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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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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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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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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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든 방법

DUMMY

난민 수용.


그런 사항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숫자였다.

현재 지금 둥지의 인구가 17,000여명 정도. 그런데 20,000명을 추가로 수용해야 하다는 것이었다.


벙커의 시스템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체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자원과 시설, 장비, 인력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었고 자원들은 반복되는 리사이클로 재 생산되었다.


식량은 A.I를 기반으로 생산, 배분 되고 있었으며 항상 적정량의 예비 분을 갖추도록 되어 있었다.


심지어 출산률까지 제어하여 벙커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충돌 시 둥지벙커의 인구가 근 사백년 가까이 지나도록 겨우 5배 정도 밖에 늘지 않은 것은 이처럼 시설의 확장과 자원의 한계에 맞춰 인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인구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벙커 존립의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날개 벙커의 그 많은 사람들을 위기에서 외면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식량의 비상 비축 분량은 어떻습니까?”


벙커장이 재정담당부장에게 물었다.


“현재 우리 벙커 인구를 기준으로 6개월치입니다.”


“흠... 겨우”


벙커장이 실망을 담은 말을 내뱉었다.


“겨우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벙커를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한 양입니다.”


벙커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가벼운 두통이 오는 듯 했다.


“만약 날개 벙커의 인원이 온다면 얼마나 유지가 되겠습니까?”


하... 하는 한숨 소리를 낸 재정담당부장이 자료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의견을 여쭤보는 겁니다. 부담 없이 말씀하십시오.”


“유지라는 말보다는 버틴다는 개념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생산 시설이 즉시 확충 되지 않는 한 1년을 버티기 힘들 겁니다. 그것도 지금의 1일 3식, 자유식 체재에서 1일 2식, 배급제로 바뀐다는 가정 아래입니다.”


“지상임무팀들의 지원도 포함해서입니까?”


상황 부장이 질문했다.


“지상 임무팀들이 얼마나 더 무리를 해야 합니까? 지금도 항상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내놓고 임무를 수행 중인데요.”


헌터사령관이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자칫 실랑이가 벌어질뻔 했으나 재정담당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지상임무팀들이 공급하는 물량은 한정적입니다. 그리고 그 공급품들은 식량의 개념 보다는 불균형의 식단에 영양소를 보충하는 제한적인 것입니다.”


고래를 끄덕인 벙커장이 건설부장을 보며 다시 질문을 했다.


“지금 거주 시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확장 중인 27구역의 거주시설이 다음 달 정도에 완공 예정이기는 합니다만 급하다면 당장 임시로 수용 가능한 상태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비 중인 7구역도 보완을 하고... 광장 같은 모든 공간을 활용한다면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지휘실에 모인 전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인 의견을 내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일단 난민 수용을 한 후 여러 사항들을 보완, 증설하여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기획부장이 처음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의견을 내보였다.


“음... 일단은 수용하고 나서...”


벙커장이 고심하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벙커장님!”


시설총괄실장이 나지막하지만 강한 목소리로 벙커장을 불렀다.


“네? 실장님. 말씀하십시오.”


“지금 난민 수용을 전제로 이 회의가 진행되는 겁니까?”


지휘부의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시설총괄실장의 질문에 귀가 쏠렸다.


“네... 그렇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벙커장이 의아한 눈으로 시설총괄실장을 바라보았다.


“저는 난민수용 여부를 원점에서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나온 발언에 지휘실 안이 크게 술렁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수용 여부를 검토하다니요?”


“날개 벙커의 상황이 검토를 거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휘부 곳곳에서 여러 성토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지?”


벙커장이 손을 들어 진정 시킨 후 시설총괄실장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은 냉정하게 상황을 보아야 합니다. 만약 인도적인 문제만 부각 시킨다면 여러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겁니다.”


“여러 난관이라면?”


벙커장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묻자 시설총괄실장이 말을 이어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기 정화 시설의 문제입니다. 우리 벙커에는 3대의 공기 정화시설이 있습니다. 한 대는 작동 중, 한 대는 비상 대기 상태, 한 대는 보수 중입니다. 이 세 대가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론이었다.


“우리 벙커 인원이라면 한 대만으로도 정화가 가능하지만 만약 규모의 난민이 유입되었을 경우 두 대가 상시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어느 장비가 문제가 일으켰을 때 벙커 내부의 정화 기능은 크게 문제가 됩니다. 아니 큰 문제 정도가 아니라 벙커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될 겁니다. 당연히 너무 과대 해석을 한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이것은 우리 생사를 건 문제입니다.”


시설총괄실장의 말에 지휘부 안은 심각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과연 우리 부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사항들이 없겠습니까? 제대로 검토는 해 보신 겁니까?”


시설총괄실장이 마치 질타하는 듯의 말이 쏟아지자 모두가 미처 간과하고 있던 한 점들을 돌아보아야 것을 뒤늦게 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


“에너지관리부장 이상주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한 에너지관리부장에게로 눈을 돌린 벙커장이 말했다.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 에너지 부서에서도 부하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는 합니다. 우리 벙커의 에너지 생산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히 공기정화시설만큼 당장의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각 종 생산시설의 확대와 지상 활동 규모가 커질 경우 에너지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 부장님 역시 반대의 의견이십니까?”


벙커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비록 어렵겠지만 만약 우리가 날개 벙커의 요청을 거부한다면 단 두 개밖에 남지 않은 벙커가 존립 이유가 있겠습니까? 어렵고 위협이 있겠지만 각 부서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부서 책임자들을 둘러보던 에너지관리부장이 계속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공기 정화 시설은 날개 벙커의 대기 중인 상태의 장비를 가져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식량 문제 또한 확장 때까지 제한 배급 등으로 일정 기간을 버틴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가능성을 볼 때가 아닙니다.”


시설총괄실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든 가능성을 총력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시설총괄실장과 에너지관리부장이 서로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두 분 모두 일단 진정하십시오. 다른 부서장님들 의견도 들읍시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벙커장이 서둘러 진화하며 지휘부의 모든 책임 부서장들에게 요청했다.


상황과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부서들이 수용 반대를 주장하였는데 모두가 일리가 있는 말들이었다.


수용하자는 부서들은 어떻게 보면 인도적인 차원 이상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방면 수용을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부서들의 주장은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들을 제시했다.





날개벙커장이 길이가 15m, 둘레가 30cm 정도 되는 기다란 원통형의 물체를 보고 있었다.


“모두 3기를 준비하였습니다.”


장비총괄부장이 이동 트레일러에 실려 있는 장비를 보고 있는 벙커장을 보며 말했다.


“이 방법 밖에는 없겠지요?”


장비총괄부장이 말하자 벙커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수단이자 희망입니다. ‘버스터’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의 경우에는 최악의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난감하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는 장비총괄부장을 보며 벙커장이 다시 한번 완곡하게 지시했다.


“언제던지 발사가 가능하도록 준비 시켜 두십시오.”


“알겠습니다.”





둥지벙커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핫라인을 연결했다.


“날개 벙커장입니다.”


잠시 말을 쉽게 잇지 못하던 둥지 벙커장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희 벙커에서 관련 책임자들과 면밀하고 심각하게 화의 후 결정된 사항입니다.”


“...”


“저희는 인도적인 차원의 수용을 검토하였습니다만...”


날개 벙커장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인도적인 차원보다도 과거 벙커 조성 시 만들어진 원칙... 즉 벙커의 생존에 집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벙커장님도 아시다시피 벙커는 항상 확장과 증산에 의해 인구를 적정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 둥지에 그 정도 인원의 난민을 수용하였을 경우 벙커 생태계의 붕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둥지벙커장이 잠시 목이 메여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죄송하지만... 난민 수용을 불허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벙커장의 말이 지휘부 안을 냉랭하게 흔들었다.


“다시 한 번만 재고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침묵을 지키던 날개 벙커장의 목소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핫라인을 통해 전해왔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둥지 벙커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


벙커장 뿐만이 아니라 둥지 벙커의 지휘부실은 암울한 기운이 가득 차고 일부 사람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었다.


“...”


“이 죄는 지옥에 가서라도 받겠습니다.”


벙커장이 떨리는 손의 마이크를 놓으며 핫라인의 스위치를 내리려고 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날개 벙커장이 비장한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 터널을 통해 '버스터'를 발사하였습니다.”


날개 벙커장의 목소리가 지휘부 안에 울려 퍼지자 모두가 벌떡 일어서며 비명을 질렀다.


‘버스터’를?





‘버스터’는 과거 날개벙커와 둥지벙커를 잇는 지금의 터널을 만들 때 메모리가 제공한 장비 중의 일부였다.


탄두부에 강력한 금속관통제와 폭발체를 장착하여 암반 지역을 수월하게 개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발파용 로켓이었다.


터널 개통 후 다른 장비들과는 달리 메모리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남은 것을 숨겨두었던 것이었다.

메모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굳이 내놓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장비가 이렇게 사용이 되는 것이다.

이 버스터가 암반이 아닌 벙커의 시설물로 날아가 폭발하는 경우 막대한 피해가 일어날 것이었다.






터널 20km 지점마다 날개 벙커의 헌터들과 경비 요원들이 무장한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터널의 폐쇄를 막기 위해 나선 인원들이었다.


“지금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즉시 안전 구역으로 대피한다.”


자신의 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팀장의 지시에 따라 팀원들이 신속하게 터널 정비를 위해 마련 된 대피소로 들어갔다.


곧 이어 터널을 통해 파란 색의 불꼬리를 단 로켓이 아음속의 속도로 가속하며 둥지 벙커로 날아갔다.






“지금 미쳤습니까!”


둥지 벙커장이 핫라인을 통해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인구의 70%를 잃어버린 제가 지금 제정신이겠습니까?”


날개 벙커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순간 벙커 어딘 가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지금 발사한 버스터에는 탄두를 제거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준비되어 있는 2탄과 3탄에는 강력한 탄두가 장착된 채로 대기하고 있습니다. 터널 폐쇄를 위한 방법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 측 요원들이 터널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괜한 피를 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둥지 벙커장이 소리쳤으나 날개 벙커장은 흔들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저는 우리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비인간적인 방법일지라도 말입니다.”


“...”


둥지 벙커 지휘부의 모든 사람들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예상을 못하고 있었다. 전혀 대책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날개 벙커장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모두 공멸의 길을 걸으시겠습니까? 아니면 공존의 방법을 찾아보시겠습니까?”


날개 벙커장의 요청이 아닌 협박이 지휘부 사람들을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이제 선택은 다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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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가능한 모든 방법 NEW 17시간 전 11 0 13쪽
40 난민 수용 24.09.19 9 0 11쪽
39 조우 24.09.18 11 0 10쪽
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1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17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17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15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4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7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6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7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8 0 12쪽
29 그들? 24.09.02 18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8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8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8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8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6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20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22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21 0 9쪽
20 선민 2 24.08.20 19 0 15쪽
19 선민 1 24.08.19 20 0 11쪽
18 PICKER 24.08.16 23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5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8 1 11쪽
15 HUNTER 24.08.12 29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30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9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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