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5,039
추천수 :
58
글자수 :
508,512

작성
24.08.02 00:05
조회
48
추천
0
글자
11쪽

C.6 - 주와이외즈(2)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29

C.6 - 주와이외즈(2)



김한은 백색 예장을 한 성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김한의 기억에서 성녀는 작지만 곧게 핀 허리에 겉으로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에는 망설임이 나서는 굳은 심지를 지닌 위인이었다.


덕분에 교단에 옳은 소리를 반복하다 게임 스토리 중반부에 교단의 계략에 휘말려 목숨을 잃게 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보니 이미 이 시점부터 어지간히 교단의 눈에 난 상태인 듯 했다. 


'성녀가 길치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 그녀가 이번 교황청 측의 사절로 나온 것인가? 하지만 성녀라는 직위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 쓰임이 매우 저렴하다. 이단 심문관인 말레우스는 잘 쳐주어야 주교급이라 할 수 있고 성녀는 교황과 동급이거나 바로 밑의 위계에 속한다. 그런데 그런 성녀를 겨우 말레우스의 행방을 묻는 데에 투입 시킨다고? 역시 이 시점부터 그녀가 교황청과 내부 갈등이 있었음이 틀림없어.'


김한은 그녀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김한이 실랑이가 한창인 도적과 성녀 사이를 가로막았다.


순간 김한을 말리기 위해 다가서던 마론은 한발 물러서더니.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뭐야, 지금 정산 중인 거 안 보여? 저쪽에서 차례를 기다려라."


도적은 마치 귀찮은 진상 손님을 처리하듯이 김한을 밀치려 하였으나.

김한은 슬쩍 몸을 비트는 것 만으로 도적의 손을 피해버렸다. 


순간 중심을 잃은 도적이 우스꽝스럽게 허우적거리더니.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허리춤에 메인 검에 손을 올렸다.


"제프의 친구들은 함부로 살생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시팔,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자, 잠깐만요. 드릴게요 30골드!"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속에서 성녀가 도적과 김한의 사이를 필사적으로 갈라놓더니 주섬주섬 금화 주머니를 꺼내기 시작했다.


김한은 그런 성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마디 던졌다.


"성녀님 골드가 부족하신 게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한데 이, 이거면 충분히 30골드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을 거니까요···."


성녀는 자기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빼어 금화에 더했다.

그 반지는 성녀의 정식 예장 반지로서 3 티어 수준의 방호 마법이 걸려있는 아티펙트였다.


"그 반지만으로 100 골드는 족히 받을 수 있을 건데요."

"이 반지에는 저를 지키기 위한 방호 마법이 걸려있어요. 하지만 이 반지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여 저를 지킬 것인지는 제 마음이죠."


성녀의 올곧은 눈에는 단 한 점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았다.

김한은 잠시 그런 성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김한과 성녀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도적은 곧 그녀에 손에 올려진 금화와 반지를 눈에 담으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들거렸다.


"그, 그럼 이걸로 계산을 마치겠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성녀의 금화 보따리를 낚아채려던 도적의 성급한 손놀림은 김한의 손에 가로막혔다.


이마에 핏대를 세운 도적이 손을 빼내려 하였으나.

그가 손에 힘을 줄수록 김한 또한 그의 손목을 더욱 옥죌 뿐이었다.


참지 못한 도적이 반대편 손을 허리춤에 메인 검에 가져갈 무렵.

큰 덩치의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오며 소리쳤다. 


"너희들 뭐 하는 거냐?"

"대, 대장···!"


자기 대장을 발견한 도적은 붙잡힌 손목에 수치심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에 김한이 손목을 놓아주자 부리나케 자기 대장에게 쪼르르 달려가더니 김한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자질하기 시작했다.


"저, 저 녀석이 저희가 길 안내를 하고 정당하게 요금을 받으려던 것을 막아서는 바람에 약간의 시비가 벌어지려는 참이었습니다."

"너 뭐 하는 놈인데 이 주번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냐. 음, 어···? 그런데··· 어디선가 분명 본 듯한 인상인데···."


눈을 부라리며 김한을 노려보던 제프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에 김한을 자세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제프가 어색한 존댓말로 물어왔다.


"허, 허억. 그, 그대는 그때 그 사제님이십니까?"

"이제는 드라코 컴퍼니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니. 그리 불러주시겠습니까?"


김한의 친절한 물음에 제프는 필사적으로 김한의 말을 기억하여 머릿속에 세겨둔 후 깍듯이 대답했다.


"무, 물론입니다. 드라코 컴퍼니의 경영 컨설턴트님 저희 신입 놈이 은인분께 큰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요금은 받지 않는 것으로 할 테니 마음껏 지나가시면 되시겠습니다."

"그럼 감사히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한은 제프의 깍듯한 대우를 가볍게 묵례로 답한 뒤.

그대로 성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금화 주머니와 예장 반지를 낚아챘다.


순간, 금화와 반지를 빼앗긴 성녀가 멍한 얼굴로 얼어붙어 있다 팟- 하며 정신을 차리더니 김한을 향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아, 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성녀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금화와 반지를 사용하여 어떻게 자신을 지킬 것인지는 성녀님 마음이라고요. 제가 성녀님을 지켜드린 것이 되었으니 이 금화와 반지는 마땅히 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뭣이? 어, 어떻게 그게 그런 식으로 해석되는 거죠? 도, 돌려주세요."

"성녀님 지금부터 주와이외즈 까지 가는 길에 단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뜬금없는 김한의 질문에 잠시 정신을 놓고 김한을 바라보던 성녀가 방금의 대화를 복기하며 대경실색했다.


"아, 아아, 아아아!!! 서, 설마 당신들이 드라코 컴퍼니 쪽의 담당자이신 건가요?"

"이 금화와 반지는 주와이외즈까지 성녀님을 안내하는 보호비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경악에 경악을 더한 성녀의 모습과 사악하게 미소 짓는 김한의 모습이 대비되어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신자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 * * 



이제는 성녀 일행까지 흡수한 상단 행렬이 제국의 영역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곧 해가 지는 시간대였기 때문에 상단 행렬은 이동을 멈추고 야영을 준비했다.


제국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마론은 연신 입에 침을 튀기며 김한을 칭찬했다.


"성녀의 금화 주머니를 당신만큼 당당하게 갈취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오. 이제 보니 진짜배기 상인은 내가 아닌 바로 자네였구료. 하하하, 내 필경사를 불러 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오."

"저는 그저 성녀님께 자신의 소유물을 함부로 포기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려드린 것이니 이는 마땅한 거래였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그 말을 들은 성녀가 김한을 향해 뾰족한 눈길을 보냈으나.

김한은 그녀의 눈길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앞서 나갔다.


야영지를 꾸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빈 공터에는 일꾼들에 의해 제법 그럴듯한 야영지가 갖춰졌다.


몇 명의 하인은 커다란 솥단지를 올려둔 장작 밑에 불을 피우고 여러 식료품을 때려 박더니 제법 그럴듯한 스튜를 만들어 냈다.


스튜를 배급받은 김한은 살다와 래브가 둘러앉은 곳 옆에 자리했다.


살다가 샐쭉하니 김한을 노려보더니.

은근한 어투로 김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아, 설마 우리를 버려두고 성녀에게 손을 뻗는다는 음흉한 상상을 하고 있진 않을 거라 믿고 있단다."

"살다 언니 설마요! 저런 납작한 여자보다는 언니 같은 스타일이 분명 오빠에게 잘 먹힐 거예요!"


'내 의견 따위는 묻지 않는구나.'


"후후후."

"흐흐흐."

"···."


처음에는 감금에서 막 해방되어 기력을 소진한 래브를 살다가 보살펴주는 데서 시작한 관계가 이제는 어느새 자매와 같이 변해있었다.


김한은 이 변화를 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있었으나.


이처럼 가끔씩 둘이 합세하여 김한을 압박하기 시작할 때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김한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반지는 성녀 리타에게 길 안내에 따른 수고비로 김한이 강탈했던 그 반지였다.


"래브 잠시 손을 내주시겠습니까?"

"네, 네? 어, 어··· 그, 그래요."


김한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손을 내미는 래브의 손가락에 수수하지만 정교하게 장식된 예장 반지를 끼워주었다.


"아직 래브는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하니 만일의 경우 이 반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오빠··· 고마워요···."


래브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김한을 올려보았다.

살다는 그저 '흐응-' 하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한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최대한 살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살다를 설득했다.


"살다님을 위한 선물도 곧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래브에게 반지를 급하게 전달한 것은 이번에 방문하는 주와이외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음에 아직 자신을 지킬 힘이 부족한 래브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되었다."


살다는 흥- 하는 코웃음과 함께 래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마왕인 나에게 성녀가 끼던 반지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냐. 그런 것은 나에게 필요 없으니 래브가 사용하는 것이 옳다. 다만 한아 네가 나에게 따로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하고 있으마."

"기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숨 돌린 것인가···.'


김한은 다 식어 빠진 스튜를 어느 구멍으로 집어넣는지 알 겨를도 없이 해치운 다음 홀로 밤 산책을 나섰다.


시커멓게 칠해진 밤을 대낮같이 거닐며 김한이 도착한 곳은 작은 호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먼저 와있던 성녀 리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올곧은 눈은 그대로 김한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듯 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리타가 뒤로 돌아선 채 혼잣말하듯 내뱉었다.


"그래요. 제때 시간에 맞춰 도착하셨군요. 만약 오지 않으셨다면 제가 직접 그곳에서 터트려버렸을 거예요."

"반지의 일이라면···."


김한의 말 돌리기에 돌아선 리타가 분노에 찬 얼굴로 김한을 나무랐다.


"당신, 말 돌리지 마세요! 당신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성녀님···."


"당신 미쳤어요? 제정신이 아니야. 당신과 함께하는 그녀는 그냥 악마도 아닌 칠죄종의 마왕이자 모든 서큐버스들의 어미인 아스모데우스라구요!"

"성녀님께서 무엇을 염려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녀님께서는 한가지 생각해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김한의 대답에 리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모습으로 강하게 따져 물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라는 거죠? 성녀인 제가 음욕의 화신이자 마의 화신을 눈앞에 두고 모른 척 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살다메인을 부정하지만 또한 긍정해야만합니다."


김한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리타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하, 말도 안 돼. 그럼 한번 당신의 그 알량한 혓바닥으로 저를 납득시켜 보시겠어요?"


리타의 물음에 김한의 입매가 삐뚜름히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계략 용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C.6 - 주와이외즈(13) 24.08.07 41 1 11쪽
39 C.6 - 주와이외즈(12) 24.08.06 40 1 12쪽
38 C.6 - 주와이외즈(11) 24.08.06 41 1 11쪽
37 C.6 - 주와이외즈(10) 24.08.06 48 1 11쪽
36 C.6 - 주와이외즈(9) 24.08.05 41 0 11쪽
35 C.6 - 주와이외즈(8) 24.08.05 40 0 11쪽
34 C.6 - 주와이외즈(7) 24.08.05 37 0 11쪽
33 C.6 - 주와이외즈(6) 24.08.04 44 0 11쪽
32 C.6 - 주와이외즈(5) 24.08.03 47 0 12쪽
31 C.6 - 주와이외즈(4) 24.08.02 48 0 11쪽
30 C.6 - 주와이외즈(3) 24.08.02 52 0 11쪽
» C.6 - 주와이외즈(2) 24.08.02 49 0 11쪽
28 C.6 - 주와이외즈(1) 24.08.01 51 0 11쪽
27 C.5 - 레드독(6) 24.08.01 55 0 11쪽
26 C.5 - 레드독(5) 24.08.01 52 0 11쪽
25 C.5 - 레드독(4) 24.07.31 56 0 11쪽
24 C.5 - 레드독(3) 24.07.31 61 0 12쪽
23 C.5 - 레드독(2) 24.07.31 59 0 11쪽
22 C.5 - 레드독(1) 24.07.30 58 0 12쪽
21 C.4 - 페카폴타스(8) 24.07.30 55 0 11쪽
20 C.4 - 페카폴타스(7) 24.07.30 53 0 11쪽
19 C.4 - 페카폴타스(6) 24.07.30 55 0 11쪽
18 C.4 - 페카폴타스(5) 24.07.29 56 0 12쪽
17 C.4 - 페카폴타스(4) 24.07.29 67 1 12쪽
16 C.4 - 페카폴타스(3) 24.07.28 62 1 12쪽
15 C.4 - 페카폴타스(2) 24.07.28 68 0 12쪽
14 C.4 - 페카폴타스(1) 24.07.28 64 0 11쪽
13 C.3 - 드라코 컴퍼니아(6) 24.07.27 78 0 12쪽
12 C.3 - 드라코 컴퍼니아(5) 24.07.27 79 0 12쪽
11 C.3 - 드라코 컴퍼니아(4) 24.07.27 8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