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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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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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닥친 위기

DUMMY

밤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헌터 2팀의 팀장 장수영이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멧돼지 무리를 발견한 것이다.


고글의 야시경을 통해 보이는 놈들은 모두 12마리. 상당한 숫자였다.


그 중 새끼와 어미를 빼고도 5마리는 사냥할 수 있었다.


두 시간전 무전으로 사냥 실적을 자랑하고 복귀한다고 약을 올리던 3팀장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얄미운 놈!’


저놈들을 사냥하다면 3팀의 사냥 실적을 뛰어넘을 것이다.


장수영이 손짓으로 팀원들의 위치와 타겟을 지정해 주었다.

팀원들도 신나게 그러나 신중하게 자리를 잡았다.


“내가 발사하면 곧 바로 후속 사격을 실시한다. 준비!”


장수영이 무전으로 팀원들에 지시를 한 후 신중하게 맨 앞에 있는 가장 큰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잡았다.’


속으로 성공을 직감하며 방아쇠에 힘을 걸려는 순간.


‘쿵! 쿠쿵!’


큰 소리와 함께 지면에 대고 있는 배가 울렁거렸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충격으로 장수영이 비탈을 데굴데굴 굴렀다.


“어! 어...”


주변의 모든 땅과 나무들이 크게 진동했다.

멧돼지 근처의 나무 몇 그루가 흔들림에 못 이겨 자빠지는 것이 보였다.


‘콰르릉!’


팀원들 일부가 있던 바위 언덕의 일부도 무너지며 굉음을 일으켰다.


“팀장님!”

“으아!”


팀원들의 놀란 목소리가 무전망을 흔들었다.


멧돼지들은 이미 자취를 감춰버렸다.





말이 휴가였지 실제로는 자격 정지나 마찬가지인 날들을 보내고 있던 형욱은 오만 잡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사령관 몰래 지상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상으로 통하는 구역을 경비하는 사람들을 피할 방법도 없었고 나간다 한들 별 뾰족한 수도 없었다.


‘지상에서 생긴 일은 지상에 묻어둔다.’지상팀의 철칙은 모든 임무팀들의 철칙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의 일을 생각하면 괴로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 날도 평소에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휴게실에 들리는 헌터들도 별 다른 말을 건네지 않고 가벼운 눈 인사만 나누고 형욱에게 혼자의 시간을 주었다.


'우웅~'


갑자기 테이블 위의 커피 잔이 가늘게 진동을 했다.


“응?”


형욱이 무슨 일인지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는 더 큰 진동이 테이블을 흔들었다.


“뭐...야!”


'쿠르르~'


넘어지려는 커피 잔을 손으로 붙잡고 휴게실 안을 살피자 벽과 바닥이 몸을 뒤흔들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겨우 몇초에 불과한 순간이었지만 형욱이 정신을 차리는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진동이 멈추자 정신을 수습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라운지는 이미 난리법석이었다.


사방으로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일부 벽과 탁자에서 떨어진 물건들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바쁘게 지나가는 헌터들에게 물었으나 모두 고개를 흔들며 자기 맡은 구역으로 달려들 갔다.


휴가로 인해 특별히 맡은 부서가 없던 형욱은 급하게 상황실로 향했다.


상황실 안으로 들어서자 거기 역시 난리인 것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았다.

일부는 모니터를 보며 분석하고 일부는 통신 장비를 붙들고 있었다.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실부장은 이리저리 요원들에게 정신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욱이 옆의 요원에게 물었으나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아직 아는 것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소동이 가라앉고 시간이 흘렀다.


“지진입니다.”


헤드셋을 끼고 있던 요원 한 명이 상황실부장을 보고 말했다.


“지진?”


주위의 사람들이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이 반문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의아해 있었다.


벙커의 기록에는 이때까지 지진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벙커 지휘본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벙커에서 감지 된 진도는 4.2 정도 됩니다.”


그 와중에도 상황실의 모니터와 통신 장비를 통해 지상임무팀의 피해 정도가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피해 정도는?”


심각한 표정의 상황부장이 주위를 빙 둘러보며 물었다.


“지금 확인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서의 요원들이 분주하게 벙커의 정보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7구역의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지상임무팀이 내부에 갇혔습니다만 곧 가동이 가능할 거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임무 수행중인 팀들 피해는?”


지상임무총사령관이 상황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상의 단추도 채우지 않고 있는 모습이 현재의 다급한 상황을 방증하고 있었다.


“관제실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 지금 연락이 왔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헌터 2팀, 3팀 모두 무사합니다. 픽커 9팀과 가드 임무 중인 헌터 12팀 모두 이상이 없습니다. 지금 관제실에서 복귀지원팀을 보낸다고 합니다.”


“휴~~~”


모두가 안도하는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건설 공사 중인 엔드 구역에서 암반이 무너지며 일부 장비가 파손되었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21농장의 배수관이 파열되어 수리중입니다.”


“지상임무팀 복귀를 위한 지원팀이 나갔습니다.”


각 부서에서 보고 받은 사항들이 시시각각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철저한 내진 공법으로 만들어진 벙커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경미한 피해만 보고되었다.


“공기 정화 장치는 안전한가?”


“네. 아무 피해가 없습니다. 지열 발전소도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벙커장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여진의 여부는?”


“여진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아마 경미한 여진의 우려는 있습니다. 어? 이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보고하던 지질담당의 얼굴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왜? 뭐 문제되는 것이라도 있나?”


잠시 안도했던 벙커장이 지질담당의 얼굴을 보고 긴장하며 물었다.


지질담당이 잠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앙지가...”


“진앙지가 어디인가?”


“날개 벙커입니다.”


잠시 마음을 놓았던 상황실 안이 정적으로 굳어버렸다.


“날개 벙커에서의 진도는 7.5 이상으로 판단됩니다.”


“뭐 7.5?”


벙커장이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모두가 경악스러운 상황에 놀라고 있을 때 벙커장이 비서관에게 긴급 소집 명령을 내렸다.





“벙커장님이 지휘부로 오시랍니다.”


통신담당이 지상임무총사령관을 보며 연락 사항을 전했다.


지휘부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지상임무를 담당하는 모든 책임자들이 탑승하였다.


“어느 정도일까요?”


헌터사령관이 지상임무총사령관을 보며 물었다.


“뭐가? 무슨 말이야?”


“진도가 7.5라면?”


지상임무총사령관이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 지 생각하는 동안 상황실부장이 대신 답했다.


“글쎄요... 상당히 파괴적인 숫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확실한 것은 날개 벙커에서 직접 연락이 와야 알겠지요.”


“파괴적...?”


단순한 세 글자가 주는 위기감이 서슬 퍼렇게 와닿았다.


'띵!'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문 채 한숨 소리만 내고 있을 때 어느 새 지휘부가 있는 지하 12층에 도착했다.




이미 지휘부의 회의실에는 벙커 각 부서의 책임자들과 전문가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이미 오늘 발생한 지진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테고... 좀 긴박한 상황이 있을지도 몰라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벙커장이 앞의 모든 내용들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재 우리 벙커 내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만약에 있을 여진에도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벙커장의 말에 모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한 구석에는 심란한 그림자를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진의 진앙지가 바로 날개 벙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진도는 7.5 이상.아무리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구조물이라고 해도 이렇게 직접적인 충격을 받게 될 경우 그 피해가 상당히 클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가 7만 명에 이르는 날개 벙커 같은 경우에 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벙커장이 잠시 물을 마시려 말을 멈추자 건설본부장이 손을 들었다.


벙커장이 눈빛으로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날개 벙커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벙커장이 통신담당관을 쳐다보았다.


“네. 아직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 핫라인이 파손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튜브를 통한 연락은 어렵습니까?”


또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건설본부장이 대답했다.


“우리 쪽에서 진행방향 170km 정도에서 튜브 일부 구간이 붕괴되었습니다. 현재 복구 중 입니다만 2,3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의실 안에는 ‘하~’ 하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제 우리 벙커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한 가지입니다. 지금 미리 지원팀을 만들어 날개의 요청이 있을 시 즉시 파견 가능한 상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각 부서장들께서는 필요인력과 장비 등을 미리 점검하시고 최대한의 지원을 위해 의견들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벙커장의 이야기가 끝나고 각 부서에서 자료를 주고받으며 여유 장비와 인력 등을 계산하기 시작하면서 회의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통신 담당자는 계속 핫라인을 초조하게 지켜보았고 건설본부장은 터널의 복구 상황을 계속 보고 받아 다른 책임자들과 공유했다.




만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터널의 복구가 이루어졌다.


“자기 부상 열차의 선로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즉시 운행이 가능한가?"


"네. 정상 속도는 무리겠지만 서행한다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시설팀장이 스크린에 튜브의 관련 영상을 띄우며 말했다.

벙커장이 시설팀장을 말 없이 보았다.


"문제가 없습니다."


시설팀장이 다시 의견을 고쳐 말했다.


“파견 시작합시다.”


둥지 벙커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100명의 의료진을 포함한 200명의 긴급지원팀이 튜브를 통해 파견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핫라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원래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으나 안전을 위해 서행하는 열차는 거의 두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마음이 급한 구조팀장은 안절부절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구조팀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래도 우리 벙커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의료지원팀의 누군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큰 재앙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의 발동이었다.


의료팀의 박일민을 포함한 주변의 모두가 이 말을 들었음에도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 팀원의 생각을 비난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동조하기에는 인간의 어설픈 양심이 그것을 막았다.


“곧 도착한다. 준비하도록...”


구조팀장의 목소리가 열차 내에 울렸다.


박일민이 커다란 의료 배낭을 어깨에 메며 일어서자 열차가 천천히 정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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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조우 NEW 21시간 전 3 0 10쪽
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6 0 10쪽
»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11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11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10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4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5 0 12쪽
29 그들? 24.09.02 15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4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4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5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7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8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6 0 15쪽
19 선민 1 24.08.19 17 0 11쪽
18 PICKER 24.08.16 19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1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4 1 11쪽
15 HUNTER 24.08.12 25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5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4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3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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