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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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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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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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다. 1

DUMMY

인류의 운명을 건 계획이 시작되었다.


“발사대 최종 점검!”


민익선 센터장이 마이크에 대고 낮게 지시를 내렸다.


“발사대 1, 2 이상 무!”


“3,4 이상 무!”


“5, 6, 7 이상 무!”


“8, 9, 10 이상 무!”


각 발사대 담당자들의 보고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었다.


“발사 전 이상 유무 확인 확실히 하기 바랍니다.”


전날 로켓을 발사한 중국과 일본, 인도에서 총 다섯 발의 로켓이 발사 직후 또는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로 인해 수십 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달았지만 계획을 늦출 수는 없었다.


“오케이! 오 분후에 1호부터 카운터 다운 실시합니다. 2호부터는 1호 발사대 발사 후 오 분 간격으로 카운터다운 들어갑니다.”


1년 전 ‘다윗의 돌’로 명명된 계획이 수립된 이후 세계 각 국에서 120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로켓을 개발했다.

한국도 북한의 3대를 포함한 총 10대의 로켓을 준비하여 왔다.


이제 드디어 그 계획이 실행되고 있었다.

혜성과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1호 발사대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2, 1. 발사.”


1호 발사대에서 3메가톤의 핵탄두를 실은 로켓이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5' 포인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2호 발사대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민익선 센터장은 긴장감에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제발 무사히 발사되어야 할텐데...'


그렇게 차례대로 10대의 로켓이 우려했던 것들을 뒤로 하고 성공적으로 날아갔다.


“부스터 분리됩니다.”


시간이 지나 부스터가 차례대로 분리된 로켓들이 설정된 포인트에 차례대로 안착하기 시작했다.


“NASA로 통제권을 넘깁니다.”


이제 한국에서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지금부터는 NASA가 세계 각 국에서 발사된 모든 로켓이 동시에 혜성을 타격할 수 있도록 제어할 것이다.




“영국의 마지막 로켓이 포인트에 도착하였습니다.”


센터의 모든 이들이 시선이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영상에 집중되었다.

반짝이는 별빛처럼 로켓들이 빛나고 있었다.


모든 로켓이 ‘라그랑주 L5 포인트’에 도착하는데 꼬박 닷새가 걸렸다.


“마지막 부스터 작동됩니다.”


순차적으로 로켓들이 NASA의 통제를 받아 마지막으로 남은 부스터를 작동하며 혜성의 진행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중 부스터가 작동되지 않는 로켓 일곱 기가 원격으로 인해 폭파 되었다.

이제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맨 앞의 로켓에서 보내오는 영상에 깊은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혜성의 푸른 빛이 보이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지?”


센터장이 팔짱을 낀 채 영상을 주시하며 물었다.


“10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신이시여...인류를, 지구를 지켜주소서.’


민익선을 비롯한 우주 센터의 모든 이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


“뭐야? 무슨 일이야?”


혜성의 모습이 마치 섬광처럼 빛났기 때문이었다.


“뭐야? 시간 예측을 잘못했었나? NASA 연결해봐!”


혜성과 로켓들의 충돌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었다.

연구원 한 명이 얼굴에 반쯤은 희망적인 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혜성의 자체 폭발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자체 폭발?”


“아직 정확한 상황은 파악이 되지 않았답니다.”


비록 직접 타격이 아닌 자체 폭발이었지만 일단 혜성이 폭발한 것이었다.

일순 센터의 사람들은 희망의 꽃을 피워나갔다.


신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준 것일까?


그 폭발로 혜성은 헤아릴 수 없는 조각들로 분해되었다.

NASA를 비롯한 세계 각 국의 관측소에서 혜성 폭발 이후 파편의 궤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지금 로켓들은 궤도를 수정하여 혜성 파편들로 향하고 있습니다.”




또 다시 영겁과도 같은 시간들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른 답이 프린터를 통하여 전해지고 있었다.


“아...”


프린터물을 들고 있는 센터장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파편의 대부분은 강력한 폭발력으로 궤도를 틀었으나 위협적인 많은 파편들이 지구의 강력한 인력에 의해 다시 지구로 끌려들었다.


그 중 가장 큰 파편은 최고 20km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관측되었다.

하나 만으로도 종의 멸종을 부르고 남을 10km이상의 파편이 최소 7개 이상으로 판단되었다.


발사 된 로켓들의 궤도를 수정하여 이 파편들을 파괴하려 시도하였으니 겨우 2개 정도에만 영향을 주었을 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지구는 KO 펀치 한방으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것은 피했을 뿐 수많은 린치로 인해 서서히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담은 ‘다윗의 돌’로 명명되어 시작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각 국의 정부는 이 소식을 끝으로 모든 정규방송을 중지했다.


‘인류의 미래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아나운서는 마지막으로 애원 같은 멘트를 남겼다.





택호가 아파트를 나서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걸었다.

안될 줄 알면서도 일분 간격으로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벌써 아내와 아이들하고 통화한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통령의 대국민 메세지가 나간 직후에 통화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에는 통화량이 많아 연결되지 않는다는 친절한 메시지만 계속 흘러나왔고 이제는 신호 자체가 가지 않았다.


혹시 아내와 아이들은 대피소로 갔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위로하며 휴대폰에서 아이들 사진과 영상을 찾았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영상은 둘째의 생일 파티였는데 불과 두 달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아빠 사랑해!’하는 모습을 보며 조만간 만나게 될 거라고 아이들에게 약속했었다.


기러기 아빠로 몇 년을 보내다가 이렇게 서로 멀리서 마지막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했고 갑자기 아내와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더 미칠 것만 같았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났다.

혹시나 싶어 아파트 상가의 마트에 들러 쑥대밭이 되어 있는 매장을 뒤져 멀쩡한 소주 두 병을 찾아냈다.


한 손에 한 병씩을 들고 아파트로 돌아오던 길에 건물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군인 한 명을 보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군인이 무심히 쳐다보자 택호는 소주 한 병을 까서 내밀었다.


“안 무서우신가 봐요?”


군인이 소주를 두어 모금 들이 키고 병을 건네며 물었다.


“뭐가?”


“군인들요. 며칠 전부터 사람들이 우리만 보면 도망가던데...”


택호가 소주를 한 모금 마시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우리를 지켜주러 온줄 알았더니 어느새 심판이 되어 있더라고 거기다 비합리적인 잣대로 마구 레드카드를 날려버리니...”


군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서운 건 군인들뿐만이 아니었잖아. 이 난리 통에는 사람 자체가 무서운거지. 난 나 외에는 다 무서워.”


택호가 마치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그렇죠.”


“...”


“정말이지 우린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택호가 내민 술병을 들고 다시 한 모금 마신 군인이 넋두리처럼 말했다.


“우린 정말 이성을 잃지 않고 국민들을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들을 가혹한 폭력에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꼭 그래야만 하고 그게 우리들의

임무라고...“


택호는 말없이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군인의 넋두리를 계속 들어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아니 우리뿐만 아니고 사람들은 왜 모두 미쳐버린 걸까요?”


“지금 미쳐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비정상 아닌가?”


택호가 위로하듯이 반문했다.


“그래도 우린 그래서는 안 되는데...”


택호는 그 군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


군인이 피로 물든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어제 밤에는 며칠 동안 내가 죽인 사람들이 생각나서 한숨도 못 잤어요. 우린 그 사람들을 지켜주러 왔었는데...”


“...”


“이제 우리 분대원들 중 저 혼자 남았어요.


택호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자 십여 미터 떨어진 건물 벽에 소총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군인 한 명이 더 보였다.

머리 뒤쪽 벽에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우리 분대 2팀이 어디서 누군가 던진 수류탄에 모두 죽고 최병장과 석환이도 그 날 총을 맞아 죽었어요. 그래도 우린 그래서는 안 되는데...”


“지금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군인들도 그저 사람들일뿐이야.”


군인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린 악마나 마찬가지였어요.”


택호가 군인의 옆에 먹던 소주병을 두고 일어섰다.


“전 이한영이라고 해요. 집은 대구예요.”


“응? 어 그...그래... 난 택호... 김택호.”


난데없는 통성명에 택호가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이름을 대자 군인이 고개를 들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해주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마지막으로...”


택호가 손을 내밀자 이한영은 앉은 채 피 묻은 오른 손으로 악수를 받았다.


그리고 택호는 뒤돌아서서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


‘탕!’


아파트 입구에 다가서자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택호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화단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쓰러져있었다.


‘쿵!’


무슨 일인가 생각하는 동안 옆 라인 방향에서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도 사람이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패닉 상태의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택호가 엘리베이터의 5층을 누르고 타서 문이 닫히기 전 맨 꼭대기 층 번호를 눌렀다.


‘띵!’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이르자 택호는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가장 높은 물탱크 위에 자리 잡았다.


‘우~~~웅’


하늘 위에는 수 십대의 비행기가 번갈아 지나가며 길고 하얀 꼬리를 남겼다.

보기에는 그냥 비행운이 아니라 무언가를 뿌리는 것 같았다.


거친 비행기 소리에 귀가 멍멍해진 택호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노래를 크게 틀었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도시의 끝자락을 보자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긴 꼬리를 단 유성 같은 것들이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소주를 까서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도시의 끝으로 보이는 곳에서 엄청나게 밝은 섬광이 번쩍였다.


택호가 그 방향으로 병째로 건배를 하고 한 모금을 마신 후 다시 바라보자 그 방향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이 보였다.


그 파도는 물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큰 도시를 이루고 있던 건물들과 모든 구조물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택호가 있는 아파트 방향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밝은 빛으로 인해 눈이 아프도록 부셨지만 택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렇게 택호는 이 아름다운 도시의 끝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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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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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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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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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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