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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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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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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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八!

DUMMY

“你不是說好奇我的身分嗎? 我是朝鮮國相崔伊賢的女兒、花閣牧蘭的妻子崔潤瑞!(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나는 조선의 재상 최이현의 딸이며 화적 막란의 아내 최윤서입니다!)”



윤서의 말이 끝나자 막란은 강도들이 더 이상 칼을 들지 못하도록 어깨의 힘줄을 끊는다. 이전 같으면 모두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윤서와 함께 다니는 동안 살생을 많이 줄였다. 그 덕분으로 꿈에서 막란을 괴롭혔던 원귀들을 덜 보게 되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막란과 윤서에게 강도짓을 하려던 노인과 그 수하들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사람들을 살리니 막란의 죽어있던 감정도 살아나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윤서는 막란이가 노인에게 빼앗긴 황금을 도로 찾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도짓을 해서 약탈한 재물과 엽전들도 수중에 넣는다. 어차피 주인들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것들이다. 막란에게 주니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




빈관(儐館)에서.......

다음날 남경에서 제일 큰 빈관에서 제일 큰 방을 얻어 막란 서방과 늘어지게 잤다. 목욕을 하고 싶다하니 방까지 뜨신 물을 가져와서 사람 서너 명은 족히 들어갈 나무통에 들이 붓는다. 거기에 향초를 넣어 방 안 가득히 은은한 향이 퍼져 윤서를 미치게 한다. 조선에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호사이다.


막란 서방은 더 신났다. 사람이 있든 없든 홀딱 벗고 들어가 물장구치기 바쁘다. 윤서가 남사스러워 얼른 시중들을 밖으로 몰아낸다. 중국 귀족들은 날마다 이런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하니 여기서 전(錢)이나 왕창 벌어 눌러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늦은 아침을 먹는다. 막란이 좋아하는 북경오리다. 겉껍질이 황금빛으로 돌때까지 바싹 구워내어, 전병에 오리 살과 소스, 오이 등을 넣고 막란 서방 입에 넣어주면 아주 환장한다.



“그렇게 맛있습니까?”


“부인도 드세요. 아주 쥑입니다.”


“진안에 있는 식구들이 걱정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디 나다니지도 못할 텐데.......”


“걱정마세요. 덴년이 아줌니가 한자를 아니까 필답으로 하면 대충 통하니까요.”


“덴년이 형님은 이름난 기녀라 들었습니다만.......”


“태생은 왕실집안의 여식이었는데, 정변인가 뭔가 말려들어서 집안은 개 박살 났고, 덴년이 아줌니는 관기로 있다가 평양 기녀로 팔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인생 황된 거죠.”


“식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연 없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야기들을 모아 서적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부인과 제 이야기도 남기세요. 그러면 그 서적만 팔아도 우리 애들은 평생 먹고 살 겁니다.”


“아직도 아기를 원하십니까?”


“부인 닮은 딸을 낳고 싶습니다. 부인만큼 총명하지 않아도....... 부인만큼 이쁘지 않아도....... 어딘가 부인을 닮은 아기가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서방님을 윽박지르고 가끔 등짝을 후려갈기는 제가 그렇게 좋습니까?”


“난 다 알아요.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하는 거잖습니까.”


“아닙니다. 속이 터져서 그런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철 없는 말을 할 때는 입을 꼬매 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리 한 마리 더 시킬까요?”



식당에서 나왔다. 몸을 씻고 배가 부르니 명나라 제일의 도시 남경을 구경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배가 수리되려면 사나흘은 걸리니 그동안 막란과 제대로 된 신혼이나 즐겨야겠다.


시장을 가 보았다. 동물의 가죽, 향료, 도자기, 차, 비단 등 중국 각지에서 가져온 물품들과 서역에서 들여온 듯한 신기한 물건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방향을 알려준다는 나침의(羅針儀)라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서도 항상 같은 방향을 알려준다 하니 거금을 주고 구입을 했다. 이제는 별과 달을 봐도 수시로 바뀌는 막란 서방의 엉터리 방향을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원통형으로 된 상자였다. 망원경이라 불리는데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다. 막란 서방이 졸라 황금 한 냥이나 주고 구입했다. 막란 서방은 삼층에 있는 숙소에서 멀리 있는 남의 집 창을 통해 욕간을 들여다보며 하루 종일 희죽 거렸다.




*




진안의 구릉지 화적들의 임시 거처.......

금방주인 왕대인이 화적들을 힘들게 찾아냈다. 꼽추를 데리고 다니는 조선의 미인은 이미 진안에서 소문이 나 있었다. 조선에서 큰 죄를 짓고 이백 여명의 화적들을 이끌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황제에게 받았다는, 어떤 것도 심을 수 없는 황무지인 구릉지 땅은 진안에서도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사람들을 풀어 찾는 데에 이틀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와서 보니 아이들과 노인 그리고 아낙들과 남정네들의 조합으로 보아 조선에서 화적 전부를 데리고 왔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 했다. 사람들이 어느 한 사내에게 왕대인을 안내했다. 꺽쇠였다.



“我們正在尋找 崔潤瑞來完成您委託給我們的鹽業工作。 可以讓我見見你嗎?(맡기신 소금의 일로 최윤서를 찾고 있습니다. 만나게 해 줄 수 있습니까?)”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속이 터진다. 손짓 발짓을 섞어 나중에 오라고 하지만 상대방도 알아듣지 못하는 건 매 한가지다.



“워아이니 나중에 쎄쎄!”



답답해서 덴년이가 땅바닥에 한자를 쓴다.



“你要找的人不在這裡。 這不是任何人都可以進入的地方。 如果你不想落後,那就出去吧!(당신이 찾는 사람은 여기 없다.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뒤지기 싫으면 어서 나가라!)”



왕대인은 윤서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녀가 배를 구하러 남경에 간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윤서가 없는 틈을 타서 금을 찾으러 온 것이다. 진안의 소금 전부를 살 수 있는, 어딘가 숨겨져 있는 황금을.......


외부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을 봐서 여기에 황금을 숨겨 놓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화적들이라 하니 만만히 상대할 사람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안 수령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황금이야기를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이런 기회는 다시없다. 혼자 먹어야 한다.



“提前送鹽日期不可能一下子拯救很多人。 這就是發生的事情。(소금 납기를 앞당겨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 그 일로 온 것이다.)”



여기 있는 남자들을 다 끌어낼 수 있다면 쉽게 황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왕대인의 계략이다.



“我們無能為力。我沒有收到與你簽訂合約的人的任何消息。他回來後我會聯絡你。所以趕快回來吧!(우리는 도와줄 수 없다. 당신과 계약한 사람에게서 어떤 말도 들은 바가 없다. 그 사람이 돌아오면 연락하겠다. 그러니 어서 돌아가라!)”


“如果你不幫忙,我們就無法在最後期限前完成任務。 這會造成巨大的損失,但你說這仍然是一件好事?(당신들이 돕지 않으면 납기를 맞출 수 없다. 그러면 막대한 지장이 있을 텐데 그래도 좋다는 말이냐!)”


“꺽쇠야 어떡하냐 자꾸 우리보고 도와달라는데?”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하세요.”



왕대인이 꺼내 보여준 계약서에는 분명 윤서의 인장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인장은 매화를 본떠 특이하게 그리기 때문에 산채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你需要多少人?(사람들 몇 명이 필요합니까?)”


“我們需要這裡每個人的幫助,除了孩子和老人。(아이들과 노인네를 제외한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필요합니다.)”



“不是一切。 我給你一半的人。(전부는 안 됩니다. 남자들의 반을 내 드리겠습니다.)”


“꺽쇠야 아씨가 누구와도 상대하지 말란 말을 잊었느냐? 이놈을 어떻게 믿고 식구들을 내 줄 수 있단 말이냐?”


“우리의 계약서는 맞소. 기한도 열흘이 채 남지 않았어요. 그 안에 소금을 받아야 아씨의 계획에 차질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所有男人都必須到田野去。 我們將把剩下的婦女、老人、兒童轉移到其他地方,妥善照顧。(남자들은 전부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남게 된 여인네와 노인네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 잘 보살필 것입니다.)”



꺽쇠는 고민이다. 지난번에도 자신의 어리숙함으로 산채 식구들이 자칫 노예로 팔려갈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결국 왕대인을 따라 가기로 한다.



“有十個站點。 我們將嚮導分開,以便男人們可以跟隨,其餘的人將被帶到空亭子裡。(현장은 열 곳입니다. 나누어 안내를 할 테니 남자들은 따라가면 될 것이고 나머지 분들은 빈관에 모실 것입니다.)”



최대한 화적 놈들을 분산시켜서 처리를 해야 한다. 황금을 찾는 대로 전부 없애면 된다. 조선에서 죄를 짓고 온 놈들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도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다. 문제가 된다면 황금을 나누면 된다.


인솔자 한 명에 화적들 열 명이 따라간다. 여인네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은 왕대인이 운영하고 있는 빈관에 보내기로 한다.


솔개가 꺽쇠 어깨에 원귀가 보인다고 눈이 돌아가며 헛소리를 한다.



“형님! 형님 어깨에 모지리 형님이 앉아 있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오!”


“大人,他好像瘋了,帶他走也沒用。 請讓我和女士們一起去吧。(대인 아무래도 얘는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니 데려가야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아녀자들과 함께 가게 해 주세요.)”



솔개가 왕대인의 가슴을 만지며 희죽거리는 걸 보니 미친놈이 맞는 것 같다. 여인네들과 같이 있게 했다.


화적들이 모두 떠난 곳에서 본격적으로 황금을 찾기 시작한다. 거의 완성되어 가는 임시 창고가 제일 의심이 갔다. 대충 죽은 나무로 벽을 세우고 통풍이 잘되도록 간격을 둔 것이 누가 보아도 의심이 가지 않도록 허술하게 지었다. 눈을 피해 황금을 묻기에는 제격이다. 그러나 바닥을 모두 까뒤집어도 황금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는 구릉지 땅을 파내어 임시 거처로 쓰고 있는 곳을 뒤진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는 돌 밖에 없는 구릉지다. 마땅히 숨길만한 곳도 보이지 않고 표시된 곳도 찾기가 어렵다.


수염이 더럽게 나고 머리가 산발인 꺽쇠라고 불리는 놈을 잡아다 고문을 해서라도 황금 있는 곳을 알아내야 겠다. 수하들을 데리고 화적들이 파 놓은 거처에서 나오는데.......


화적들을 이끌고 간 왕대인의 부하들이 도리어 화적들의 손에 이끌려 앞에 내동댕이쳐진다. 아녀자들을 따라간 미쳤다고 한 놈도 여인들과 다시 왔다.



“이 떼놈의 시끼가 우릴 뭘로 보고 수작을 부리냐! 이 씨부랄 놈아!”



뭔가 잘못되었다.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자 왕대인이 자리에 주저앉는다. 덴년이가 그 앞의 바닥에 글자를 쓴다.



“王八!(왕팔!)”



덴년이가 아는 중국 최대의 욕이다. 조선은 네가지가 없어야 욕이 되지만 중국은 여덟 가지가 없어야 비로소 욕의 최고봉이다.


꺽쇠가 눈치 챈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길도 없는 산 속까지 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황금을 욕심내어 일부러 찾기 전에는 말이다.


몇 푼 쥐어주면 사람도 죽여준다는 명나라다. 인력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다. 굳이 말도 통하지 않는 화적들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릉지 임시 거처에서 생활해도 되는 사람들을 비싼 비용을 대어, 빈관에 아녀자들을 데려간다는 것에 꺽쇠는 왕대인의 수작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솔개를 연기하게 해서 아녀자들을 구해 왔다.


왕대인이 살려만 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배신한 놈은 믿을 수 없다. 죽여서 후한을 없애려는데 덴년이가 꺽쇠 앞을 가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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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NEW 51분 전 3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3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2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2 1 12쪽
» 王八! 24.09.03 14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8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4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6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2 0 11쪽
44 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24.08.21 17 0 12쪽
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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