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47
추천수 :
17
글자수 :
168,668

작성
24.08.14 22:30
조회
19
추천
0
글자
12쪽

여장부

DUMMY

“복귀 첫 임무에 픽커 가드도 좀 그런데... 거기다 하필 왜 6팀이래?”


“야! 이 씨!”


철민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자 맞은편의 민희가 주먹을 쥐고 철민을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러게... 하필이면...”


강윤이도 민희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야 픽커 6팀이 어때서? 민희가 팀장이고... 민희가 우리하고 친하고...”


형욱이 강윤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또?”


형욱의 말에 철민이 강력하게 의문 부호를 달았다.


“친하고...”


“그래. 또?”


“친하지. 그게 전부지 뭐.”


형욱과 철민의 티키타카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 눈을 부라리는 민희를 보고 강윤이 싱긋 웃으며 양손을 내밀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팀장님! 부디 잘 살펴주십시오. 성질머리 제발 좀 죽여주시고...”


“이것들이 진짜...”


세 명이서 번갈아가며 민희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그런데...”


민희가 술잔을 한 더 비우고 말을 시작했다.


“뭐?”


“그런데 그것들은 왜 그렇게 적대적일까?”


특별히 무엇을 지칭하지도 않고 질문을 던졌다.


“그것들?”


“그 새끼들 말이야. 애니멀들. 우리가 지들한테 특별히 해를 끼치지도 않고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우린 항상 피해가는 쪽이잖아. 그런데도 애니멀들은 항상 틈만 나면 우리를 공격하려 하니까 말이야.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민희는 누구나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에 올렸다.


“석 달 전 픽커 3팀이 공격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야. 작업 중에 그냥 그 놈들이 덮친 거야. 아무 이유가 없어.”


분이 차 오르는듯 주먹을 불끈 쥐며 민희가 말했다.


“그건 아마도...”


강윤이 민희의 이야기 중에 슬쩍 끼어들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강윤은 의미심장하게 질문을 했다.


“민희 넌 벌레를 왜 그렇게 싫어 하냐?”


“벌레? 아니 벌레 좋아하는 사람 있어? 특히 바퀴벌레! 으...”


몸서리를 치는 민희를 가만히 보던 철민이 괜히 말을 보탰다.


“그래도 무서워하는 게 있어서 사람 같아 보인다야.”


‘퍽!’


철민의 한 마디에 바로 주먹이 날아가는 응징이 있었다.


“벌레들이 너한테 무슨 위험한 짓을 한 것도 아니잖아.”


“응? 그건 그렇...지.”


강윤이 계속 말을 이었다.


“저번 출동 때... 그러니까 내가 자격 정지 먹은 사고 말이야. 그때도 그랬어. 우리 팀이 이동 중 뭔 가가 후다닥 도망가더라고. 보니까 애니멀이었어. 아마 개체 크기가 작았던 걸로 보아 새끼들 같았거던. 마치 민희가 벌레를 보고 놀란 모습하고 똑같아 보였어.”


강윤이 술 잔을 비우자 민희가 다시 잔을 채워주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10분 간 멈춰서 충분히 거리가 멀어질 때를 기다린 후 이동했어. 그런데 다시 이동 중에 그놈이 앞서 가던 팀장을 덮친 거야. 우린 아무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게 없었는데 말이야. 한 마디로 그냥 날벼락이었어.”


단 숨에 술 잔을 들이 킨 강윤이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을 난 이렇게 해석해. 민희가 벌레를 보고 놀라서 우리 중 누군가에게 ‘벌레 좀 잡아줘’‘라고 부탁하는 상황 말이야. 사람들은 벌레를 보고 가만있지 않잖아. 도망가거나 아니면 잡아 죽이거나...”


“우릴 벌레로 생각한다는 말이야?”


형욱이 자신의 술 잔을 채우며 말했다.

술 잔은 반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뭐... 사람들이 벌레를 싫어하는데 특별한 이유보다도 유전적인 마음속 거부감 때문에 그런 것처럼 애니멀들도 유전적으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아닐까?”


강윤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벙커 지휘부는 왜 애니멀들과의 교전을 막는 걸까? 우리가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압도적으로 유리 할 텐데 말이야. 자꾸 싸움을 피하는데 너무 중점을 두니까 지상 임무 팀들의 부담도 가중되는데...”


철민이 다시 의문점을 제시했고 이번에는 형욱이 말을 받았다.


“아마 애니멀들과의 교전이 확대 되는 걸 바라지 않는 거겠지.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임무수행이 갈수록 힘들어 질수 있으니까.”


“그건 형욱이 말이 맞아. 우리가 애니멀 한 놈을 해치우고 철수할 때 헌트 차량에 탑승하기 전까지 놈들이 우릴 쫒아왔었거던. 그때 차량이 빨리 와줘서 다행이었지. 놈들은 복수심이 강한 것 같았어. 놈들은 아마 생각보다도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런 것 때문에 적정한 타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지휘부와 저놈들 우두머리 사이에 암묵적인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지.”


“그럼 가끔 무작정 공격하는 놈들은?”


민희가 의문점을 제시했다.


“무슨 사회든지 꼴통들은 있잖아.”


“그렇지... 민희처럼...”


이번에도 철민이 또 한 마디 낮게 혼잣말을 하다가 민희의 발길질에 정강이를 걷어 차였다.





민희는 친구들 사이뿐만 아니라 Picker들 사이에서도 여장부라고 불리고 있었다.

항상 민희가 속한 팀은 ‘가장 멀리, 가장 늦게, 가장 많이’를 내세우는 팀이었다.


팀장인 민희는 벙커 사람들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가끔 무리하게 팀을 이끄는 스타일이었다.

실적이 좋은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직접 솔선수범하여 행동하는 탓에 팀원들은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다.


실적이 좋다는 것은 배급이나 업무고과에 유리한 것이어서 오히려 민희의 팀에 들어오기를 은근히 바라는 픽커들도 많았다.

사실 민희의 팀원들 중 빠르게 팀장 승진을 한 케이스가 자주 나왔다.


다만 픽커6팀을 가드하는 헌터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민희가 자신의 팀에 배당된 과일들을 가드 팀에 슬쩍 내미는 맛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강윤이 대기실로 들어서자 헌터9팀장과 팀원들이 인사를 하며 반겼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9팀장 오국성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팀장이 부담스럽게 왜 이래. 그냥 말 편하게 해.”


오국성은 강윤의 한 기수 후배였지만 강윤이 징계에 들어간 동안 팀장에 진급했다. 원래 팀장은 은퇴한 상태였다.


“그럴 수 있나요. 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강윤이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헌터10팀의 팀장과 팀원들이 들어오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팀장님.”


강윤이 10팀장에게 가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10팀장은 씨익 웃으며 강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데 오늘 헌터 팀이 두 팀이나 가드로 나가는 걸 보니 보통일은 아닌 것 같네. 거기다가 픽커 6팀이라니... 오늘 고생 좀 하겠어.”


10팀장이 강윤과 9팀장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헌터 팀! 모두 오셨습니까?”


잠시 후 민희가 앞문으로 들어서면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헌터들이 모두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민희는 스크린을 켜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Picker6팀이 수행할 임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금일 오전 5시에 출발하여 여기서 57km 거리에 있는 와일드락에서 소금을 채취할 예정입니다.”


민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곳곳에서 헌터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와일드락은 오래전에 발견된 암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바위산이었는데 이곳에는 염분을 섭취하러 온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소금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에게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빈번히 발생하는 락다운(Rock down)으로 인해 Picker들이 산개해서 작업하는 관계로 가드 영역이 자연히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드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애니멀들도 소금을 가지러 수시로 출몰하는 곳인 만큼 가드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오늘 작업량과 작업시간은 얼마나 됩니까?”


오국성이 질문을 했으나 다른 헌터들은 뻔한 대답이 돌아올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작업 시간은 글쎄요. 만족 할 만큼 작업량이 이루어졌을 때?”


“아...”


민희가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헌터들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브리핑을 지켜봤다.


“오늘 저희들이 작업할 곳의 대략적인 지도와 작업자의 위치입니다. 팀장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태블릿으로 전송시켰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팀장님들?”


민희가 고개를 돌려 팀장들을 불렀다.


“예.”


“예 말씀하십시오.”


“오늘 가드에 대해 전반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민희의 요청이 있자 선임인 헌터 10 팀장이 앞으로 나가 스크린에 표시를 하면서 헌터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가드 해야 할 픽커 팀원들을 지정하며 계획을 브리핑했다.


“9팀장님. 계획에 따로 이견이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완벽한 것 같습니다. 헌터들은 각 자 위치와 임무 모두 숙지하십시오.”


오국성이 말하자 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표시를 한 후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가드 계획은 우리 팀에게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30분 후 2구역 승강기 앞에서 뵙겠습니다. 출동 시간은 정각 5시입니다.”




벙커가드가 헌터 10팀장에게 다가왔다.


“오늘 두 팀이나 가드로 나가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두 팀이 같이 나가면 수월한 면도 있겠죠.”


그냥 생각없이 대답하는 벙커가드에게 10팀장이 손으로 앞의 차량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벙커가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앞의 차량으로 다가가자 조수석의 창문이 열렸다.


“헉! 어...”


벙커가드가 민희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랐다.


“왜요?”


민희가 벙커가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아닙니다.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점검을 마치고 차량들이 출발을 시작하자 벙커가드들이 지나가는 헌터 차량을 향해 위로의 손짓을 보냈다.





픽커팀의 차량 두 대를 필두로 헌터들이 탐승한 차량 두 대, 수송 컨테이너 차량과 각 종 장비들을 실은 차량 총 여섯 대가 푸른 새벽을 헤치며 줄지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막 동이 트기 전 지상의 풍경은 경이로웠다.

푸른색이 가득한 사방의 산과 들은 벙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 할 풍경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해가 떠오르면서 지상의 모든 것들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벙커의 사람들 대부분이 평생을 벙커 안에서 보내느라 보지 못하는 풍경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상 임무 팀들은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후우~”


자격 정지로 인해 일 년만에 지상에 나오는 강윤은 크게 숨을 쉬며 창밖의 풍경에 매료되어 있었다.


“픽커6팀의 최민희입니다. 지금 우리는 약 1시간 후 임무 수행지에 도착 할 것입니다. 저희 팀의 안전은 전적으로 헌터 팀의 가드에 의지합니다. 어렵고 귀찮은 임무에 동행하시는 헌터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미리 드립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편안하게 쉬시기 바랍니다.”


공용망으로 민희의 목소리가 차내에 울렸다.


“최민희 팀장 대단하지 않습니까?”


강윤의 옆에 앉은 오팀장이 말했다.


“대단하기는... 돌아이지.”


강윤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니...그래도 얼굴도 이쁘고...”


“그래. 얼굴 이쁜 돌아이지.”


강윤이 심드렁하게 다시 말하는 순간 차 내에 민희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남의 뒷담화 할 때는 공용망의 마이크를 끄고 하시기 바랍니다.”


“헉!”


강윤이 손으로 입을 다급하게 막으며 짧게 비명을 질렀다.


“지강윤 헌터는 복귀 후 저와 면담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민희의 목소리에 강윤이 머리를 감싸 쥐자 팀원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강윤을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9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9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2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29 그들? 24.09.02 12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2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6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5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