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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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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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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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민 1

DUMMY

헌터 사령관실로 김성욱이 들어오며 인사를 했다.


“그래. 어서 와라. 김성욱.”


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성욱이 형욱의 옆자리에 섰다.


“앉아. 내가 이 놈 눈치 보느라 아주 미치겠다.”


사령관이 너스레를 떨었다.

성욱이 자리에 앉자 고개를 든 형욱이 사령관을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야! 임마! 뭘 그런 눈으로 봐?”


사령관이 피식 웃으며 형욱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아무리 그래도 김성욱 같은 경력직을 갑자기 빼내 가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형욱이 궁시렁거리며 항의했다.


“어쩔 수 없었다. 관제팀에 갑자기 결원이 생겨서. 그렇다고 지상 임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쓸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럼 저희 5팀은요?”


형욱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가 괜찮은 놈으로 배치해 줄께."


형욱은 여전히 입이 튀어나와 있었다.


오늘 갑자기 자신의 팀원인 김성욱이 지상임무 관제실로 배속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잔뜩 열이 받은 형욱이 항의하러 갔으나 사령관은 이미 인사발령을 결정한 상태였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관제실은 지상임무팀들의 임무와 통제, 위치파악, 긴급지원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얼마 전 픽커팀이 산사태로 인해 위험에 직면 했을 때도 담당 관제원이 위치 파악을 잘못해서 지원이 늦어 사상자가 발생한 일도 있었다.


관제요원들의 능력 여부에 따라 헌터나 지상임무팀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지상 임무가 능숙한 현직에서 물러난 팀장들로 구성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긴 결원으로 이번에 김성욱이 차출된 것이었다.


형욱은 노련한 김성욱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 것은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성욱이 오만 인상을 다 쓰며 사령관실을 나서는 형욱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가 왜 미안해. 정작 미안해야 하는 분은 저렇게 뻔뻔하신데.”


형욱이 사령관을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래도 네가 맡아서 다행이긴 하다.”




성욱과 인사를 한 형욱이 헌터5팀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씨발! 깜짝이야.”


형욱이 놀란 것은 들어서자마자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니 잔뜩 긴장한 모습의 헌터 한 명이 부동 자세로 서있었다.


“뭐야? 이놈은?”


“오늘 새로 배속된 헌터입니다. 한 달 전에 테스트 통과했대요.”


최현주가 형욱에게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형욱이 신입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뭐! 성욱이 빼내가고 신입을 준거야!”


박진교가 어깨를 어쓱하며 차트를 내밀었다.

차트에는 신입의 테스트 통과 점수가 요소별로 적혀 있었다.

의외로 성적은 상위 10% 였다.


“뭐...성적은 그럭저럭...”


차트를 보던 형욱이 발을 구르며 안절부절하는 신입을 보았다.


“화장실 갔다 와! 임마! 마려우면 마렵다고 이야기를 하지.”


“네! 감사합니다.”


급하게 문을 쾅 열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말을 이었다.


“감사는 무슨...감사할 일도 더럽게 없네. 이름이 이방석? 그런데 이 새끼. 충동제어 점수가 왜 이리 낮아?”


충동제어점수가 낮다는 것은 헌터의 지상 임무 수행에 상당한 결격 사유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것 때문에 총점을 많이 까먹었어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탑클라스예요.”


진교가 말을 받았다.


“자아 인식도 점수도 너무 높은데...”


형욱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제가 신입 데리러 갔을 때 오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요.”


“그런데요?”


처리조 조장 김만석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던...좀 주의를 기울이기는 해야겠습니다. 뭔가 느낌이 좀...”


“조장님 촉이 좋기는 하죠.”


현주가 동의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모두의 걱정 속에 한 달간 5팀원들이 이방석을 테스트하며 평가했으나 문제가 될 만한 사항들은 측정되지 않았다.


사격과 기동, 은폐 기술까지 모두가 평균점을 상회했다.

우려했던 단체 행동에서도 착실하게 지시를 잘 따랐다.




그리고 일주일 후신입을 대동한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었다.


이틀 동안 5팀은 산돼지 2마리와 토끼 10마리를 잡았으나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산돼지들의 크기가 의외로 작았던 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이방석은 의외로 통제를 잘 따랐다,

특히 두 번 째 산돼지를 잡을 때는 정확한 2탄을 날리며 결정적인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팀장님!”


박진교가 형욱을 호출하여 간 곳에는 여러 마리의 노루로 보이는 발자국들이 산재해 있었다.

발자국으로 보아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하고 현주는 왼쪽, 진교하고 신입은 오른 쪽으로 이동하여 포위한다,”


형욱의 지시가 떨어지자 팀원들이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내 뒤에 바짝 붙어 이동해!”


진교가 방석에게 주의를 주며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한 시간 가까이 추적을 한 형욱이 마침내 9마리의 노루 무리를 발견했다.

진교가 빨리 이동을 완료하여야만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다.


“진교! 어디쯤이야?”


- 저도 근처에 왔습니다. 곧 도착합니다.


무전으로 진교와 연락 한 후 형욱과 현주가 사냥 준비에 들어갔다.


- 팀장님!


진교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려왔다.

형욱이 답을 하기도 전에 바로 다음 무전이 날아왔다.


- 이 새끼! 이방석이 안보입니다.


“뭐?”


형욱이 놀라서 소리 지르자 노루들이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다급하게 박진교와 조우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노루 무리 확인 전까지도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사라졌습니다.”


“이런...”


형욱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관제실을 호출하였으나 빽빽한 나무들로 인해 답신이 없자 즉시 개활지로 이동해 관제실과 연락을 취했다.


- 팀장님?


관제실의 김성욱이 의아한 목소리로 불렀다.


- 지금 이방석은 어디에 있습니까? 위치에 세 명만 라이프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이 새끼 지금 사라졌어. 라이프 신호 확인해봐!”


형욱이 다급하게 성욱에게 소리쳤다.


- 안 잡힙니다. 숲 속으로 들어가서 그런 줄 알고 있었습니다. 5팀이 숲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벙커에서 멀리 떨어져 숲 속으로 들어가면 전파가 산란 되어 라이프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은 다반사였다.


“계속 추적해봐!”


형욱이 소리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 잡혔습니다. 팀장님이 계신 곳에서 3km 거리 우측 능선 방향입니다. 좌표 보냈습니다.


성욱이 좌표를 보내왔다.


“이동 여부는?”


- 지금은 정지된 상태입니다.


“모두 좌표 방향으로 신속히 이동한다.”


형욱이 소리치자 현주와 진교가 앞 다투어 뛰어가기 시작했다.




1시간을 달려 성욱이 보낸 좌표로 이동한 5팀은 어느 능선에서 수색을 시작했다.

신호기의 정확도는 반경 100m 정도였다.


'훅! 이 냄새...'


형욱이 멈춰선 것은 어디에선가 풍기는 피비린내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숲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 선 형욱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헌트 건을 집어던지고 서브건을 꺼내 앞을 조준했다.

뒤 따라 오던 현주와 진교 역시 이유를 묻지 않고 서브건을 들었다.


전방 20m 정도 거리에서 헌터 한명의 목을 쥐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물체가 있었다.

애니멀이었다.


이미 이방석은 미동도 없이 놈에게 목을 잡힌 채로 늘어져 있었다.


형욱이 카메라를 작동 시키고 놈을 정면으로 조준하자 현주와 진교는 놈의 도약에 대비해 총구를 45도 각도로 들어 조준했다.

놈도 움직이지 않고 분노에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만 있었다.


‘이건...’


대치가 계속 되는 동안 형욱은 피비린내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형욱의 오른 쪽 위에 칼에 난자당한 듯 피투성이가 된 어린 애니멀 두 개체가 쓰러져 있었다.

피비린내는 그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형욱이 총을 조준한 채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애니멀의 사체에서 거리가 꽤 멀어지자 놈이 잡고 있던 헌터를 집어던지고 다가왔다.


형욱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주시하며 총을 내리며 뒤쪽으로 신호를 주었다.

현주와 진교도 신호를 보고 슬며시 총을 내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둔채였다.


놈은 형욱에게로 눈도 돌리지 않고 다가와 조각난 어린 애니멀들을 두 손으로 모아 들어올렸다.

피가 주르륵 흐르며 땅을 적셨다.


그때 형욱은 틀림없이 보았다.

애니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방석은 굳게 정글도를 쥔 채로 굳어있었다.

이방석의 헬멧에서 영상장치를 떼어내고 헌터 복의 우측 팔 부분에서 인식 카드를 빼내었다.


애니멀이 자신의 새끼로 보이는 사체를 끌어안고 사라진 숲 속을 말없이 바라보던 형욱이 관제실로 복귀를 알렸다.




헌터 사령관은 회의실 한 복판의 의자에 앉아 있는 형욱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형욱의 팀이 신입을 데리고 나간 첫 임무에서 신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제 팀장인 형욱은 가볍던 무겁던 어떤 형태로던지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이 베테랑 팀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신입을 배치하는 인사 결재를 하였으니 형욱을 보기가 상당히 곤란했다.




형욱의 영상장치에 기록된 영상이 끝났다.


“도대체 신입이 팀에서 이탈해 저 정도 거리까지 갈 동안 몰랐다는게 말이 돼?”


징계위의 위원장이 형욱을 보며 무섭게 질타했다.

형욱은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자신의 팀원의 문제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한형욱이 너 같은 헌터가 팀관리에 누수를 보이다니...”


위원장이 계속해서 형욱을 몰아붙였다.


“자...이방석 영상도 마저 보고 이야기합시다.”


사령관이 위원장을 보면서 말했다.


10분 정도의 영상이 끝나자 회의실 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 사람들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저 놈은?’


형욱도 황당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졌다.


“벙커장님 연결해!”


사령관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며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이제 헌터 회의실이 아닌 벙커 중앙에 위치한 총본부 회의실에서 심각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벙커장 뿐만이 아니라 그 외 핵심 간부들이 전부 모였다.


“어느 정도 심각한겁니까?”


벙커장이 헌터사령관을 보며 물었다.


“제 생각에는 상당히...아니 상당한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벙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를 꼬았다.


“일단 영상을 먼저 보십시오. 다른 분들도 영상도 영상이지만 오디오에 집중하여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사령관이 주의를 환기시키며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이 시작되자 회의실의 모두가 신중한 모습으로 집중하였다.



헌터들의 헬멧에 부착된 영상기록 장치가 1인칭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숲을 통과하며 흔들리는 광경이 나왔다.

영상의 우측 모서리에는 정글도의 날카로운 앞부분이 계속 나왔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헉! 헉!”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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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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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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