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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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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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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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HUNTER

DUMMY

지상의 공기는 정화 필터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지만 어쩐지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형욱과 팀원들은 그 상쾌함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수색을 하고 있었다.


“정지!”


제일 먼저 놈을 발견한 것은 현주였다.

앞서 가던 현주가 멈춰 서며 일행에게 수신호로 멀리 전방을 가리켰다.


약 500m 전방에 거대한 황소 한 마리가 들판에서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있었EK.

대충 사이즈로 보아 거의 6톤에 가까워 보이는 크기였다.


‘휘익~’


진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분좋게 휘파람을 불었다.


낮은 풀숲에 몸을 숨기며 조심스레 팀원들이 놈의 100m 앞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마땅히 은폐할 만한 곳이 없는 들판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놈이 낌새를 알아채고 팀원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며 경계를 하였다.

거리가 다소 멀었으나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쾅!’


현주가 먼저 명중탄을 날렸으나 놈은 잠시 휘청했을 뿐 쓰러지지 않고 팀원들의 정면으로 거침없이 달려왔다.


‘드드드드드’


거대한 놈이 땅을 울리며 달려오는 진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피해!”


형욱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놈을 향해 2,3탄을 준비하던 팀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흩어졌다.


“야! 이 씨발!”


김성욱이 욕을 내뱉으며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놈이 다른 팀원들은 내버려두고 성욱만을 쫒아 다녔기 때문이었다..


성욱이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도망다녔으나 놈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놈이 김성욱을 겨냥하여 엄청나게 거대한 뿔을 휘두르며 계속 쫒아 다니는 바람에 다른 팀원들이 급소에 일발을 가할 수가 없었다.


헌터 7년차인 노련한 성욱이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황소의 시선을 피한 덕분에 더 큰 사고는 없었으나 잠시 두리번거리며 성욱을 찾던 놈은 그대로 숲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쾅!’

‘쾅!’


팀원들이 뒤에서 총을 쐈으나 숲의 나무들이 치명탄을 막아주었다.


“성욱 선배! 괜찮아요?”


“우와~ 씨발! 뒈지는 줄 알았네!”


현주가 걱정이 되어 소리치자 바위 뒤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성욱이 나왔다.


그래도 그 중 몇 발이 놈의 가죽을 뚫고 상처를 주었는지 숲 속에서 혈흔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형욱은 고민을 해야 했다.

과연 숲 속까지 그 놈을 추적해야 할 것 인지가 문제였다.


시야가 좁은 숲 속에서 그 거대한 놈과 맞선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큰 탓이었다.


“팀장님. 갑시다.”


고민하고 있는 형욱에게 성욱이 말한 후 다른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혹시 개인적인 원한 같은 건 아니지?”


박진교가 웃으며 농담을 했다.


“맞아요.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저 놈 잡으면 올해의 트로피는 무조건 우리 겁니다.”


현주도 성욱의 말에 동의했다.

박 진교는 다소 망설이는 듯 했으나 전체 의견은 추적하자는 쪽이었다.


사실 형욱도 욕심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말에 헌터들의 성과를 시상하는 올해의 트로피가 탐이 나서가 아니었다.

언제 다시 모를 거대한 사냥감에 대한 헌터의 본능이었다.


“좋아. 계속 간다. 절대 따로 이동하지 않고 단체 이동하면서 만약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철수하기로 하고. 진교야 차량에 무전해서 현 상황 알려라.”



역시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놈의 흔적을 쫒아 추적을 했지만 거대한 덩치만큼 이동 속도도 빨라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팀원들은 놈을 쫒느라 밤을 꼬박 새우며 이동하고 있었다.


형욱은 묘하게도 몸의 피곤보다도 배고픔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방호 텐트를 치고 쉴 시간도 없어 계속 굶어야 했다.

간편식도 있었지만 만약 방호 헬멧을 벗는 순간 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상에는 푸르른 식물이 자라고 온갖 동물들이 뛰어다니는데 이 공기가 방사능으로 인해서 벙커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고 즉각적인 위험을 준다니 말이다.


아침이 될 때까지 추적은 계속되었다.


“아 씨! 이 새끼 잡으려다가 우리가 먼저 굶어 죽겠네.”


현주가 툴툴거리며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안되겠다. 여기서 방호텐트 하나를 치고 잠시 요기라도 하고 가자.”


형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주가 벌떡 일어나 배낭에서 텐트를 꺼내 스위치를 켜 텐트를 쳤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네.’


형욱이 급하게 텐트를 설치하는 현주를 보고 피식 웃었다.


텐트가 펼쳐지자 네 명이 모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제독키트를 작동시켰다.

텐트 안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차며 잠시 후 텐트 안의 안전표시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외부공기 여과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 후 헬멧을 벗었다.


“즐거운 식사시간!”


형욱이 외쳤으나 순간 진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 밥이 든 배낭을 밖에 그대로 놔두고...”


진교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텐트 안은 난리가 났다.


“아! 나 미쳐!”


“이런!”


“이 새끼 진짜!”


결국 팀원들은 주린 배를 잡고 제독 절차를 다시 해야 했다.




그 날 밤이 되어서야 팀원들은 놈의 근처에 접근 할 수 있었다.

숲 속의 어느 공터에서 씩씩거리고 있는 황소를 발견했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부러지고 뽑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공터는 놈의 환장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형욱은 바로 사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놈이 전처럼 미쳐 날뛰면 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안전한 회피 장소를 만드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회피 장소를 만들기 전까지도 놈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았다.


“준비 완료?”


형욱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팀원들이 왼손을 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팀원들이 자리를 잡고 고글의 적외선 모드를 작동 시키자 칠흑 같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사냥감의 모습이 하얀 실루엣으로 분명하게 보였다.


1번 사수인 현주가 헌트건의 약실에 강력한 관통분산탄을 장전했다.

관통분산탄은 사냥감의 조직을 뚫고 들어가 체내에서 분산 폭발하여 단 한방에 치명상을 주는 탄환으로 주로 놈처럼 아주 큰 사냥감을 잡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머리 말고 목과 몸체가 만나는 곳을 맞춰야 한다.”


제 2탄을 준비한 형욱이 현주에게 낮게 지시했다.


현주는 대답 없이 숨을 고른 후 놈을 신중하게 조준했다.

50m의 가까운 거리였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놈의 단단한 골격을 맞힐 경우 총알이 튕겨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쾅!’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현주의 총이 불을 뿜었다.

강력한 반동이 현주의 어깨를 때렸으나 바로 탄피를 제거하고 두 번째 탄을 빠르게 장전했다.


‘쾅!’

‘쾅!’


그리고 놈이 잠시 휘청하자 형욱이 바로 2탄을 날렸고 곧 이어 성욱이 3탄을 날렸다.

진교는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발사하지 않고 조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놈이 비틀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쾅!’


거친 숨소리를 내는 놈의 목을 향하여 진교가 마지막 한 방을 날리자 그대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그대로 숨이 끊진 것을 확인했다.


“나이스!”


형욱이 짧게 소리치자 팀원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성욱이 대기 중인 처리조에게 무전을 날리고 좌표를 보냈다.


모두 일어서서 황소에게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후드득!’


‘쿵!’


사냥감의 주위 나무들 위에서 함께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팀원들이 고글로 비춰진 형상에 급하게 총을 조준했다.


‘철컥’


그러나 헌터건의 방아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애니멀?”


형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놀란 팀원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소의 주위에는 일곱 정도의 형상들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어느 것을 조준하여도 헌트건의 잠김이 풀리지 않았다.


적외선 고글을 통하여 본 모습은 사람과 비슷했으나 키가 2m는 넘어보였으며 단단한 골격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덩치와 함께 팔과 다리가 길었다.


“서브건!”


갑작스런 대치가 시작되자 형욱은 ‘서브건’이라고 짧게 말하며 락 기능이 없는 등 뒤의 총을 들어 다시 조준했다.

헝욱을 포함한 팀원들 전체가 헬멧의 영상 장치 녹화 버튼을 눌렀다.


헌터의 강령 중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규칙 ‘애니멀과의 교전 금지’때문이었다.


만약 애니멀들의 선제공격으로 불가피하게 자위권을 행사하여 교전이 일어날 경우에는 반드시 영상을 기록하여 증거로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정말 지랄맞은 규칙이었다.


쓰러진 황소 주위에 서서 팀원들을 노려보고 있는 애니멀들의 안광이 무서울 정도로 밝게 빛났다.

애니멀들도 쉽사리 나서지 않은 채 황소 주위을 어슬렁거리며 긴 대치가 시작되었다.


어느 새 새벽의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파박!’


갑자기 애니멀들이 엄청난 점프력으로 나무 위로 뛰어 오르자 순간 팀원들이 흠칫하며 총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다행히 애니멀들은 나무 위에서 나무 위로 이동하며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휴우~”


긴장이 풀린 팀원들이 한 숨을 크게 쉬었다.


“와 애니멀은 처음이네...팀장님은 보셨습니까?”


“예전에 한 번.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처음이네.”


진교의 물음에 형욱이 답하는 사이 성욱이 처리조를 호출했다.

근처에 도착했던 처리조도 상황을 보고받고 같이 밤을 새웠던 것이다.


때마침 처리조가 탄 컨테이너 차량이 도착하였다.

처리조와 함께 황소에게 다가간 형욱은 대치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황소의 몸 곳곳에 길게 자상들이 있었는데 애니멀들의 손톱자국이었다.

결국 팀원들과 애니멀들은 같은 사냥감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니멀들의 양보로 사냥감을 획득한 팀원들이 처리조를 도와 컨테이너에 황소를 실었다.


‘힘든 사냥이었군...’


형욱과 팀원들이 차량에 탑승하여 둥지에 복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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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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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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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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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5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3 1 11쪽
» HUNTER 24.08.12 24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4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2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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