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50
추천수 :
17
글자수 :
168,668

작성
24.09.02 18:15
조회
12
추천
0
글자
10쪽

그들?

DUMMY

메모리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해져 버린 강윤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았다.


“뭐하는 거야?”


순간 생각을 수습한 강윤이 메모리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아니...정신이 나갔나 해서. 괜찮아 보이네.”


“그러니까 이 벙커의 시스템이 너하고 연동되어 있다는 말이네.”


강윤이 천정까지 이어져 있는 거대한 원기둥 앞에서 위를 보며 물었다.


“연동?”


메모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래. 연동.”


“참 인간들은 의외로 인간적이지 않은 단어들을 많이 구사해. 그래. 너희들의 지식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메모리가 살짝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뭐라고 이해해야 하지?”


강윤이 메모리의 눈치를 살짝 보며 말했다.


“네가 본 하늘과 산과 들, 땅과 강 줄기. 이런 것들이 서로 연동되어 있다고 봐?”


“무슨 소리야?”


오히려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산과 들을 적시고 그 빗물이 흐르고 모여 냇물을 이루고 그 냇물들이 다시 강이 되는 이런 것들을 연동으로 보느냐고?”


갑자기 철학 시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런 것들과 같아. 하늘과 땅이 지구 하나 이듯이 이 벙커는 나누어지지 않아. 그냥 메모리일 뿐이야.”


계속되는 메모리의 말에 강윤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그 지겨운 철학이라니...


겨우 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외모와 고차원적인 말들은 전혀 매치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어...”


뭐라고 대답할 말을 잊은 강윤이 얼른 메모리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자리를 옮겼다.


“그러니까 내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잘 들어봐.”


메모리는 뒤를 졸졸 따라오며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다.

뭔가 화제를 돌릴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여기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앞에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메모리에게 질문을 하여 위기를 넘겼다.


“모두 죽었다니까. 몇 번을 이야기해야 돼!”


또 메모리의 목소리가 짜증이 섞인 채로 날아 왔다.

성질머리하고는...


“그러니까 왜? 이유가 뭐야?”


“음~ 글쎄?”


아리송한 대답을 남긴 메모리가 말을 이었다.


“혼자 남겨져서 난 너희들에게 필요한 기술들과 장비들을 연구하고 만들었어. 오래전에 일부는 너희들에게 전해줬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의문 투성이었다.


“그런데 왜 존재를 안 알린 거지? 인류를 위해 그 많은 것들을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어. 아직 계산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돌아왔지만 물어봤자 다른 대답을 듣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

무엇이던지 시원하게 답을 주지 않았다.


“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어.”


의문의 해답을 포기한 강윤이 자신의 희망하는 것을 말했다.

그 말에 메모리가 의자에 앉아 빙긋 웃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돼! 넌 나와 같이 있어야 돼!”


“왜?”


“말동무.”


같이 나눈 대화 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답변이었다.


“인공지능에게도 그런 게 필요해?”


“연구 대상이라고 하면 기분 나쁠 테니까.”


말동무에 비해 열 배는 더 황당한 대답이었다.


“뭘 연구하다는 거야?”


“네가 이야기 해준다고 이해할 수는 있을까?”


살짝 무시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사실이기는 했다.


별 수가 없어 포기한 강윤이 잠시 생각에 잠겨 말없이 앉아 있었다..


“삐진 거야?”


강윤 앞으로 다가 와 과일 하나를 내밀며 아이 달래듯이 메모리가 물었다.


“그럼 애니멀들은 도대체 뭐야? 왜 그 놈들은 우리에게 적대적인거야? 알고 있는 게 있어?”


에라! 궁금증이나 해결하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원래는 너희들에게 그러지 않았어. 원래 너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었지.”


애니멀이 우호적이었다고?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었나?”


메모리는 잠시 강윤을 빤히 쳐다봤다.


“굳이 너희들의 과거를 알 필요가 있을까?”


강윤이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과거를 알아야 대처를 하고 반성도 하지.”


메모리는 깡총 뛰어 책상 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래 전 너희 선조들이 일을 벌였어.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은 너희 인간들의 자업자득이지.”


분명한 것은 메모리가 애니멀들을 ‘그들’이라고 칭한 것이다.






AFTER RESET155년


“잡혔습니다.”


신호기를 보던 이상혁이 팀장 김형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거리는?”


“여기서 1km 정도 됩니다.”


“빨리 수거하고 복귀하자.”


김형록이 팀원들에게 지시하면서 바로 움직이자 팀원들도 신속하게 이동을 개시했다.


5명의 팀원들이 신호를 따라 간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지근거리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민선호는 좁은 숲 길로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다.

일곱 명의 동행자 중 둘만 남은 채로 도망 다닌 지 벌써 이틀 째 였다.


“우...욱...”


같이 가던 일행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이 주저앉았다.


“괜찮습니까?”


민선호가 쓰러진 이에게 다가가 살펴보았다.

고개를 든 일행은 더 이상은 힘들어 보였다.


“하...”


그 사람이 숨을 내쉬자 바로 뒤이어 목과 코에서 검붉은 피가 왈칵 쏟아져 내렸다.

잠시 후에는 눈과 귀에서도 피가 흘러 나왔고 온 몸이 타들어 가듯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외부 시설에서 같이 생활하던 30명 중 절반 가량은 공기 정화 장치가 멈추자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 나갔다.


벙커의 조사원들이 시설을 방문하여 확인 절차를 거쳤으나 그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LTN-251'


민선호는 자신의 팔뚝에 새겨진 숫자를 내려다 보았다.


“씨발...내 몸속 에다 무얼 집어넣은 거야...”


다만 짐작 가는 것은 아마 자신들을 대상으로 무슨 실험을 하는 것 같았으나 정확하게 아는 바는 없었다.


비록 자신들이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항변을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도 한 명씩 고통 속에서 죽어나갔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공포를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자신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죽더라도 일단 이 곳을 벗어나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설 밖의 공기는 더욱 유독했다.


같이 탈출한 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력하게 쓰러져 나갔고 민선호는 어느덧 혼자 남았다.


“하...돌아갈까...”


잠시 시설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했다.


“니기미! 돌아간들...”


자신은 공기 정화 없이도 생존했고 시설 밖에서도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생각에 이르자 어쩌면 이 지상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돌아 가봤자 벙커의 감옥에서 남은 기간을 보내거나 알 수 없는 실험의 희생자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 볼 때까지 한 번 가보자.”


민선호가 다시 일어나 좁은 산길로 뛰어 나갔다.




“이 정도 왔으면...”


추격자들을 충분히 따돌렸다고 생각한 민선호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댔다.

자기 몸 어딘 가에 숨겨진 신호 발신기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스럭’


옆의 숲에서 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민선호가 굵은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경계했다.


“어?”


애니멀이었다.

자신의 앞에 애니멀 두 마리가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놀랐네.”


키가 1m 남짓 한 애니멀이 다가오더니 과일 몇 개를 건넸다.


“나 먹으라고?”


애니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먹으라는 의사를 표했다.


“고마워.”


과일을 받아 든 민선호는 애니멀을 보며 눈 인사를 보냈다.

이 전에도 애니멀들은 자신이 시설에 있을 때에도 출입구 앞에 과일들을 가져다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자 시원한 과즙이 갈증을 달래주었다.


“우와! 시원하다.”


감탄한 민선호가 그제서야 애니멀들을 자세히 보았다.


자신의 허리춤 정도.

키가 작고 유연하게 생긴 동물이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카락 같은 갈기가 머리에서 등까지 이어져 있었고 온 몸은 윤기 나는 회색 털로 뒤덮여 있었다.


“귀여운 것들.”


애니멀들은 민선호 앞에 앉아 과일을 먹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퍽!'


두 번째 과일을 손에 드는 순간 뭔 가가 어깨를 걷어찼다.

놀란 민선호가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방호복을 입은 한 무리에게 둘러싸인 것을 알았다.


“아! 이 새끼 더럽게 애먹이네. 그만 하고 가자. 응?”


무리 중의 한 명이 중얼거리며 포승 장치를 들이밀었다.


민선호는 겁에 질린 채로 반항을 하려고 했으나 괜한 매만 번 꼴이 되고 말았다.

턱에 강한 충격이 왔다고 느낀 순간 잠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로트번호 251. 회수하고 복귀합니다.”


김형록이 무전을 날리고 손으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보내자 민선호를 두 명이 잡고 이끌었다.


“전...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민선호가 부듭부들 떨며 질문했다.


“죽이기야 하겠냐! 지금 너한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데.”


김형록이 무심하게 말했다.


“팀장님...”


팀원 한 명이 김형록을 불렀다.

김형록이 고개를 돌리며 ‘왜’라고 물었다.


팀원이 가리키는 손끝에 애니멀 두 마리가 손을 모으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아...너희들이 보고 있었구나.”


애니멀 한 마리가 민선호의 잔뜩 피멍이 든 얼굴을 걱정스레 쓰다듬었다.


“걱정하지마. 내가 이 친구 좋은 데로 데려가는 거니깐.”


김형록이 달래듯이 말하며 애니멀들을 떼어 놓았다.


그렇게 끌려가는 민선호의 뒤를 애니멀들이 한참을 따라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정말 다행이다. 24.09.13 5 0 10쪽
37 벙커에 닥친 위기 24.09.12 9 0 11쪽
36 다음을 위한 계약 24.09.11 9 0 13쪽
35 창조 벙커 2 24.09.10 9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2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3 0 12쪽
»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3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1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5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6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7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2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3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2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