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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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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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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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는 몰라요

DUMMY

양귀비는 아편이다. 소량으로 수입해 약재로 쓰이기는 하나 환각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잘 못 사용하면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꽃이다. 때문에 조선에서는 재배가 금지된 꽃이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꽃이 양귀비라면 앞뒤가 맞는다. 지하세상을 유지하는 비용의 출처도,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도, 김철용이 무언가 숨기는 듯한 모습이 전부 이해된다.



“한온아 우리 그 꽃 보러가자!”


“안되는데....... 확실히 여기서 산다하면 보여 드릴게요.”


“여기서 살고 싶어....... 그러니 보여줘!”


“부인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물어봐야 합니다.”



막란의 말이 맞다. 궁금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내는 윤서지만 모두의 인생이 달린 문제다. 화적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온을 구슬렸다.



“한온아 우리가 먼저 봐야 돼.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할 수 있어.”


“오라버니 생각은 어때요. 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


“형부라고 했잖....... 그래 니 마음대로 불러라. 서방님은 여기서 살고 싶대.”



막란이가 한온의 얼굴을 손으로 만진다. 윤서가 깜짝 놀라 막란을 노려본다.



“한온이도 약을 먹고 있지?”



막란의 물음에 한온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부인....... 전에도 한온이 같은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양반집 아이였는데 햇빛을 보면 온 몸에 발진이 일어났습니다. 한온이도 같은 질병으로 보입니다.”


“맞습니다. 한온이는 햇빛뿐만 아니라 먼지에 노출되어도 심한 발진이 일어납니다.”


“깜짝이야! 왜 자꾸 뒤에서 나타나세요. 사람 놀래게!”



멋쩍어 머리를 긁으면서 김철용이가 윤서에게 다가온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한온이는 햇빛과 먼지에 발진이 일어나는 동시에 폐부종도 앓고 있습니다. 아편으로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고요.”


“그래서 한온이는 바깥세상을 볼 수 없는 것인가요?”


“안타깝지만 한온이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유일한 치료제는....... 아니 진정제라 해야 되겠군요. 현재로서는 아편만이 유일하고요.”



한온이의 피부가 유달리 희고 투명한 것에 마음이 걸렸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이 맞죠? 꽃을 키워 벌꿀을 얻는다 하지 않았습니까? 왜 자꾸 거짓을 말해 사람을 속이려 드는 것입니까?”


“양귀비도 재배하는 것이 맞고 거기에 더해 꿀도 얻는 것도 맞습니다. 양귀비도 꽃을 봐야 하니까 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고요. 저는 말하지 않는 것이 있을 뿐이지 여러분들에게 속인 것은 없습니다.”


“양귀비를 재배하여 아편을 재배하는 것은요? 이것도 말하지 않는 것에 들어가는 것인가요?”


“여러분들이 여기에 산다고 확실히 했으면 모든 것을 말해 드렸을 겁니다. 지나가는 과객에 비밀 전부를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아니 알아야 살든 말든 결정할 것 아닙니까? 이 사실을 알고 여기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죠?”


“전부입니다. 여기서 자발적으로 나간 사람은 아직 보지를 못했습니다. 결정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양귀비야 민가에서 재배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편 제조와 판매는 중죄다. 이것을 감수하고 사람들이 여기에서 자발적으로 모두 생활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꽃을 보고 싶습니다. 보여 주시겠습니까?”


“보여드리죠....... 보시려는 분들은 모두 눈을 가리겠습니다.”



이 복잡한 미로에서도 비밀을 유지하려 막란과 윤서의 눈을 천으로 가린다. 그렇잖아도 매끄럽지 않은 바닥이다. 가는 동안 몇 번이나 엎어질 뻔 했다.


넘어지는 것에 신경이 쓰여 발걸음 수를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거기에다 중간 중간 맴을 돌게 한다. 아무리 윤서지만 처음 자리에서 온 길은 죽어도 기억에 남기지 못하였다.


한참을 그리고 또 한참을 한온과 김철용의 손에 이끌려 어딘지 모르는 땅 굴 깊숙한 곳에 들어왔다. 눈에서 광목천이 벗겨지자 어마어마한 양귀비의 양에 놀란다. 막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양귀비를 모두 갖다 놓은 듯하다. 끝에서 끝은 삼 정(약 330m)이 넘는다고 하며 이와 같은 곳이 스무 개가 더 있다고 한다. 조선의 모든 아편을 이곳에서 제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양귀비의 일조(日照)는 밖에서 받은 햇빛을 사람 얼굴만한 크기의 오목한 면경 수 천 개를 이용해 반사광으로 만들어 해결하고 있었다.


양귀비는 꽃을 피운 후 곧 꽃잎이 떨어져 덜 여문 녹색 씨방을 만드는데, 시간이 지나 이것이 곧 달걀만한 씨방이 된다. 이 씨방이 여물기 전 표면에 칼집을 내고, 여기서 흘러나오는 즙을 채집해 고체인 생아편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생아편을 다시 작은 메주처럼 사각으로 모양을 내어 아주까리기름을 입힌 한지에 몇 겹으로 포장한다. 이것은 사냥할 때 보았던 사람들의 봇짐에 넣고 그 위에 짐승의 털가죽 살을 놓아 감추었던 것이다.



“아편은 사람의 마음을 해치고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든다 하지 않았습니까? 백성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면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아편은 양반의 것입니다. 천민들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물건입니다. 양반이라 하더라도 정신이 제대로 되어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편은 세상에서 필요 없는 사람들을 청소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세상을 위해서요.”



김철용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아편을 하는 사람들은 더 궁극적인 쾌락을 위해서거나 아니면 죽지 못해 현실을 도피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나라의 지도층에 있으면 사회는 더 부패하고 나라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아편에 의지하게 해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치료해서 함께 살아야지 아편으로 의지하게 해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팔 다리 없는 사람들도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모두 죽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여기에 살아야 한다면 아편을 만들어 팔아야 합니까?”



솔직히 윤서는 여기서 살고 싶다. 아니 화적들을 이곳에서 살게 해 주고 싶다. 불법이면 어떻고 쓸모없는 인간들에게 아편을 주면 어떤가. 그리고 아편은 한온 같은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약재이기도 하다. 윤서는 온갖 구실을 만들어 여기에 남을 이유를 찾는다.



“서방님은 어떠십니까? 여기에 남으시겠습니까? 전 서방님을 따르겠습니다.”


“전 꽃을 좋아합니다. 절 따른다고 하니 여기서 남은여생을 지냈으면 합니다.”



한온이 깡충깡충 뛰며 좋아한다.



“언니와 오라버니가 좋습니다. 오라버니에게 무등을 타는 것도 재미있고요!”


“너 언제 가랭이 벌리고 내 서방 무등을 탄적이 있어!”


“아니 앞으로 그럴라구요. 전 남의 목을 타는 것이 좋거든요.”


“지금 탈래?”



막란이 엎드리자 윤서가 발로 냅다 차 버린다.



“아직 남녀 구별을 못하는 철부지 아입니다. 서방님 정신차리세요!”


“부인 한온이는 나이만 많지 아직 아입니다. 무등을 태워주고 싶습니다.”



윤서가 씩씩거리는데 김철용이가 나선다.



“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 지하에만 있어서 세상물정이 어둡습니다. 또래의 남자아이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구요.”


“남녀의 이치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본능적인 것인데 한온이는 교육이 많이 필요할 것 같군요.”


“저는 오라버니가 가르쳐 주세요.”


“아니다. 내가 가르쳐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테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의 의견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차 싶다. 여기가 좋아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다.



*




지하 광장에서.......

급히 화적들이 모였다. 은밀하게 양귀비를 재배하여 아편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나라에 쫓기는 화적들이지만 불법을 저지르며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아씨 저는 여기가 좋습니다. 아편을 만들어 팔면 어떻습니까? 저희들은 사람을 해하고 재물을 약탈하여 살던 화적들이었습니다. 아편은 거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저도 여기서 살렵니다. 곧 겨울이 닥칩니다. 거동이 여의치 않는 노인이 있습니다. 따뜻한 이곳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이곳을 좋아합니다. 바깥보다 안전하고요.”



당장 먹을 것과 누울 곳만 있으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식구들이다. 그런 사람들이지만 지금껏 윤서가 가자는 대로 따라왔던 것이다. 이곳이 이 사람들의 마지막 터전이기를 바란다. 윤서는 결정했다.



“우리가 결정한 대로 이제 여기서 살 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가도 지불해야 합니다. 양귀비를 재배하고 아편을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살 것입니다.”



윤서는 여기에 사는 동안 바깥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설사 후금이 쳐들어와도 모른 척 할 작정이다. 지상에 살면 모를까 앞으로 지하에 사는 것이다. 알지 못하면 걱정이 되지 않고 걱정을 하지 않으면 수고로움이 필요 없다.


김철용도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이 십 여년 동안 한 일이 없다. 고작 지하세계를 만들어 아편만 제조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이 지하세계는 어쩌면 자신이 만들려 했던 세상인지 모른다.


양반과 천민처럼 위아래 차별이 없고 남녀처럼 좌우의 구별이 없지 않은가? 여기서는 누구든지 함께 일하고 함께 먹으며 함께 잠을 잔다. 공동으로 물자를 나누어 쓰기에 물욕이 없으며 소유할 것이 없기에 필요한 만큼 갖는다. 어떻게 보면 김철용이 생각하는 완전한 이상세계다.


그건 그렇고 윤서가 평소에 가슴에 담아 둔 일이 있다. 꺽쇠와 덴년이 사이를 이으려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윤서가 막란을 설득하여 덴년이를 찾는다.



“덴년이 아줌씨 뭐혀?”


“막란이 니가 웬일이냐? 아씨도 저를 찾아주시고.......”


“말씀 놓으세요....... 한참 어린 동생입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워서요.”


“아닙니다. 함자가 이자 여자 혜자라 들었습니다. 어머님 대신으로 모시겠습니다. 허락해 주세요.”


“감히 어머님이라니요.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될 말입니다. 그냥 편하게 덴년이라 불러 주세요.”


“아버님을 달리 생각하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꺽쇠 이 자껏........ 아무리 치마를 벗고 덤빈다 해도 그 놈 여자 되기는 글렀습니다. 고자가 분명합니다.”


“고자면....... 함께 한 이불 덮기 싫소?”


“누가 싫대냐....... 여자는 마음이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없다. 안 그렇습니까 아씨?”


“저는 몰라요.......”


“기다려봐....... 내 아비한테 물어보고 올랑께!”



윤서의 말도 있었지만 사실 막란도 아비가 청승맞게 어미 생각만 하는 것이 싫었다. 지하세상에서 모두 새 인생을 살려한다. 여기서 꺽쇠와 덴년이도 새롭게 맺어주고 싶었다. 막란이 자고 있는 꺽쇠를 깨운다.



“아비! 덴년이 아줌마가 아비 고자여도 좋데!”


“.......나 고자 아니라고 그래.”



꺽쇠의 허락이다. 이제 그도 덴년이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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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서방님의 코를 실룩 거리세요 NEW 2시간 전 4 1 12쪽
72 찬란한 노을이 지면 24.09.18 8 0 11쪽
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24.09.17 9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10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13 1 11쪽
» 저는 몰라요 24.09.14 16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11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1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1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11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4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6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2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6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4 1 12쪽
57 王八! 24.09.03 15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9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8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5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21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7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6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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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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