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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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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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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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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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RESET

DUMMY

혜성이 인류를 파멸로 이끈 상황에서도 SAFETY 3, 둥지벙커는 생존에 성공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일부 인원의 손실이 있기는 했지만 둥지벙커는 빠른 시간 내에 벙커 생태계를 안정시켜 나갔다.


“수신되는 신호는 있습니까?”


벙커장 윤태현이 통신 담당 팀장에게 질문했다.


“대기 상태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잡음 외에는 수신되는 것이 없습니다.”


대충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다른 벙커와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마 충돌 이후 지상에서 성층권으로 올라간 대량의 먼지 등으로 인해 전파의 산란이 계속되고 있는 듯 했다.


“외부 활동 팀의 출동도 어렵겠습니까?”


옆에 서 있던 구조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안됩니다. 지금 측정되고 있는 방사능의 수치가 엄청납니다.”


“하...”


윤태현이 한숨을 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지상 생존자들의 확인과 구조가 시급한데...”


이에 구조 팀장이 회의적인 답변을 했다.


“지금 방사능 수치면 생존자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윤태현 역시 대 충돌 이전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오직 벙커의 생존에만 전념하였던 1년이 지나 안정에 이르자 또 다른 욕심이 생겼을 뿐이었다.




다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윤태현은 초조하게 2주 전 외부로 탐사를 나간 대원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둥지 벙커에서 보낸 끝없는 전파 송신에도 답이 오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벙커의 지휘부는 무리일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12명의 탐사대를 지상에 보냈다.

그러나 복귀 예정일의 열흘이나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2차 탐사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상황실장이 윤태현을 보며 건의를 했다.


“아닙니다. 지금 상태에서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윤태현의 말에 모든 지휘부 사람들이 침묵으로 동조의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었다.


5년...

10년...





AR(after reset) 375년


지상 임무팀 중 하나인 헌터 5팀의 팀장인 한형욱이 지상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시설인 헌트라운지로 올라가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기~잉’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도중에 심호흡을 크게 했다.

격주 마다 나서는 길이지만 항상 설레임과 긴장을 동시에 주는 순간이다.


헌터(HUNTER).


헌터는 지상 사냥을 통해 이 곳 둥지의 모든 사람들의 단백질원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냥 활동이지만 헌터는 이곳에서 가장 선망의 직업인 동시에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헌터의 선발 과정은 가장 가혹하고 어려운 선발 과정을 거친다.


총 7차에 나누어 실시되는 헌터 선발은 체력 테스트는 당연하고 사격과 여러 시험을 거친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7차 테스트인 방사능이 가득한 지상에서 일주일간의 생활은 악명이 높았다.

형욱 역시 마지막 테스트에서 포기해야 할까라고 생각을 수없이도 했었다.


좁은 방호텐트 안에서 거의 모든 숙식을 해결해야 했으며 지상에서 구해진 모든 먹을거리는 철저한 제독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한 모든 지난한 과정들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낯선 지상에 홀로 버려진 공포가 가장 힘들었다.


거의 모든 생활을 안전한 둥지에서 보낸 이들에게 지상의 모든 것들은 낯설고 위험한 것들 천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마지막 테스트까지 통과하는 이들은 10%에 불과하다.


그리고 막상 헌트 팀에 합류하여 사냥을 나서게 되면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적인 어려움은 지상임무에 투입되면서부터이다.


이 위험한 직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일 년이 지나기 전에 절반은 그만 두게 된다.

당연히 그만 두는 사람들의 절반은 죽거나 다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 생활 11년차인 형욱 또한 그 동안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맞기는 했지만 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자부심이 높았다.


헌터들의 대우는 둥지 안의 모든 직업들 중 제일 상위 층에 속하며 복지와 기타 모든 지원들 또한 최고였고 특히 헌터를 영웅처럼 존중해 주는 분위기도 좋았다.


“오우~ 형욱! 5팀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헌트라운지로 들어서자 형욱과 동기인 곽철민이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이다. 오늘 복귀한 거냐?”


“그래. 뺑이치고 오는 길이다.”


철민이 능글맞게 대답하며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커피는 이곳에서 최고급음료이다.

생산량이 적고 배급되는 직업들이 한정되어 있어 좀처럼 마시기 힘들지만 헌트는 우선 배급 직업군에 들어가기 때문에 헌트라운지에서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었다.


당연히 형욱처럼 질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우~ 나 됐어. 그 쓴 걸 도대체 왜 마시나 몰라.”


형욱이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자식이 넌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몰라서 그래.”


“우리 선조들은 대피하는 과정에서 저런 비효율적인걸 왜 가지고 왔는지 몰라.”


철민이 형욱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이 새끼는 쳐 먹기 싫으면 말지. 왜 조상 욕을 하고 지랄이야.”


형욱은 로비의 냉장실에서 물 한 병을 꺼내며 철민에게 물었다.


“야 이번에 너 팀장 진급 발표나지?”


“아마 물 건너 갈 것 같은데...”


철민이 회의적으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이번에 거의 확실하다고 반장님이 말씀하셨는데...”


형욱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


잠시 말없이 커피를 마시는 철민의 어깨를 치며 대답을 재촉했다.


“야 이번 사냥에 우리 팀 신입 하나가 절단 났어. 이 인간이 산돼지가 도망가는 길목을 몸으로 아주 용감하게 막아버린 거야.”


흔한 일이었다.

보통 헌터 중 부상이나 목숨을 잃는 경우의 70%는 신입들에게서 발생한다.


“놀라서 굳어버렸군.”


“그렇지. 헌트 테스트까지 받은 놈이... 일 톤이 넘는 돼지한테 정면으로 박혔으니 멀쩡하겠냐? 그래서 방금 팀장님하고 대장님 방에서 경위서 작성하고 나왔어.”


능력에 비해서 진급 운이 더럽게 없는 놈이었다.


저번의 진급 심사를 앞두고서는 차량의 전복 사고로 인해 누락되었다.

이 모든 것이 팀장이나 선임자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지휘부는 고참들에게 징계의 우선을 둔다.

그만큼 신입 헌터의 적응 기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철민을 위로하던 중 복도에서 형욱 팀의 처리 조장이 손짓을 했다.


“조심해서 갔다 와라.”


철민이 형욱의 뒤에서 당부했다.


“그래. 갔다 와서 보자.”


철민의 인사를 뒤로 하고 대기실로 급히 향했다.


대기실 안에 형욱의 5팀이 모두 모였다.

사냥조의 최현주, 김성욱, 박진교. 처리조의 김만석 조장, 민환식 그리고 컨에이너 차량 운전수 이재혁까지.


“자 이야기 들었겠지만 어제 3팀에서 사고가 좀 있었다.”


출동 전 안전지휘부의 강부장의 무지막지한 훈시가 시작되었다.


원래 말 많기로 소문난 강부장인데 오늘은 잘하면 한 시간을 넘기겠는데 하며 팀원들이 한 숨을 내쉬었다.

정확히 50분만에 길고 긴 훈시는 끝났다.


“그리고 끝으로...”


강부장이 다시 말을 이어나가려 하자 팀원들이 헉! 하고 비명을 질렀다.


“자식들이 놀라기는... 이번에도 전원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안전하고 확실하게! 한 팀장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형욱의 대답을 끝으로 팀원들은 대기실을 벗어나 무장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팀원들은 외부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호복을 입고 공기 정화 장비를 확인했다.

그리고 무장담당관에게 총기들과 각 종 장비들을 인수받았다.


“총기 확인.”


‘철컥! 철컥!’


“헌트 건. 이상 무! 서브 건. 이상 무!”


팀원들이 총기 상태를 확인하여 무장 담당관에게 보고를 마쳤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형욱에게 무장담당관이 뒤에서 소리쳤다.


“오랜만에 소고기 한 번 맛보자고!”


형욱이 무장담당관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답을 대신했다.


엘레베이터에 탑승하자 인원 파악을 한 후 지상으로 나가는 버튼을 눌렀다.


가벼운 진동과 함께 형욱의 헌터 팀을 태운 차량을 실은 채로 엘레베이터가 지상으로 나가는 광장으로 올라갔다.


“헌터 5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차량을 벙커 입구로 이동시키자 경비를 담당하는 벙커 가드의 책임자가 다가와 신원을 확인했다.


“네. 팀장. 한형욱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팀장님. 반갑습니다.”


형욱이 가벼운 눈웃음과 인사를 건네자 벙커 가드 역시 반갑게 인사를 했다.


“헌터 5팀. 팀장 한형욱 외 7명, 차량 2대. 모두 확인 완료.”


차량과 인원을 확인한 팀장이 입구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러렁~’


그리고 거대한 벙커의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열린 문으로 녹음이 가득한 숲과 파란색 하늘이 다가왔다.

그리고 눈을 아리게 할만치 눈부신 햇살이 차량의 창을 두드렸다.

벙커안에서는 평생을 살아도 보지 못하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헌터 5팀을 태운 차량 두 대가 벙커 문을 통과하여 지상으로 힘차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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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10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10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3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4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5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 AFTER RESET 24.08.11 24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2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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