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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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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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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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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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인식 카드 1

DUMMY

날개벙커의 헌터 지원 임무를 마치고 온 형욱은 보고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헌터 사령부에서 별다른 임무를 지시하지 않고 있었다.

보통 지상 임무 열흘 전에 스케쥴이 정해지는데 오늘도 지시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에휴~ 이 참에 좀 푹 쉬지. 뭐~”


침대에 누워 가만히 누워 있자니 철민과 민희가 보고 싶었다.

복귀 후 일주일 간이나 숙소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던 턱에 둘과는 마주치지 못했고 서로 얼굴을 보자니 서로 강윤이 생각 대문에 애써 만나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것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숙소를 나선 형욱이 헌터 라운지로 향했다.


“어! 오랜만입니다.”


복도를 지나다가 헌터12팀장을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 그래. 형욱이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네. 한 동안 임무가 없어서 지겹기는 한데... 노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 할 만 합니다. 이참에 은퇴할까 봐요.”


형욱이 실없는 농담을 하자 12팀장이 ‘이 새끼. 이게 빠져가지고...’라고 하며 주먹을 쥐고 한 대 때릴 것처럼 제스쳐를 취했다.


“철민이 어디서 보셨습니까? 이놈은 어디 짱 박히면 찾기가 힘들어서.”


순간 12팀장의 눈빛이 당혹하게 흔들렸지만 형욱은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아... 철...철민이. 아마 임무 나갔겠지. 나도 본 지가 좀 되기는 했다.”


“아~ 그래요. 팀장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12팀장에게 인사를 한 형욱은 픽커팀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 픽터6팀이...”


입구의 모니터에서 픽커팀의 스케쥴을 보고 민희의 6팀이 임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픽커라운지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라운지에 픽커6팀의 부팀장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반응이 영 이상했다.

뭔지 모르게 당황하는 것처럼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며 다른 픽커들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입구 문을 잡고 닫지도 못한 상태에서 형욱이 라운지를 살피며 물었다.


“회의 중이셨습니까? 다음에 들릴까요?”


“아닙니다. 들어오십시오. 팀장님 반갑습니다.”


부팀장이 일어나 눈 짓을 하자 다른 팀원들이 형욱에게 인사를 하고 급하게 라운지를 나갔다.


“앉으십시오.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물 한잔이면 됩니다.”


물병을 들고 오는 부팀장의 복장에서 형욱이 뭔 가를 발견했다.

부팀장의 어깨위의 배지는 틀림없이 팀장의 표시였다.


“진급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아니... 뭐... 축하는 무슨...”


형욱의 축하에 부팀장, 아니 이제 픽커6팀장이 말을 흐렸다.


“6팀장으로 진급하셨으면 그럼 민희는?”


“...”


“민희는 그럼 다른 팀을 맡게 된 겁니까?”


6팀장을 바라보고 질문을 했으나 6팀장은 몹시 곤란해 하는 것 같았다.


“아직 모르고 계시는군요.”


혹시나 저 번 강윤의 사고로 인해 좌천이라도 당한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형욱이 무슨 일까를 생각하는 동안 6팀장이 캐비넷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뭡니까? 이건?”


6팀장이 테이블위에 놓은 것은 지상 임무 팀들의 신원 확인을 위한 붉은 색의 인식카드였다.

지상 임무 팀들이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이 카드를 회수하여 가지고 오는 것이다.


형욱이 떨리는 손으로 인식카드를 들어 확인했다.


‘최민희’란 세 글자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6팀장을 바라보았다.

6팀장도 괴로운 듯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쥐며 그때 일을 이야기했다.


“지강윤 팀장을 찾아 나선 겁니다.”


6팀장이 이야기를 끝냈으나 형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렸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도 우리 최팀장님이 사지로 가는 것을 방관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


6팀장이 이야기 하는 동안에도 형욱은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곽팀장님 인식카드는 부모님께 전해드렸습니다만...후우~”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6팀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팀장님 인식 카드는 달리 전해줄 사람도 없어서 한형욱 팀장님에게 전해 드릴려고 했었습니다.”


“...”


“인식카드 마저 없으면 저도 우리 팀장님을 놓아 버리는 것 같아 차일피일 미루었는데 팀장님이 오셨네요.”






픽커11팀이 지상에서 대형 사고로 인해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형욱이 곧장 교육원 상담실로 뛰어 내려갔다.

수업 시작벨이 울렸으나 상관하지 않았다.


“쾅!”


상담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아이! 놀랐잖아. 임마!”


민희가 고개를 들며 형욱을 쏘아 보았다.


“민희야...”


“저 새끼 저거...수업 시작 벨 울린 것도 모르나?”


민희가 팔짱을 끼고 형욱에게 쏘아 붙였다.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형욱이 앞에 앉았다.


“너...괜찮아?”


“그럼 뭐...괜찮아야지. 어쩌겠어?”


형욱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이는 입꼬리와는 다르게 두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고 양쪽 소매는 눈물 때문에 흠뻑 젖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뭐라고 위로해야 할 말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벙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 뭐...”


민희가 두 손으로 또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담담한 것처럼 말했다.


“형욱아...”


“왜?”


“나... 이제 혼자다. 이 세상에 혼자만 남았다.”


민희가 참을 만큼 참았던지 책상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며 말했다.


“나...괜찮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가 형욱의 마음을 헤집었다.


“임마! 네가 왜 혼자야! 나도 있고 우리 부모님도 있는데...”


형욱이 민희의 손을 잡고 다시 말했다.


“네가 외롭지 않게 내가 항상 곁에 있어 줄께!”


민희는 그렇게 15살의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이야!”

“만세!”


교육생들이 휴대용 모니터에 ‘END'라는 글자를 띄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다.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고등교육원 졸업을 축하했다.


“민똘! 수고했다. 무사히 졸업했네!”


“이 새끼! 나보다 네가 더 걱정이었지.”


형욱과 민희는 18살이 되었고 고등교육원을 수석, 차석으로 나란히 졸업했다.


행사장을 나서자 형욱의 부모님이 웃으며 다가왔다.


“우리 민희 고생했다.”


형욱의 어머니가 제일 먼저 민희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아이 씨! 어머니...저를 먼저 축하 안 해주고...”


형욱이 짐짓 삐진 것처럼 투정했다.


“임마! 어떻게 넌 3년 내내 민희 뒤만 쫒아가냐! 축하도 성적순이야!”


형욱의 아버지가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민희. 오늘은 우리 숙소에서 파티라도 열까?”


형욱의 어머니가 민희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네. 어머니. 그 전에 좀 다녀 올데가 있어서요.”


민희가 살갑게 대답했다.


“어딜?”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갈게요.”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형욱에게 눈짓을 했다.

형욱이 앞서 가는 민희를 쫒아갔다.



지상 임무팀의 추모관.


‘픽커11팀. 최상인’‘픽커11팀. 류소영.’이라고 적인 붉은 색 인식 카드가 벽면의 한 곳에 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인 채로 한참을 있었다.


“어디에 지원했어?”


형욱이 민희에게 물었다.


“픽커팀.”


“네 성적이면 벙커 본부로 갈 수 있을텐데.”


형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냥 물어봤을 뿐이다.


“그냥...아니 그냥은 아니지. 난 픽커 집안이야. 우리 부모님이 어떤 일들을 하셨을까 궁금하기도 했고...두 분이 못 다 하신 것들을 하고 싶었어. 내가 할 일은 픽커야.”


“그래...잘 선택했어.”


“넌?”


민희가 형욱에게 물었다.


“헌터.”


“뭐?”


민희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놀라며 되물었다.


“야! 너야 말로 벙커본부에 왜 지원을 안 했어? 음...비록 항상 내 뒤이긴 했지만 너끈하게 합격 했을텐데.”


“아이~ 이게 또 속을 뒤집어 놓네!”


형욱이 빈정 상했다는 듯이 말하자 민희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너 그럴 때마다 자꾸 발끈하는 거 다 열등감이야. 임마!”


“뭐라고? 아 이게 참...”


둘이 옥신각신하며 추모관을 나서며 민희가 다시 물었다.


“진짜 이유가 뭐야?”


“무슨 이유?”


“헌터팀에 지원한 이유.”


형욱이 벙커의 높은 천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3년 전에 약속했잖아. 너하고...”


“무슨 약속?”


민희가 무슨 소리?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네 옆에 항상 같이 있어 주겠다고.”


“뭐?”


“내가 헌터가 되서 네가 임무 나갈 때 가드라도 나가야 마음이 편하지.”


형욱이 ‘나 멋지지?’하는 표정으로 민희를 보았다.


“아이고~ 저거 철이 덜 든 거야 뭐야?”


민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야! 그런 데 교육원 선생님들 난리가 났겠지?”


“아마 그럴 걸. 수석, 차석이 벙커 본부에 아무도 지원을 안했으니까.”






“생각을 바꿀 방법이 없을까요?


교육원장이 오만 인상을 다 써가며 물었다.


“글쎄요. 안될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그 놈들 고집 센 거.”


담임 교육 선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여간...꼴통들...”






1년간의 헌터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고 최종 테스트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형욱이 긴장한 모습으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신입!”


헌터팀장이 잔뜩 움추려 있는 형욱을 불렀다.


“예! 한형욱입니다.”


“야~ 오늘 나가서 바로 뒈지면 안 된다. 내 앞길 막지 마라. 제발.”


팀장이 괜스레 겁을 주자 형욱이 더욱 주눅이 들었다.


“왜 자꾸 애들 겁을 주고 그러십니까?"


픽커 팀장이 대기실로 팀원들을 이끌고 들어오며 웃으며 헌터 팀장에게 말했다.


“겁 먹지마! 괜찮아. 뭐 죽는 게 별거야?”

“죽을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아.”

“넌 죽어도 우린 지켜야 돼!”


모두 옆을 지나가며 형욱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을 한 마디씩했다.


“야! 한형욱!”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형욱을 누군가가 반갑게 불렀다.


“이 새끼! 네 첫 임무가 우리 팀 가드구나!”


고개를 들어보니 민희가 헬멧을 손에 쥐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민희...”


상대적으로 교육 기간이 짧은 픽커팀이어서 민희는 6개월 전에 임무에 투입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팀장님! 저거 내 곁에 붙여줘요. 혼자 두면 어쩐지 불안해서.”


민희가 헌터팀장에게 조르듯이 부탁했다.


“뭐? 픽커가 헌터를 가드하려고?”


헌터팀장이 크게 웃었다.


“아는 사이야?”


픽커팀장이 형욱의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며 민희에게 물었다.


“네! 유아교육원부터 고등교육원까지 쭈~욱 같이 다닌 놈이예요.”


민희가 즐겁다는 듯이 재잘거렸다.


“뭐? 그럼 15년 동안이나 너하고?”


픽커팀장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네.”


“음...고생 많았다. 넌 훌륭한 헌터가 될거야. 그 힘든 시간들을 15년이나 보냈으니까...”


픽커팀장이 형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형욱이 알아줘서 고맙다는 의사를 고개를 끄덕이며 표했다.


“아니! 팀장님! 그거 지금 무슨 뜻으로 말씀하신 거예요?”


민희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며 자신의 팀장에게 다가갔다.


“아니...뭐 별 뜻은 없고...”


픽커팀장이 웅얼거리며 민희를 피해 얼른 자리를 옮겼다.


“팀장님! 무슨 뜻이냐고요?”


빽! 소리 지르며 자신의 팀장을 쫒아가는 민희의 모습을 보며 형욱도 슬슬 긴장이 풀렸다.


“자! 가자!”


헌터팀장이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형욱을 보며 팀장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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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4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3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5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4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2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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