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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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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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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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DUMMY

막란은 상인의 이마에 인두가 아닌 칼로 노비(奴婢)라는 글자를 새긴다.


막란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상인의 옷을 모두 벗기고 혀를 자른다. 아마도 양반에 의해 고통 받았던 지난 날 기억에 대한 복수이리라....... 소를 채찍질 한다. 상인을 실은 함거(소달구지)는 앞으로 나간다.


윤서는 아무리 막란의 칼질에 적응되었다 하더라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도륙의 모습은 무서워 살이 떨렸다. 그러나 외면하지 않았다. 막란이 더 이상 그녀를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싫었다.



“부인은 위험합니다. 객주에 돌아가세요.”


“.......네 그리 하겠습니다.”



막란은 살생하는 것을 윤서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윤서도 그의 마음을 알기에 원하는 대로 해 준다. 함께 있어봤자 도울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막란과 바우 둘이서 화적들을 구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




김의영의 노예 창고에서.......

남자들은 이마에 노비라는 낙인이 모두 찍혔다. 살이 타는 냄새가 창고 안을 진동한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몸을 깨끗이 씻어 낸다. 여자들은 성적인 대상으로 아이들은 몸종으로 팔려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잠만 잔다. 그런데 숨소리가 심상치 않다. 불규칙하게 숨을 쉬는 것이다. 산모의 젖도 빨지 못하고 색색거리며 힘들게 잠만 잔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노예 사육장이지만 불법이다. 전쟁 포로는 노예로서 사고 팔 수 있지만, 월경한 이민자들을 잡아 노예로 삼는 행위는 국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김의영 창고는 외부노출이 어려운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감시자들도 많이 두었다.


막란과 바우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낮에는 감시자들이 너무 많아 화적들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밤이 되고 어두워지면 경계가 느슨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밤이 되자 경계가 더 삼엄해 졌다. 이십 보 거리로 감시자가 있었는데 저녁 때 부터는 열 보 간격으로 감시자를 붙였다. 대충 세어 봐도 이십 명은 족히 넘게 보인다. 차라리 낮에 일을 치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노예들은 언제 이동할 줄 모른다. 구매자가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화적들을 끌고 나갈 것이다. 그러기 전에 구해야 한다. 바우를 시켜 숲에 불을 지르게 했다. 감시자들의 관심을 돌려 창고 안의 화적들을 구하려는 생각이다.


다행히 감시자들이 숲 속의 불을 끄려 움직인다. 건물 네 채 중 감시자들이 가장 많이 있었던 건물로 막란이 움직인다. 바우는 숲 속을 돌아다니며 불을 크게 놓아 감시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창고 안의 문을 열려 하지만 쇠사슬에 자물쇠로 잠겨 있다. 열쇠를 구하지 않는 한 열 방법이 없다. 다시 주위를 살핀다. 유독 한 쪽에 창문이 있는 건물에 불이 밝게 켜져 있다. 막란이 그 건물 쪽으로 움직인다.


숲 속의 불은 더 크게 번진다. 바우가 역할을 다한다. 그 덕에 막란의 행동이 자유롭다. 불이 켜져 있는 창 밑으로 막란이 다가간다. 김의영이 엽전을 챙기고 있다. 막란이 몰래 들어가 김의영을 위협한다.


명나라 사람인 줄 알고 손짓 발짓을 섞어 열쇠를 내 놓으라며 칼로 김의영을 위협한다. 김의영이 막란을 빤히 본다. 그런 김의영의 목에 칼을 더욱 밀어 넣으니 피가 난다. 보통 이 정도의 위협이라면 겁을 먹고 막란의 말을 따른다. 하지만 이놈은 눈 깜짝 하지 않는다.



“네 놈이 아들놈이구나!”



우두머리는 조선 사람이었다. 객주 주인한테 조선 놈이 화적들을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두머리인 줄은 몰랐다. 나를 알아보는 걸 보니 벌써 꺽쇠 아비가 아들 자랑을 해 놓았나 보다.



“죽기 싫으면 열쇠를 내놔라! 사람들을 가둬 놓은 창고의 열쇠 말이다!”



“내가 열어주겠다!”



순순히 따른다. 그러면 그렇지 이제껏 막란의 위협에 말을 듣지 않은 놈은 보지를 못했다. 놈도 처음의 당당하던 눈빛과 다르게 이제는 막란의 말을 듣는다.


놈의 목에 칼을 대고 창고로 같이 움직인다. 감시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숲에 불을 끄러 간 것 같다. 숲의 불길도 점점 잦아든다. 창고의 자물쇠를 놈에게 열게 했다. 놈과 같이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캄캄하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그때다. 뒤통수에 섬광이 번쩍하다가 막란이가 무너지듯 쓰러진다.




*




창고 안.......

겨우 정신 차리고 일어나 보니 사슬에 묶여 김의영 앞에 널브러져 있다. 바우도 잡혀와 그의 옆에 묶여 있다. 감시자들이 많아 화적들이 잡혀 있다고 믿었던 창고는 위장이었다. 안에 김의영의 수하를 준비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애비를 생각하는 마음이 좋구나....... 아들놈이 구하러 올 것이라 하더니 틀리지 않았어.”


“어딨어! 우리 애비와 사람들은!”


“걱정마라 몸단장하고 치장하여 잘해 놓았다. 곧 만나게 해 주겠다.”


“이놈 네가 사람들을 노비로 만들어 파는 천하의 잡놈이 맞느냐!”


“네 놈들에게는 악감정은 없다. 내 일을 하는 것뿐이다. 뭐....... 이해를 못하겠으면 할 수 없고.”


“지금 풀어주면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다. 풀어라!”


“너두 봐서 알겠지만 이곳을 관리하는 데에도 사람을 많이 두어야 한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업종을 바꿀 수는 없다.”


“내 너를 찢어 죽일 것이다!”


“그건 맘대로 하고.......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말하지 않으면 많이 고통스러울 거다. 물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아프게 할 것이고....... 네 놈의 여편네는 어디 있느냐? 니 애비가 아들 내외라 했거든.”


“.......죽었다. 조선에 갔다 괴질에 걸려 죽었다.”


“동생이냐? 이놈은 네 애비가 말이 없었는데.......”


“모르는 놈이다. 나하고 상관없는 놈이야.”



바우까지 끌어들이기는 싫었다. 분명 윤서의 행방을 알려고 고문을 할 것이 틀림없을 텐데 바우만은 지켜주고 싶었다.



“그럼 이 놈부터 시작해도 되겠네.”


“아니 그러지 마! 나를 고문해라!”


“把它倒過來掛起來!(거꾸로 매달아라!)



수하들이 바우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형님 전 죽어도 괜찮아요. 형수님만은 지켜주세요!”


“開始吧!(시작해라!)



몽둥이를 들고 바우를 사정없이 패기 시작한다. 차라리 막란이 자기를 고문하면 이렇게 까지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우가 짐승 같은 신음을 내면서 죽음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이놈은 몸 안의 내장이 터져 죽게 될 것이다.”



바우를 살리느냐 윤서를 살리느냐 기로에 서 있다. 어미가 맞아 죽을 때 그 아픈 기억이 살아났다. 아직도 지옥 불에서 고통 받는 어미의 꿈을 꾸다 놀라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막란은 바우를 살리기로 했다.



“하지 마! 말하겠다....... 제발 살려줘!”



그제서야 바우의 매질을 멈춘다. 바우는 정신을 잃었다.



“네 마누라는 지금 어딨느냐?”


“.......객주 집에 있다. 네 놈들이 사람들을 데려온 그 객주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거짓이라면 저 놈의 목숨은 네가 끊어 놓게 될 것이야.”


“거짓이 아니다. 거짓이라면 내 목숨도 끊어 놔라!”


“사실이라면 네가 저 놈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다. 그걸로 만족해라.”



어쩔 수 없다. 윤서를 이놈들에게 넘겨야 한다. 기절한 바우를 안고 윤서를 부르며 오열한다. 막란이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것 같다.


김의영은 수하 둘을 데리고 직접 윤서를 사냥하러 갔다. 거란족 여인의 나머지 몸값도 지불한다고 했으니 황금도 많이 지녔을 것이다. 그래서 막란과 바우 둘의 노예로서의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그녀의 거처를 알아냈다.


다른 화적들의 창고에 막란과 바우가 넣어졌다. 바우는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살점이 터져 망신창이가 되었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어혈을 풀려 팔 다리를 주무른다.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는 것 같다.



“아비....... 어쩌면 좋소? 부인이 죽게 생겼소.”


“아씨가 왜?”


“내가....... 있는 곳을 말해 버렸단 말이오.”



바우의 상태를 보니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됐다. 이 마당에 누가 누구를 살릴 수 있단 말인가? 김의영을 믿었던 꺽쇠 자신이 죽도록 원망스럽다. 이 모든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노비로 살게 된 것이다.



“막란아 이 애비를 원망해라. 내 죽어도 아씨에게 지은 죄를 못 갚고 죽겠구나.”



다른 사람들과 꺽쇠의 몰골도 말이 아니다. 이마에는 노비라는 화형이 찍혀 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머나먼 타국 땅에 와서 노비로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윤서도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나 누군가의 성 노리개로 살게 된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죽었다. 한 많은 어미의 뒤를 따른 것이다. 덴년이의 슬픔이 온 세상을 울린다. 모지리가 죽었을 때 보다 더하다. 모지리는 세상을 살아보았다. 그러나 태어난 아기는 젖 한 번 물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것이다. 덴년이는 아기를 가슴에 묻었다.


남자 화적들이 있는 창고 문이 활짝 열린다. 가을의 햇살이 들어오면서 화적들의 눈이 감긴다. 잠시 눈을 들어 확인하니 윤서를 사냥하러 간 김의영이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다.



“이놈! 내 가만두지 않겠다!”



객주 집에는 윤서가 없었다. 막란과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다행이다. 그녀만이라도 붙잡히지 않아서....... 그런데 바우의 목숨이 다시 위험하게 되었다. 바우와 막란은 다시 끌려 나간다.


마당에서 바우의 목을 당장이라도 내려치려는 듯 김의영 수하들이 양 옆에서 긴 칼을 높이 들고 있다. 쇠사슬에 묶인 화적들 모두 불러내어 지켜보게 한다.



“네 이놈....... 나를 능멸한 죄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거짓이 아니다. 분명 그 객주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단 말이다.”


“이놈! 끝까지 나를 기만하여 욕을 보이려 하는 구나! 이놈을 죽이고 저 년도 죽여주마!”



덴년이를 가리켰다. 얼굴에 화상을 입어 값어치가 없는지 화풀이로 덴년이까지 죽이려는 거였다. 꺽쇠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놀라 그녀에게 다가가려 기를 쓴다. 하지만 묶여 있는 사슬에 어쩔 수 없이 발버둥만 칠뿐이다.



“안된다고! 차라리 나를 죽여라! 저 사람들은 죄가 없단 말이다!”


“你在做什麼 殺了我!(뭣들 하느냐 죽여라!)



수하들이 바우의 목을 베려 하는데 윤서가 숲에서 걸어 나온다. 김의영과 화적들이 놀라 윤서를 바라본다. 막란은 도망가라며 손짓을 한다. 화적들도 윤서보고 도망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윤서가 불타는 눈빛으로 김의영을 쏘아본다.



“네 이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김의영이 어안이 벙벙하다.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어 하는데....... 윤서 뒤에 있는 숲에서 홍자성과 함께 관군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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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2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2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2 1 12쪽
57 王八! 24.09.03 13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2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8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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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5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4 0 12쪽
»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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