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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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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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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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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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DUMMY

얼마 전 발생한 종교 사건으로 인하여 벙커 내에서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비록 언젠가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 칠 수도 있었지만 벙커의 사람들은 생존의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172명의 목숨이 가벼운 것도 아니었고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소지는 가지고 있었지만 표면적으로 벙커장에 대한 지지는 확고하였다.





강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 12팀의 팀장으로 진급하면서 모두가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형욱은 내일 임무를 앞둔 철민과 안전담당관의 뒷담화를 하고 있었다.

원래 상사 뒷담화가 동기들 사이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법이다.


‘윙! 윙! 윙!’


철민이 형욱의 말에 자지러지게 웃으며 커피를 입에 대려는 순간 로비의 비상벨이 크게 울렸다.


“무슨 일이야?”


철민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고 형욱이 휴게실의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좀 전에 자신들이 뒷담화를 하던 안전담당관과 눈이 마주치자 형욱이 흠칫 제 발이 저렸다.

그리고 여러 간부들도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벙커의 경계 업무를 담당하는 벙커 가드들도 줄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야! 뭐야? 무슨 일인데?”


철민이 달려가는 가드 한 명에게 소리쳐 물었지만 가드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멈추지 않았다.


형욱과 철민이 급하게 그들 뒤로 달려가면서 보니 3번 게이트 방향이었다.


“뭐야? 게이트에 무슨 문제가 있나?”


“먼저 작전 나간 팀 복귀는 내일이지?”


철민의 질문에 형욱이 다시 질문으로 답했지만 어차피 누구도 대답할 상황은 아니 것 같았다.


문제는 먼저 작전 나간 팀이 강윤의 12팀이었고 그 임무가 민희의 픽커팀을 가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둘은 걱정이 앞장 설 수 밖에 없었다.


3번 게이트로 통하는 대기 장소에 도착해보니 가드들이 게이트 개방을 위해 폐쇄 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폐쇄 구역의 제독 장치가 가동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별일 없겠지?”


형욱이 초조하게 말했지만 철민 역시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전담당관도 팔짱을 끼고 아무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무거운 한숨 소리가 적막을 뚫고 흘러 나왔다.


‘드르럭’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제독이 완료되었다는 표시등이 켜지고 폐쇄 구역의 문이 열렸다.

구역 안에서 픽커 팀의 차량 한 대가 먼저 대기실로 들어섰다.


차량의 문이 열리자 민희가 한쪽 손에 헬멧을 든 채로 내렸다.


“민희야!”


“최민희!”


형욱과 철민이 소리치며 민희에게로 달려갔다.


‘쾅!’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친 민희가 자기 발치에 헬멧을 힘껏 내려 던졌다.


“으아아아악!”


떼구르르 굴러가는 헬멧을 보며 놀라 멈칫하는 순간 민희가 찢어지게 소리를 질렀다.


안전담당관이 손짓을 하자 의무 팀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차에서 내린 픽커 6팀과 헌터 12팀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강윤이가 보이지 않았다.


“강윤이! 강윤이는?”


형욱이 민희쪽을 보며 물었지만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고개를 숙인 민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안전담당관이 형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러서라는 눈짓을 했다.


“야! 너희들 팀장은? 강윤이는 왜 안 보여?”


철민이 의무 팀을 따라 나서는 12팀의 팀원 중 한 명의 팔을 잡고 물었다.


“죄송합니다.”


“뭐가?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냐!”


철민이가 답답한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곽철민! 얘들 힘드니까 그냥 보내. 여기 있는 헌터들. 그리고 여기 없는 헌터들도 연락해서 모두 나중에 교육장으로 와. 그때 설명 듣고. 지금은 좀 쉬게 놔둬!”


정보관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형욱과 철민이 민희를 일으키며 나지막하게 물었으나 의무당당관 둘이 다가와 민희를 부축하며 이동했다.


정보관이 민희를 따라가려는 형욱과 철민을 보며 고개를 흔들어 만류했다.




회의실에 모인 헌터들과 관련 간부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간은 어느덧 다섯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형욱이 혼잣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회의실문이 열리며 지상임무 총사령관과 안전담당관, 정보담당관이 들어왔다.


모두 시선을 그들에게 향한 채로 자리에 앉았다.


“자 모두 모였나?”


사령관이 대답은 상관없다는 듯이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발생한 상황에 대해 조금 전 조사가 끝났다.”


잠시 사령관이 말을 멈춘 채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금일 작전 나간 픽커6팀과 가드 지원했던 헌터11팀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맞았다. 임무 수행 중 애니멀들과의 충돌이 있었으며 헌터 팀과 픽커 팀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조용하던 회의실이 일순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피해 내용은 현재 밝혀진 바로는 헌터 팀 2명 부상, 픽커 팀 1명 부상. 그리고 실종 1명이다.”


‘실종?’


그 실종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했다.


“실종자는 헌터 12팀의 팀장인 지강윤이다.”


회의실 안은 더 큰 웅성거림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지상에서의 실종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였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지강윤 팀장의 생사는 확인된 바 없으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해본 결과 사망한 것으로 추정, 아니 결론 내렸다.”


“추정이나 결론이라는 건 무슨 뜻입니까?”


헌터 3팀장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들은바와 같다. 본부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면 구조 활동이나 확인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헌터 6팀장이 질문을 했다.


사령관은 잠시 말을 멈추고 헌터들을 빙 둘러본 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령관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최소한 확인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헌터 3팀장이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으나 사령관은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현재 지강윤의 위치 라이프 신호기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관제실에서 최종 확인된 사항이다. 현재 위치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회의실의 웅성거림이 침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터들을 추가 임무에 투입한다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지금 확인한 바로는 지강윤의 공기 정화여과기가 한 시간 정도면 기능을 다 할 것이고 예비용의 여과기는 현장에서 수거되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나?”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사령관님. 그럼 우리 팀에서 수색이라도 할 수 있게 임무를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형욱이 손을 들며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나도 지강윤 같은 유능한 헌터를 잃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 한다. 나 역시 자네처럼 당장 나가서 확인하고 최악의 경우에 시신 수습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불확실하고 낮은 가능성에 다른 헌터들에게 위험을 지울 수도 없다.”


사령관이 형욱을 잠시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과거 모든 일 때와 대비해 예외를 두기도 힘들고 지상에서 발생한 일들은 지상에 묻어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령관의 말이 이어지자 헌터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실 과거에도 이러한 상황에서 구조 작업이나 다른 임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헌터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냥 지상에서 발생한 사고는 지상에서 끝나야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수색 활동을 해보겠다는 것도 형욱의 생각일 뿐이지 팀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일 이 시간부로 모든 외부 임무 팀들의 임무를 잠정적으로 중지한다. 애니멀들의 돌발 행동이 어떤 원인인지 파악하여 지상 임무 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니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장비 점검과 훈련으로 임무를 대신한다. 이상!”






간략한 회의가 끝나고 난후 안전담당관의 이후 스케쥴에 대한 교육을 마치고 형욱과 철민, 민희가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한 동안 셋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만 있었다.

철민이 벌떡 일어나 커피를 태웠다.


“아무래도 이상해.”


민희가 말을 꺼냈다.


“뭐가?”


철민이 민희 앞에 따뜻한 커피를 놓으며 물었다.


“애니멀들의 돌발 행동이 아니었던 같아.”


“무슨 말이야?”


잠시 말을 멈춘 민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틀림없이 계획된 거였어. 놈들은 처음부터 강윤이를 노리고 있었어.”


민희의 말에 형욱과 철민의 눈이 커졌다.


“설마...”


“내 이야기를 들어봐.”


민희가 작전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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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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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창조 벙커 1 24.09.09 9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1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2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2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2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6 0 10쪽
»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5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19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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