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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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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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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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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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친구들

DUMMY

“수고 많았다.”


정보관은 영상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욱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애니멀과 조우한 헌트들의 경우 모든 사항을 보고하게 되어 있는 규정 때문에 형욱은 복귀 후 두 시간 동안 정보관 앞에서 영상을 제출하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 상세하게 브리핑해야만 했다.


“근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애니멀과 조우한 팀이야. 대처 잘했어.”


“저 그런데 말입니다.”


형욱은 말을 꺼내 놓고 잠시 고민해야만 했다.


“뭐?”


“아...아닙니다.”


형욱이 말을 잇지 않고 돌아섰다.


애니멀 대처 방안에 여러 궁금증이 있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원론적인 답변 외에는 기대할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싱거운 녀석. 형욱아!”


정보관이 다시 돌아보는 형욱에게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뭡니까?”


“오늘 네 동기들 잔칫날이다.”


웬 잔치?


“네? 무슨 말씀이신지...?”


형욱이 상자를 받아 들고 열어보면서 물었다.


“곽철민이 팀장 진급했다. 과일주니까 나눠 마시고 쉬어라.”


정보관의 말에 형욱이 펄쩍 뛰었다.


“우와! 그렇습니까? 이번 사고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 엄살 떨던데... 이 새끼! 잘 마시겠습니다.”


상자를 들고 돌아서서 문을 열려는 형욱의 뒤통수에 대고 정보관이 말을 이었다.


“강윤이도 오늘부로 복귀했다.”


“우와! 나이스!”


다시 한 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 지르며 뛰어가는 형욱을 정보관이 피식 웃으며 보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형욱이 휴게실 문을 벌컥 열며 소리 질렀다.


“이 새끼들에 나도 포함되는 거냐?”


제일 먼저 형욱에게 한 마디 던진 것은 픽커(Picker) 6팀의 최민희였다.


민희는 형욱과 유아원부터 고등교육원까지 같이 다닌 동기였다.

워낙에 각별하게 지내다 보니 헌터 동기들인 철민과 강윤과도 친한 사이가 되었다.


“넌 어떻게 알고 왔어?”


형욱의 질문에 민희는 대답 없이 옆으로 비켜 앉으며 형욱의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이전에는 각자 출동이 끝나면 자주 모였으나 강윤이 헌트 자격 정지를 받으면서 1년간 다 같이 모일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모인 네 명은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다.


“강윤아 고생했다.”


형욱이 강윤의 어깨를 툭 치면서 정보관에게서 받은 과일주 한 잔을 건넸다.


“오! 능력자!”


철민이 술병을 들어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넌 출동 있잖아? 마시지마!”


“없어! 이 새끼야!”


형욱이 철민에게 술병을 빼앗으며 말하자 철민이 가벼운 욕설로 받았다.


“그래 고맙다. 모두들 걱정 시켜서 미안하다.”


“미안하기는 뭐가...”


사실 강윤은 동기들 중에서 가장 실적과 능력이 뛰어나서 가장 먼저 팀장 진급이 유력 시 되던 헌터였다.


1년전 애니멀과의 사건이 터지지 전까지는 말이다.

강윤이 1년 전을 회상했다.





당시 강윤은 9팀에 소속되어 임무 수행 중이었다.


“팀장님. 좌측 방향 숲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강윤이 팀장에게 보고를 하자 발길을 멈춘 팀장이 그 방향으로 조심스레 발길을 옮겼다.


‘후다다~닥’


뭔가가 팀원들을 밀치고 도망갔다.

깜짝 놀란 팀원들이 총을 겨누자 팀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애니멀이다. 어린 개체 같은데...모두 정지!”


모두 멈추어 서자 팀장이 주의를 주었다.


“혹시 애니멀들을 자극 할 수 있으니 진행 방향을 바꾼다. 우측 방향으로 십 분간 쉬었다가 간다.”


휴식 후 강윤은 맨 뒤에서 후방을 경계하며 진행 중이었다.


‘퍽!’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앞에서 들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팀장이 5m 정도 떨어진 나무에 날아가 몸을 부딪치고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강윤이 의문을 품고 움직이려는 찰나.

팀장에게 달려든 것은 회색 털의 덩치 큰 애니멀이었다.


팀장의 바로 뒤를 따라가던 경력이 짧은 헌터 둘은 몸이 굳어버렸는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윽...”


팀장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강윤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는 이미 애니멀이 팀장의 목을 쥐고 긴 손톱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직전이었다.


강윤은 서브건을 꺼낼 틈도 없이 정글도를 꺼내 들고 달려들었다.


멍하니 서 있는 헌터 둘을 밀치며 달려든 강윤이 애니멀의 왼쪽 허벅지에 길게 칼을 내려치며 그었다.


그럼에도 애니멀은 팀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팀장을 붙들고 있는 놈의 팔에 강하게 다시 한 번 칼을 휘둘렀다.


놈이 팀장을 집어던지고 강윤을 향해 손톱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강윤이 휘두른 칼에 허벅지의 근육이 찢어진 놈이 왼쪽으로 자빠졌다.


침착하게 돌아서 나간 강윤의 칼이 이번에는 놈의 오른쪽 무릎을 칼로 찍었다.

양쪽 다리를 모두 못 쓰게 된 놈이었지만 공격하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연신 강윤을 향해 휘두르는 날카로운 손톱이 바람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만약 놈의 손톱에 헌터복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끝이었다.


‘콱!’


놈의 계속되는 공격을 피하며 접근한 강윤이 칼을 놈의 목에 강하게 꽂아 넣었다.

놈이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하고 팀장을 보았다.


“뭐해! 이 새끼들아! 팀장님 챙겨.”


강윤이 소리치며 고개를 돌리자 멀찍이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어린 애니멀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겁 먹은 눈을 한 어린 애니멀이 화들짝 놀라며 줄행랑을 쳤다.


“다행히 방호복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팀장에게 달려 간 헌터가 소리쳤다.


“빨리 복귀한다. 처리조 차량에게 바로 연락해.”


강윤이 팀장을 부축하며 말했다.


“으...야! 이 미련한...놈아...”


팀장이 가쁜 숨을 쉬며 강윤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렇게...애니멀과 싸움...을...”


“생각보다 덜 다친 것 같네요. 잔소리 하시는 것 보면.”


강윤이 담담하게 팀장에게 대꾸했다.


“윽...이 새끼... 야! 너희들...둘!”


팀장이 다른 헌터 둘을 불렀다.


“영상...영상 녹화...는 했어?”


팀장이 힘겹게 물었으나 둘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심한...새끼들...”


팀장이 욕을 한 마디 날리고 바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팀원들과 함께 팀장을 업고, 이고, 지어 천신만고 끝에 차량이 있는 길에 올라섰다.

헌터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고 다가와 방향을 틀었다.


“빨리!”


운전석의 문이 벌컥 열리며 운전원이 뒤쪽을 손으로 가르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니 애니멀 몇 마리가 멀리서 쫒아 오는 것이 보였다.

자신들과 차량과의 거리는 얼마 안되었지만 놈들의 신체 능력을 감안하면 서둘러야 했다.


“뛰어!”


강윤이 뒤를 향해 서브건을 발사하며 위협 사격을 가하며 팀원들을 재촉했다.

팀원들이 팀장을 뒷좌석에 던지다시피하며 올라타자 차량이 조수석 문을 열어둔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강윤이 차량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동안에도 놈들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힘들게 조수석에 몸을 싣고 차량에 문을 닫으려는 순간.

가장 먼저 달려 온 한 놈이 조수석 문짝을 붙잡고 매달리자 차량이 휘청거렸다.


“뭐야!”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소리쳤다.


“그냥 달려!”


강윤이 소리치며 정글도로 놈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내려쳤다.


“크~악!”


놈이 어깨에 칼을 꽂은 채로 떨어져 나가며 관성에 의해 구르는 모습을 보며 강윤이 문을 닫았다.


‘뭐? 크악?’


차량이 멀어지는 순간에 강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리 들었어?”


강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운전원에게 물었다.


“네? 무슨 소리요?”


“애니멀이 지르는 비명 말이야. 크악! 이라는 소리.”


운전원이 흘깃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분명 들었는데...”


강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다시 말을 이었다.


“차에서 나는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애니멀들은 성대가 없어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거.”


“야! 너희들은 못 들었어?”


강윤이 뒷좌석을 돌아보며 질문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뒷좌석의 헌터 두 놈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저 새끼들! 니들 올해 인사고과는 빵점이야!’




팀장은 갈비뼈가 일곱 대나 부러졌으나 다행히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다.

팀장은 치료실로 옮기는 도중에도 잔소리를 했지만 미련한 강윤 덕분에 어쨋던 팀장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윤에 대한 인사 위원회가 열렸다.

바로 애니멀들과 교전을 벌일 시 필수였던 영상 녹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헌터 자격 상실로 이어지는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결국 강윤은 인사위원회의 결과로 헌터 자격을 상실했다.


그러자 그 당시 같이 있었던 팀장과 팀원들이 위원회에 강력하게이의제기를 신청했다.

당시 영상녹화장치를 실행할 만큼 여유가 없었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탄원서와 함께 꾸준히 주장하며 강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재심 결과 위원회는 팀장의 부상 정도와 증언들을 감안해 자격 정지로 감경해 주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고 강윤이 복귀한 것이다.


“복귀 팀은 정해진 거냐?”


형욱이 술잔을 부딪치며 물었다.


“글쎄... 아직은 별 다른 통보가 없네.”


“무슨 소리야? 연락 아직 못 받은 거야?”


민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강윤을 쳐다봤다.


“...?”


“강윤이 삼 일 뒤에 일단 Picker Guard팀으로 일단 임무 수행 시작할 거야. 나하고 같이 가게 될 걸. 음 일단 팀장인 나한테 먼저 명단이 넘어 온 모양이네. 난 너도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민희가 시원하게 원샷을 하고 말했다.


“Picker Guard?”


“뭐라고?”


“거기다가 너하고?”


민희를 제외한 셋이서 눈이 동그래졌다.


Picker팀은 지상에서 각 종 과일과 채소, 곡물들을 수확하는 팀으로 이들 역시 험난한 테스트 과정을 걸쳐서 선발된다.


헌터들이 사냥 등을 통해서 단백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들 팀이 수확하는 여러 식품들은 벙커의 사람들에게 미네랄과 비타민 등을 제공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당연히 벙커에서 조성한 수확지도 있었지만 대개는 벙커 멀리까지 가서 임무를 수행해야 될 때가 대부분이었다.

거기다가 장소의 특성상 애니멀 뿐만 아니라 여러 야생동물들이 출몰할 가능성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헌터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위험한 환경에 노출 될 때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들 Picker팀은 전문적인 사냥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임무 수행 시 헌터 팀이 조를 편성해 보호하는 임무를 별도로 수행한다.


그런데 헌터들은 가드 팀으로 출동하기를 극도로 기피한다.


자신의 팀원들 안전을 신경 쓰기도 힘든 지상에서 열 두 명이나 되는 Picker들의 안전까지 책임진다는 게 무척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위험 요소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헌터들은 번거롭고 귀찮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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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10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10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3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4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3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5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 친구들 24.08.13 23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4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2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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