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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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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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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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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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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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떨어지는 놈 (1)

DUMMY

촤아악.


"어, 저기 봐! 상어야!"

"어떡해, 사람이 매달려 있어."

"우와 싸우는 거 미쳤다!"


흰고래가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신입이 그 씹어먹을 백상아리와 싸우는 영상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러 채널과 방송을 돌며 계속해서 그 영상을 봤다.

그것은 볼 때마다 늘 새롭고 짜릿했다.


'허, 이놈 참. 밤새 이렇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니.'


어디서 이런 놈이 뚝 떨어진 걸까.

마치 신이, 자신을 불쌍히 여겨 전투에 특화된 천사라도 내려준 것 같았다.


"흐흑흑, 아버지. 저 너무 기쁩니다."


병문안을 온 아들은 처음엔 의젓하게 자신을 간호했다.

하지만 아들에게 은인인 신입 헌터의 이야기를 해 주고.

그가 어떻게 싸웠는지 이야기했을 때, 아들은 답지 않게 아버지 앞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다리를 다쳤을 때조차 울지 않았던 아들이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벅찼으면 그랬을까.

그동안 속으로 자신을 평생 못 걷게 만든 놈을 얼마나 증오하면서 살았을까.


"울지 마라. 나도 기쁘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흰고래는 아들을 부여잡고 함께 한참 동안 울었더랬다.


"아버지, 저 나중에 그분께 인사를 하고 싶어요."

"그래. 나랑 같이 가서 꼭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자."


흰고래는 그때 희한한 감정을 느꼈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지는 감정을.

아마 백상아리 녀석 때문에 생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진 것이겠지.


***


이름이 알려져 버렸다.

뉴스에도 나오고, 너튜브에도 나왔다.


"오늘은 화제의 인물, 백남호 헌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올해 초까지 폐급 헌터였습니다."


국뽕 전문 너튜버의 영상은 역시나 자극적인 첫마디로 시작했다.


"E급에, 파티장의 명령에 불복해 블랙 리스트에 오른 폐급 헌터요. 그래서 그는 길드에도 들어갈 수 없었으며, 오로지 용역 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뭐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러다 그는, 협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돈을 벌 목적으로 한 달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지부장과 거래한 부분은 당연히 사람들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용돈벌이를 위해 관리소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강한 녀석을 잡고 싶다는 열정. 그리고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정이."


윽, 등이 근질근질하다.

소름이 돋은 모양.


"그리고 때마침, 그에게 적수가 나타났습니다. 무려 A급의 블랙 리스트 헌터가요. 그 녀석은 무려 십 년 전, 우리 해군을 공격했던 그 중국 헌터 '백상아리'였습니다."


내 전투 장면이 토막토막 편집되어 나왔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그는, E급이었지만 A급 헌터에게 밀리지 않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


'그만 보자.'


오글오글.

손가락이 말려 들어간다.

국뽕 치사량의 한계가 온 것 같아 영상은 이만 종료했다.


'에이, 모르겠다.'


그날 밤은 이런 것까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서로 몸부림치는 싸움만 계속되었을 뿐이다.


'나중엔 거의 무아지경이었지.'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의사는 내게 여덟 개의 뼈 골절과 수십 개의 타박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거기에 녀석의 날카로운 이에 물린 곳도 세 군데여서, 까딱 잘못했으면 감염이나 출혈로 죽을 뻔했다고.


'아마 헌터가 아니었다면, 신체 강화 특성이 딱 그 순간 A급이 되지 않았다면 난 녀석을 잡을 수 없었겠지.'


벌써 내가 여기 실려 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움직임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다 큰 아들의 병수발을 두 번이나 하고 있는 어머니에겐 많이 죄송했다.


"아이고, 제발 네 몸 좀 생각해라 남호야."


씻지 못하는 나를 물수건으로 닦아 주시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 말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어 그저 옅게 웃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쉬긴 했지만, 잔소리를 더 하시진 않았다.

내가 가는 길, 그리고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 마음이 그저 고마웠다.


"그나저나 병원 앞에 기자들이 꽤 있다? 남호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슥.


병실 커튼을 걷었다.

밖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맨을 하나씩 대동한 채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개중엔 날 보러 온 것을 들키고 병원에서 쫓겨난 사람들도 있었다.


"조용히 나가야겠네."


다시 커튼을 닫으며 말했다.


"나도 엄연히 헌터니까, 이제 저렇게 알려질 때도 됐지. 뭐."

"그런가?"

"그럼. 곧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 어차피 랭킹 시스템에 이름이 올라갈 거야. 그때부턴 오히려 이름을 감추는 게 아니라 드러내면서 등급을 올려야 하는걸?"

"근데 남호야."


엄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길드 갈 성적이 되지 않는다며? 분명 올해 초 시험 볼 때만 해도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리곤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 블랙 리스트는 어디에도 못 간다고도 했고."


엄마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움츠러드는 어깨가 안타까웠다.

난 엄마의 쪼그라든 어깨를 쫙 펴주며 말했다.


"이제 갈 수 있어. 봐봐. 이렇게 좋은 일 했다고 다들 칭찬해 주잖아. 협회에서, 이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면 갈 수 있다고 했어."

"그게 정말이야?"

"그럼. 지부장인가 하는 높은 사람이 직접 말해줬는걸?"

"그것 참 잘 됐구나!"


엄마는 보기 드물게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선 본인이 알고 있는 '길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난 물론 전부 다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엄마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들었다.


"내가 길드에 들어가는 게 왜 좋은 거야?"

"아유, 넌 참 당연한 걸 묻는다? 길드에 가면 4대 보험도 되고 너도 여기저기 떠돌지 않고 한 군데에 정착할 수 있잖아."


이게 바로 맨날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인가?

역시, 부모님들은 자식이 어디 좋은 데 들어가서 명함도 파고 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곧 그 소원 이뤄드릴게요.'


퇴원하기만 하면, 난 이제 길드에 들어가 일하게 될 거다.

이제 곧 초면이지만 초면이 아닌 내 옛 인연들을 만나게 되겠지.


***


헌터 협회의 서울지부.

주간 회의를 끝낸 안낙현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안에는 결재 서류를 든 김 대리가 미리 와 있었다.

그를 본 낙현은 씩 웃었다.


"보통 열 시에 오지 않나? 오늘은 일찍 왔네?"

"아, 그렇습니까?"


저 천연덕스러운 것 좀 보소.


"그냥 솔직히 말해. 회의 결과가 궁금해서 빨리 왔다고."


그의 말에 김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실은 결과를 들으려고 한 시간 일찍 온 거 맞습니다."

"하여튼, 넌 재미 없다니깐."


낙현은 옆에 설치된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한 잔 따랐다.


호록.


그리곤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널브러졌다.


"나 혼났다. 왜 그런 걸 네 맘대로 처리하느냐고."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럴 땐 위로를 먼저 해 줘야 하는 것 아냐? 뭐 하여튼 역시 윗대가리들은 융통성이라곤 하나도 없더라고. 만일 우리 식칼 헌터님께서 이번에 큰 공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길드 가입 승인은 어려웠을 거야."

"어려웠을 거라는 말은···?"


펄럭.


낙현이 자신이 들고 온 서류철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거기엔 낙현의 직인부터, 최종 승인자의 직인이 모두 찍혀 있었다.


"그래. 최종 승인이 났다. 이제 그 사람은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길드에 들어갈 자격을 갖췄어. 하지만 다른 E급 헌터들이 이 제도를 막 사용할 수 없도록, 이번 공적에 따른 '특별 포상' 개념으로 권한을 줄 거라더군."

"어쨌든 그 사람에게는 잘된 일이군요."

"그렇지. 명분 따위야 그 사람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을 테니까. 중요한 건 길드에 갈 수 있느냐 마느냐였지."


달칵.


낙현이 바깥에 있는 직원에게 말했다.


"식칼 헌터님에게 문자 좀 보내 주세요. 협회의 승인이 났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저편에서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낙현은 큰 숙제를 하나 끝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유가 생기자, 미뤄뒀던 의문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근데, 그 헌터님은 왜 청파랑으로 가려고 하실까?"

"거기가 검술의 명가니까요. 대한민국에서 나름대로 역사 깊은 곳이기도 하고."

"흠, 그런가. 하지만 거긴 좀 꽉 막혔잖아? 그 사람이 지내기 불편할 텐데. 거긴 협회만큼이나 예외, 그리고 변화를 싫어한다고."

"어린 부길드장에게 실권이 넘어갔으니, 이제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 대리의 말에 낙현이 고개를 저었다.


"김 대리, 길드에 대해선 조사를 하나도 안 해봤구만? 거기 부길드장은 벽창호야. 심지어 길드장인 자기 아버지보다도 더 꽉 막혔다고."

"아, 그렇습니까."

"거기다 괄괄한 수장들이 떡 버티고 있으니, 어리고 튀는 식칼 헌터 같은 사람을 좋게 볼 리가 없지. 오히려 올림포스 같은 유연한 신생 길드가 그에게 더 잘 맞았을 거야."

"하지만."


김 대리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지금 대화의 주제인 식칼 헌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목적 없이 단순히 인지도만으로 청파랑에 가려고 하는 건 아닐 겁니다."


김 대리가 본 식칼은, 호전적이고 감정적이지만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와 함께 싸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를 의지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궁금한데 나한테 알려 주지도 않고. 기다릴 수밖에 없나."


따르릉.


그때 낙현의 수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네, 안낙현입니다."

"지부장님, 식칼 헌터의 답신이 왔습니다. '승인 문서를 바로 청파랑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답니다."

"크크, 알겠어요."


수화기를 끊은 그가 작게 웃었다.


"하여튼 행동력은 엄청나시다니까. 거기다 우리 협회도, 그 청파랑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말이지. 그 배짱 하나는 내가 인정한다."


커피를 한 번에 쭉 들이킨 낙현이 모니터를 켰다.


"일단 내게 문서를 빨리 보내라 지시하셨으니, 얼른 공문을 보내 줘야겠군."

"그거 하시고 나서 이 문서들도 검토 요청합니다."

"아우, 나 이제 회의 끝났어. 왜 이렇게 못 부려 먹어서 안달이야?"


하지만 이런 낙현의 타박은 늘 들어온 것이기에.

김 대리는 아무렇지 않게 서류 더미를 올려놓고 휙 나가 버렸다.

그리고 낙현이 보낸 협회의 길드 가입 승인서, 그리고 A급 헌터 아테나의 추천서와 남호가 보낸 입단 신청서를 받은 청파랑에서는.

이 안건을 수장 회의에 올렸다.


"거절하세요."


그리고 이 안건이 올라오자마자, 청파랑의 다섯 수장 중 한 명인 '여포'가 이렇게 말했다.


"E급인 것까지도 봐주겠습니다. 실력이야 올리면 되고, 정 안되면 허드렛일만 시키면 되니까. 하지만 블랙 리스트요? 어림없지."


자신을 노려보는 여포를 보며, 부길드장 '청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으니, 우리가 그를 거절할 이유가 마땅치 않습니다. 거기다 그는 일급 현상범을 잡은 큰 공적도 가지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여포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서 자길 공격하는 놈이 있으면 맞서 싸우는 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모든 헌터들이 다 그렇게 일합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이놈은 받지 마십시오."


여포는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


"격 떨어지는 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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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극강의 비기 (3) +2 24.09.15 2,696 88 12쪽
55 극강의 비기 (2) +2 24.09.14 3,485 101 12쪽
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3,878 111 14쪽
53 조우 (2) +4 24.09.12 4,160 113 13쪽
52 조우 (1) +3 24.09.11 4,518 115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4,846 118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5,326 116 14쪽
49 쾌보 +3 24.09.08 5,675 143 12쪽
48 기선 제압 +3 24.09.07 5,909 150 13쪽
47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072 124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6,345 125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6,625 138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6,838 132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164 143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7,333 148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7,604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21 156 14쪽
39 대련 (2) +7 24.08.29 8,157 149 14쪽
38 대련 (1) +1 24.08.28 8,488 155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8,637 152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14 178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9,178 157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9,280 171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9,538 175 14쪽
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9,783 159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9,989 170 13쪽
30 고속 승진 (2) 24.08.20 10,321 173 13쪽
29 고속 승진 (1) +4 24.08.19 10,628 19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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