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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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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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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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ER

DUMMY

“도착 오 분전!”


공용망의 스피커에서 민희 목소리가 짧게 울리자 헌터들은 개인화기들을 점검하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멀리 붉은 빛을 받아 불타오르는 듯이 보이는 '와일드락'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정지! 정지! 정지!”


맨 앞에서 달려 나가던 픽커6팀의 부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뭐야? 왜 그래?”


민희가 소리치며 상황을 물었다.


“작업 예정지에 애니멀이 있습니다. 현재 보이는 개체 수만 해도 열 개체가 넘습니다.”


민희가 부팀장의 보고를 받고 차량의 스크린을 '줌인'하여 확인했다.


스크린에는 암염 채취를 하고 있는 애니멀들이 멈춰 서서 자신들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 하필이면...”


민희가 짧게 말하며 바로 공용망으로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모두 차량 안에서 대기합니다. 차량에서 내려서 괜히 애니멀들을 자극하는 행동은 절대 금지합니다. 헌터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를 500여미터 겨우 남겨두고 모든 차량들이 멈춰 섰다.


“시작부터 꼬이네,”


헌터9팀의 한 명이 헌터건을 들어 망원조준경으로 애니멀들을 살피려 하자 강윤이 다급하게 총신을 잡고 밑으로 내렸다.


“애니멀들을 자극할 수가 있어. 조심해.”


“이렇게 거리가 먼데 보이겠습니까?”


설마하는 표정으로 팀원이 강윤을 쳐다보았다.


“저 놈들 신체 능력과 시력은 상상을 초월해.”


강윤이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애니멀들은 차량이 계속 멈춰서 있자 다시 소금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그 중 한 놈은 계속 차량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대치가 시작되었다.


어느덧 시간은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도 애니멀들의 소금 채취는 계속 되고 있었다.


“저놈들은 소금이 왜 저렇게 많이 필요한 거야?”


“우리처럼 먹여 살려야 할 식구들이 많은 건가 보지.”


픽커 팀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속절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팀장인 민희는 스크린을 주시하고 시계를 보면서 애니멀들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있는 놈들이야...’


줄지어 늘어서 옆으로 암염 덩어리를 전달하는 식으로 운반하는 놈들을 보면서 묘한 경계감이 들었다.


그렇게 30여분이 흐르고 경계를 보던 애니멀이 능선 밑으로 사라지는 것을 끝으로 놈들이 모두 철수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11시 45분. 30분간 대기 후 예정된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모든 대원 분들은 미리 식사를 하시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민희의 지시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각 차량의 막내팀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간편식을 전달했다.


“식사 시간 30분! 빡빡하네.”


헌터9팀의 대원 한 명이 식사가 든 봉투를 개봉하며 궁시렁거렸다.


“그래도 오늘은 밥 먹을 시간은 주는 구만. 복 받은 줄 알아.”


예전에 픽커6팀을 몇 번 가드 해 본 경험이 있는 9팀장이 봉투 안에 든 과일 하나를 발견하고 말을 이었다.


“이게 픽커6팀을 가드하면 누리는 호사지.”


과일들은 픽커 팀들이 수확해오기는 하지만 항상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또 대부분의 과일들은 흡수력이 뛰어난 영양제 형태로 재가공 되는 관계로 실제 싱싱한 과일들은 벙커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픽커들에게는 자신들이 채취한 과일이나 채소들의 일부가 우선적으로 성과급 형식으로 제공되는데 이는 헌터들이 육류를 우선 제공 받는 것과 같았다.


어쨋던 민희는 자신들이 배당 받은 귀한 과일들을 가드에 나서는 헌터들과 항상 나누었는데 이는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시간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픽커6팀의 부팀장이 '와일드락'의 높은 곳을 응시하고 있는 민희에게 다가와서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니멀 때문에 오전 시간 전부를 날려버린 상황에서 예정된 작업지에서 일일이 암염을 골라 파쇄하면서 채취하려니 해가 지기 전까지 컨테이너를 채우기에는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


그렇다고 준비도 없이 온 마당에 야간작업을 한다는 것도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저건 어때요?”


민희가 고개 짓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거대한 선반 모양의 암염이 절벽 중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크기와 높이였다.


대충 봐도 100미터는 넘어 보였고 개척 된 루트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저 높이에서 저 정도 크기의 암염덩어리를 아래로 떨어뜨렸을 경우 발생할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저걸 밑으로 ‘락다운’시키면 그냥 주워 담기만 하면 되겠는데...”


“네? 아 그게...”


부팀장이 난감한 반응을 보였으나 고글 안으로 보이는 자신의 팀장 눈빛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

저 눈빛은 아무리 반대해도 실행한다는 뜻이었다.


부팀장이 옆에서 자신보다 더 난감한 눈빛을 하고 있는 팀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 팀원은 신속하게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레이저측정기로 측정을 시작했다.


“높이 125미터, 길이 102미터, 폭 32미터, 두께 15미터입니다. 소수점은 생략했습니다.”


측정을 빠르게 끝낸 팀원이 보고했다.


“떨어뜨리는데 필요한 폭약 설치장소와 락다운시 발생할 위험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안전대피장소 카피해서 날려.”


부팀장이 계속해서 지시를 날리자 옆에서 가드하고 있는 헌터10팀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아니 저걸 정말 락다운 시킨다고요?”


“예!”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는 팀원들을 눈으로 쫒으며 부팀장이 대답했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우린 팀장이 정하면 움직일 뿐입니다. 그게 우리 팀의 방식입니다.”


부팀장은 이 말을 남기고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자신의 팀장에게로 달려갔다.


“팀장만 돌아이인줄 알았더니...”


그 모습을 보면서 헌터10팀장이 궁시렁거렸다.



민희는 2인승 '홀드업(Hold-up)' 장비의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었다.


'홀드업(Hold-up)'은 차체 앞, 뒤 2개씩 달려 있는 로봇 팔을 이용하여 암벽이나 높은 나무 등을 오를 때 사용하는 장비이다


“팀장님.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아니요. 제가 갑니다. 부팀장님은 팀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여 대기 시켜주십시오. 암영덩어리가 떨어지면 신속하게 채취할 준비도 하시고.”


민희가 부팀장에게 지시하고 홀드업에 탑승하여 시동을 걸었다.


“야! 뭐해? 빨리 안타! 가드 안할 거야?”


민희가 강윤을 바라보며 소리 지르자 강윤이 허겁지겁 옆 좌석에 앉았다.


“꽉 잡아! 올라간다. 고소공포증 없지?”


“이...있지.”


강윤이 긴장하여 말을 더듬었다.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극복해봐!”


네 개의 로봇 팔을 능숙하게 작동시켜 절벽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민희는 고글 너머로 사악한 눈빛을 날렸다.


수직으로 매달린 채 빠르게 이동하는 홀드업의 옆 좌석에서 멀어지는 지상을 강윤은 뒤통수로 느끼며 안전벨트를 꽉 조였다.


민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부팀장은 팀원들, 헌터들과 함께 모니터상의 안전지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100m를 넘게 올라 암염덩어리 밑에 도착한 홀드업을 민희가 수평으로 조작한 다음 드릴을 들고 밖으로 몸을 기울였다.

강윤은 안전와이어를 연결하고 홀드업의 뒷부분에 서서 헌트건을 들고 가드를 준비했다.


이곳에는 소금을 섭취하려고 오는 동물들을 사냥하는 독수리들이 많았는데 그 놈들의 크기가 엄청났다.

날개를 펴면 5m가 넘어서 방심하면 순식간에 새 모이가 되는 수가 있었다.


민희가 드릴로 폭약을 설치할 구멍을 두 개째 뚫고 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전방에서 하늘을 맴돌던 한 마리가 자신들을 향해 급강하 하면서 순식간에 다가왔다.


“쾅!”


강윤은 침착하고 능숙한 솜씨로 놈의 대가리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나이스! 실력 여전한데.”


총소리에 뒤를 돌아본 민희가 엄지를 척하고 올려 보이자 강윤은 뭘 이쯤이야 하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강윤이 그렇게 독수리 두 마리와 자신들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오는 암벽 고양이 한 마리를 처치하고 나자 민희가 ‘설치 완료!’라고 짧게 무전을 날렸다.


민희는 강윤이 다시 탑승하여 벨트를 매자 홀드업을 다시 수직으로 조작하여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왜 더 올라가는 거야? 안 내려가고?”


“바보냐? 저 덩어리가 밑으로 떨어지는데? 위쪽이 더 안전해! '세이프존'까지는 너무 멀고... 지금 시간이 없어.”


폭약 설치 지점에서 다시 100m 정도를 더 올라가서 홀드업이 멈춰 섰다.


“폭파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10, 9, 8...”


민희가 무전기를 잡자마자 즉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3, 2, 1. 폭파!”


‘쿵!!!’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열다섯 군데에 설치된 폭약이 마치 한 덩어리인 것처럼 동시에 폭발하여 폭음 소리는 한번밖에 들리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암염덩어리의 위쪽 경계면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굉음과 함께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쿠콰쾅!!!’


암염덩어리가 100m밑으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굉음과 함께 하얀 먼지를 일으키며 굴러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우와...”


높은 곳에서 이 모습을 보던 강윤이 감탄사를 낮게 내뱉었다.


멀리 1km밖에서 지켜보던 팀원들이 하얀 소금 먼지가 자욱한 방향으로 일제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쯤 민희와 강윤도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도착한 팀원들은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즉시 각자의 할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렁~ 그르렁~’


‘철컥~’


장비 차량에서 각 종 절단기와 운반 장비들이 내려지자 정해진 픽커들이 조작을 시작하며 컨테이너 차량에 암염 덩어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헌터들은 담당한 픽커들 주변에서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비해 가드를 섰다.


“이 정도 속도면 두 시간 정도면 끝나겠습니다.”


부팀장이 민희의 옆에 서며 말했다.


“네. 다음에 올 소금 채취 팀들도 훨씬 수월해지겠죠.”


위험 부담이야 됐지만 민희의 빠른 판단으로 작업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었고 목표량도 쉽게 맞출 수 있었다.

거기에다 오늘 채취하고 남은 암염덩어리들은 다음 작업을 쉽게 해줄 것이었다.


컨테이너가 가득 차자 팀원들이 모두 차량에 탑승했다.


“흘리고 가는 팀원들 있나 체크 부탁합니다. 헌터팀도 체크해주세요.”


“이상 무!”


각 차량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복귀 시작합니다.”


차량의 제독키트가 발생시킨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민희가 각 차량에 무전을 날렸다.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전 차량이 둥지에 복귀를 시작했다.


기분 좋게 들판을 달려가는 자신들을 멀리서 한 무리의 애니멀들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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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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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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