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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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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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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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DUMMY

헌터팀은 항방사능제의 재료 공급을 위해 세 벙커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애니멀 사냥 임무를 담당하는 팀으로 총 200명.

사냥팀이 10명씩 15개조. 각 수송과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50명으로 이루어졌다.


총팀장은 그 동안 지상수색팀을 이끌던 김형록이 되었다.




김형록이 이끄는 헌터팀은 첫 번째 임무를 부여 받아 지상으로 나왔다.


“잠시 후 도착합니다.”


부팀장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김형록이 지도를 보며 작전 계획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확인하여 만들어진 3D 지도를 통해 목표물들의 도주로의 차단, 사냥, 수송 등을 면밀히 확인해 나갔다.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정지하자 부팀장이 굳은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좋아. 먼저 차단작업을 시작한다.”


“네. 조장 최일만입니다.”


작업조의 조장이 대답했다.


“지금부터 신속하게 도주로를 없앤다. 두 시간 안에 완료하도록.”


김형록의 지시에 따라 작업조들이 애니멀들의 서식지 주변의 높은 나무들을 중장비와 기계들을 이용하여 제거하기 시작했다.


‘부와왕~’

‘우우웅~’

‘콰콰콰’


사방이 기계톱과 중장비들이 내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서식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애니멀들이 각 자의 둥지에서 나와 무슨 일인지 살피고 있었다.


군집 생활을 하는 애니멀들은 의외로 좁은 지역에 많은 수가 모여 있었다.


“완료되었습니다.”


거의 두 시간 만에 서식지를 둘러 싼 큰 나무들이 거의 제거되었다.


“좋아. 각 조는 모니터 상에 나와 있는 각 위치에서 임무 대기한다.”


김형록의 지시에 따라 사냥팀 10개 조가 간격을 두고 서식지를 모두 둘러싸고 준비를 마쳤다.


“자. 이제 곧 임무가 시작된다. 여러분들은 모두 조장에게 지시 받은 대로 움직여 빠른 시간 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 직접타격조는 나와 함께 진입한다.”


김형록의 1조와 나머지 4개조가 애니멀 서식지에 들어섰다.


나무 위와 동굴들에서 사람들보다 절 반 정도의 키를 가지고 회색 털로 덮힌 애니멀들이 나와 다가왔다.


새벽부터 자신들의 집 근처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웠으나 애니멀들은 전혀 경계심이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자기들에게 먼저 다가와 준 사람들에게 호감과 기대가 가득한 모습으로 헌터팀을 맞이했다.


잠시 후 애니멀들의 리더로 보이는 한 개체가 다가와 김형록 앞에 서서 마치 서로 교류를 원하는 듯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 뒤에는 이 위험한 이방인들을 대접 하려는 듯 애니멀 십 여마리가 과일들을 잔뜩 들고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서 있었다.


“에이. 이놈들이 미안하게 왜 이래?”


조원 한 명이 난처한 듯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냉정하게 행동해라. 인간적인 감정 같은 걸 가져서는 안돼!”


김형록이 무전으로 지시하자 잠시 동요하던 헌터들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리더로 보이는 애님멀과 눈을 마주친 채로 잠시 대기하던 김형록이 짧게 말했다.


“시작!”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헌터들이 즉시 산개하며 행동을 개시했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게 이방인들을 보고 있던 애니멀들에게 재앙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쾅!’

‘쾅!’


산개했던 타격조들이 일제히 마취탄이 든 총을 발사했다.

앞 쪽에서 과일을 들고 있던 애니멀들과 그 주변의 수십 마리가 영문도 모르고 그 자리에 픽픽 쓰러졌다.


순간 멍하게 있던 애니멀들이 혼비백산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며 필사적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던져!”

“쏴!”

“그물망!”


헌터들이 소리치며 사전에 맡은 임무대로 총을 쏘고 그물망을 던지거나 근처의 애니멀들에게는 전기충격기로 지졌다.


사냥을 피해 달아난 애니멀들은 주변의 높은 나무로 올라가 다음 나무로 이동 하려고 했으나 이미 서식지 주변에는 점프하여 다다를만한 나무들이 모두 잘려 나간 상태였다.


“저 쪽! 도망간다. 포위팀 준비해!”

“이 새끼들이 어디로 도망가려고!”


결국 다시 땅위로 내려와 서식지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주변을 둘러싼 헌터들이 그냥 두지 않았다.


순식간에 마취되었거나 사로잡힌 애니멀들이 컨테이너 주변으로 잔뜩 모여 있었다.




“저것들은 방법이 없겠습니다. 안 내려오는 데요.”


마취탄이 닫지 못하는 높은 나무 위로 도망가 이 상황을 떨면서 겪고 있는 애니멀들을 보며 팀원 라수익이 난감하다는 듯이 물었다.


“쏴!”


김형록이 지시했다.


“쏘아도 마취탄이 닫지 않습니다.”


라수익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모두 실탄으로 교체해서 잡아. 죽은 놈도 관계없다.”


“예?”


김형록이 소리쳤으나 쉽게 움직이는 팀원이 없었다.


굳이 죽일 것까지야...

팀원들은 갑자기 내려진 사살 명령에 당황해 하고 있었다.


‘쾅!’


소리와 함께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애니멀 한 마리가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어...”


라수익이 당황하면서 총연이 올라오고 있는 총을 든 자기 팀장을 보았다.


“지금 여기에 인도적인 놀이하러 온 거냐?”


김형록이 총을 라수익에게 던져 안기며 싸늘하게 말했다.


“뭣들 하고 있어!"


김형록이 주변의 팀원들을 빙 둘러보며 소리 질렀다.


이미 김형록은 출동 전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생포가 원칙이었으나 불가피 할 때는 죽은 개체들도 관계없다고 수석 연구원과 벙커장이 지시를 내렸다.

최대한의 수확을 우선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쾅!’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던 팀원들이 누군가의 시작으로 모두 사격을 가했다.


‘쾅!’

‘쾅!’


총소리가 한 발씩 울릴 때마다 나무 위에서 애니멀들이 하나 씩 떨어져 내렸다.


이미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었던 애니멀들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오가며 도망 다녔으나 잔인한 총알은 용서와 자비가 없었다.


나무 위로 도망갔던 애니멀들은 모조리 사체가 되어 한 곳에 쌓였다.


“욱!”


이 모습을 지켜보던 라수익은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다.

아마 밀폐된 방호헬멧만 아니었어도 길바닥에 오늘 먹은 것을 모두 토해 냈을 것이다.


“괜찮냐?”


조장이 라수익의 곁에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이! 씨발! 이건 작전 내용 중 없었지 않습니까?”


조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알았으면 이 X 같은 임무에 지원을 했겠냐?”


고글 너머 조장의 눈빛에도 후회가 가득 했다.


“시작된 임무이니 마저 마치자.”


조장이 씁쓸한 말을 내뱉고 트레일러로 갔다.


라수익은 쌓여 있는 사체들 옆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애니멀들을 보았다.


차라리...

비명이나 절규라도 질러 댔다면 덜 안타깝게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성대가 없는 애니멀들은 비명 소리 조차 내지 못 하고 오직 벌벌 떨고 만 있었다.


“아...씨발 X 같다. 진짜 X 같다.”





불과 세 시간도 되지 않아 서식지에 있던 대부분의 애니멀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총 252마리입니다.”


부팀장이 보고하자 고개를 끄덕인 김형록은 그물에 싸인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애니멀의 리더를 잠시 보았다.

놈의 눈빛은 분노와 공포, 증오의 감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철수!”


즉시 이동을 지시했다.


김형록은 지시를 내리는 순간 무언가 촉이 발동되었다.

리더놈의 눈빛에 안도감이 스쳐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잠깐!”


“예? 왜 그러십니까?”


부팀장이 다가오며 물었다.


김형록이 애니멀 리더놈의 눈빛이 가는 방향을 짧은 순간 포착해내었다.


“저기! 저 곳 수색해봐!”


나뭇가지와 풀잎들로 뒤 덮인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애니멀 리더가 그물 밖으로 손을 내밀어 김형록의 발목을 붙잡았다.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사정하는 듯이 매달렸다.


“빨리!”


김형록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며 재촉했다.


2조가 그곳으로 달려가 위장되어 있는 나뭇가지들을 치우자 동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기에다 숨겨 놓았군.”


안쪽으로 랜턴을 비추자 숨어있던 새끼들과 어미들 무리가 쏟아지는 랜턴 빛을

손으로 가리며 떨고 있었다.


“어쩐지 어린 놈들이 하나도 안 보이더니.”


김형록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했다.


“수거해!”


김형록이 뒤를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움직이는 팀원들이 없었다.


“팀장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합시다.”


부팀장이 다가와 부탁조로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야?”


“모두 새끼들과 새끼를 돌보는 어미들입니다.”


부팀장의 목소리에는 이제 항의성이 담겨 있었다.


“새끼들까지 굳이...억!”


김형록이 정강이를 걷어차자 부팀장은 말을 끝 맺지 못했다.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나?”


김형록의 단호한 소리에 팀원들이 움찔했다.


“나는 이미 출동 전 벙커 지휘부의 모든 지시와 명령을 전달 받았다. 양심? 나는 그런 게 없는 줄 아나? 나도 너희들처럼 인간적이고 동정을 할 줄 아는 놈이다.”


“...”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것들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누군가 감당해내야 하고 선구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인류를 위해서, 저 벙커안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생존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저지른 일에 변명이 될 수 있습니까?”


김형록이 말하는 중간에 누군가 반문했다.

라수익이었다.


“우리 사람들을 위해서? 예!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은 해야 합니다. 약간, 아니 적당한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겠지만 이건 학살입니다. 우리가 생존이라는 핑계를 대고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라수익은 하늘같은 팀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애니멀들도 생존을 위해 살아왔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에게 가해지는 이런 학살이 용인 되어서는 안 됩니다.”


김형록이 눈을 부라리며 다가왔으나 라수익은 눈을 피하지 않고 같이 노려봤다.


‘틱!’


라수익의 옷깃에 붙어 있는 헌터를 표시하는 배지를 한 손으로 뜯어 낸 김형록이 말했다.


“자네는 이 시간 부로 헌터 자격 박탈이다.”


“고맙습니다. 이 X 같은 임무에서 벗어나게 해 주셔서!”


라수익이 비웃음을 날리며 돌아섰다.


‘툭!’

‘틱!’

‘툭!’


주위의 헌터 십 여명이 헌터 배지를 김형록의 발치에 던지고 라수익의 뒤를 따라갔다.


“시작해!”


김형록이 남은 팀원들에게 지시하자 일부 팀원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동굴로 치고 들어가 어린 새끼들을 어미들에게서 떼어내 집어던졌고 반항하는 어미들은 전기충격기로 제압했다.


애니멀의 리더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 이 장면을 애써 외면했다.





“새끼들까지 잡아왔나?”


벙커장 이인욱이 우리 한 구석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애니멀의 새끼들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네. 헌터팀에게 제가 부탁했습니다. 어린 개체일수록 항체 형성 과정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골수에서 추출되는 항체의 순도도 훨씬 더 높습니다.”


이인욱이 대답하는 책임연구소장 박창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도 나지만...자네도 참...”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알쏭달쏭한 말을 하는 벙커장을 보며 박창석이 물었다.


“아니...아무것도 아닐세. 수고하시게나.”


돌아서 가는 벙커장을 보며 박창석은 ‘흠..’하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벙커장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어치피 누군가 악행의 주도자가 되어야 했다.

그 주최가 벙커장이라면 주도적인 악행을 실행 하는 자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역사가 자신들을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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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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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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