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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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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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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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과 민희

DUMMY

지근거리에서 민희를 가드하고 있던 철민은 평상시와 다른 민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팀원들이 바쁘게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어딘 가를 응시하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민희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민희가 갑자기 차량 쪽으로 움직였다.


‘뭐 하는 거야?’


철민이 즉시 뒤를 따라 붙였다.


‘부르릉~’


주위를 살피던 민희가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 뒤따라 온 철민이 문짝을 잡았다.


“어디를 가려고?”


“비켜! 바빠!”


민희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철민의 손을 떼어 놓으려 했다.


“너 설마?”


철민이 문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 강윤이를 찾아 볼 거야.”


민희가 철민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핸들을 꼭 잡은 채로 대꾸했다.


“미쳤어!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 살아있었다고 해도 라이프세트가 없어. 너무 늦었다고.”


민희가 철민의 의견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강윤이 몰라서 그래? 그놈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정해진 수량 이상의 라이프세트를 가지고 다녔어. 현장에서 발견된 건 일부야.”


“그래도 이건 미친 짓이야. 너 혼자서 뭘 하겠다는 거야. 빨리 내려!”


철민이 누가 들을새라 낮지만 강하게 말했다.


“그 날 이후로 한순간도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어. 눕기만 하면 강윤이 그때 모습이 생각나서...”


고글 너머 민희의 눈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니면 인식 카드라도 찾아 올 거야. 빨리 비켜!”


철민이 아무리 만류해도 고집을 꺽을 민희가 아니었다.


“그래! 가자!”


크게 한 숨을 내쉰 철민이 반대쪽 문을 열고 민희의 옆에 앉았다.


“뭐 하자는 거야? 미쳤어? 빨리 내려!”


민희가 다급하게 철민의 팔을 밀며 소리쳤다.


“무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놈 혼자서 뭘 하겠다고. 난 네 가드야. 같이 가야지.”


“야!”


민희가 크게 소리쳤으나 철민도 고집이 센 편이였다.


“밤마다 제대로 못 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어치피 철민의 결정도 번복 될리 없다는 것을 느낌으로 읽은 민희가 망설이다가 차를 돌렸다.


“팀장님...”


언제 다가왔는지 뒤에서 이야기를 들은 픽커팀의 부팀장이 경악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저희들이 가고 난 후 바로 안전을 확인한 후 복귀하세요. 부탁 드립니다.”


부팀장이 난감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모든 책임은 저에게 돌리세요.”


부팀장이 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같이 갈 테니 다른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우리 헌터팀에게는 제가 나중에 무전으로 알리겠습니다. 지금은 아무 말 말고 보내주십시오.”


철민이 부팀장의 눈을 바라보며 부탁했다.


민희가 부팀장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부팀장이 차에서 물러났다.

어치피 부팀장의 말을 들을 두 사람이 아니었다.




차를 몰아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 날 강윤이 실종 된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 동안 비가 오지 않은 관계로 아직도 놈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놈들의 이동 흔적이야.”


여러 야생동물들과 흔적이 섞여 있었으나 이족 보행을 하는 놈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 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노련한 헌터인 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서 어디로 갔을까?”


계속 추적하던 둘은 어느 산길의 낭떠러지 옆에서 놈들의 흔적을 잃어버렸다.


당황한 민희와는 달리 침착하게 주변을 살피던 철민이 낭떠러지 밑의 계곡을 손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민희가 배낭에서 와이어를 꺼내 들었다.


“여기서 갈 만 한 곳은 이 경로 뿐이야.”


“그래도 헌터라고 대단한데!”


민희가 와이어를 감아 회수하며 철민을 칭찬했다.


“참! 나...넌 나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계곡으로 내려온 이들이 얼마 가지 않아 계곡의 바위 근처에서 진흙에 덮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계곡의 물로 둥근 덩어리를 씻어서 확인한 민희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윤의 헬멧이었다.


“휴~”


철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헬멧을 벗었다는 것은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일어나! 이제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자.”


강윤의 헬멧을 들고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민희를 재촉했다.

이제 구조가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 목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복수가 될 수도 있었다.


계곡을 따라 계속 이동하던 순간 민희가 철민에게 다급하게 손짓을 했다 .

옆의 수풀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이다.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긴 채 기다리자 앞으로 애니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놈은 철벅거리며 물에 발을 담그고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철민이 나이프를 꺼내 뒤쪽으로 은밀하게 접근해 지근거리까지 다가갔다.


‘슥!’


철민이 일급 헌터답게 간결한 한 번의 동작으로 놈의 양 쪽 아킬레스건을 그어버렸다.

영문도 모르는 채로 눈이 둥그래지며 뒤로 넘어지는 놈에게 잽싸게 달려든 민희가 목에 마취제가 든 주사기를 꽂았다.


순식간에 눈동자가 풀려버린 놈이 축 늘어졌다.




“더럽게 무겁네.”


주변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근처의 동굴 안으로 놈을 옮긴 철민과 민희가 씩씩거리며 숨을 쉬었다.


철민이 동굴의 중간쯤에 에어방음천을 설치했다.

이제 이곳의 소리는 총을 쏘아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것이다.


민희가 놈의 목에 다시 한 번 주사기를 꽂았다.

곧 이어 정신이 돌아온 놈이 발버둥 쳤으나 강철와이어로 포박을 해둔 상태여서 버둥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민희가 놈의 몸에 전기충격기를 갖다 대자 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놈이 충격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발버둥쳤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해.”


민희가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놈의 눈을 보면서 경고했다.


“한 달 전 네 놈들이 데리고 간 헌터는 어떻게 되었지? 지금 어디 있어?”


그러나 놈은 민희를 어리둥절한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이 새끼가!”


다시 민희가 전기충격기를 대자 발버둥 치며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버둥거렸지만 성대가 없는 놈은 비명소리 조차 내지 못했다.


“네 놈들이 말을 하는 것을 내가 분명히 들었어. 못 알아듣는 척, 말하지 못하는 척 하지 마. 다시 묻는다. 그 헌터는 어디에 있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진 놈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민희는 가차 없이 다시 전기충격을 가했다.

놈의 회색 털이 타 들어 가는 노린내가 동굴 안에 가득 찼다.


똑같은 질문이 십 여 차례 반복되고 그 질문 숫자만큼 전기충격이 가해졌으나 여전히 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놈의 입 꼬리가 어느 순간 웃는 것처럼 슬그머니 올라가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지금 웃어? 이제 마지막이야. 이번에도 답이 없으면 넌 필요 없어.”


민희가 날이 선 칼날을 놈의 눈앞에 대고 말했다


“네 놈들이 데려간...”


“잠깐!”


민희가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철민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동굴 입구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철민이 서브건을 꺼내어 그 방향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철컥!’


서브건의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가 울렸다.


‘퍽! 퍽!’


그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방음천을 후려쳤다.

총알도 막아내는 방음천이 순식간에 갈가리 찢겨지는 모습이 철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빛을 등진 한 무리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애니멀들이었다.


‘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탕! 탕! 탕!’


철민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으나 의미가 없었다.

단발 사격만이 가능한 서브건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철민은 세 발을 발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앞서서 오던 두 놈이 쓰러졌으나 그 이후에 철민은 날카로운 것이 헌터복을 찢고 들어와 자신의 몸통마저 찢어발기는 것을 느꼈다.

미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다시 한 번 후려치는 강한 충격에 헌터복이 걸레짝처럼 되며 동굴 벽으로 처박혔다.


“도... 도망...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민희를 보며 중얼거렸으나 목소리가 민희에게 들릴 만큼 크지 않았다.

어차피 민희가 들었어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동굴 벽에 기댄 채로 스르르 무너지며 뭐라고 하는 철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민희가 애썼지만 어느 새 커다란 덩치들이 앞에 섰다.


"어.리.석.은.것.들."


민희는 맨 앞에 왼쪽 어깨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놈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섞어 말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들었다.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는 픽커 6팀의 부팀장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사령부에 뭐라고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말렸어야 했었나...’


어차피 말렸어도 소용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팀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되었다.


“어?”


‘끼~익!’


운전병이 갑자기 차를 세웠다.


“뭐야?”


운전병이 아무 말 없이 부팀장을 쳐다보았다.


“뭐야? 왜 그래?”


부팀장이 재차 묻자 운전병이 고개 짓으로 차의 전방을 가리켰다.

뭔가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길 한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부팀장과 헌터 한 명이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신원 확인이 어려울 만큼 엉망으로 망가진 두 사람이 뒤엉켜 있었다.


“아!”


옆의 헌터가 나지막하게 탄식을 내뱉었다.


부팀장은 짐작이 되었지만 다가가 오른 쪽 소매에서 인식카드를 회수해 확인하고 한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팀장과 헌터 팀의 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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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2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6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5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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