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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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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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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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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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인식카드 2

DUMMY

형욱은 어느 사무실 앞의 라운지에서 누군 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욱이 왔구나.”


철민의 부모님이었다.


“네. 이제야 찾아뵙습니다. 어제 알게 되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철민의 어머니가 형욱의 두 손을 감싸 쥐었다.


“아니다. 너는 어디 다친 데 없고 건강하지?”


“흑흑”


고개를 숙이며 형욱이 흐느꼈다.


“형욱아...너무 슬퍼하지 마라.”


철민의 아버지가 오히려 형욱을 위로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 벙커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들이다.”


형욱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았다.


“하지만 철민이...제가 반드시 복수를...”


형욱이 메여 오는 목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 형욱아...그러지 마라. 너는 벙커를 위해서 남아야지."


철민의 아버지가 타이르듯이 형욱을 달랬다.


“비록 철민이는 갔지만 너도 있고...앞으로는 너를 철민이라 생각하며 살아 갈테니 항상 조심하고 건강해야 한다.”


두 눈이 글썽글썽하던 철민의 아버지가 무언가를 형욱의 손에 쥐어주었다.

철민의 붉은 색 인식카드였다.


“내일 영결식이 있다고 들었다. 너에게 맡기마.”


“그럼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물던 철민의 아버지가 힘들게 입을 뗐다.


“우린...차마 거기까지는 갈 자신이 없다.”


“...”


“네가 우리 철민이하고 민희 잘 보내 주거라. 부탁한다.”


형욱이 말없이 철민의 인식 카드를 어루만졌다.


“강윤이도 그렇고 친한 친구들 모두 보내고 네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지만 이제 너 밖에 없구나.”


“네...제가...”


형욱이 크게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잠겨버렸다.


“언제나처럼 철민이가 오던 것처럼 네가 한 번씩 들러 다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철민의 아버지가 흐느끼며 어깨를 떨고 있는 어머니를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다음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곽철민!”


마지막으로 철민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우와!”


“이야!”


다른 탈락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기뻐하지도 못했던 세 사람이 발표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얼싸하고 끌어안았다.

셋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며 서로를 축하해주었다.


“야! X나 고생 많았고 X나 축하한다.”


“우와! 이제 우리는 헌터다!”


총 72명의 후보생 중 단 세 명.

형욱과 철민, 강윤이 최종으로 헌터 테스트를 통과했다.


“우리 같은 팀에 배속되면 좋겠다.”


“야! 이 미친 놈아! 어느 팀에서 신입을 둘도 아니고 셋이나 받겠냐?”


강윤의 바램에 형욱이 초를 쳤다.


“어느 팀에 간들 관계있어? 우리는 모두 최고가 될 거야! 안 그래!”


철민이 어깨를 쥔 양 손에 힘을 주며 말하며 동기들을 보고 웃었다.





‘쾅!’


누군가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며 봉투 하나를 형욱의 침대 위로 집어던졌다.


작전 중 다리를 다쳐 입원한 형욱의 침대 옆에 앉아서 형욱 앞으로 나온 영양식 통조림을 신나게 까서 먹고 있던 철민과 강윤이 포크를 입에 문 채로 눈이 동그래졌다.


“이 새끼는 잠시 관심을 안 두면 어디가 부러지고 그래!”


민희가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로 씩씩거렸다.


“이 귀한 과일을 가지고 오신 분은 누구시냐?”


강윤이 민희가 던진 봉투를 열어보며 물었다.


“내 친구야. 최민희라고...유아교육원부터고등 교육원까지 같이 다녔어. 지금 픽커팀에 있어.”


이번에는 민희가 ‘누구야?’하는 표정으로 형욱을 보았다.


“이쪽은 곽철민, 여기는 지강윤. 헌터 동기들이야.”


형욱이 소개를 마치자 철민과 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응! 안녕. 반가워!”


둘과는 다르게 민희가 반말로 인사를 하며 의자 하나를 당겨 앉았다.


“아니...저...초면에 그렇게 반말을 하시면...”


강윤이 머뭇거리며 살짝 따졌다.


“왜? 너희들 형욱이 친구라면서!”


“그래도 초면인데...”


이번에는 철민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항의성의 말을 했다.


“야! 누군들 초면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어디 있어! 지금부터 보면 구면이지!”


민희가 빽! 소리 지르며 통조림 하나를 까서 들었다.


“아니! 이것들은 병문안을 온 거야, 먹으러 온 거야?”


형욱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따졌다.


“넌 이거나 깎아서 먹어. 비타민 섭취해야지.”


민희가 과일 하나를 들어 형욱의 얼굴을 향해 집어 던지며 말했다.


“너희들도 말 놔! 나 혼자 이러니까 내가 이상한 년 같잖아!”


“네...그러죠...뭐...천천히”


철민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야...어째 좀 무섭다.”


철민이 형욱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민희가 이 말을 듣고 눈꼬리가 확 올라갔다.


“이거로 드세요.”


강윤이 얼른 포크를 내밀며 진화했다.


이때가 넷이서 만난 첫 날이었다.





넷이서 대기실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축하한다. 최민희!”


“우리의 에이스!”


“픽커팀 내에서 최연소, 최단 기간에 팀장 승진 케이스잖아. 대단하다. 멋져!”


형욱이 민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야!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지. 픽커뿐만 아니라 지상 임무팀 통 털어서 최단기간, 최연소야!”


민희가 어깨를 으쓱하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하이고...좀 겸손해라. 넌 정말 입이 방정이야!”


철민이 궁시렁거리며 민희를 타박했다.


"이게 뭔지 알아?“


민희가 상자 하나를 들며 소리쳤다.


“과일주! 우리 픽커 사령관님이 나한테 하사하신거야!”


민희가 상자를 풀어 보이며 친구들에게 빙~ 둘러 보였다.


“와! 최민희 팀장님. 최고!”


친구들이 술을 한 잔씩 나누어 따르고 ‘건배’를 외쳤다.


“야! 너희들.”


완샷을 날린 민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셋을 불렀다.


“응? 왜?”


남은 술에 온통 관심이 가 있었지만 일단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너희들 이제부터 나한테 말 높여!”


민희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뭐라고?”


“왜?”


“이게 지금 미쳤나?”


셋이서 거의 동시에 한 마디씩 했다.


“팀장이랑 일개 팀원들 나부랭이가 같이 반말하는 건 아니지.”


모두 뚱한 표정으로 뭐라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자 민희가 재차 물었다.


“그래? 안 그래?”


“안 그래!”


형욱과 철민, 강윤이 동시에 소리쳤다.





친구들의 인식카드를 두 손에 감싸 쥔 형욱 벌떡 일어났다.

곧장 헌터사령실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마주친 헌터들이 인사를 건넸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곧장 사령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요란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사령관과 그 안의 간부들이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고 형욱을 쳐다봤다.


“뭐야! 한형욱! 버릇없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부관이 소리쳤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당차게 소리쳤다.


“왜 말씀들을 안 해주셨습니까?”


형욱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모두 인상을 찌푸렸으나 사령관만은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 앞으로 걸어온 형욱이 사령관의 앞에 철민과 민희의 인식카드를 놓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앞서 실종된 지강윤. 그리고 곽철민, 최민희.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뭣 때문에 저에게 감추신 겁니까?”


사령관이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뒤로 젖히자 정보부장이 대신 대답했다.


“지금처럼 앞뒤도 안 보고 설칠게 뻔하니까.”


“그래도 제 친구들의 일입니다. 저한테 말씀은 해주셨어야죠.”


정보부장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사령관이 손짓을 하여 제지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을 해줬으면? 뭐가 달라지나?”


형욱이 뭐라고 대답하려던 순간 사령관이 말을 이었다.


“우리 벙커에서 지강윤, 곽철민, 최민희는 특별한 존재였어. 그 애들만큼 임무 수행능력이 뛰어난 애들도 드물 테니까. 우리도 그 손실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어. 당연히 자네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


사령관이 휴~하고 한숨을 내쉬며 계속 말했다.


“자네가 알았다면 아마 복수를 하자고 난리를 벌였겠지. 밖에 나가 당장 애니멀들을 섬멸하자고 말이야.”


형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네. 맞습니다. 언제까지 저놈들 위협에 시달려야 합니까!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욱아.”


사령관이 낮고 다정하게 이름을 불렀다.


“우리의 수많은 임무 수행 중에 이런 일들은 계속 있어 왔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몇 백건의 임무 수행 중 겨우 한, 두번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 1%도 되지 않는 확률의 일이 네 친구들에게 일어난 것 뿐이다. 벙커에는 나름의 규칙과 지켜야 할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극히 일부분에 한해서 발생하는 일들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우리 벙커는 버텨나가지 못한다.”


사령관의 이야기는 당연했다.

늘상 일어나는 일인 것도 사실이었고 그 발생 확률 이 아주 낮은 것도 사실이었다.


“지상에서 일어난 일은 지상에 묻어둔다.”


강윤의 때처럼 또 다시 벙커의 강령이 발목을 잡았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형욱의 어깨를 안전담당관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형욱 팀장에게 삼개월간 휴가를 주도록.”


돌아서는 형욱의 귀에 사령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영결식장.


추모관 안에는 벙커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각 지상 임무팀의 팀장들, 철민과 민희가 속해 있었던 팀원들이 모두 모였다.


철민의 부모님은 오시지 않았다.


“안치.”


사회자가 말하자 형욱이 철민과 민희의 인식카드를 들고 벽면으로 향했다.


인식카드를 회수하지 못하였다는 뜻인 파란색 강윤의 인식카드가 벽면에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옆에 둘의 인식카드를 붙였다.

이제 친구들 셋은 같이 모였고 형욱만 혼자 남았다.


눈이 붉게 충혈 될 때까지 한참을 그 앞에 서 있던 형욱이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왔다.


“일동 묵념!”


사회자의 진행에 모두 고개를 숙였다.


형욱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언젠가는 너희들의 복수를 해 줄께! 반드시...’


형욱이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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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10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10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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