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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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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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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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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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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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헌터와 바다 (1)

DUMMY

철벅! 철벅!


백상아리가 작살을 털어내려 몸부림쳤다.

하지만 꽤 세게 박혔는지, 작살은 등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피만 왕창 흘렸다.


'안 되겠다!


작살을 털어내는 건 포기하자.


'대신, 녀석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도록,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야지.'


사실, 백상아리 자신도 진짜 상어처럼 아주 깊은 심해는 못 내려간다.

세간에는 그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변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것도 특성인데, 어찌 한 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많이 쳐봐야 여섯 시간이 한계였다.

그래서 그도 너무 깊은 곳은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저 미친 E급 헌터가 작살과 연결된 로프를 놓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저 로프의 길이 정도까진 내려갈 수 있으리라.


꾸르륵.


백상아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몸으로 여기까지 내려올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백상아리 자신을 여기까지 따라온 헌터는 그가 처음이었다.

돌아간다면, 이 원한은 잊지 않으리라.


뜨끔, 뜨끔.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살에 박힌 등 쪽에서 뜨끔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느껴졌다.

등에 박힌 작살이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왜지?'


어디 바위에 걸렸나?

아니면 지나가던 물고기에 스쳤나?

뭐 그런 거겠지.

현재의 그는 인간의 몸이 아니라서 뒤를 돌아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사신을 감지하는 게 조금 늦었다.

산소통을 메고, 두 팔로 로프를 잡아 한 발 한 발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사신을 말이다.


***


'나야말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라 이거야.'


백상아리 녀석이 잠수를 타기 시작했을 때.

난 결심했다.

보트를 버리고, 녀석을 따라 들어가기로.

다행히 보트 안에 장비가 뭐가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는 훤히 꿰고 있었다.

삼 주 동안 그것들을 열심히 정비한 게 나였으니까.


'그것들을 이렇게 전투에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스르륵.


로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서둘러 산소통을 메고, 스노클과 마스크를 장착했다.


'이거, 심해용은 아닌데. 설마 아주 깊게 들어가진 않겠지?'


정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놓고 수면 위로 올라와야겠지만.

그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거기다, 아까 한 번 합을 주고받은 결과, 비록 A급과 E급의 싸움이지만 아주 승산이 없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내가 S급에 EX 급 특성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겠지.


[신체 강화]


'준비 완료!'


첨벙!


로프를 손으로 번갈아 잡으며, 녀석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나를 완전히 떨쳐냈다고 생각했는지, 녀석의 스피드가 조금 느려졌다.

그리고 더 깊게 내려가지도 않았다.

줄 하나로 백상아리에게 다가가야만 하는 나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살랑살랑.


유유히 바다를 가르는 지느러미가 보였다.

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녀석은 살랑살랑 잘도 움직였다.


턱.


드디어, 작살에 손이 닿았다.

한 손에는 작살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론 주머니에 꽂아 놨던 식칼을 꺼냈다.

비축해 놨던 마나를 그 안에 고루 흘려보낸 후.


푸욱!

서걱서걱.


녀석의 등을 찔렀다.

그리고 그 상처를 넓히고, 벌어진 상처 사이를 계속 공격했다.

내 마나가 그의 안쪽 깊숙한 곳을 마구 긁어댔다.

오늘 회 제대로 뜨는 날이다.


"우으으."


요상한 소리를 내며, 녀석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유원지에 가끔 있는 투우 기계를 본 적 있는가?

그 기계보다 훨씬 더 크고, 열 배는 더 미쳐있는 기계에 올라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도 본질은 사람이지.'


백상아리, 네 녀석의 한계와 나의 한계.

이번 전투의 결과는 둘 중 누구에게 그 한계가 더 빨리 오느냐에 달려 있었다.


***


서해의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인 만리포 해수욕장.

그곳에는 아침부터 나온 피서객들이 꽤 있었다.

6월 초에 휴가를 나온 이른 피서객들은, 일찍부터 해변으로 나와 파라솔에서 쉬거나 해수욕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 여기 자리 맡아놨어!"

"오빠, 우리 아메리카노 마시자."

"바다는 지금 들어갈 거야?"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이런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에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 비명의 이유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닷물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그 붉게 퍼지는 것은 누가 봐도 피였다.


삐이이익!


안전 요원이 급히 호루라기를 불었다.

확성기를 통해 긴급 안내방송까지 나왔다.


"현재, 바다에서 이상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해수욕 중인 분들께서는 서둘러 뭍으로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바다에 있는 분들은 당장 밖으로 나와 주세요!"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나오기 시작했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행히 그사이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검붉은 피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찰칵!


"이게 대체 뭐야?"

"설마 해상에서 게이트가 생긴 것 아냐?"

"그럼, 우리 전부 다 도망쳐야 하는 것 아냐?"


몇몇 사람들은 두려움에 차를 타고 해변을 빠져나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를 카메라에 담으며 해변을 따라 쭉 서 있었다.

아직 뭔가가 나온 것도 아니고, 이 현상이 마냥 신기하기도 했으니까.

안전 요원들도 일단 다들 피신시키기는 했는데, 이제부터 뭘 어째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요원 중 한 명이 수화기를 들었다.


"네, 거기 경찰이죠? 여기 이상 현상이 일어나서 그런데···."


촤아아악!


그때, 바다에서부터 뭔가 엄청난 것이 솟아올랐다.


"악, 저게 뭐야?"

"상어?"


물보라를 일으키며 등장한 것은 집채만 한 상어였다.

그것이 허리를 활처럼 휘며 솟아오르는 장면은, 장관이라고 할 만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 광경에 놀랐고.

두 번째로는 그 엄청나게 큰 상어 괴물의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후두둑.


보던 사람 중 일부는 얼굴에 그 핏방울을 맞은 사람도 있었다.


"저기 등 좀 봐봐!"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상어의 등으로 향했다.


"사람이야!"

"미친! 저기 사람 있어요!"


상어 괴물의 등에 꽂힌 막대기를 잡은 노란 머리의 한 남자가.

간신히 매달려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빨리 헌터 불러요!"

"저거, 몬스터인가 봐."


잠시 말을 멈췄던 안전 요원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여기, 경찰뿐만 아니라 헌터들도 파견해 주세요. 지금 헌터 한 명이 거대 몬스터와 싸우고 있습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사실은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는 PVP 전투였지만.

이곳 사람들 눈에는 커다란 상어 괴수와 혈투를 벌이는 인간의 대결로 보일 뿐이었다.

그 후로도 두어 번.

상어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솟았다 꺼지기를 반복했고.

그럼에도 남자는 악착같이 매달려 계속 뭔가를 가지고 등을 찌르고 있었다.


"히, 힘내요!"

"파이팅~!"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로로 든 채 응원하는 장면도 저 전투 못지않은 장관이었다.


"우으으."


그때 괴수의 포효 소리가 한 번 들리고.

다시 크게 솟아오른 상어가 해수면으로 처박혔다.


철벅!


하지만 이번엔 물에 둥둥 뜬 채 다신 움직이지 않았다.


"와아아아!"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대부분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었는데.

그래서 사람이 몬스터와 싸우는 장면을 실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몬스터를 동물원 같은 곳에 가둬놓고 볼 수도 없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오늘의 싸움은 큰 울림을 줬다.


'아, 헌터들이 저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구나.'

'우리가 그 덕에 이렇게 편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었던 거구나.'


괴수와 맞선 인간의 승리 앞에서.

그들은 갑자기 헌터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아,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런 숭고한 장면을 촬영하게 되다니. 저 이름 모를 헌터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개중에는 벌써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 상황을 너튜브로 전달하고 있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진짜 감동을 받은 건지, 조회수를 끌어 올리려고 하는 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게이트에서만 일어난다는 헌터의 전투를 직접 목도한 사람들의 놀라움과 감동 덕에, 조회수는 엄청나게 오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악착같이 싸울 수가 있지?

-감동이다 정말.

-저건 유공자 대우 해 줘야 함.

-에이, S급 게이트를 공략한 것도 아니고 그건 좀 너무 갔지.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잖냐. 너 문해력 딸림?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의 반응이 벌써 심상치 않았다.


'오늘 여기 오길 잘했네!'


그 치솟는 숫자에, 너튜버는 속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


위잉위잉.


저편에서 경찰차와 커다란 지프차가 해변으로 굴러들어 왔다.

지프차에서 내린 건 근처 '필승' 길드의 헌터 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전부 선글라스를 쓰고 군인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이었다.


"잠시 비켜 주십시오."


그들은 신속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보트와 구명 장비를 가져왔다.

잠시 뒤, 경찰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헌터들은 커다란 상어가 늘어져 있는 바다로 출발했다.


'잠깐, 이거 설마?'


필승의 길드장인 '해병만세'헌터는 실제 상황이 신고 내용과는 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늘어져 있는 상어에게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나는 몬스터와 상극이다.

고로, 이 징그러운 녀석은 변신 특성을 가진 헌터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 그런 놈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


턱.


드디어 보트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상어의 위로 올라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봤다던 '그 남자'의 생존 여부였으니까.


"오우, 이건 장난 아니네."

"여기서 대체 무슨 싸움을 벌인 거야?"


가까이서 본 상어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수십의 자잘한 상처들이 온 등을 메우고 있었고.

군데군데에는 아주 깊게 파인 자상도 눈에 띄었다.

길드장인 해병만세도 여기서 어떤 싸움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대장! 여기 사람 있습니다! 숨 쉬고 있어요!"


이런 반가운 말이!

해병만세는 서둘러 길드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거기엔 떡실신이 된 노란 머리의 남자가 엎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한 손은 상어의 등에 꽂힌 작살을 꼭 쥐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다.'


"괜찮으십니까, 말할 수 있으세요?"


남자를 반듯하게 눕힌 길드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으으."


누워있던 남자는 작게 신음했다.

필승 길드원들은 그제야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일단 이 남자는 생각보다 꽤 어려 보였다.


'이십 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데? 허, 그런 나이에 어떻게 이런 끈기가.'


해병만세는 순간, 이 남자의 소속 길드가 없다면 자신이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강인한 남자라면, 그는 언제든 환영이었으니까.


"아파 뒤질 거 같아요."


남자의 또렷한 목소리에 필승 길드원들이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저희가 병원으로 빨리 모시겠습니다! 들것에 실을 테니 아파도 조금만 참으세요."


실려 나가는 와중에도, 남호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강화 A]


저 백상아리 녀석과 싸우는 사이에, 강화 특성이 B에서 A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순수 체력 대결에서는 A급 헌터나 몬스터에게 그리 쉽게 밀리진 않을 것이다.


'이제 S급도 곧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협회의 안낙현은 사무실 안에서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벌써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른 남호의 전투를 감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상을 확대해 그의 얼굴을 자세히 공개한 너튜버도 있었다.


'아니, 식칼 님. 조용히 살 거라면서요? 활약 공개하지 말아 달라면서요?'


이렇게 퍼져버린 건 이제 협회라 할지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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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3,879 112 14쪽
53 조우 (2) +4 24.09.12 4,160 113 13쪽
52 조우 (1) +3 24.09.11 4,519 115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4,846 118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5,326 116 14쪽
49 쾌보 +3 24.09.08 5,675 143 12쪽
48 기선 제압 +3 24.09.07 5,910 150 13쪽
47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073 124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6,347 125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6,625 138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6,840 132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164 143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7,334 148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7,604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23 156 14쪽
39 대련 (2) +7 24.08.29 8,158 149 14쪽
38 대련 (1) +1 24.08.28 8,489 155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8,638 152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14 178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9,178 157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9,281 171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9,539 175 14쪽
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9,785 159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9,992 170 13쪽
30 고속 승진 (2) 24.08.20 10,321 173 13쪽
29 고속 승진 (1) +4 24.08.19 10,629 19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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