관군들의 추행은 붙지 않았다. 만약 관군들이 따라왔다면 거래고 뭐고 파기하여 명을 사대하는 조선의 조정을 아주 곤란하게 만들 참이었다.


조선은 광해의 중립외교를 탈피하여 후금을 버리고 망해가는 명을 택했다. 후금이 세상을 지배한다 해도 명을 쫓아 함께 멸망하는 길을 따라갈 것이다.


그런 조선을 후금은 곧 침략해 올 것이라 한다. 윤서는 이를 대비하여 의병을 일으키려 했으나 반정의 명예를 지키려 화적들을 죽이려는 조선에 환멸을 느꼈다. 후금이 쳐들어오든 말든 화적들과 잘 사는 것을 택했다.


조선이 택한 명의 황실은 이 와중에도 아편을 구하려 조선에 왔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러니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한심한 일은 이러한 명이 좋다고 끝까지 추종하는 조선이다. 윤서는 이래저래 세상이 한심해 보인다.


황천고개에 들어서자 막란이 뻐꾸기 소리로 김철용의 수하를 불러낸다. 김철용의 허락을 얻기 위해서다. 잠시 기다리자 어디선가 김철용이 나타난다.



“황실에서 나온 상인들입니다. 양귀비 밭을 보고 싶어 합니다.”


“외부인은 아직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자체의 규율을 깨는 것이라 고민이 됩니다.”


“황제의 칙서를 들고 온 상인들입니다. 거래를 트면 아편의 공급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눈을 가려 앞을 보지 못하게 해 주세요.”



조선에서 아편 공급은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은 부담해야 했다. 대신에 상단의 우두머리만 땅굴로 안내하고 나머지는 막란의 감시 하에 밖에 대기하기로 한다.


윤서에게 안내되어 양귀비 밭을 확인한 상인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언제까지라도 아편을 걱정 없이 공급받을 수 있다.



“我馬上就寫合約。(당장 계약서를 쓰겠습니다.)”


“還有一種疾病對陽光和灰塵過度反應,導致皮疹和肺水腫。 有治癒方法嗎?(한 가지 더....... 햇빛과 먼지에 지나치게 반응하여 발진과 폐부종이 일어나는 질병이 있습니다. 치료제를 구할 수 있습니까?)”


“我想見病人。(환자를 보고 싶습니다.)”



윤서가 부르자 숨어 있던 한온이가 나타난다. 상인이 한온이를 자세히 뜯어본다. 피부는 맑고 투명하다. 눈동자는 크고 빨려 들어갈 듯이 티 없이 깊다. 상인은 고개를 젓는다.



“沒有治癒方法。 這孩子一輩子都得住在這裡。 我們建議餵食在充足陽光下生長的蔬菜。(치료제는 없습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입니다. 햇빛을 풍부히 받고 자란 채소를 먹일 것을 조언 드립니다.)”



윤서의 통역을 들은 한온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백설기 같은 하얀 눈을 보고 싶었던 그녀다. 이제 그러한 꿈은 사라졌다. 윤서가 한온이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나 이내 뿌리친다. 윤서를 향해 씩씩거린다.



“언니는 좋겠어요! 막란이 오라버니하고 하얀 눈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막란이 오라버니에게 말해서 무등 태워 주라할게.......”


“싫어요! 언니나 타요! 난 평생 여기서 양귀비 밭에 구르다 죽을 거예요!”



한온이가 이렇게 까지 화내는 것은 보지 못했다. 치료제를 구해 바깥세상을 마음껏 보게 해 주겠다고 약조했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이까짓 질병 고쳐줄 치료제 하나 구하지 못할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원하는 하얀 눈도 보고, 찬란한 저녁노을도 볼 수 있다고 한온이에게 약조한 것이다. 그런데 지킬 수 없게 되었다.



“陽光有不同類型。 由於這孩子的皮膚是透明的,傍晚的陽光穿透體內的殺傷力是最大的。(햇빛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이 아이의 피부가 투명한 것으로 보아 몸속으로 파고드는 저녁 햇살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저녁노을은 윤서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마지막 순간에 세상 모든 빛을 품고 바다와 땅 밑으로 들어가는 동안은 숨이 멎을 정도로 찬란하다. 그 광경을 한온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윤서의 치마를 잡고 늘어지며 화풀이를 하는 한온이의 팔을 김철용이가 잡는다.



“한온아! 이제 너도 철이 들어야 한다. 세상 밖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으면 안에서 만족하며 살 줄 알아야 해! 넌 누굴 닮아 이렇게 속 썩이는 거냐!”


“걱정 말아요! 날 진짜로 낳아준 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왜 나를 데리고 와서 속을 썩어요!”



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철용이가 비틀거리며 손으로 벽을 집는다. 그래도 한온이의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한 소리 더 하려는 걸 윤서가 얼른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다.


상인이 어쩔 줄 몰라 한다. 아편 계약을 끝내야 하는데 주위의 분위기를 보니까 살벌하다. 그래도 말을 해본다.



“我什麼時候簽訂合約?(계약은 언제 합니까?)


“住口!(입 닥쳐요!)”



윤서의 말에 상인이 입을 닫는다. 덴년이와 꺽쇠가 나타나 한온이를 달래며 강제로 끌고 나간다. 김철용이가 정신을 차리고 상인을 상대한다.



“南浦不提供鴉片,但一旦準備好我們會另行通知您。 我可以在交貨地點收到付款嗎?(아편은 남포항이 아니라 준비되는 대로 다른 항구를 정해서 알려드릴 것입니다. 대금은 현물이 오고 가는 현장에서 받으면 되겠습니까?)”


“這是正確的。(그리 하지요.)”



계약은 무사히 이루어졌다. 앞으로 아편 처리에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철용의 얼굴이 많이 굳어졌다. 그렇잖아도 소심한 성격인데 한온이에게 막말을 들었으니 그의 가슴은 내려앉았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막란이 윤서의 얼굴을 보더니 걱정되어 묻는다.



“왜 계약이 황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한온이의 치료제가 없답니다. 세상 천지에.......”


“그럼 부인이 입 발린 소리를 한 게 되잖아요?”


“몰라요....... 곧 해가 넘어갑니다. 상인들이나 잘 데려다 주세요.”



윤서도 마음이 좋지 않아 상인들하고 건성으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막란도 투덜대며 상인들을 이끌고 앞장서 간다. 얼마나 갔을까.......



“이제 됐습니다. 우린 알아서 갈 것입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


“네 알겠.......”



하는데 명나라 상인 중 한 명이 조선말을 한다. 막란의 눈이 커진다. 꼽추가 상인들 중에 끼여 있어서 눈 여겨 봤던 놈이었다. 그런데 그 꼽추 놈이 조선말을 하는 것이다.



“조선 통역사입니다. 부인이 계셔 통역에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오늘 일은 함구에 부칠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편거래는 아편거래로 끝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갖는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단단히 위협을 해야 한다. 조선말을 할 줄 알아도 지금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은 놈이다.



“말만 전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당사자의 일은 알아서도, 알려 해도 안 되는 일입니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심쩍지만 일단 보내주기로 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 십리나 뒤를 쫓아 놈의 동태를 살폈지만 특이한 동향은 보이지 않아 상인들과 함께 보내 주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통역사는 사신들이나 상인들의 통역뿐 아니라 첩자의 노릇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을 관청에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만 한다. 오늘 일도 최이척의 수하 토포사 조찬한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의 아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10시에 업로드 됩니다. 선호작(★)과 추천을 꾸욱 눌러 주세요~~~ 24.07.26 58 0 -
73 서방님의 코를 실룩 거리세요 NEW 2시간 전 4 1 12쪽
72 찬란한 노을이 지면 24.09.18 8 0 11쪽
»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24.09.17 10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10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13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6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11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1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1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11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4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6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2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6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4 1 12쪽
57 王八! 24.09.03 15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9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8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5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21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7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6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7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7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