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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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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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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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 가는 열쇠

DUMMY

창조벙커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민선호, 나이 38세, 3년 전 절도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항방사능제 테스트 대상자 12그룹에 포함되어 LTN-251을 투여 받은 상태에서 벙커 외부 시설에서 1개월간 생활 중 탈출하여 도주했다가 이틀 전 소환되었습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지금 상태는?”


벙커장이 손깍지를 끼며 물었다.


“각 종 검사를 마치고 조금 전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면의 데이터를 보시면 짐작하시겠지만 현재 건강 상태는 아주 양호합니다. 그리고 DNA 변형에 관한 소견도 이상 없음으로 나왔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쫑긋하고 기울였다.


“지상 공기의 세배 수준까지는 세포 변형이나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저희는 일단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의실에 나지막하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진 상에 보이는 왼쪽 턱과 광대 쪽에 보이는 푸른 반점은 문제가 없는 건가?”


벙커장이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은 검거 과정에서 수색 팀들이 가한 물리적 충격 때문에 생긴 것으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 귀한 사람을 왜 때리고 그래~”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로 이야기하자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이제 막 문턱을 넘은 상태일 뿐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연구원이 짐짓 담담한 표정으로 화면을 넘기며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항방사능제의 확실한 효과와 다음 세대에 미칠 유전적인 변이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항방사능제의 대량 생산성의 문제입니다. 이외 여러 가지 변수를 얼마만큼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느냐 인데 계속 연구팀에서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이 두 시간 가까이 화면을 계속 넘기며 설명했으나 그것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좋아! 어쨋든 인류의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남은 문제는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믿고 이만 회의를 마칩시다.”


벙커장이 크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리 지르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리셋이후 벙커에 생존해 있는 인류에게 중요한 과제는 생존의 장소와 방법의 문제였다.

사실 벙커 안에서 인류의 발전과 다시 과거의 번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정된 자원, 물자, 공간 등등의 문제는 대충돌 이후 계속 논의되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생존 인류는 어떻게 해서든지 지상으로의 진출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으나 해결되지 않는 난제들이 있었고 그 중 가장 큰 것이 지상의 대기 상태였다.


대충돌 이전에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사능이 측정되었는데 이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즉시라고 하여도 무방할 만큼 인체에 영향을 주었는데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사망 형태는 피폭현상과 같았지만 소량에 노출되어도 마치 핵물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혜성으로부터 온 방사능은 반감기 자체가 측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지상의 방사능 수치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십년 전 지상의 식물들에서 추출한 물질로 방사능 제독제가 만들어졌으나 그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 효과는 지상의 공기에 노출된 장비의 제독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 년 전 벙커의 연구원들은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기로 했는데 방사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이다.


지상의 대기가 방사능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는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생명체들에서 항방사능제를 추출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였고 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 희망이 결실을 맺는 날 마침내 인류는 지상에서 다시 한 번 번영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밀폐된 실험실 안에 민선호는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앉아 있었다.


‘쉬익~’


실험실의 어디에선가 공기가 들어오고 있는 소리가 났다.


“뭐하자는 거야?”


민선호가 낮은 소리를 내며 짜증을 내었다.


서너 시간이 지나갔을까?


잠시 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갑자기 목이 따끔거린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왜 이러지?”


목을 감싸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가 잠시 지나자 증상이 없어지는 듯 해 ‘별 일 아니구만. 공기가 탁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악!”


갑자기 목이 따가운 정도가 아니라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이 밀려왔다.


“으아~악!”


고통에 못 이겨 민선호가 앞으로 꺼꾸러졌다.


곧 이어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민선호는 외부 시설에 같이 있던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검게 타들어 가기 시작하는 자신의 손을 보았으나 눈에서도 출혈이 시작되었는지 붉은 막이 드리워진 것처럼 보였다.


“한계에 왔나?”


유리를 통해 지켜 보던 박창석이 말하며 옆의 연구원을 보았다.


“네. 정확하게 6일 17시간 27분입니다.”


“체내 항체 형성 수치는?”


박창석의 질문에 연구원이 차트를 훑어보며 답을 했다.


“전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투입한 항체가 소모성으로 사용 된 것이 전부입니다.”


“하아~ 참.”


박창석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참 쉽지 않구만...”





3개월 후.


SAFETY 3벙커와 SAFETY 7벙커, SAFETY 9벙커의 책임자들이 창조라고 불리는 SAFETY 7벙커에 모두 모였다.


회의실의 각 좌석에는 보기 힘든 스테이크와 채소들이 차려져 있었다.


“이건 모두 도대체 뭡니까?”


둥지벙커(SAFETY3벙커)의 정보관이 놀란 듯이 물었다.


“오늘 인류의 새로운 진보와 개척에 관한 사항을 안내드리고 의논하기 위한 자리인 관계로 저희 창조벙커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마음껏 드시고 앞으로 시작될 브리핑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좌중에서 탄성과 환호가 시작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모두 음식의 맛을 한 마디씩 칭송하며 식사가 마치자 이번에는 여러 종류의 과일들이 식탁 위에 준비되었다.


참석자들이 과일을 입에 넣고 먹은 후 그 맛에 놀라는 표정이었으나 창조벙커장은 미소를 지으며 별다른 말이 없었다.


“시간 관계상 후식을 드시면서 합동 연구원들의 브리핑을 들으시겠습니다. 각 벙커의 연합연구소 소장이신 박창석 박사님을 소개합니다.”


창조 벙커장 이인욱이 소개한 박창석이 앞으로 나와서 인사한 후 스크린을 켰다.


“방금 여러분들께서 드신 고기와 과일들은 어떠셨습니까?”


박창석이 뜬금없는 질문을 하자 참석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맛있었습니다. 특히 이 과일들은 정말 맛있습니다.”


날개 벙커의 비서실장이 과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하는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드신 이 음식들의 출처에 대해 궁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드신 음식들은 모두 지상에서 수렵하고 채집한 것들입니다. 원래 인류의 역사가 수렵과 채집의 역사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억!”


박사의 말이 떨어지자 사방에서 경악한 사람들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경악했다.


“그럼 우리한테 방사능 덩어리를 먹였다는 말이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요?”


모두가 흥분하여 창조벙커 관계자들과 연구진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모두 진정들 하시고 박사의 발표를 경청해 주십시오.”


이인욱이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소리치자 잠시 소동이 가라앉은 틈을 타 박창석이 스크린을 다음으로 넘겼다.


“우리 연합 연구진들은 지상의 수목들에서 다음과 같은 물질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RN-57입니다.”


회의의 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은 후 박창석 박사는 바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이 물질은 탁월한 제독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제독제는 물질의 표면과 공기 중의 방사능에 대해서만 그 효과가 발휘되었습니다만 RN-57은 모든 물질의 내부에 완벽한 제독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의 제독 효과라면?”


날개 벙커장이 질문을 하자 박창석이 바로 화면 하나를 띄웠다.


“네 스크린에서 보시는 대로 RN-57을 입자 상태로 만든 다음 특수 스캐너를 사용하여 투사시키게 되면 물질내부의 방사능을 전무한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말은?"


" 이는 곧 지상에서 가져 온 식재료들을 우리가 섭취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전 여러분들 드신 스테이크와 과일들처럼 말입니다.”


이 사실은 향후 벙커의 식량 문제가 이때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 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브라보!”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노벨상이라도 드려야겠네.”


회의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질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박창석이 말을 잇자 모두가 시선을 집중했다.


“그 동안의 연구 결과에서 항방사능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었습니다. 이번에 개량된 약품을 사용해 한시적이기는 하나 인체가 방사능에 적응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다만...”


환성이 터져 나오려다가 ‘다만’이라는 말이 아쉬움을 남기는 듯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약품은 아쉽게도 약 일주일정 도만 약효를 지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럼 일주일마다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겁니까? 이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가 박창석에게 질문했다.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약품의 생산이 그 정도로 안정적으로 계속 공급되지는 못할 테니까요.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계속 연구하여 지속 기간을 늘리는 연구를 계속 하고 있으며 영구적인 적응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둥지벙커장이 손을 들자 박창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면 시간이 문제이겠군요. 우리 벙커는 연구에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우리 날개벙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지원하여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두 벙커장이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것도 바로 그 지원 문제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두 벙커장이 말이 끝나자마자 창조벙커장 이인욱이 앞에 나서며 말했다.


“무엇이던 말씀하십시오. 인류를 위해 하는 일에 못 할 일이 있겠습니까?”


날개벙커장이 말하고 둥지벙커장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항방사능제 연구의 큰 걸림돌은 약품의 재료 문제입니다. 연구를 위해서는 재료 의 지속적인 공급이 최우선입니다.”


“재료라면?”


“지상의 영장류인 애니멀의 혈청과 골수에서 추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애니멀 세 개체에서 한 명이 일주일간 사용 가능한 양의 공급된다는 겁니다.”


이인욱이 말하자 잠시 회의실이 침묵에 휩싸였다.


애니멀은 인류에게 우호적인 접근을 하는 영장류였다.

거기다가 사회성과 함께 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연구되었다.


“흠. 애니멀이라...”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동일한 것이었다.

인간적인 양심.


원래 사람들은 지능이 높고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에 동질감과 애착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부터입니다.”




그렇게 3개 벙커의 연합으로 재료로 사용되는 애니멀을 사냥하는 사냥팀이 구성되었다.


벙커에서는 이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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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9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9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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