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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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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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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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5 - 레드독(3)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24

C.5 - 레드독(3)



눈을 뜬 시바도기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이 들었나?"

"···그렇습니다."


시바도기에게는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해 보였으나.

김한 일행에게는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김한은 우선 가장 급한 질문을 던졌다.


"뭔가··· 아주, 긴 꿈을 꾼 느낌입니다."

"시바도기 혹시 당신을 이렇게 만든 자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잠시 인상을 쓰던 시바도기는 떠듬떠듬 한자씩 내뱉기 시작했다.


"그, 아니 그녀는 여성··· 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종교인 같기도 시장통의 상인 같기도 하였습니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느낌··· 우정을 나눈 벗으로 혹은 사랑하는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녀와 처음 접촉한 시기는 언제입니까?"


수수께끼와 가까운 시바도기의 대답에 한숨을 내쉰 김한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아주 오래된 것 같기도··· 무척 최근의 일인 듯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저와 관련된 모든 사람과 겹쳐 보입니다."

"겹쳐 보인다고요?"


미간을 좁힌 김한의 물음에 몹시 억울한 표정으로 시바도기가 하소연했다.


"정말입니다. 그녀가 언제부터 저에게 접근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그나마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제가 당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사건 때문입니다."


김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시바도기를 재촉했다.


"저는 제가 당신에게 열등감을 품고 있으며 직원 식당에서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시바도기는 그동안 김한이 우려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것은 제가 '결과'로서 알고 있는 것이지 그것을 행했던 '행동'으로서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건 마치 누구에게 전해 들은 것과 같은 느낌인지라··· 제가 진정 그날 그 자리에 있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김한은 시바도기의 증언으로 식당에서 사건이 있었던 그날.

그가 만난 것이 레드독이었음을 확신했다.


'그래, 내가 그날 만난 것은 시바도기가 아니라 레드독이었다. 그녀가 나를 보고 무언가 확신을 얻었기에 계획을 변경한 거였어···!'


나름의 해답을 얻은 김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오네를 돌아본 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라이오네님 저는 여기서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그래요. 김한씨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는 것 같군요. 저까지 시바도기 과장을 괴롭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시바도기 과장은 일단 이곳에서 마음을 가다듬도록 하세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호부에서 빠져나온 김한 일행은 라이오네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라이오네를 중심으로 모두가 둘러앉은 가운데.

살다와 래브도느가 만든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있었다.


"라이오네야 너도 샌드위치 하나 들지 않겠니?"

"···살다메인, 당신··· 조금, 변했군요."


라이오네가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받아 들었다.


살다는 은근한 눈웃음과 함께 김한에게 시선을 돌리며 답했다.


"라이오네야 시간은 모두를 변하게 하는 법이란다. 네게 목숨과 같은 드래곤 하트를 직접 꺼내놓게 만든 이곳의 사람들과 같이 말이지."

"···부정할 수 없는 말씀이네요. 다만 살다메인, 당신의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이기를 바랍니다."


라이오네의 의미심장한 말에 살다는 그저 방긋 웃어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라이오네는 김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김한씨 무언가 알아낸 것이 있나요?"

"일단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레드독이 이미 저와 직접 접촉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한의 단언에 라이오네 또한 그의 옆에서 시바도기의 증언을 듣고 있었으므로 단숨에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설마···."

"그렇습니다. 그날 직원 식당에서 저에게 시비를 건 것은 시바도기 과장이 아니라 저를 가늠하기 위해 레드독이 직접 나선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도플갱어처럼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녀가 변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변신한 대상의 격을 베끼는 것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김한의 대답에 라이오네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정말 어렵네요. 그가 아직 드라코 컴퍼니아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확언할 수는 없으나 저는 그녀가 말레우스와 함께 이곳을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레드독은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빌런이니까요. 이번에 저에게 접근한 것은 그녀로서도 큰 도박이었을 겁니다."


김한의 이어지는 설명에 라이오네가 분한 듯이 손끝을 떨었다.


"그녀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이곳에서 제가 진심으로 그녀를 찾는다면 못 찾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후,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레드독 문제는 미뤄두고 다른 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레드독 상황을 정리한 라이오네는 남겨진 문제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요크도기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나올 것이고 시바도기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은 그곳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자는 레드독이 이곳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한 사람인 만큼 후최면 암시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요.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죠.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남아있으니까요."

"드라코 노조 말씀이십니까?"


김한의 물음에 라이오네는 싱긋 웃으며 메이냥에게 받아든 인사 기록부를 펼쳤다.


"분명 이번 일이 레드독에 의해 계획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들 중에는 이전부터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던 과격분자들이 분명히 존재해 왔답니다. 이런 상황은 흔치 않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 두어야겠어요."


인사 기록부를 바라보는 라이오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 * *



드라코 컴퍼니아 남동쪽.


모래바람만이 가득한 황량한 사막지대.


말레우스와 소녀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며칠째 말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던 말레우스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지?"

"설마, 라시타의 사도가 이렇게 위험한 곳에 가녀린 소녀를 버려두고 혼자 떠나실 생각은 아니겠죠?"


레드독이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호들갑을 떨어댔다.


말레우스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정면으로 시야를 고정한 채 씹어뱉듯 말했다.


"역겨운 키메라야 그 입 다물라. 너를 무시하는 것 만으로 내 신앙은 진창에 처박힌 것과 같으니."

"아하, 그럼 죽이시지 그러셨어요?"


-스릉


순간 빛과 같은 속도로 소환된 말레우스의 검이 레드독의 목울대에 걸렸다. 


-주륵


레드독의 목 언저리에서 한줄기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레드독은 무엇이 그리 좋은 것인지 오히려 말레우스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오, 이런 말레우스 복수를 맹세한 검으로 자신의 은인을 베려 하신 건가요?"

"···꺼져라."


말레우스의 일갈에 레드독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음, 그건 좀 어렵겠는데요. 당신은 저와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


"저는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 알고있답니다. 무단으로 교황청을 뛰쳐나와 그레이하운드를 초토화시킨 다음 제국령을 이탈하더니 동맹국인 드라코 컴퍼니아를 습격했죠. 그 와중에 오히려 라이오네에게 사로잡히기까지···."

"닥쳐라."


말레우스의 검이 레드독의 목에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으나 레드독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말레우스, 기왕 이렇게 출정한 이상 교황청에서 납득할만한 공적은 챙겨가야하지 않겠어요? 이단자의 모가지 라던가?"

"···."


씨익 웃어 보인 레드독이 한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저를 이렇게 만든 놈들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어요. 그들은 제국의 마탑에도 수배된 최악의 범죄자들이랍니다."


레드독의 은근한 목소리가 말레우스의 머리에 직접 입력되었다. 


"저는 저를 이렇게 만든 놈들에 대한 복수를 당신은 마땅히 얻어가야 했을 공적을 얻어가는 거예요. 어때요. 이 정도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래가 아닐까요?"

"···어디냐."


말레우스의 물음에 레드독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으쓱하며 자신의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은 바로 은둔자들의 탑, 위치는··· 바로 이 아래랍니다."



* * *



은둔자들의 탑은 땅 아래로 세워진 탑이었다.


제국의 마탑에서 금지된 실험을 반복하다 쫒겨난 마법사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키메라 창조부터 시체 부활, 이종 교배, 신체 개조, 복제 인간 등 다양한 금단의 실험을 계속해왔다.


구불거리는 고글을 쓴 은둔자 하나가 마력 구슬을 확인하더니 중얼거렸다.


"실험체 - XP213574 반응···."

"음? 뭐야 도망친 실험체가 제 발로 기어들어 왔다고?"


그의 말에 옆에서 실험에 열중하던 한 은둔자가 고글을 끌어 올리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답했다.


"생포, 데이터 갱신 필요."

"그래, 그래야지! 그렇게 오래 살아남은 개체는 여태껏 없었단 말이다."


작업복을 벗어 던진 은둔자들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서둘러 전투준비에 나섰다.


"실험체 - XP213574 라면 전투 능력이 제로에 가깝지 않았나?"

"그래도 그놈이 지능 등급은 거의 최고점이었다고 그런 놈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으로 돌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은둔자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입구로 모여드는 순간.


"정의"


사람의 기를 짓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쿠콰콰콰콰콰!


순백의 기운이 어두운 공동을 꿰뚫었다.


"커헉, 스, 습격이다. 모두 비상!"

"사, 살려줘!"


그들은 빛에 취약한 마귀라도 되는 것처럼 말레우스의 빛에 기둥에 휩쓸려 사라졌다.


위기감을 느낀 은둔자들은 급히 계획을 바꿔 도망가려 하였으나.


말레우스가 기묘한 위압감을 발산하자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말레우스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 은둔자들의 시체가 쌓여갔다.


기어가는 것조차 포기한 채 주저앉아 실금을 지린 은둔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대, 대체···! 그대가 워, 원하는 게 무엇이오···?"

"너희들의 머리."


-뿌득


은둔자의 머리를 뽑아버린 말레우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그가 수거해야 할 머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 * *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 내쉰 은둔자 하나가 자신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는 운이 좋게도 빛의 폭풍 속에서 자기 몸을 빼낼 수 있었다.


간신히 지상으로 올라온 그의 앞에 실험체 - XP213574 가 방긋 웃으며 서 있었다.


"음, 안녕하세요?"

"나, 나는 네 아비와 같다. 내가 너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이다. 설마··· 너, 너는 네 아비와 같은 자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벌벌 떨며 말을 더듬는 은둔자의 모습에 레드독이 한바탕 웃어 재꼈다.


"하하핫, 사실 당신들 따위는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곳에는 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죠. 그가 저를 인식한 순간 이곳은 이제 제게 너무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답니다."

"저, 전부 폐기하겠다. 그리고 너에 대한 것도 모두 잊으마."


눈을 질끈 감은 은둔자는 간절히 빌고 빌었다.


"음,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어···?"


실험체의 부드러운 어조에 눈을 뜬 은둔자는


-뿌득


자기 손으로 뽑은 머리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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