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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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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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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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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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DUMMY

민희의 픽커 6팀과 강윤의 헌터12팀은 벙커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Farm A7이라 불리는 수박 경작지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갔다.


이곳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 아니라 픽커 팀들이 관리하던 곳으로 상당히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평소 애니멀들의 활동 반경도 아니었으며 야생 동물들도 자주 나타나지 않는 곳이어서 픽커들뿐만 아니라 헌터들의 가드 임무도 수월한 곳이었다.


“오후3시까지 여기 작업을 마치고 Farm A9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니 시원한 수박한 조각씩 먹고 이동하려면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자! 지금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민희의 지시가 떨어지자 픽커 팀원들이 맡은 구역으로 이동하자 헌터들도 가드 구역으로 이동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예상 시간보다 빨리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희는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잠깐!”


갑자기 헌터 한 명이 손을 들어 수신호를 했다.

픽커팀들이 일동 작업을 멈추고 헌터가 손짓하는 곳을 보았다.


“집중!”


강윤이 무전기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신호를 준 곳은 경작지 주변을 둘러싼 잡초가 웅성한 곳이었다.


‘스스슥’


그곳에서 뭔가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움직임이 있는 곳은 그 곳 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의 높게 자란 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심해! 야생 동물은 아닌 것 같다.”


강윤이 소리치자 헌터들이 긴장하며 총을 겨누며 경계 태세를 취하며 픽커들의 옆으로 이동했다.


‘팍!’

‘파박!’


소리와 함께 잡초들 사이에서 회색의 덩어리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철컥!’


헌터들이 반사적으로 총을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으나 발사되는 총은 없었다.

잠금 장치가 작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뭐야! 왜 이래!”


헌터들이 소리치는 그 짧은 순간에 그것들은 순식간에 날아와 헌터들을 공격했다.


‘퍽!’

‘퍽!’


예상하지 못한 한방에 헌터들이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잽싸게 민희의 앞을 막아섰던 강윤이 자신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놈의 옆으로 돌아 피했다.


반격을 하려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민희의 모습을 보며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


민희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뽑아 들고 가드하기 위해 이동하려했다.


‘퍽!’


그때 무언가가 등을 강하게 후려치는 충격에 앞으로 나뒹굴었다.


반사적으로 넘어진 헌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들던 픽커 여러 명도 놈들의 손짓 한 번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어느 새 팀원들은 일곱의 덩치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놈들은 윤기 나는 회색 털에 뒤덮혀 있었고 사람들보다 머리가 세 개 정도는 더 커 보이는 강인해 보이는 신체를 가진 애니멀들이었다.


가드하던 헌터들이 순식간에 모두 쓰러지자 픽커들은 몸이 얼어붙었다,

미처 숫자도 파악하기도 전에 놈들은 체계적으로 위협 요소인 헌터들을 먼저 제압해버린 것이다.


‘이...저 놈들은 왜...갑자기.“


그 중 가장 덩치가 큰 한 놈의 눈이 민희와 마주쳤다.

그 놈이 민희 쪽을 보며 성큼성큼 걸어오자 담대한 성격의 민희 조차도 놈을 보며 겁에 질려 버렸다.


몸이 굳어버린 민희가 곁눈질로 옆에 쓰러져 있는 강윤을 보았는데 강윤이 낮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강윤이...’


다가오던 놈의 목표는 강윤이었다.


“으...”


힘들게 몸을 일으킨 강윤이 등 뒤의 서브건을 손으로 잡는 순간 놈이 손을 뻗어 목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강윤이 서브건을 떨어뜨리며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놈의 왼쪽 어깨에 눈이 갔다.

놈의 왼쪽 어깨에 길게 나 있는 흉터가 보였다.


‘이 놈...설마 그때...“


1년 전의 일을 회상하며 ‘그럴 리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의 상황을 고려하면 어쩐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1

놈이 점점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강윤이 놈의 손을 잡고 버둥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그리고 옆에 멍하니 서 있던 민희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놈.이.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섞여 쉽게 알아듣기는 어려웠으나 틀림없이 인간의 말이었다.


이때까지 모든 보고에서도 언어를 구사하는 애니멀은 없었다.


믿기 힘든 상황에 놀라고 있는 사이 다른 팀원들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놈들은 강윤을 들쳐 매고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다.


그 어느 누구도 놈들에게 총구를 돌리지 못했다.


“팀장님.”


멍하니 있던 민희가 정신이 차린 것은 옆에 와서 어깨를 붙잡으며 흔드는 부팀장 때문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부팀장이 재차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때요?”


“헌터들과 팀원 일부가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부팀장이 비틀거리는 민희의 팔을 잡으며 대답했다.


“지금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복귀합니다. 벙커 관제실에 무전을 날리세요. 자! 모두 부상자들을 우선적으로 차량에 탑승시키시고 장비를 수습하시기 바랍니다.”


민희가 뒤로 돌아 큰소리로 지시했다.


“지강윤 팀장은?”


부팀장이 걱정스러운 듯이 묻자 민희가 지나치며 말했다.


“지금은 남은 사람들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합시다.”


민희의 붉게 충혈 된 눈이 강윤이 사라져간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민희의 이야기가 끝나자 형욱과 철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이겠지만 믿기 어렵네...”


철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보분서관들도 똑같이 말했어. 세상에 언어를... 거기다가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는 애니멀이라니... 나보고 당황해서 잘 못 들은 것 아니냐 라고 하더라고. 하긴 나도 간부들 입장이라면 똑같았을 거야.”


민희는 직접 보고 들었지만 자신조차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그 놈들이 애초에 강윤이를 목표로 하고 왔다는 거잖아.”


철민이 고개를 흔들며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무엇 때문에?”


민희가 형욱의 말에 다시 의문을 달았다.


“아마 일 년전 강윤이가 해치운 놈 때문이겠지.”


형욱이 의미삼장한 말을 띄웠다.


“그럼 그때 일을 보복하려고 기다려 오고 있었다는 말인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가 있었었나?”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겠지.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이 안돼.”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놈들이 강윤이를 데리고 간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복을 하러 왔다면 그 자리에서 없애는 것이 확실할 텐데도 놈들이 굳이 그랬다는 것은 다른 생각이 있었다는 건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 애니멀들의 행동 양식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된 적은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냥 가설이었고 추측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때까지의 모든 사례와 보고에서도 없었던 일이 발생하자 헌터 사령부는 비상이 걸렸다.


“지금 픽커 6팀장의 증언에 대해 관련 사례가 있습니까?”


헌터 사령관이 정보담당관을 보며 물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정보담당관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복수를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애니멀이라니...”


사령관이 정보담당관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거기다가 사람의 말을 하는 애니멀? 실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정보담당관이 지상생물의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실장에게 질문했다.


“이때까지 애니멀의 사체를 통한 연구에서는 성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추정이 아닌 확정 사실입니다.”


“그럼?”


“당황한 상태에서 잘 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기억의 오류일수도 있습니다.”


사령관의 질문에 정보담당관이 대신 대답했다.

“위급하고 다급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인식의 오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심리담당의무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럼 놈들이 지강윤을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데려간 부분은?”


사령관이 또 다른 의문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 당시 지상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때 이미 숨진 상태였을 겁니다.”


이번에는 상황실장이 질문에 대답했다.


“흠...모두 최민희의 착각이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사령관은 또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왜 놈들이 지강윤을 데려갔느냐? 이게 문제입니다. 그때 이미 죽었던 살았던 간에.”


사령관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가벼운 부상 정도에 그친 다른 팀원들에게 추가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례적입니다.”


사령관이 잠시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화두를 던졌다.


“만약 일정 부분이라도 사실이라면?”


이 부분은 사실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애니멀들의 행동 양식이 이전과 다른 패턴을 보인다면 지상 임무팀들의 안전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소극적 대응에서 적극적 대응으로 매뉴얼을 바꾼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상은 인간들의 구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찍이 지상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더 이상 확대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벙커의 불문율이었다.


애니멀들과 수많은 야생 동물, 식물들에게 주어진 장소에서 강력한 대응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 텐데 그것이 인간에게 득이 될 것인지도 미지수였다.


이제 벙커에서는 지상 활동의 임무 메뉴얼을 다시 정비해야 되는 것이다.

헌터 사령부의 회의실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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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9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9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2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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