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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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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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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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 - 주와이외즈(9)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36

C.6 - 주와이외즈(9)



주와이외즈, 사저.

저녁 식사 이후.


김한 일행을 찾아온 베르지오가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김한은 슬쩍 웃으며 두루마리를 받아들였다.


"여기, 가주님께서 보내신 특별 통행 허가증이오."

"믿음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효력은 내일 해가 뜨는 시점부터 계승식 마지막 날까지니. 반드시 유념해 주시길 바라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두루마리를 전달한 베르지오가 떠나고 김한은 성검 조사단을 불러 모았다.


김한의 요청에 성검 조사대원들이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그들은 갈증 어린 눈으로 김한을 재촉했다.


"얀길, 이야기는 들어 알고 계시겠지요?"

"드디어···! 저희 차례가 온 겁니까?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지 뭡니까?"

"정말, 정말 긴 기다림이었다오···."

"언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저희는 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조사대장 얀길을 중심으로 반길, 비노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본격적인 조사는 내일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들로서도 제 요청은 급작스러운 것이었으니. 치부가 있다면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겠지요."

"후 내일이면 드디어 성검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드디어 성검에 깃든 신성력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인가!"


그들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들떠있을 무렵.

김한이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더했다.


"저는 이번 성검 조사대에 래브도느를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부디 승낙해 주시겠습니까?"

"뭐, 이번 건은 자네가 따낸 협정이니 마음대로 하게."

"그러고 보니, 래브도느는 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아이고 그런 거라면, 래브도느도 반드시 우리와 함께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들은 김한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저들끼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김한은 들떠있는 성검조사단을 바라보며 슬쩍 웃은 뒤.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 뒤 해산시켰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은 하루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계승식을 앞두고 머릿속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헤아리던 김한은 복잡해진 머리를 비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홀로 객실을 나와 호수 정원을 거닐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걷기 좋은 밤이네요?"

"···이 호수 정원을 밤에 거닐다. 실종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김한이 낮에 시종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반복하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배를 잡고 웃어 재꼈다.


"하하, 그런 바보 같은 이들은 밤이 되고 나서야 그 아름다움을 더욱 드러내는 이 호수 길을 걸을 자격조차 없는 이들이지요. 그 이야기는 하인들이 어린 시종들이 함부로 밤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교육하기 위해 지어낸 동화 같은 이야기랍니다."

"아가씨의 가르침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어졌으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한의 인사에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위에서 아래로 한번 내려봤다.


"후후, 그럴 리가요. 당신, 전혀 두려워 보이는 얼굴이 아닌걸? 아, 그리고 제 이름은 크리스티나랍니다. 부디,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크리스티나··· 레드제미라공의 약혼녀 되시는 분이시군요. 미처 알아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또한 여기서 더한 오해가 없도록 바로 자리를 피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티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김한을 바라보더니.

방금 자기가 했던 말을 반박하며 은근한 미소를 지어왔다.


"하, 이렇게 어둡고 위험한 곳에 가련한 소녀를 버려두고 가시려는 건가요? 아, 참. 참고로 말씀드리건대 저는 이미 레드에게 파혼을 요청한 상태랍니다. 그러니 당신과 이런 곳에서 이렇게···."


-스윽


김한에게 은근슬쩍 접근한 크리스티나가 그의 소맷귀를 잡으려 하였으나 김한은 능숙한 솜씨로 그녀의 치근거림을 피해냈다.


"어맛, 과연···! 당신이 낮에 헥토르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몸놀림을 저에게 이렇게 사용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크리스티나 아가씨, 죄송합니다만. 저는 남들이 보기에 오해할만한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는 편입니다. 특히 업무 중 일 때는 말이지요."


김한의 냉담한 대답에 크리스티나는 샐쭉해진 표정으로 잠시 김한을 째려보더니 금방 표정을 바꿔오며 능숙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당신의 업무에는 주와이외즈의 사람들을 상대해주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겠죠? 설마 정말로 저를 이곳에 버려두고 혼자 돌아가실 정도로 냉혈한은 아닐 거라 믿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모셔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조금 전에 자기 입으로 레드제미라와의 파혼을 이야기했으면서도 이렇게 뻔뻔하게 요구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김한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차라리 그녀를 빠르게 데려다 주는 편이 심력의 소모가 덜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녀의 앞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려 했다.


-스윽


다시 한번 은근슬쩍 자신의 소매를 잡아 오려는 크리스티나의 행태에 김한이 어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차에.


"여, 여기가 대체 , 어디죠···?"


호수 정원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녀의 길치 특성이 도움이 될 줄이야. 정말 세상 모를 일이구나.'


김한은 냉큼 걸음을 옮겨 성녀를 불러세웠다.


"성녀님 어디를 가려 하시기에 이런 곳에서 헤매고 계시는지요."

"아, 김한! 저는··· 그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려 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숲속에 꼼짝없이 갇혀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오, 라시타 맙소사! 그나마 김한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리타, 너는 정말 평생에 걸쳐 나를 못살게 구는구나."


밝은 얼굴로 김한을 맞이하던 리타가 김한의 뒤에서 들려오는 분개한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쏘옥- 돌려 붉어진 얼굴로 미간을 좁히고 있는 크리스티나를 확인했다.


리타는 그재서야 크리스티나의 존재를 깨닫더니.


"아앗, 크리스티나···? 너 여기에 있었구나! 마커스 추기경의 양녀로 들어간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 있다는 건 혹시···?"

"닥치세요. 리타. 계승식이 끝나고 나면 저는 다시 교황청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그리고··· 후, 됬어요. 저는 이제 돌아가 보겠어요."


그렇게 말한 크리스티나는 김한과 리타를 남겨둔 채 성큼성큼 호수 정원을 빠져나갔다.


김한은 진심으로 리타에게 감사를 표했다.


"성녀님께 도움을 받았군요."

"제가 무슨··· 아니,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저를 객실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말없이 김한의 뒤를 따라 호수 정원을 거닐던 리타는.

그 아름다운 호수 정원의 분위기에 취해 감정이 격해진 탓일까?

잠시 몇번이고 튀어나오려는 말을 곱씹다.

간신히 입을 열어 그녀와 자신의 이야기를 호수에 풀어 놓았다.


"그녀, 아니. 크리스티나는··· 제 교구 동기였어요."

"···."


김한은 리타가 자신의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가만히 입을 닫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녀와 저는 그, 뭐랄까. 하하, 선의의 경쟁자··· 아니면 라이벌?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녀는 저와 함께 어릴 적 부터 성녀 후보로 간택된 아이였어요."

"···."


김한은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울먹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는 사제님들 몰래 함께 시냇가에 놀러 가 발을 담그거나, 제가 길을 잃을 때마다 저를 찾으러 와준 고마운 친구였지요."

"···."


김한은 그녀의 목소리에 작게 물기가 고여있음을 느꼈다.

리타는 그저 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제가 성녀로 간택되고 난 뒤로··· 그녀는 조금씩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다가가려 할 때면 한 발짝 물러서는 그녀의 모습에 저도 점점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할 즈음. 그녀는 훌쩍 마커스 추기경의 양녀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


"지금에 와서 만난 크리스티나는 그때의 모습과도 너무나 달라져 순간 알아보지 못할 뻔했지 뭐에요. 그리고··· 이제 저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는 것조차 잊어버려서··· 그래서···."


김한은 리타가 울먹임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포켓에서 손수건을 찾았으나.


공허한 손끝의 감각으로 자신의 손수건이 블루제미라에게 있음을 깨닫고는 소매를 잡아당겨 손수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크흡, 윽, 흐윽. 이, 이제 괜찮아요. 고, 고마워요."

"잠시 공기를 쐬어 정신을 맑게 한 뒤 돌아가시지 않겠습니까?"


화들짝 정신을 차린 리타가 김한의 제안을 무시하고 앞장서 걸어가니 김한이 급히 그녀를 멈춰 세웠다.


"아, 아니에요. 이제 정말 괜찮으니까···. 돌아가죠!"

"리타. 잠시."


삐그덕삐그덕 거리며 고개를 돌린 리타가 경악한 표정으로 김한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시죠···? 당신··· 설마···."

"그쪽이 아닙니다···."


순간, 얼굴이 벌게진 그녀는 김한에게 돌아오더니. 슬쩍 그의 옷소매를 잡아 왔다.


"자, 이, 이제 객실로 안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름다운 호수의 정경에 크고 작은 두 명의 인영이 아른했다.



* * *



리타를 객실 앞까지 안내해준 김한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익숙한 누군가의 인영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한아, 그래 리타와의 밀회가 제법 즐거워 보이더구나."

"살다님··· 그런 것이 아닙니다."


김한의 부정에도 새초롬한 눈빛의 살다는 김한을 슬쩍 째려보더니.


"본녀가 슬쩍 리타의 모습을 보아하니, 한바탕 울어 재낀 것 같은데··· 한아, 소녀의 눈물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기를 바라."

"제가 어찌 살다님을 두고 다른 여성에게 눈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정색하는 김한의 모습에 살다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더니.


"후흐, 영웅호색이라. 본녀는 너의 그런 모습 또한 긍정하니. 진정 네가 원한다면 한번 힘써 보도록 하라."

"···."


김한은 살다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어 그녀를 그녀의 방까지 대려다 주었다.


그녀는 저항하는 대신 가볍게 김한의 목에 팔을 걸고 그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어, 어머···!"


방 안에서 굴린과 눈싸움을 벌이던 래브도느가 그 모습을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 눈을 가렸다.


-꾸, 꾸이이이이이익!


굴린은 성난 듯 몸집을 부풀리며 김한에게 돌진했으나 김한의 발길질 한 방에 구석에 처박혀 분한 듯 꿀꿀댔다.


살다를 내려준 김한은 래브도느에게 내일 성검의 탐사가 진행되며 래브도느가 그 파티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빠의 부탁이니까요. 네 좋아요."

"래브라면 분명 성검을 조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김한은 잠시 래브도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격려했다.


래브도느의 꼬리가 살랑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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