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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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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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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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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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을 위한 진화 1

DUMMY

“그렇게 너희 선조들이 신인류에게 재앙을 선사했지.”


메모리가 강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강윤은 이야기로만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잔혹한 현장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데 신인류라니? 누가? 애니멀들이?”


강윤이 눈이 동그래지며 질문하자 메모리가 ‘아~’ 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말을 안 했구나. 미안.”


빙긋 웃음을 지은 메모리가 강윤 옆에 와서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대충돌전에 너희 선조들이 지상에 혹시나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인류를 위해 ‘내일의 안개’라는 작전명으로 진화촉진물질인 ‘P.E(Past Evolution)’이라는 것을 대량 살포했지. 그 물질이 혜성에 있던 바이러스와 결합했고. 그 결과로 지상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류가 단기간에 진화한 거야.”


“그럼 저 애니멀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뜨악하며 강윤이 되물었다.


“글쎄? 같다고 하기에는...그렇다고 다르다고 하기에도 좀 그런가?”


새로운 사실에 강윤이 혼란에 빠졌다.


“진화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왜 그런 짓을?”


메모리가 강윤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위로하듯이 말을 받았다.


“뭘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 그 물질이 인류 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들에도 영향을 줘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상의 생태계가 회복된 거야. 너희 선조가 한 일은 최고의 한 수였어.”


“그럼. 바이러스는 또 뭐야?”


“궁금한 게 많네. 배 안고파? 뭐 좀 줄까?”


천연덕스럽게 메모리가 말했다.


“아니. 괜찮아. 바이러스는 뭐지?”


“너희들이 방사능이라고 알고 있는 것. 그게 실제로는 바이러스였어. 이놈 특성이 워낙에 파악이 어려워서 나도 겨우 100년 전에 알게 됐어. 그래서 백신을 만들었고 네가 맞은 게 바로 그거야.”


강윤은 그때서야 자신이 공기정화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살아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러면 그때의 애니멀과 지금의 애니멀은 종이 다른... 아니 종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어쨌던 그 둘은 뭐가 다른 거지?”


“이거 먹으면서 들어.”


메모리가 과일 몇 개가 든 바구니를 내밀었다.


살짝 허기를 느낀 강윤이 그 중 하나를 들어 베어 물자 살짝 미소를 지은 메모리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헌터팀이 복귀한 후 라수익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라수익은 팀장 김형록의 지시에 불복, 항명한 사실이 있는가?”


벙커장의 심문에 라수익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심문 내용에 답하지 않는다면 항명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재판장 바깥에서 김형록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발 ‘팀장이 임무 전반적인 개요를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임무가 벙커의 생존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불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미리 임무의 상세한 고지를 하지 않은 팀장의 잘못이다.’라고 답변하기를 바랬다.


만약 그렇게 답변한다면 김형록 자신이 책임을 지겠지만 그것은 임무상의 과오로 판정돼 보직 해임 정도의 징계가 전부였다.


그러나 만약 라수익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한다면 명령 불복종, 항명의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 받을 것이다.


문제는 벙커에 징역형이나 벌금형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형은 단 하나.

사형뿐이었다.


김형록은 제발 빌고 또 빌었다.

전부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유죄 판결을 면하기를...




“저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미명 아래 내려진 잘못 된 명령에 따를 수 없었습니다.”


라수익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미련한 놈...’


벙커장은 착잡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심문을 계속했다.


“항명의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들을 짓밟고 학살하는 행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 명령이 벙커에서 내려진 것이라도 해도 그렇다는 것인가?”


벙커장은 미련을 가지고 라수익을 보며 심문했다.


“그 명령이 누구에게서 내려진 것이라 해도 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많은 생명들을 담보로 얻어지는 것이 영생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명령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차후 우리가 지상으로 나가더라도 그런 학살 행위들은 언젠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라수익은 차분하게 벙커에서 내려진 명령들이 잘못 되었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재판장의 문이 열리고 라수익이 벙커경비대에 이끌려 나왔다.

라수익이 김형록과 눈이 마주쳤으나 이내 외면하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법률부장이 나오자 달려들며 다급하게 질문했다.

법률부장이 고개를 흔들며 판결문을 보여주었다.


‘피고 라수익은 명령 불복종과 항명의 이유로 사형에 처한다. 이에 동조한 나머지 인원 18명은 라수익의 행위에 우발적으로 판단, 가담한 것으로 업무상 과실로 판정하여 헌터 보직을 해임한다.’


“하...이 미친 새끼...”





그 이후 헌터들의 애니멀 사냥은 한 동안 수행 되지 못했다.


라수익의 사형이 집행 된 이후 헌터팀의 절반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었다.

반쪽이 난 팀으로 무리한 임무를 지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였다.

학살 행위에 대한 소문이 퍼져 벙커 안이 들썩였지만 새로 헌터팀의 모집공고가 나가자 그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섰다.


당연히 그 중의 대부분은 벙커 사람들의 미래에 동조한 것이었지만 그 중의 일부 인원은 단순히 폭력과 살상 자체에 흥미를 느낀 지원자들도 상당수가 있음은 부인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작정하고 모인 인원들로 새로 구성된 헌터팀은 한층 더 임무 수행에 적극적이고 잔혹하게 임했다.


사냥 임무가 다시 시작 된 지 한 달 만에 헌터팀이 죽이거나 포획한 애니멀은 1,500마리가 넘었다.


벙커 지휘부는 더 많은 재료 조달을 원했고 헌터 팀은 집요하게 애니멀들을 쫒았으며 어리거나 나이든 개체에 관계없이 눈에 띄는 대로 잡아 들였다.


그러나 결국 벙커는 어떤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도 모두 비었습니다.”


정찰을 나갔던 헌터가 보고하자 김형록의 얼굴에는 난감한 표정이 지나갔다.

벌써 다섯 군데나 허탕을 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제 지휘부나 수색조에게서 나온 정보의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 서식지까지는 지도상에 표시된 바로는 20km 정도입니다. 이동을 준비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


부팀장이 보고하자 잠시 고민하던 김형록이 지시를 내렸다.


“이동은 보류한다. 이곳에 거점을 마련해서 일단 대기하기로 하고 각 조 조장들을 모두 모으도록.”




“지금부터 벙커 지휘부에서 제공받은 자료는 전부 파기한다.”


김형록은 지휘부에서 확인한 애니멀 서식지 관련 정보를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주일 전 임무 수행을 나와서 가는 곳마다 텅 비어 있는 놈들의 서식지에서 계속 도시락이나 까먹을 수는 없는 상태였다.


실적이 전무한 상태에서 헌터들은 점점 지쳐가고 가지고 나온 정화기의 숫자는 점점 줄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모였습니다.”


김형록이 돌아보자 조장들이 모두 집결해 있었다.


“지금부터 헌터 팀 자체로 수색조를 편성한다. 어차피 지휘부나 벙커의 수색조가 확인한 정보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 상황에서 놈들의 서식지나 찾아다니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네. 맞습니다.”


조장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아마 놈들은 우리들을 피하기 위해 산개해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자체로 수색조를 만들어 애니멀 각 개체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럼 발견 개체별로 하나 씩 사냥하는 겁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요.”


3조장이 남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래서야 3조장 말대로 언제 트레일러를 채우겠나? 일단 개체를 발견하면 추적하여 놈들이 어디로 이동하는 지를 알아내야 한다.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놈들의 특성 상 어딘가에서 군집을 이루었을 것이다. 수색조는 그곳을 찾는 것이 목표다.”


김형록의 지시대로 3인 1개조로 편성된 수색조가 50팀이 만들어져 각 방향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조장님. 여기 있습니다.”


7조가 수색을 시작 한지 하루가 지나서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애니멀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발자국을 확인한 결과 두 개체 정도가 지나간 것으로 보였다.


7조는 신속하고 은밀하게 흔적을 따라 추적을 시작하여 세 시간 정도가 지나서 앞서 가는 애니멀들을 발견했다.


“저놈들...어디로 가는 걸까요?”


“쉿! 은밀하게 행동하여 계속 미행한다.”


뒤를 밟은 결과 놈들이 어느 지역에 이르자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했다.

헌터팀의 미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놈들이 경사진 면을 따라 내려갔다.


“저기는...빅크레이트...”


‘빅크레이트’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조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들어갑니까?”


조원 한 명이 조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저 안에 무방비로 들어 갔다 간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빅크레이트’ 지역은 과거 대충돌때 혜성의 파편이 만들어낸 거대한 분화구 지형이였다.


이곳에는 혜성의 잔존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관계로 일반 지역보다 방사능의 수치가 거의 50배에 달하는 곳이어서 벙커의 지휘부가 통제 지역으로 분류한 곳이었다.


아마 그걸 알고 있는 애니멀들이 이곳은 인간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도망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곳에서 잠복하여 저 놈들 외에 또 다른 놈들이 이동하는지 계속 관찰한다.”


조장이 지시하자 조원들이 은폐하여 길고 긴 기다림을 시작했다.



7조가 만 하루 동안 지켜 본 결과 ‘빅크레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놈들의 숫자는 오십 마리가 넘었다.

이곳에서 애니멀들이 사냥을 피해 군집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발견했습니다. 빅크레이트입니다.”


조장이 김형록에게 무전을 보냈다.


“빅크레이트?”


김형록은 보고를 받자마자 즉시 헌터팀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진입에 문제가 없겠습니까?”


3조 조장이 걱정스러운 질문을 건넸다.


“글쎄...”


김형록도 자신이 없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빅크레이트 안의 방사능 수치였는데 50배에 달하는 방사능을 과연 방호복의 공기정화 기능이 얼마나 버텨 줄 지가 관건이었다.


“위험한 것은 분명한데...”


“항방사능제는 어떨까요?”


고민하는 김형록에게 8조장이 의견을 냈다.


“항방사능제? 좋은 생각이다.”


김형록이 해답을 얻은 듯 가볍게 손뼉을 쳤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가져 온 항방사능제를 투입조에게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약효의 지속 기간은 한정되어 있었으나 어차피 효능은 확인된 것이니 만약 공기정화장치가 한계에 달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항방사능제가 50명의 투입조 헌터들에게 주사되었다.


“현재 투입되는 인원들은 메디칼 체크기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만일 경고 표시가 뜨면 즉시 빅크레이트를 벗어난다. 주의해라. 너희들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네. 알겠습니다.”


“투입조 이외에 헌터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탈출하는 애니멀들을 놓치지 말고 사냥하도록 한다.”


김형록의 지시에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랜만에 몸을 풀 기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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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9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9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2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2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2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6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5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19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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