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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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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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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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소금을 배에 옮겨라!

DUMMY

왕대인이 살려만 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배신한 놈은 믿을 수 없다. 죽여서 후한을 없애려는데 덴년이가 꺽쇠 앞을 가로 막는다.



“이놈에게 소금을 받기 전에 죽이면 안 된다! 처자식을 인질로 삼아 소금을 받아내라!”



성질대로 하면 놈을 당장이라도 칼로 요절을 내고 싶지만 덴년이의 말이 옳다. 진안까지 후금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그 전에 소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왕대인을 추궁해 놈의 집을 알아낸다.




*




항구에서.......

배를 보니 장관이다. 구주(九柱)의 돛대에 열 두 장의 돛을 달고 있었고, 길이는 44장 4척(약 138m), 너비는 18장(약 56m) 승선인원은 천 명을 실을 수 있는 대박(大舶)이다.


물자만 갖추어 진다면 화적들과 몇 년이고 바다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정화장군이 남해의 대원정을 준비하는 기간인 한 달의 여유를 얻었을 뿐이다. 그 전에 왕대인에게 소금을 받아 후금의 남하에 대비해야 한다.


배를 움직이는데 필수 인원인 정화장군의 수하들과 함께 배를 출항했다. 진안까지는 하루면 도착한다.




*




진안의 항구에서.......

왕대인의 집에 화적들을 보내 처자식을 모처에 납치해 놓으라고 했다. 왕대인이 소금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또 수작을 부리면 자비를 두지 않고 죽여 버릴 것이다.


왕대인을 꺽쇠와 덴년이가 감시한다. 또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화적들이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기회를 봐서 처자식도 구하고 소금도 넘기지 않으며 황금도 빼앗아야 한다.



“콰이 콰이(빨리 빨리)!”



꺽쇠가 유일하게 제대로 아는 중국어다. 진안 각지에서 소달구지로 싣고 오는 소금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로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정화장군의 배로 옮기는 작업이다.


항구는 소금을 옮기는 소달구지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꺽쇠와 덴년이를 잡아 족치기 전에 이들을 감시하고 있는 다른 화적들부터 잡아야 한다.


수하들은 이미 꺽쇠와 덴년이의 기세에 눌려 왕대인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나 왕대인도 처자식이 잡혀 있는 동안에는 방법이 없다.


진안 수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항구 전체를 통제해 화적들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꺽쇠와 덴년이의 눈치를 보며 수하 한 명을 불러 지령을 내리려 하자 덴년이가 막아서며 지필묵을 가져오라 해서 글자를 써 내려간다.



“如果你做了愚蠢的事,你的妻子和孩子的生命就會受到威脅!(허튼 수작을 부리면 처자식의 목숨이 위험하다!)”


“這是因為帳本和鹽的數量不符。 我只是想派人去業務夥伴檢查一下。(장부와 소금의 양이 맞지 않아 그렇습니다. 거래처에 사람을 보내 확인하려는 것뿐입니다.)”


“把帳本拿來!(장부를 가져와라!)”



중국 상인들의 장부는 목숨과 같다. 장사의 수완이 기록되어 있고 수입과 지출이 일목요연하게 기재되어 품목마다 얼마가 남고 얼마의 수익이 예상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不可能。 商人的帳本甚至沒有顯示他的孩子。(불가합니다. 상인의 장부는 자식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如果鹽的用量不對,我需要檢查進貨單和進貨台帳。 你表現出來的東西比你妻子和孩子的生命更重要嗎?(소금의 양이 틀리다면 매출 전표와 매입 장부를 확인해야겠다. 보여주는 것이 네 처자식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더냐!)


“這比你妻子和孩子的生命更重要。 我永遠無法向你展示。(처자식의 목숨보다 중요합니다. 절대로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我們知道,生意離不開信任。 如果你不給我看帳本,我就不敢相信你說的話,我們的交易就結束了。(장사는 신뢰라고 알고 있다. 장부를 보여주지 않아 네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우리의 거래는 끝이다.)”



할 수 없다. 상대는 무식한 조선 화적의 아낙이다. 복잡한 장부를 볼 수 있는 식견이 아닐 것이다. 일부러 장부 모두를 가져와 그녀 앞에 놓는다.



“我不記得是哪個帳本了。 你自己去了解吧。(어느 장부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알아서 찾아보세요.)”



덴년이는 평양의 기녀였다. 기녀는 춤과 노래 악기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글공부와 함께 기방에서 출납하는 물자들의 장부기입도 교육받는다.


평양은 개성과 가까워 송상들의 개성부기 방식을 따랐는데 이는 명나라 장부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복식부기였다. 왕대인의 장부를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왕대인이 건넨 장부들에는 거래처마다 장부를 따로 만들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는 물건과 받는 물건, 현금과 어음 거래 등이 구분되어 있으며,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도 일일이 기록되어 있고, 예상 수익이 적혀 있다.


소금은 윤서와 계약한 것보다 무려 곱을 남겨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본업인 황금도 마찬가지다. 한 냥을 사서 두 냥의 가치를 매겨 팔고 있다.


진안의 빈관들도 독점해 무역선이라도 들어오는 봄철과 가을에는 예약을 받지 않고 두세 배의 숙박비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번 재물로 농토와 집을 사들였고,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사들인 집과 땅은 해마다 가격이 뛰어 재물은 축척되었으며, 그 재물은 고리대금업으로 이용되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덴년이가 빠짐없이 장부를 살펴보는 것에 왕대인은 후회가 들었다. 자신의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았다. 특히 소금의 이득이 배가 되는 것을 들킨 것에 당황했다.



“您需要派人去見您的業務夥伴。 如果你確認了,請把帳本給我。(거래처에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확인하셨으면 장부를 주시죠.)”


“我不會告訴你,我從鹽貿易中賺到的利潤是原來的兩倍多。 然而,減少鹽的用量是不可原諒的。(소금거래에서 배 이상 이득을 취한 것은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소금의 양이 줄어든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왕대인이 말한 소금의 매입량과 출고량이 차이가 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발주 자체를 계약의 반으로 밖에 안 한 것이다.


장부끝에 반(半)으로 써 놓은 것을 덴년이가 알아차린 것이다. 소금을 일일이 무게를 재 선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마니로 숫자를 표시할 수밖에 없는데 같은 양이라도 무게를 달리하면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뭐야 이놈이 또 우리를 속였다는 겁니까! 내 이놈을 당장!”



왕대인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소금은 원래의 가격에서 네 배로 튀겨진 것이다. 이젠 황금이 문제가 아니다. 명나라에서 상인의 신뢰는 목숨과 같다. 거래에서 속였다는 사실이 소문난다면 왕대인은 이 바닥에서 끝이다.


상대가 조선인이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소금의 무게를 속인 것이다. 명나라 상인을 가리켜 저울이라고 한다. 그만큼 무게는 명나라 상인의 신뢰를 말한다.



“你是說你派人去見你的生意夥伴嗎? 發送! 我們的交易到此結束。(거래처에 사람을 보낸다고 했냐! 보내라! 우리의 거래는 여기서 끝내겠다.)”


“不。 我錯了。 幫助我們完成交易! 如果你們不讓關於我試圖實施的騙局的謠言傳播開來,我將不會從這些鹽中獲得任何利潤,並將按原價轉讓。(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거래를 마저 끝내게 도와주세요! 제가 하려고 했던 사기만은 소문나지 않게 해 주신다면, 소금에서 이득을 보지 않고 원래의 가격으로 넘기겠습니다.)”


“晚安。 然後詳細寫下您如何試圖欺騙他們。 一旦你的誠意得到證實,我會閱讀並考慮它。(좋다. 그러면 네가 어떻게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자세히 적어보아라. 내 그것을 읽고 네 진정이 확인되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



덴년이는 증거가 필요했다. 또 왕대인 이놈이 장난을 치면 친필자백을 가지고 진안뿐 아니라, 남경에 소문을 돌게 하여 상인으로서의 생명줄을 끊어 놓을 작정이다.


왕대인은 신뢰로 커 온 상인이다. 물건 값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받아도 약속된 수량과 무게는 언제나 어김이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황금의 수확량이 적어 계약된 수량이 미치지 못하면, 서역으로 사람을 보내서라도 비싼 값에 황금을 매입해 열 배 이상의 손실을 보면서까지 수량을 맞춰 주었다.


이런 신뢰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신뢰의 상징은 왕대인이었다.


이런 왕대인이 황금에 눈이 멀어 소금의 양을 속이려 했던 것이 발각 된 것이다. 왕대인은 사기를 치려했던 자백서를 빠짐없이 써 주었다.



“晚安! 如果他們再次試圖欺騙或誤導我們,他們不僅會向明朝而且還會向後來的朝鮮王朝散佈謠言。(좋다! 다시 한 번 우리를 속이거나 해치려 한다면 명나라뿐 아니라 조선 후금 등에 소문을 낼 것이다.)”


“有沒有可能? 你若對我好一次,我一定會還的。(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처해 주시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덴년이는 왕대인이 써 놓은 자백서와 소금 장부를 걷어 꺽쇠에게 준다.



“我們會有帳本。 你還不滿意嗎!(장부는 우리가 가지고 있겠다. 불만 있느냐!)”


“無論如何,這是一個假帳本。 我不再需要它了。(어차피 거짓된 장부입니다. 이제 저한테는 필요 없습니다.)”



덴년이의 말을 들은 꺽쇠는 장부와 자백서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我的妻子和孩子在哪裡? 你能救我嗎?(제 처와 자식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살려주실 수 있는 겁니까?)”


“我在家很好。 從一開始,你的妻子和孩子就無意傷害你。(집에 잘 있다. 처음부터 너의 처자식들은 해칠 생각이 없었다.)”



그랬다. 왕대인에게 겁을 주어 소금을 무사히 받아낼 생각이었지 납치할 계획은 없었던 것이다. 항구에서도 꺽쇠와 덴년이 외에는 다른 화적들은 없다.


이제는 꺽쇠가 장부와 자백서를 가지고 있기에 구태여 다른 것들을 속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왕대인은 꺽쇠와 덴년이에게 속은 것은 분하지만 처자식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황금은 본래 소금의 대가이다. 이득 볼 일도 손해 볼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다. 가을도 다 지나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소금에 한해서는 비수기이다. 이런 철에 대량의 소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궁금하다. 꺽쇠가 돌아왔다.



“후금이 쳐들어 왔다고 합니다! 진안 시내가 발칵 뒤집어졌어요. 형수님!”


“有問題嗎?(무슨 일입니까?)”


“我得快點。 據說,戰爭爆發了。(서둘러야겠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如果爆發戰爭,所有船隻都禁止航行。 我們也無能為力。(전쟁이 일어났으면 모든 배가 출항이 금지가 됩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이다. 전쟁은 군수물자가 되는 모든 것이 국법에 의해 금수품목이 된다. 특히 배는 더 엄격한 제재를 받아 관청의 허락이 있어야 띄울 수 있다.


진안수령에게 말해봐야 씨도 먹히지 않을 일이다. 덴년이와 꺽쇠가 난감해졌다. 항구에는 염전에서 가져다 놓은 소금들로 산을 이룬다. 이 많은 소금이 눈앞에서 소용이 없게 되었다.


날은 어두워져 있고 관청에서 관군들이 나와 항구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쫒아낸다. 항구에서도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꺽쇠야 저 많은 소금을 어떡하냐!”


“산채 사람들을 불러서라도 옮겨야 합니다.”


“배를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 않느냐! 배를 움직여도 소금 십만 석이다. 어떻게 우리가 옮길 수 있겠어!”



“잘들 있었어요!”



윤서와 막란이다. 뒤에는 산채식구들 전부를 데려왔다. 뿐만 아니라 진안의 관군들 천 명이 이들을 따랐다. 윤서의 손에는 정화장군의 관군들 징집명령서가 들려 있었다.


황제의 말은 듣지 않아도 정화장군의 명령은 명나라 백성이라면 하늘과 같다. 윤서가 관군들에게 소리친다.



“把鹽移到船上!(소금을 배에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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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NEW 54분 전 3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3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2 1 13쪽
»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3 1 12쪽
57 王八! 24.09.03 14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8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4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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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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