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로맨스

새글

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0:00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215
추천수 :
26
글자수 :
388,676

작성
24.09.11 10:00
조회
11
추천
1
글자
12쪽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DUMMY

세상 모든 재물을 모아 역사와 신분을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아무도 쳐다볼 수 없는 조선의 왕이 아니라 윤서는 세상의 왕이 되고 싶은 것이다.



“부인! 또 어떤 상상을 골똘히 하고 있기에 제가 두 번이나 불렀는데 답이 없으십니까?”



윤서는 잠시 꿈을 꾸었다. 대륙에 가서 세상 문물을 접하고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 정화장군의 아홉 개의 돛을 단 배를 타보니 조선은 작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은 화적들의 운신부터 해결해야 한다. 막란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황천고개에 가야 합니다. 우리의 일로 관군들이 난리 났을 겁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윤서는 사람들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 막란이 등을 내민다. 그러나 이제는 업히고 싶지 않아 막란을 밀어낸다. 무방비 상태의 막란이 한 바퀴 구른다. 그동안 힘들지 않아도 막란의 등에 업히는 것을 좋아하던 윤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막란의 등보다 의식적으로 스스로 걷는 것을 선택했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부인을 화나게 한 일이 있습니까? 말을 해야 석두(石頭)인 제가 알아듣지요?”


“서방님의 등은 너무 편안합니다. 편안하면 사람이 게을러집니다. 올바른 생각을 못하고 잡생각만 납니다.”


“잡생각이라니요? 어떤 잡놈의 생각이요!”


“사람은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자고 있으면 꿈을 꾸게 됩니다. 서방님은 항상 저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듭니다. 이루지 못할 꿈을요.”


“그 꿈이 대체 뭐란 말입니까?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 준다고 합니다. 하물며 저의 색시인 부인이 시퍼렇게 두 눈 부릅뜨고 살아 있는데....... 어디 꿈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제 소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일단 이야기 해 보세요.”


“일단이고 이단이고 제 소원이 겁나십니까?”


“경험에 비추어 보면....... 솔직히 그렇습니다.”


“내외는 그렇게 솔직할 필요가 없습니다. 없어도 있는 척 있어도 없는 척 해야 되는 겁니다. 저의 무리한 소원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라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이 답답한 양반아!”


“알겠습니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그 소원.”


“차라리 벽을 보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눈치도 없고 코치도 없는 사람을 서방을 둔 내가 미친년이지.......”


“부인의 소원을 압니다. 저와 둘이서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는 곳에 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자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제가 한가하게 그런 꿈이나 꾸는 미친년으로 보이십니까!”



사실 막란의 말이 맞았다. 그의 등에 업혀 잠들다 보면 그런 꿈을 꾸는 것이 태반이다. 그 꿈은 어느새 윤서의 소원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현실을 외면하게 되는 막란의 등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후금의 침략에 대비해 조선을 지켜야 한다.




*




김철용의 본거지........

곽주의 황천고개에서 오랜만에 본 김철용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반정 이후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자 왕권 강화를 위해 지방의 세금 소출을 늘렸다고 한다. 때문에 방해가 되는 산적과 도적의 소탕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그 여파는 민란을 준비하는 김철용의 활동을 위축시킨 것이다.



“같이 오신 분들은 저희들과 같이 지내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관군들이 곧 여기까지 소탕하러 온다는 소문입니다. 마땅한 곳을 찾아 다시 옮겨야 합니다.”


“관군들도 문제이지만 명나라의 운이 다했습니다. 후금의 세가 더욱 강해지면 조선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오랑캐인 후금과의 협상은 없을 거라 합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새로 바뀐 임금의 권위를 위해 세금의 소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후금의 위협에도 군사력의 증강은 안중에도 없는 조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병을 일으켜 후금의 침략에 대비해야 합니다. 나라를 구해 주세요.”


“의병을 일으켜 봤자 소용없습니다. 지금의 왕과 신하들이 버티고 있는 한 우리가 후금을 상대해 이길 수 없습니다. 설사 이긴다 해도 저들은 우리를 적으로 몰 것입니다.”


“나라가 풍전등화입니다. 눈앞에 있는 적부터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과 조정의 신하들을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국정을 해야 합니다.”



윤서와 김철용은 생각이 달랐다. 윤서는 먼저 후금을 막자는 것이고 김철용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순서가 있다. 사람이 달라지면 방향이 바뀌고 방향이 바뀌면 세상이 변화된다는 이치다.


그러나 전쟁이 코앞이다. 언제 임금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켜 후금을 막는 군사를 키울 수 있단 말인가? 막란이 나선다.



“후금이나 임금을 요절내어 내쫓으려면 군사들이 필요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뭐라고 불러 드려야 됩니까? 수령님....... 장군님........ 아니면 임금님?”


“남들은 그냥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생각을 해 보세요. 후금이 조선을 먹잖아요?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임금도 우리도 모두 후금의 개가 됩니다. 그러기 전에 군사를 키워 후금도 막고 임금도 갈아치우면 됩니다.”


“우리가 후금과 싸우면 우리 뒤를 칠 놈들이 지금의 임금과 신하들이란 말입니다. 그들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의 모든 거사는 실패로 돌아갈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순서는 틀리지만 군사를 일으키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거사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요?”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지방의 관찰사 몇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군사와 사병을 합치면 족히 천은 될 것입니다. 각 지역의 우리 쪽 사람들의 수도 천은 되니 이천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양과 기호지방(경기)의 사람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양과 기호지방에 아버님을 따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생각이 올바른 분들이니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금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까? 모든 일은 재화의 문제입니다.”


“수십 년 준비한 일입니다. 무기와 재화는 만 명의 군사가 삼 년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막란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짓는다.



“더 많은 약탈을 해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후금의 군사는 백만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부인?”


“군사들의 숫자와 물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짱돌로도 행주산성에서 삼만의 군사를 이긴 전례가 있는 민족입니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함께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의지가 어떤지요? 전쟁과 사회변혁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십니까?”



김철용의 말대로라면 오랜 세월 같이 했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출발할 때에는 그의 꿈을 쫒아 같은 이상을 그렸을 지라도 강산이 변하는 세월 앞에서는 처음의 생각은 퇴색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간절함이 아닌 응당 그래야하는 생각에 함께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철용은 그래 보였다. 그의 꿈은 사상을 만들었고 그 사상은 틀을 만들어 그를 가두어 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후금이 쳐 들어온다 해도 나라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입니다. 기회가 온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입니다. 반정이 끝난 과도기입니다. 후금도 침략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다시없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김철용....... 다시 보니 재수 없는 놈이다. 이놈은 후금이 쳐들어오든 말든 그의 세상을 만들면 그 자리에서 죽어도 원이 없을 놈이다.



“먼 길을 오느라 산채 식구들의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쉴 곳을 마련해 주세요. 나머지는 몸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상의 드리기로 하지요.”



윤서는 김철용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헷갈렸다. 군사와 재화가 준비되어 있어도 뜻이 맞지 않는다. 군사를 일으켜 후금을 상대한다 하더라도 그 군사들을 빼내어 한양으로 갈 놈이다.


뜻을 함께 모아도 될지 말지 할 판인데 꿈속에서 사는 놈하고 거사를 함께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짱돌만 있어도 모두가 한 몸 한 뜻이 되어 움직일 수 있는 조선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




땅굴에서.......

오랫동안 거사를 준비한 것이 표가 난다. 지난 번 왔을 때는 허름한 움막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적들 모두 자기편으로 알고 자신들의 거주지로 인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풀로 둘러싸여 은폐가 완전한 곳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땅굴의 입구가 있었고 그 입구는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낯선 사람들은 길을 잃기가 쉬운 구조다. 안내하는 곳으로 그 땅굴을 따라가 보니 넓은 광장이 몇 군데나 나온다.


그 광장 몇 개를 지나면 화적들 이백의 숫자가 평생 동안이라도 살 수 있는 쉼터 수 백 개가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구조다. 김철용은 평생을 걸려 이 땅속 지하세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천 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 한다. 그런데 그의 사람들 삼백이 살고 있다하니 화적들을 합쳐 오백이다. 이런 걸 진작에 알았다면 명나라로 가 생 지랄을 하지 않았어도 편히 살았을 텐데 김철용이 원망스럽다.



“그때는 믿지 못했습니다. 뜻이 같다하여 모든 것을 보여 드릴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언제 죽어도 함께 죽을 운명입니다. 마음 놓고 지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곳이 몇 곳이나 더 있습니까?”


“.......”


“아직도 저희를 믿지 못하는 것입니까?”


“다섯 곳입니다. 몰려있지 않고 조선 천지 각 지역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김철용의 말끝이 불안하게 떨린다. 땅 속의 세계를 준비하느라 그의 몸과 마음이 전부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윤서의 물음에 그동안의 노고와 한이 복받쳐 올라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곳을 거쳐 간 분들은 얼마나 되는지요?”


“이곳은 마음대로 들어올 수는 있어도 마음대로 나갈 수는 없는 곳입니다.”


“아니 그런 말씀은 사전에 없으셨습니다. 제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른 분들의 의향도 알아봐야 합니다.”


“쫓기는 몸들이라 하시지 않으셨나요? 여기 외에 갈 곳은 있으십니까?”


“갈 데가 있든 없든 우리가 결정할 사안입니다. 일방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요가 아닙니다. 여러분들만이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새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임금의 욕까지도 앞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윤서가 뭐라고 쏘아 붙이려 하자 막란이 나선다.



“듣자하니 이 양반 완전히 꿈속에서 살고 계시네! 어떻게 대놓고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다는 거요! 임금 앞에서 어떻게 욕을 합니까? ‘이 씨부랄놈아!’ 아니면 ‘이 애비 애미 없는 호로 자식아!’ 이렇게요!”


“그만큼 평등한 세상이라는 겁니다. 반상의 구별도 없고 남녀의 차별이 없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뜻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겁니까?”



김철용이 눈치를 주자 수하들이 칼을 뽑아들고 그의 앞을 막아 보호한다.



“말했을 겁니다. 들어올 수는 있어도 허락 없이 나갈 수 없다고! 이곳은 우리가 통행하는 길을 막으면 여러분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죽어갈 것입니다. 우리와 뜻을 함께 하시겠습니까?”



김철용의 협박이다. 그와 함께 하지 않으면 화적 모두를 땅굴에 가두어 죽일 작정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의 아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10시에 업로드 됩니다. 선호작(★)과 추천을 꾸욱 눌러 주세요~~~ 24.07.26 58 0 -
73 서방님의 코를 실룩 거리세요 NEW 2시간 전 5 1 12쪽
72 찬란한 노을이 지면 24.09.18 8 0 11쪽
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24.09.17 10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10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13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6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11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1 1 12쪽
»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2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11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5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6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2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6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4 1 12쪽
57 王八! 24.09.03 15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9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8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5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21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7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6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7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7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6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