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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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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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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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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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DUMMY

“아닙니다.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홍자성을 죽여주세요”



서린은 윤서가 거부하면 직접 홍자성을 죽이기라도 할 듯 의지가 강하다. 막란이 나선다.



“대인은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홍자성은 황제보다 더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하인들은 서린이 조치해서 그의 방 주위로 보이지 않았지만, 호위 무사들은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철통같은 경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있게 되면 함께 오신 분들과 조선의 군사들도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화적들과 홍자성으로 인해 파병되어 오는 만 명의 조선 군사들이 후금에게 죽을 것이라는 협박이다. 윤서는 황제를 만나봤지만 그는 자기나라를 지킬 위인은 되지 못한다. 홍자성만 없어지면 명이라는 나라는 없어질 것이다. 아니 홍자성이 살아있어도 이 썩어빠진 나라는 언젠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드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고 싶어요.”



윤서는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연인을 살리기 위해 서린은 홍자성을 죽일 수는 있지만, 아들은 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희생시킨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서린은 자신 있는지 선뜻 승낙을 한다. 언제든 만나 확인시켜 준다는 것이다. 서린과 헤어져 막란과 돌아온 윤서는 또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홍자성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기에 가족들조차 그를 버리려 하고 있을까? 아들도 홍자성을 없애는 것에 동의 한다면 서린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


막란도 벽을 보고 무언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마도 홍자성을 죽이려고 나름 계획을 세우려는데 잘 안되는지 고개를 연신 돌린다. 그러다 고개를 순간 쳐든다. 막란은 계획이 끝난 것 같다.




*




다음날 어느 반점(飯店)에서.......

막란이 오리구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알아낸 식당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고 미리 기별을 하고 들어올 수 있는 집이다. 물론 서린이 준비해 주었다.



“很高興見到你。 “我叫洪赫鎮。(처음뵙겠습니다. 홍혁진이라고 합니다.)”



홍자성의 아들이다. 고기 자체를 싫어해서 차만 마신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빠듯한 세상에 채식만 한다니....... 배가 불러도 한참 불렀다. 그 덕에 오리는 전부 막란의 차지다.



“你跟瑞麟有戀愛關係嗎?(서린여인과 연인관계입니까?)”



윤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서린은 답을 주지 않으니 이놈에게 확인해야 한다.



“.......但我確實很喜歡她。(제가 많이 좋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역시 연인이었다. 연인을 살리기 위해 홍자성을 죽이려는 것이다.



“我會殺了你父親。 你怎麼認為?(제가 당신 아버지를 죽일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혁진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자신의 처지를 말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오래전부터 소갈증(당뇨)을 앓고 있고, 그 병으로 인해 눈이 멀게 되었으며, 전쟁을 수행할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버지 홍자성은 그의 형을 전쟁터로 내몰아 죽게 한 사람이다. 어머니는 이 충격으로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소갈증을 앓고 있는 자신마저 전쟁터에 보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정신이 돌아 밤마다 돌아다닌다고 했다.


소갈증으로 눈이 멀게 되어 겨우 전쟁터에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지만, 홍자성은 명예와 권력을 위해서라면 어머니도 자식도 보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 한다. 윤서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洪大仁對一個名叫瑞麟的女子有何看法?(홍대인은 서린이라는 여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就是這樣。(전부입니다.)”



그가 쌓아올린 명예와 권력도 포기할 만큼 서린은 홍자성의 모든 것이라는 뜻이다. 나이가 처먹을 대로 먹은 노인이....... 세상의 단맛 쓴맛을 다 본 사람이 어린 여자에게 미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소갈증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인 것 같다. 하인 두 사람이 붙들어 겨우 집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불쌍하다.



“서방님 이제 일을 시작하셔도 되겠습니다.”


“홍혁진 그자가 차(茶)를 주고 갔습니다.”


“무슨 차요?”


“아버지 홍대인이 좋아하는 차라면서 마지막으로 드시게 하고 싶다면서요.”


“.......그래도 양심은 있나봅니다.”




*




홍자성의 집.......

막란은 밖에 있고 윤서가 홍자성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홍혁진의 부탁으로 평소 좋아하는 차를 홍자성에게 주기 위해서다.



“그래 내 집에서는 편안하느냐?”


“부인의 보살핌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네가 데려온 사람들도 잘 지내고 있다 들었다. 조선의 파병이 멀지 않았다. 곧 징집이 될 것이니 그리 알아라.”


“그 사람들은 땅을 일구어 곡식을 거두는 농부가 되기로 황제의 승낙을 받았습니다. 이젠 군사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이 황제의 말보다 우선이다. 몰랐느냐!”



빨리 죽여야겠다. 어명이고 뭐고 필요 없는 놈이다.



“대인의 뜻이 그렇다면 기꺼이 군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곧 죽을 놈이다. 어떤 약조도 할 생각이다.



“잊지 말거라! 노예로 팔려갈 뻔한 것을 내가 구해 주었으니 그들의 목숨도 내 손 안에 있다는 것을 말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인의 은덕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서린이 차를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둘째 도련님이 어렵게 구한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드셔 보세요.”



황제가 서린을 짝사랑하는 이동화 환관에게 시켜 윤서와 막란에게 대접했던 차이다.



“윤서야 마셔보거라. 백가지 질병이 낫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차이다.”



뭐라도 탔을 까봐 홍자성의 잔을 윤서에게 내민다. 일단 윤서가 입을 대본다. 앳된 여인의 향처럼 신묘한 냄새가 풍기는 차이다. 마실수록 깊은 맛이 혀끝으로 배어든다. 홍자성도 윤서가 마시고 나서야 맛을 본다.



“황궁에서 그 놈이 타 주는 것처럼 맛이 달구나.”



홍자성은 이동화의 존재를 아는 듯 했다. 서린은 얼굴을 붉힌다.



“왜! 아직도 그놈을 잊지 못하는 것이냐!”



늙은 놈이 서린과 얼굴도 보지 못하는 환관을 질투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 환관은 저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놈을 당장 죽여도 너는 상관하지 않겠느냐!”


“대인은 이 집 큰 아들을 죽였습니다. 작은 아들도 죽이려 하였습니다. 이 집의 정실부인 마님도 미치게 하였습니다. 또 얼마나 대인의 손에 피를 묻히려 하시는 겁니까!”


“네 이년! 찢어진 입이라고 함부로 내 뱉으면 다 말이 되는 줄 아느냐!”



홍자성의 광기였다. 혼자 미쳐 고래고래 악을 쓴다. 찻상을 엎어 길길이 날뛴다. 놈을 죽여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서린이 참지 못하여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러가겠습니다. 그 환관을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그래 알았다! 你好,馬上去皇宮叫太監李東華! 我會在這裡殺了你(여봐라 황궁에 가서 당장 이동화 환관 놈을 불러 오거라! 이 자리에서 죽여주겠다!)”



홍자성의 질투는 극에 달했다. 그의 침착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서린과 조금이라도 관계되는 남자들은 모조리 죽일 것 같다. 하물며 그녀와 연인이었던 아들 홍혁진과의 관계를 알게 된다면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찻상이 엎어졌다. 다시 내 오거라.”



짐승 같은 홍자성을 두고 방에서 나가려는 서린을 불러 세우고 다시 차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아닙니다. 저도 일어나 보겠습니다.”



사람에 대해 처음 공포감을 느낀 윤서다. 그동안 누구라도 그녀 앞에서 무섭게 굴고 폭압적인 모습을 보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분노를 표출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정심을 유지하는 홍자성이 무서워졌다.



“제대로 된 백차의 진미를 느껴봐야 할 것이다. 기다려라....... 서린이 다시 차를 내오면 함께 마시자.”



홍자성과 잠시라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윤서가 자리를 뜨면 서린 혼자 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한다. 서린을 나쁘게 생각한 윤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십여 년을 이런 놈하고 함께 생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황궁에서 강제로 데려오는 환관 이동화가 이놈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막란에게 말해 그 전에 홍자성을 죽이고 싶어도 밖에는 수 십 명의 호위무사가 지키고 있기 그것은 불가능하다.



“저년이 환관 놈을 살리려 날 죽이라고 사주하더냐?”



질투가 몸에 배여 늙은 놈은 사리분별이 어두웠다. 죽이라는 것은 맞는데 대상이 틀렸다. 니 아들놈을 살리려는 거다 이 미친놈아!



“어떻게 그런 무자비한 말씀을 하십니까? 대인은 명나라의 보배시고 이 집안의 다시없는 기둥이십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요청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너를 불러 이 집에 머물게 해 달라는 부탁은 서린이 했다. 평생 손님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애다. 그런데 너희들을 택해 직접 접대했다. 칼을 잘 쓰는 너희 서방도 말이다. 어떠냐 내 말이 틀렸느냐?”


“대인이 죽어야 할 죄라도 지은 것입니까?”


“.......서린 이 애한테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은 용서치 않을 것이야.”


“대인은 더 이상 피를 보지 마세요. 지나온 인생보다 남은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사세요.”


“내가 다 살았나 보구나....... 너 같이 어린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서린 부인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대인의 말과 행동이 그녀의 인생을 망쳐 놓았습니다. 이젠 놔 주세요.”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그때 환관 놈과 함께 살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둔한 놈....... 십여 년을 함께 살아도 그녀의 마음과 정이 누구한테 쏠려 있는지 가늠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밤이 다가고 새벽이 와도 서린은 들어오지 않았다. 무서운 정적이 방안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러다 속이 터져 서린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말을 하려는데 찻상을 들고 그녀가 방으로 들어온다.



“많이 늦었구나. 윤서에게 백차의 맛을 보여 주거라.”


“오늘은 제가 먼저 차를 마시겠습니다.”



독을 탔는지 항상 남부터 권하는 홍자성이다. 서린이 주저 없이 먼저 마신다. 서린을 확인하고 나서야 홍자성이 차를 마신다.


윤서가 차를 마시려하자 서린이 눈짓을 한다. 마시지 말라는 뜻이다. 독을 탄 것이다. 서린은 죽음을 각오하고 차를 마신 것이다. 홍자성이 잔을 내려놓자 서린이 미소를 띤다.



“대인 제가 독을 탔습니다.”



홍자성의 눈이 풀린다. 비소를 탔는지 홍자성의 입술이 파래진다. 환관 이동화를 잡아왔다고 수하가 밖에서 소리친다. 서린이 힘들게 방문을 연다. 무릎을 끓린 이동화가 보인다. 홍자성이 수하들에게 말한다.



“풀어줘라....... 살려줘!”



서린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홍자성을 잡는다.



“대인!”


“넌 마시지 말았어야 됐어! 너희 둘을 놔 주려 했는데 말이야.......”



윤서는 그때야 깨달았다. 서린이 좋아하고 그토록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환관 이동화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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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3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6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2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3 1 12쪽
57 王八! 24.09.03 14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8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6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9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6 1 11쪽
»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5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7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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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24.08.21 18 0 12쪽
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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