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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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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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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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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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자들 2

DUMMY

“어?”


차량으로 이동하던 형욱이 멀리 전방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200m 정도의 거리의 도로의 끝머리에서 애니멀 한 마리가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애니멀!”


형욱이 짧게 소리쳐서 헌터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헌터들이 건물들을 뒤로 등지고 반원의 형태로 경계를 시작했다.


잠시 망원경으로 놈의 모습을 주시하던 형욱이 갑자기 서브 건을 꺼내 조준하였다.


“한팀장님! 뭐하시는 겁니까?”


2팀장이 놀라서 소리쳤다.


멀리 있는 작은 건물 안에 숨어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람이었다.

애니멀은 천천히 걸어서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애니멀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그 사람이 후다닥 튀어 나와 팀원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애니멀도 그 뒤를 바짝 쫒았다.


쫒아 가던 애니멀이 총을 겨누고 있는 형욱을 발견했는지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쾅!”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형욱이 방아쇠를 당겼다.

당황한 2팀장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형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순간 지강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 한 방에 놈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안돼!”


벌떡 일어나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려는 형욱을 2팀장이 붙잡았다.

그 사람도 멈춰 서서 이쪽을 잠시 보더니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 버렸다.

모두가 '아차'하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어난 일이었다.


‘뭐야? 왜 도망가?’


황당한 상황을 보고 있던 형욱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먼 거리에서였지만 그 사람은 방호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빨리 갑시다.”


2팀장인 학을 떼며 재촉했다.


“저 사람은 구조를 해야죠.”


2팀장에게 말했으나 형욱의 팔을 잡은 2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재촉하며 말했다.


“일단 차량으로 갑시다. 가면서 말씀드리죠.”


차량 문을 닫고 제독 절차가 끝나자마자 거칠게 헬멧을 벗은 2팀장이 말했다.


“헌터의 강령. 뭐 이런 건 신경 안 쓰십니까? 거기서 애니멀을 그냥 쏘아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보셨잖습니까. 사람이 위험한 상황 아니었습니까?”


강윤이 지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아니 그럼 영상녹화는 하셨습니까?”


2팀장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힌 형욱이 팀원들을 보자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다른 벙커의 헌터들이 곤란해 질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발생한 애니멀에 관한 일은 모두 잊어버린다. 복귀한 후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하고 만약 이 일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모두 책임질 테니까.”


2팀장이 팀원들에게 지시하자 ‘알겠습니다.’라는 큰소리가 울렸다.


“추방자들입니다.”


모두 아무 말도 없어 서먹한 기운이 차안을 메운 채로 이동하던 중 2팀장이 뜬금없이 말했다.






날개 벙커.


지상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에 12명의 사람들이 벙커가드들이 둘러싼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기잉’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벙커의 지상 입구 통제실을 향해 올라갔다.


“으으~”


점차 가까워지자 누군가가 벌벌 떨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두 내려!”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벙커가드가 사람들의 어깨를 밀며 재촉했다.

몇 명이 움직이지 않고 버티자 가드들이 강제로 그들을 밀어냈다.


“강영철, 신한구, 이명석...”


벙커의 입구에 다다르자 통제 담당이 다가와 팔뚝에 심어진 인식 칩을 스캔해 신원을 확인했다.


“모두 12명 확인되었습니다.”


게이트 통제관이 다가와 그들 앞에 섰다.

그 중 몇 명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저기에 보이는 배낭을 한 사람씩 착용한다.”


통제관이 지시했으나 움직이지 않고 있는 세 명에게 냉랭한 말투로 경고했다.


“너희들은 맨 몸으로 나간다는 뜻으로 알면 되나?”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 사람도 자신들 덩치의 절반에 가까운 배낭을 짊어졌다.


“열어!”


‘크르렁!’


열 두명이 각 자 가방을 메고 정렬하자 통제관의 지시에 게이트 담당이 스위치를 올려 문을 열었다.


벙커문이 개방되자 짙은 녹색의 숲길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밖에는 구슬프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에이! 기왕 내보낼 거 날씨 좋은 날 좀 정해주던가...하여간 X도 융통성이 없어!”


강영철이 걸어 나서며 궁시렁거렸다.


“잘들 살어!”


벙커가드 중 한 명이 모두 밖으로 나서고 나자 손을 흔들었고 강영철은 주먹으로 감자를 날렸다.


벙커의 거대한 문이 닫히자 비로소 열 두명은 처음 나선 지상에서 스산한 공포를 느꼈다.


처음 나선 지상의 아름다움이 이들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이거 뭐~ 씨발! 이걸로 돼지라도 잡으라는 거야!”


일행 중 두 명이 배낭을 열어 손도끼를 들어 흔들어 보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강영철이 그 두 명에게 의뭉스러운 눈 짓을 보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눈치 차리지 못했다.


벙커 입구에서 30분 정도를 걸어 숲의 한 공터에서 모두 배낭을 내리고 쉬어가기로 했다.


비가 그치기 시작하자 숲 속의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빛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c처음 들어 보는 새 소리들이 귀를 호강스럽게 했다.


“참 아름답기는 하네요.”


일행 중 유일한 여자인 구슬기가 고개를 들어 높은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지! 이 아름다운 걸 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수다?”


강영쳘이 슬쩍 구슬기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그런 건 아니고...”


구슬기가 뒷말을 흐리며 민망해했다.


“아니기는 뭐가!”


강영철이 낮게 중얼거리며 구슬기 방호복의 공기 정화 필터를 거칠게 잡아 뜯었다.


“뭐하는...아악!”


구슬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목을 감싸 쥐고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이봐!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주위의 사람들이 강영철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옆에 서 있던 두 놈이 한 사람의 머리에, 또 한 사람의 목에 손도끼를 휘둘러 내려찍었다.


“어...어...이 미친 새끼들이!”


소리치며 달려드는 또 한 사람은 순식간에 강영철의 팔에 목이 감겼다.


“이...이...”


눈이 벌개지던 그 사람은 강영철이 팔에 힘을 주자 고개를 픽하고 꺽었다.


“으아!”



‘팍!’

‘퍽!’


남은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동안 두 놈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두 사람이 다시 쓰러지고 남은 네 사람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곧 이어 뒤 쫒아 간 한 놈이 다시 한 명을 해치우는 동안 다른 한 놈은 머리에 너무 깊게 도끼를 꽂았는지 빼느라고 끙끙대고 있었다.


“아! 이 새끼! 뭐하는거야?”


강영철이 답답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그 새 도끼를 빼든 놈이 사람들이 남겨둔 배낭을 정리하려고 움직였다.


“이 새끼야! 그건 나중에 챙기고 나머지 것들 쫒아! 그걸 누가 훔쳐간다고...”


강영철이 소리치자 ‘네!’하고 대답하며 그 놈도 사람들의 뒤를 쫒았다.


열 두개의 배낭을 훑어본 강영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몇 달간의 삶을 다시 얻은 것이다.


배낭을 한 곳에 쌓아두고 강영철도 사람들의 뒤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숲이 끝나가는 길 즈음에서 앉아 있는 수하 두 놈을 발견했다.


‘처리가 끝났나?’


근거리까지 가서 본 모습은 의외의 광경이었다.

두 놈이 나란히 앉아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가 이상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강영철이 한 손에는 손도끼를 한손에는 정글도를 거머쥐며 접근했다.


“뭐하고 있어?”


한 놈의 등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자 그 놈은 벌떡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응? 뭐야?’


강영철이 앞을 보자 도망가던 세 사람은 모두 엎어져 있었다.


“저 새끼도 빈 몸이야? 배낭들은 어디다 숨겨 놓았어?”


사람들이 엎어져 있는 10m 정도의 거리에 있는 바위에 다섯 명이 주르르 앉아 강영철을 보고 있었다.


“너희들은 뭐야?”


“아이! 니기미! 요즘 보급품이 늦어!”


“그러게. 벙커에 죄 짓고 죄 짓고 사는 놈들이 줄었나 봐.”


강영철의 물음에 놈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일어났다.


‘쉬~잉!’

‘퍽’


놈들이 일어나면서 수하의 한 놈에게 도끼를 던지자 그 도끼가 정확하게 머리를 반쯤 쪼개며 꽂혔다.

수하 한 놈은 비명을 질렀으나 도망가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이!”


강영철이 칼날을 세우며 앞으로 다가섰다.

본래 벙커가드 팀장 출신인 강영철은 갖가지 무술의 고수이고 병기 사용이 능숙했기 때문에 다섯 놈 정도는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덤벼 봐!”


강영철이 소리치며 노려보았으나 놈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죽어! 이 새끼들아!”


강영철이 칼과 도끼를 휘둘려 달려들었다.


‘탕!’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진 강영철이 숨을 가쁘게 내쉬며 하늘을 보았다.


‘저 새끼들이...왜 총을?’


강영철의 옆으로 다가 선 한 놈이 강영철의 손에서 정글도를 빼내었다.


“너희들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놈이 칼을 강영철의 배에 꽂아 넣었다.


“자 배낭 있는 데로 안내해!”


놈들이 강영철의 남아 있는 수하 한 놈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네?”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형욱이 2팀장을 보며 물었다.


“둥지에서는 절도, 폭행 등의 강력범죄자들을 어떻게 하십니까?”


“그야 사형이지 않습니까. 벙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범죄자는 모두 똑같은 처벌을 합니다. 그럼 날개에서는 다른 겁니까?”


형욱의 질문에 길게 한숨을 내쉰 2팀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도 같은 처벌을 했었죠. 그런데 70년 전에 인권협회라는게 생겼습니다.”


2팀장의 말대로라면 인권협회의 계속된 항의로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추방제도가 생겼다.

범죄자들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한 달간의 방호용품, 식량들을 지급하여 벙커외부로 추방한다는 것이다.


“벙커에서 추방된 범죄자들을 우린 추방자들이라고 부르는데 저들이 라이프세트나 물품들을 확보하기 위해 헌터 팀이나 픽커팀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사형제도 부활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피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나온 겁니다."


잠시 말을 멈춘 2팀장이 형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 발견된 헌터들도 추방자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한 일 치고는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 전 아닐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형욱은 애니멀들의 벌인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 대책 없이 그들을 벙커 밖으로 내보낸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한 일 아닐까요?”


2팀장이 대답하자 형욱은 또 한 가지의 의문점에 대해 질문했다.


“조금 전 사라진 사람은 방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그건 아마 거리가 워낙 멀어서 한팀장님이 잘못 보신 걸 겁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잖습니까.”


차량이 벙커로 복귀하는 동안 형욱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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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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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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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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