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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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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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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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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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자들. 1

DUMMY

한 달이 지나고 형욱은 헌터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가던 중 철민과 민희를 만났다.


“오랜만이다. 둘 다...”


형욱이 반가움 반, 서먹함 반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강윤이 실종 된 후 한 달간 세 명이서 만난 적이 없었다.

만나면 서로 강윤이에 대한 생각 때문에 심란했고 자주 보는 일이 없어서 서먹한 기운이 돌기도 했다.


“임무?”


형욱이 짧게 물었다.


“그래. 하늘같은 픽커 6팀장님 모시고 가드 나간다.”


“어휴. 고생문이 활짝 열렸네.”


형욱이 어깨를 어쓱하며 민희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 이 정도의 대화가 오가면 민희가 발끈했을 텐데 웬일로 가볍게 형욱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너는?”


“난 사령관님 호출로 가는 중.”


철민이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말했다


“역시 한형욱! 노는 물이 달라.”


사령관과의 약속 시간이 촉박하여 서로에게 조심하라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형욱 팀장님.”


사령관실로 들어서자 복장이 다른 헌터 한 명이 형욱에게 인사를 했다.

SAFETY 9 벙커, 즉 날개 벙커의 헌터였다.


형욱의 기억으로는 오래 전 벙커 교류 세미나에서 인사를 나눈 날개 벙커의 헌터 2팀장이었다.

미안하게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네. 반갑습니다.’라고 얼버무리며 악수를 받았다.


날개 벙커는 상당히 큰 벙커였다.

인구가 둥지 벙커의 4배가 넘는 7만명이나 되며 둥지 벙커와 200km나 떨어져 있지만 직선으로 뚫려 있는 ‘Tube’라는 터널을 통과하는 자기 부상 열차로 30분이면 서로 왕래가 가능한 거리였다.


사실상 생존이 확인된 벙커는 '둥지'와 '날개'가 전부였기에 두 벙커는 튜브를 통해 서로 필요한 물품과 인력을 서로 나누었다.


과거 어떻게 두 벙커가 연결이 되고 협력이 되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래 전 서로 연결된 양 쪽 벙커의 시스템에 생긴 버그로 인해 관련 역사 기록이 모두 소실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당시 시스템이 다운되자 두 벙커는 파멸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두 벙커는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로 독립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한 곳의 실수로 인해 두 벙커가 같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우리 5팀장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하시죠.”


사령관이 자리에 앉아 말하자 형욱이 고개를 들어 2팀장을 보았다.


“얼마 전 작전을 나간 우리 측 헌터 한 팀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보름 정도 되었습니다.”


헌터 팀 전체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날개 벙커 역시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는다.’라는 동일한 강령이 있었다.

그런데 수색이라니?


“저희 벙커에서도 벙커의 강령에 따라 포기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좀 확인할게 있어서요.”


형욱이 2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질문했다.


“확인이라니요.”


“저희 헌터 팀의 최종 위치가 확인된 곳이 'AT156' 구역입니다.”


‘AT156?'


형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AT156 구역은 과거 선조들의 도시 건물들이 그나마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었다.

헌터들은 그곳을 ‘CITY ZONE'이라고 불렀다.


둥지 벙커의 관할 구역이었으나 벙커와의 거리가 워낙 멀고 오래 된 구조물들이 수시로 붕괴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위험도가 높은 곳이라 자주 작전을 나가지 않는 곳이었다.


“한형욱이는 이곳에 몇 번 작전 나가봤었지?”


형욱도 2년 전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네. 그런데 날개 벙커에서 어째서 거기까지 간 겁니까? 우리 팀들도 멀기도 하고 위험도가 높아서 자주 가지 않는 곳인데.”


“그래서 이상하다는 겁니다. 예상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예상되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날개의 헌터 2팀장이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자세한 것은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결국 형욱이 호출된 이유는 날개 벙커의 헌터 팀과 동행하여 조사를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한 달 전 강윤의 사고 때 수색을 못하게 했던 사령관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명령은 명령이었다.




날개 벙커 헌터 2팀의 차량에 동승한 형욱은 마지막 신호가 확인된 곳까지 안내하였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진행하여 왼 쪽 산길을 벗어나면 ‘CITY ZONE'의 시작 지점입니다.”


운전담당이 형욱의 안내에 따라 진행하여 산길을 벗어나는 순간.


“우~와!”


차량에 있던 날개 벙커의 헌터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도시의 흔적들이 기괴하면서도 웅장하게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수십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건물들이 자라난 나무들에 뒤엉킨 채로 질서정연하게 끝도 없이 서있었다.

건물들은 혈맥처럼 만들어진 도로들로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었고 마치 그 도로들의 어귀에서 금방이라도 사람들과 차량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보였다.


“여긴...도대체...?


‘CITY ZONE'이 시작되는 도로로 차량이 진입하여 달리자 도로 옆의 건물들이 마치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굉장하죠?”


형욱이 피식 웃으며 날개 벙커의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입을 떡 벌리며 놀라는 표정이 끝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던 걸까요?”


“굉장한 만큼 위험한 곳입니다.”


경외의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하는 2팀장에게 형욱이 경고의 의미를 담은 말을 건넸다.


“아...네.”


2팀장이 정신을 차리고 형욱을 보았다.


“오래되었고 대충돌시 데미지를 입은 것들이 많아 지금 당장 붕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쿠쿵~’


형욱이 말을 마치자마자 도시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끼이익!’


먼 곳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흰색 먼지 기둥을 보며 운전담당이 놀라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헌터들의 몸이 앞으로 콱 쏠렸으나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이고야!”


그 바람에 차체의 기둥에 부딪친 형욱이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도로를 보시면 흰색 줄로 표시가 되어 있을 겁니다.”


형욱의 말대로 도로에 그어진 흰색 선이 보였다.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저희 벙커의 팀들이 예전에 개척해 놓은 곳입니다.”


“다른 도로들은?”


“개척 되지 않은 도로들은 자라난 나무들과 장애물로 인해 차량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2팀장을 보며 형욱이 다시 말했다.


“절대 흰색 선이 없는 도로는 진입도 안되며 진입해서도 안됩니다. 안전이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형욱이 도로 옆의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게 무너지면 숲 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 것과는 비교도 안됩니다.”


“이 넓은 곳에서 수색이 가능하겠습니까?”


2팀장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이곳이 넓기는 하지만 의외로 차량 진입이 가능한 곳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수색하면 됩니다.”


형욱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여기!”


형욱이 차량을 세워 내린 곳은 넓은 사거리 안이었다.

뒤 이어 내린 날개 벙커의 헌터들은 사거리를 둘러싼 거대한 빌딩들을 보며 압도되어 기가 죽어 버릴 뻔했다.


헌터 한 명이 고개를 든 채로 사거리 오른쪽에 있는 빌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별 행동하시면 안됩니다. 건물들에 깔리면 흔적도 못 찾습니다. 책임 못 집니다.”


형욱이 헌터들에게 괜시리 겁을 주며 휴대용 모니터를 꺼내 들었다.

겁먹은 헌터 한 명이 형욱에게 바짝 붙었다가 자기 팀장의 눈치를 보며 세 걸음 정도 떨어졌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었지만 형욱은 저장되어 있던 지도를 이용하여 능숙하게 차량들이 이동할 만 곳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계!”


팀장이 지시하자 헌터들이 형욱의 주변을 둘러싸며 가드를 했다.


헌터2팀이 신중하게 경계를 서는 동안 땅바닥을 기다시피 하던 형욱이 한 시간 만에 마침내 도로에 남아 있던 바퀴 자국을 찾아냈다.


간간이 이어지는 바퀴자국을 찾아 가던 형욱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후~”


형욱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2팀장이 옆으로 다가와서 눈치를 살폈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욱이 손짓으로 가리키는 도로에서 바퀴 자국이 우측의 다른 도로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폭이 30여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그 도로에 그어진 흰색 선위에 커다랗게 X 표시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 개척된 곳이기는 하나 붕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통제 시켜 놓은 곳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계속 추적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난감하네...”


형욱이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계속 가겠다면 도와주시겠습니까?”


“...”


“팀장님이 거부하신다면 저희들끼리라도 가보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형욱이 흠~하고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가 봅시다.”




도로의 바퀴 자국을 추적해 차량을 발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기 있네요.”


형욱이 50여미터 떨어진 거리의 건물 벽에 쳐 박혀 있는 차량을 가리켰다.


“이동!”


팀장이 헌터들을 가리키며 지시를 내렸다.

2팀의 헌터들이 주위를 경계하며 신속하게 이동했다.


발견된 차량은 멀리서 보아도 이미 정상은 아니었다.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문짝이 모두 활짝 열려있었다.


“뭐야. 이건.”


차량에 가장 먼저 접근한 헌터 한 명이 인상을 낮게 말하며 뒤이어 오는 팀원들에 다급하게 손짓을 했다.

차량 앞에 선 헌터들이 다급하게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형욱도 총을 들어 경계를 하며 다가갔다.

어쩐지 같이 뭉쳐 있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량은 운적석과 탑승석 모두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차량 어디에서도 헌터들의 흔적은 핏자국 외에 보이지 않았다.


“저기!”


헌터 한 명이 손짓으로 가르킨 곳에 처리조의 컨테이너 차량이 보였다.

처리조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형욱을 비롯한 헌터들이 바짝 긴장하며 길을 따라 수색하여 나가고 있었다.


‘윽’


앞서 나가던 헌터가 신음 소리를 내었다.


“왜 그래?”


빠른 동작으로 다가선 팀원들에게 그 헌터는 건물 위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씨발!”


손짓을 따라 고개를 든 헌터들이 경악했다.


10m가 넘는 높이에 거꾸로 매달린 여섯 명의 헌터들이 보였다.


헌터복은 갈가리 찢겨져 있었고 피투성이의 모습은 누구인지 알아 볼 수도 없었다.

모두 보호 장비가 해제 된 채였다.

그 의미는 너무 명확했다.

이미 늦었다는 것.


“수습해!”


팀장이 지시하자 헌터 한 명이 이들을 내리기 위해 와이어를 꺼내며 건물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였다.


“안됩니다.”


형욱이 그 헌터에게 다가서서 제지했다.


“이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와이어를 들고 있던 헌터가 잠시 망설였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수습은 해야 합니다. 저 사람들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형욱은 물러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 둬. 한팀장 말이 맞다.”


2팀장이 헌터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다른 헌터들은 생각이 다른 듯 했다.


“팀장님! 사건 분석은 아니더라도 인식카드라도 회수해야 합니다.”


“의미 없는 일이다. 즉시 복귀한다.”


영상 장치를 작동하여 주변 상황을 촬영하던 2팀장이 촬영을 마치고 복귀를 지시했다.

그러나 자신들 팀장의 지시에도 헌터들은 움직이지 않고 항변의 뜻을 표하고 있었다.


“쿠르릉!”


그때 옆의 건물에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쾅!”


머지않은 거리에서 파편과 먼지가 일어났다.


“가자!”


다시 2팀장이 소리치자 이번에는 헌터들도 군말 없이 뒤를 따라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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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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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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