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화롱
작품등록일 :
2024.07.23 19:01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619,877
추천수 :
10,967
글자수 :
331,591

작성
24.08.17 21:15
조회
10,718
추천
171
글자
11쪽

규격 외 괴물헌터 (2)

DUMMY

"지금 저걸 들고 싸우겠다고 나온 거야?"

"시험이 장난인 줄 아나 본데?"


황파 길드원의 태도는 금세 다른 지원자들에게도 전염됐다.

그들 중에선 블랙 리스트 헌터는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안 사람도 있었다.

그가 칼을 쥐게 된 내막을 알게 되자, 사람들의 눈에는 짧은 식칼을 든 88번이 좀 없어 보였다.


"지식만 있지, 실제 능력은 좀 부족한가 봐."

"난 솔직히 아까의 그 점수도 의심스러워."

"풉! 근데 저 칼 말이야. 진짜 웃기지 않아? 알록달록하잖아."


그들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몬스터 앞에서 토마토가 그려진 식칼을 들고 싸우는 헌터라니.

하다못해 만화에서도 그런 헌터가 나온 적은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 소란을 본 사회자가 둘에게 헐레벌떡 달려왔다.

황파의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아, 백파의 우장님. 이놈이 무기랍시고 가져온 것 좀 보십쇼."


황파 녀석이 88번의 칼을 가리켰다.


"식칼입니다. 요리할 때 쓰는 그거요!"


황파 헌터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쭉 폈다.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우장이란 사람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순간 남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놈도 나한테 뭐라고 하려나?'


그런데, 우장은 의외의 말을 했다.


"규정에 반드시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말은 넣지 않았습니다. 식칼이든, 주먹이든 헌터는 자신의 마나로 싸울 수만 있으면 됩니다."


'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남호는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도 높은 자리에 있는 놈은 생각이란 걸 하긴 하는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우리 수장님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88번이 시험을 보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오 분 뒤에 레이스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우장은 이제 다 끝났다는 듯 뒤돌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결국 88번은 시험을 보게 되었다.

황파의 길드원은 더 할 말이 남았는지, 씩씩대며 우장을 따라갔다.

그리곤 레일 옆에 설치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우장에게 다가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연 수장님의 명령을 지금 어기겠다는 겁니까?"


그의 말에, 우장이란 자의 몸에서 기세가 확 일었다.

마나를 일으킨 것이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그 기세는 꽤 거칠었다.


"악,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 시험은, 길드장 백호님의 승인을 받은 우리 백파의 수장님께서 총괄하고 계십니다. 황파는 그저 안전과 보안을 도와주는 도우미일 뿐. 그러니 모든 권리는 우리 성현님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휙.


우장이 무서운 낯으로 상대를 노려봤다.


"그러니 앞으로의 이의 제기는 제가 아닌 성현님께 하는 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그런 건."

"아니면, 길드장 정백호 님께 하는 걸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황파의 '도우미'일 뿐인 헌터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래간만에 이연에게 잘 보일 수 있었던 기회를 빼앗겨 기분이 몹시 나빴다.

블랙 리스트 녀석에게 망신을 좀 주려다 되려 자신이 당했을 때부터.

왜인지 그가 하는 일은 자꾸 어긋나기만 하고 있었다.


'진짜 거지 같네.'


좀 떨어진 스타트 지점을 돌아보니, 6조의 헌터들이 시험을 위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개중엔 당연히 그 88번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저 자식 나가떨어지는 거나 보면서 기분 풀어야겠어.'


그래.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자신이 굳이 나서서 녀석을 지켜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 칼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


'아, 어쩌라고 다들 지랄이야.'


나답지 않게 오늘은 화가 좀 난다.

내가 개망나니였던 건 사실이다.

블랙 리스트인 것도 사실이고.

식칼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화가 나는 건, 녀석들이 내 칼을 모욕해서겠지.


'조장! 이거 어때? 내가 눈 빠지게 후기를 뒤져서 찾아낸 거야.'

'이게 그림이 좀 웃기긴 하지만, 시중에 나온 식칼 중 가장 잘 썰리는 제품이래.'

'그래도 칼집이 있으니 전에 것 보단 낫지?'


내 친구 정수가 열심히 고르고 골라서 사준 칼인데.

옆에 있는 지원자들과 그 황파 놈은 이걸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다.

물론 이 자리에 정수는 없지만.

그리고 이 이야긴 절대로 녀석에게 하지 않을 거지만.

그럼에도 마음에서 불이 차올랐다.


'열불나.'


회귀한 이후엔 별로 감정의 큰 변화가 없었다.

미래와 주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어서였겠지.

그런데 오늘은,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제대로 화가 났다.

저들의 입을 닥치게 하고 싶었다.


샥.


칼집에서 칼을 빼 들었다.

거기다 내 마나를 흘려 넣었다.


우웅.


'너도 속상하냐?'


내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식칼에서 우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다른 지원자들이 가진 어떤 명검보다도 이게 백 배 낫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블랙 리스트라는 오명과 싸우면서, 나도 슬슬 한계에 달한 모양이다.

이런 치기 어린 생각이 드는 걸 보니까.


'이렇게 된 거, 이번엔 한 번 최선을 다해 보자.'


오늘의 이 레이스는 화풀이였다.

나와 내 식칼을 놀린 것에 대한 화풀이.


[유저의 강한 마음에 기술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충격파 Lv. 50 > 80.]


마나를 터트릴 수 있는 그 기술의 레벨이 올랐다.

이제 전보다 내 마나를 좀 더 유연하고 세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오냐, 잘 됐다. 마침 타이밍 죽이네.'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출발이 머지않았다.


‘3, 2, 1. START.’


퍼엉!


[신체 강화]


내 A급 특성인 '신체 강화'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 덕에, 레이스가 시작하자마자 7미터 정도를 오로지 점프만을 이용해 뛰어넘었다.


"이 새끼들아. 무기가 단 줄 아나!"


주어진 시간은 삼십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 여기에 있는 우매한 녀석들에게 내 전성기 시절 힘의 일부를 보여줄 생각이다.


***


퍼엉!


레이스가 시작하자마자, 88번이 날아올랐다.


"뭐야?"

"날아오르는 특성?"


그는 5미터가 넘는 정도의, 말도 안 되는 거리를 한 번에 도약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새 같았다.

그 후, 완벽한 착지를 보여준 그는 미친 듯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달리는 속도마저 다른 지원자의 세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속도가 빠른 그였기에, 88번은 순식간에 E급 여왕개미를 만났다.


카가각.


그를 본 여왕개미가 침을 뚝뚝 흘렸다.

전에 10번 지원자는 여왕개미와 대치 후, 정확한 위치에 서서 정확하게 검을 가로로 그었었다.

모든 게 완벽한 계산이었다.

관람하던 사람들은 전부 그 정확도와 치밀함,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검술 실력에 감탄했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10번과 이 88번을 비교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몬스터를 어떤 식으로 죽일까?'

'저 칼로 상처나 낼 수 있을까?'

'10번처럼 정확하게 몬스터의 움직임을 계산하지는 못하겠지?'


타다다닷.


'아니, 왜 지나가는 건데?'


하지만 88번은 그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전투를 보여줬다.

이놈은 작전, 계산 그딴 게 없었다.

그는 여왕개미를 봤으면서도, 달리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몬스터를 보고 미리 경계하던 지금까지의 지원자들과는 달랐다.

그렇기에 오히려 여왕개미가 그를 발견하고 따라오는 모양새가 됐다.


"몬스터에게 등을 보이다니!"

"설마 몬스터에게 도망치는 게 작전이었던 거야?"

"어쩐지. 그럼, 애초에 무기는 필요 없었던 거지."

"바보 아냐? 몬스터가 가만히 지나가게 해 주겠냐고."


역시나, 여왕개미가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톱니를 들이댔다.


푹!


'응?'

'어엉?'


그는 달리면서 보지도 않고 팔을 뻗었다.

그 움직임도 절묘하다거나 멋지지도 않았다.

그냥 파리를 쫓듯, 왱왱거리는 모기를 잡듯 무심하게 휙 뻗은 손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짧은 식칼은 정확히 여왕개미의 미간에 꽂혔다.


촤악.


그 미간에서 점액질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것은 완벽한 '노룩 찌르기'였다.


10번도 한 번, 88번도 한 번에 E급을 처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차이가 있었다.

10번은 선 채로 각을 충분히 잰 후 검을 그었고.

88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면서, 저를 공격하는 몬스터를 '보지도 않고' 쓱싹했다.

결과는 같았지만, 시간에서는 88번이 훨씬 앞서고 있었다.

함께 출발했던 다른 조원들이 이제 막 E급 여왕개미를 만났을 때, 그는 벌써 D급 '뿔 족제비'와 마주했다.


싱긋.


눈이 좋은 몇 명의 사람들은 보았다.

88번이 사람만 한 뿔 족제비를 보자마자 미소 지은 것을.

이번에도 자신이 있다는 건가?


"이번엔 쉽지 않을 거야."


관객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저 족제비는 마냥 돌진하는 종류의 몬스터가 아니니까."


그의 말이 맞았다.

뿔 족제비는 회피의 귀신이었다.

녀석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상대의 진을 빼놓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목덜미나 급소를 물어 헌터들을 괴롭게 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이 녀석을 이기지 못했다.

이 녀석을 이겼던 건, 현재 10번 한 명뿐이었다.


'그 녀석은 족제비에게 일부러 빈틈을 보인 후, 녀석이 달려들자마자 공격했지. 넌 어떻게 할 거냐?'


어느새 사람들은 땀이 나도록 두 손을 꽉 쥔 채 88번의 레이스를 관람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빠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88번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타닷.


그는 엄청나게 빠른 몸놀림으로 족제비에게 달려들었다.

족제비가 그것을 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끼릿!


녀석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헌터가 가소롭다는 듯,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듯이.

그런 족제비를 본 88번이 허공에다 대고 칼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긴장하던 사람들의 맥이 쑥 빠져 버렸다.


'저건 우리 웃기려고 한 거야?'

'왜 저런 의미 없는 행동을?'


그때.


펑!


신나게 달리던 족제비가 돌연 터져 버렸다.

그리곤 그대로 절명했다.

사람들이 눈을 비비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남은 건 등이 터진 뿔 족제비의 사체 뿐이었다.

88번은 또다시 죽은 족제비는 보지도 않은 채 달려 나가고 있었다.

방금의 공격이 정확하게 맞을 거란 확신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 방금 뭐 한 거야?"

"저게 어떻게 쓰러진 거지?"

"저 사람의 고유 특성이겠지! 뭐가 됐든 장난 아닌데?"


검술을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분석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상대는 그들이 분석 따위를 할 시간을 안 준다는 점이었다.

E급, 노룩 컷. D급, 폭발 컷.

이런 식으로 싸우다 보니 뭘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제한 시간은 삼십 분이지만, 그는 9분 만에 세 번째 몬스터에게 다다랐다.


슥.


드디어 모든 지원자들이 이기지 못했던 그 몬스터.

C급 리자드맨과 88번이 만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 오후 8시 정각으로 고정합니다. 24.08.13 7,496 0 -
57 극강의 비기 (4) NEW +3 3시간 전 815 48 12쪽
56 극강의 비기 (3) +2 24.09.15 2,694 88 12쪽
55 극강의 비기 (2) +2 24.09.14 3,484 101 12쪽
54 극강의 비기 (1) +4 24.09.13 3,876 111 14쪽
53 조우 (2) +4 24.09.12 4,159 113 13쪽
52 조우 (1) +3 24.09.11 4,518 115 12쪽
51 마인드 컨트롤러 +5 24.09.10 4,845 118 12쪽
50 일시적 동맹 +2 24.09.09 5,326 116 14쪽
49 쾌보 +3 24.09.08 5,675 143 12쪽
48 기선 제압 +3 24.09.07 5,909 150 13쪽
47 떠나기 전에 (2) +3 24.09.06 6,072 124 12쪽
46 떠나기 전에 (1) +2 24.09.05 6,345 125 13쪽
45 동상이몽 +2 24.09.04 6,624 138 12쪽
44 더블 플레이 +1 24.09.03 6,837 132 13쪽
43 험한 것 (3) +1 24.09.02 7,164 143 13쪽
42 험한 것 (2) +3 24.09.01 7,332 148 13쪽
41 험한 것 (1) +3 24.08.31 7,602 161 12쪽
40 업그레이드 +3 24.08.30 8,020 156 14쪽
39 대련 (2) +7 24.08.29 8,153 149 14쪽
38 대련 (1) +1 24.08.28 8,488 155 15쪽
37 S급 흡혈 원석 +4 24.08.27 8,634 152 12쪽
36 해외 파견 (2) +4 24.08.26 8,814 178 14쪽
35 해외 파견 (1) +2 24.08.25 9,176 157 14쪽
34 일격필살 (2) +3 24.08.24 9,280 171 13쪽
33 일격필살 (1) +2 24.08.23 9,535 175 14쪽
32 안녕, 나의 워라밸 +3 24.08.22 9,783 159 13쪽
31 엄청난 경력 +3 24.08.21 9,989 170 13쪽
30 고속 승진 (2) 24.08.20 10,319 173 13쪽
29 고속 승진 (1) +4 24.08.19 10,628 19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