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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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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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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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DUMMY

김의영이 어안이 벙벙하다.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어 하는데....... 윤서 뒤에 있는 숲에서 홍자성과 함께 관군들이 쏟아져 나온다.


윤서는 막란과 헤어진 후에 객주 집으로 가지 않고, 말을 구해 밤새 달려 남경에 있는 홍자성의 집으로 향했다.


홍자성은 대사공(大司空)으로 중앙정부에서 국가의 행정과 군사를 담당하는 최고 관직까지 올라 있었다. 윤서를 보자마자 알아보았고 도움을 주러 기꺼이 군사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와 주었다.


김의영은 진안 수령에게 뇌물을 주고 노예 사육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자성은 명나라에서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황제는 몰라봐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김의영과 그의 수하들 수 십 명이 홍자성과 윤서 앞에 끌려 와 있다. 그들의 목에 관군들이 창과 칼을 대고 있다.



“你是那個把韓國人變成奴隸的人嗎?(네 놈이 조선인들을 데려다 노예로 만든 놈이냐?)”


“我也是韓國人。那不會發生。(저 역시 조선인입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홍자성의 물음에 김의영이 거짓을 말한다. 화가 난 윤서가 꺽쇠를 데려와 이마를 가리킨다.



“이놈! 그럼 이 분의 이마에 새긴 이 글자는 무엇이란 말이냐!”


“조선에서 이곳까지 온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먹고 살 것이 없어 노비라도 되려 한 것입니다. 저는 도와 준 것뿐입니다.”


“나는 홍자성이다. 나를 알고 있느냐!”



홍자성은 조천사(朝天使)라는 조선 사신의 직책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조선말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배운 그의 노력을 보면 조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황제의 용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직에 등용되기 전에 내 신분이 뭐였는지 알고 있느냔 말이다!”


“.......”


“노비였다....... 그때 밤낮을 가리지 않은 주인 놈의 매질에 자손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었고, 밤에 편히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주인 놈은 내가 천 번이나 칼질을 해서 죽였다. 자....... 니가 만든 노비의 손에 죽겠느냐....... 아니면 바른 말을 고하고 내 손에 편히 죽겠느냐?”


“대인(大人)....... 내 어찌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정말 저들이 원하여 이마에 글자를 새겨 도우려 한 것입니다.”


“니 뜻이 그렇다면....... 윤서야 저들에게 이놈을 맡겨라.”



김의영은 끝까지 거짓을 고하며 홍자성의 자비를 구하려 했다. 윤서는 막란에게 그의 처리를 부탁한다. 막란은 엎어져 있는 바우에게 칼을 내민다. 김의영에게 맞아 팔 다리가 부실한 바우가 겨우 일어난다.


바우가 흐느적거리며 김의영에게 칼을 댄다. 그러나 칼을 잡은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몸에 상처를 낼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 그렇게 바우는 밤새 칼과 씨름을 하며 아침이 돼서야 김의영을 겨우 죽일 수 있었다.




*




진안의 객주 집에서.......

홍자성과 윤서는 처음 만난 날 이후 오 년 만에 서로 상봉했다. 화적들의 노예사건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이들의 만남은 감격스러웠다. 조선에서 홍자성은 윤서의 총명함과 지혜에 감탄했고, 윤서는 자신을 알아봐 준 그의 식견에 감사했었다.


사실 광해 외교의 근본은 중립이다. 성장하는 후금과 사대의 예를 다 해야 했던 명나라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했던 정책이었다. 이것은 명나라를 화나게 했었고 당시 조천사(朝天使)로 조선에 왔던 홍자성은, 공녀(貢女)를 바치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것을 어린 윤서가 홍자성을 상대해 그녀의 기지로 홍자성의 마음을 움직여, 겨우 조선과 명의 관계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역할을 해 낸 것이다.


이렇게 총명한 윤서의 소문은 홍자성의 입을 통해 명 황제 의종(義宗)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이후 황태자비까지 거론되며 그녀의 이름을 명나라 전국에 알리게 된 것이다.



“제 낭군을 소개해 드립니다.”


“막란이라 합니다. 제가 서방입니다.”


“그래....... 나와 같은 노비 출신이라 들었다. 사실이냐?”



윤서는 명에서도 유명인사다. 총명한 것도 그러려니와 미색은 양귀비 뺨을 후려갈긴다는 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택한 지아비가 일자무식의 노비 신분에 꼽추라는 말까지 돌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것이다.



“집안 대대로 노비 가문입니다.”


“이 나라 태조이신 주원장(朱元璋)도 노비셨다. 노비가 황제로 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나라다. 윤서를 아내로 두었으니 황제에게 내 추천해 주겠다.”


“정말이십니까 대인(大人)! 그렇게만 된다면 제 서방님과 저는 여기서 뼈를 묻을 것입니다.”


“막란이라고 했느냐?”


“네 그렇습니다.”


“보아하니 등이 굽은 꼽추로 보인다. 그러느냐?”


“틀림없는 꼽추입니다.”


“노비에다 꼽추에다 얼굴은 더욱 볼품이 없다. 그런데도 조선제일의 가문을 가진 천하절색의 윤서가 택한 사내다. 그렇다면 능력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는 진국이 아니더냐. 그래서 황제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부인이 잠시 눈이 멀어 저를 택한 것입니다. 가진 것이라면 백정의 일을 배워 칼질하는 것뿐입니다.”


“무사라면 전쟁이 빈발하게 일어나는 이 나라에선 최고의 관직이다. 너의 재능을 살려 북에서 내려오는 후금에 대항해 조선과 힘을 합하는 일에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홍자성의 생각은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는 후금의 세력에 막란을 내세워 조선 파병군과 함께 싸우게 하려는 것이다. 국경은 이미 황화강 유역까지 밀려나 있는 상태다. 조선의 파병은 생명줄이다. 여기에 막란을 이용하려는 거다.



“명나라는 대국입니다. 어찌 조선 같은 조그마한 나라의 힘을 필요로 하시는 겁니까?”



파병은 조선의 젊은 사람들의 많은 희생이 따른다. 윤서는 그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명과 조선은 형제의 나라이다. 위기에 처해 있으면 당연히 도와야 할 것이다. 조선이 임진년에 왜가 침범했을 때에도 명은 파병을 하여 조선을 구한 바가 있다. 그런데 광해가 임금으로 있을 때 군사를 요청했는데도 끝내 보내지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준다는 뜻입니다. 조선은 난(亂)을 거친지 얼마 되지 않은 까마귀 새끼입니다. 어찌 진중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것입니까?”



한마디도 지지 않는 윤서다. 그러나 명나라는 한시가 급하다.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어 조선의 사정을 봐 줄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것이다. 조선에 파병을 요청했으니 너의 지아비 막란과 오늘 내가 구해준 사람들은, 조선에서 군사가 오는 대로 명의 군인으로 출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나라에 살려면 명의 군사가 되라는 뜻이다. 전쟁에 나가 죽을 수도 있고 공을 세워 출세를 할 수도 있다. 싸움이라면 자신 있는 사람들이다. 굳이 마다하여 홍자성의 눈 밖에 날 필요가 없다.



“대인(大人)의 뜻이 그러하다면 마땅히 따르겠습니다.”


“윤서 너도 재주가 아깝구나. 조선에서 태어나지 않고 여기에서 태어났으면 이 나라의 운이 바뀌었을 거다. 어떠냐 천자(天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이냐?”


“왕실이라면 지긋지긋 합니다. 저는 막란의 아내로서 조용히 살기를 원합니다.”


“윤서 너를 보면 한계란(韓桂蘭)이라는 여인이 생각이 난다. 조선에서 온 공녀로 행실이 기민하고 영특하여 선덕제의 후궁이 되어 공신태비까지 오른 여인이다. 부럽지 않느냐?”


“제 부인은 엄연히 지아비가 있는 여인입니다. 어찌 황제의 후궁이 되라는 것입니까?”


“후궁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너의 처 윤서는 황태자비도 마다한 여인이다. 재능을 아끼지 말고 마음껏 펼치라는 거다.”


“한계란의 언니가 있습니다. 그 여인은 한계란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요. 결국에는 영락제의 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황제가 죽자 순장(殉葬)을 당했습니다. 저는 부귀영화는 필요 없습니다. 살면서 마음 편한 것이 제일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윤서는 숱한 유혹을 받았다. 대부분 권력이나 명예에 관한 것들이다. 사방 십리의 전답을 줄 테니 며느리가 돼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거절했다. 다 갖춰진 것은 세상이 아니다.


모자른 듯 채워지지 않고....... 부족해서 여유가 그리운 세상이 살 만한 것이다. 그래서 모자라고 부족한 막란을 택했다. 그런데 너무 모자라고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막란의 순수한 미소가 있어 살만 하다.



“당분간 여기서 쉬거라. 거처가 마련되는 대로 남경으로 부를 것이다.”



홍자성은 남경으로 떠났다. 객주 안이 분주하다. 화적들은 이마에 찍힌 노비라는 낙인을 지우려 하지만 상처가 깊어 덧 날 뿐이다. 할 수 없이 천을 이마에 묶어 글자를 가린다. 막란과 바우는 다행히 낙인은 찍혀지지 않았으나, 바우가 많이 맞아 팔과 다리가 풀려 있다.


그런데 홍자성이 떠나고 저녁이 되자 진안의 수령이라는 자가 윤서를 찾아왔다. 이놈은 김의영에게 뇌물을 받고 뒤를 봐 주는 놈이었다. 김의영이 죽기 전에 털어 놓아 알게 된 사실이다.



“聽說洪子成大人是客人。 問候。 它被稱為濟南收據李息點。(홍자성 대인의 손님이라 들었습니다. 인사드립니다. 진안 수령 이자점이라 합니다.)


“你在這裡做什麼?(이곳에는 웬일이신지요?)”



윤서는 알고 있다. 이놈은 그동안 김의영에게 받아 온 뇌물이 밝혀질까 염려 되서 찾아온 것이다. 아무리 명나라가 쇠퇴하고 있어도 노예상인하고 결탁한 죄는 능지처참형이다. 홍자성이 하는 일이 쌓여 잠시 보류하고 있지만 언젠가 밝혀지면 큰일 날 일이다.



“有消息稱朝鮮不會派兵。 你聽到了嗎?(조선에서 파병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들으셨는지요?)”



이 무슨 말인가? 홍자성은 분명 조선이 군대를 보낼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럼 그의 말은 거짓이란 것인가? 윤서는 헷갈렸다.



“不。 洪子成大人說朝鮮軍隊很快就會來。(아닙니다. 홍자성대인은 조선의 군대가 곧 올 것이라 말했습니다.)”



진안의 수령은 조선의 파병 조건으로 우리를 조선에 넘기려는 홍자성의 계략이라는 것이다. 홍자성은 외교의 달인이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망해가는 명을 위해 조선이 파병할 이유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홍자성은 화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반정에 섰지만 눈에 가시 같은 화적들을 최이척이 없애려 한다는 소문은 명에서도 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미 최이척의 사람이 홍자성을 만났거나.......


그런데 왜 이러한 첩보를 진안 수령은 윤서에게 가지고 왔을까?



“為什麼給我這樣的訊息?(나에게 그러한 첩보를 알려주는 이유가 뭡니까?)


“離開這裡 我收受了賄賂。我收受了金義英的賄賂。就很難找到證據了。(이곳을 떠나세요. 나는 김의영에게 뇌물을 받았습니다. 당신들이 사라지면 그 증거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진안수령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윤서일행이 없어야 노예상인 김의영에게 받았던 뇌물죄의 증인도 사라지니까. 이 나라에서 또 쫒기 듯 도망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젠 윤서의 마음도 몸도 지쳤다.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천자(天子)를 만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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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NEW 49분 전 3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2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2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2 1 12쪽
57 王八! 24.09.03 13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8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4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6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4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2 0 11쪽
44 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24.08.21 17 0 12쪽
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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