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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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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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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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돈이 뭐길래

DUMMY

짹짹짹


참새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눈이 부신 햇살이 잠을 깨운다.


‘포근하고 따듯하네···’


눈 뜨기 싫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천국에 올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간의 기대감과 정말로 지옥에 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눈꺼풀을 붙잡았다.


위이잉~


작은 날벌레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수완의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애써 무시하고 참아보려 했으나 날벌레는 수완의 콧구멍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난리부르스를 췄다.


“아오~ 진짜!”


짝!


결국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콧잔등을 내리쳤다. 너무 세게 쳤는지 눈물이 찔끔 날 정도.


“???”


수완은 두리번거렸다. 빼곡히 솟아있는 푸르른 나무. 끝이 보이지 않는 암벽.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어 몇번이고 눈을 비볐다. 마지막 기억은 한겨울, 그리고 25층 아파트 높이의 상공.


하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약간의 땀이 흐르는 날씨의 어느 나무 그늘 아래였다.


“꾸, 꿈인가.”


찰싹!


세차게 볼때기를 후려쳐 정신을 차리려 했다.


‘아프다. 그럼 꿈은 아닌 건데···’


천국?

아니, 그럴 수는 없어. 뭐 잘한 게 있다고. 양심 뒤졌냐? 네가 하나님을 믿었어~ 아니면 부처님을 모셨어? 그것도 아니면 착하게라도 살았어?


오히려 그 반대지!

사람 하나를 제 손으로 죽인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를.


죽었으니 둘 중 어딘가로는 갈 텐데 천국은 아닐 테니 남은 건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다. 자살까지 하지 않았던가. 얼핏 듣기로는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반드시 간다.


‘지옥이란 말인가... 후~ 어쩔 수 없지.’


수완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에이씨, 괜히 봤어.’


수완는 어렸을 때부터 사후세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죽기 전 마지막 본 영화도 『 With God 』이라나.


그 영화에서 나오는 지옥의 모습이 스쳤다. 부모보다 먼저 죽는 건 불효이니 모래사막에 파묻히는 천륜 지옥에 끌려간다.


‘답답하겠지? 잉? 죽었는데도 숨을 쉬나?’


가증스럽게도 아내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지우는 어쩔 수 없이 그리된 건데 지옥 가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건 장인·장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건 사실이니까. 결국 사랑하는 아내까지 수완이 죄인을 만든 셈.


“그놈에 돈이 뭐길래. 흑흑”


수완은 한참 동안 눈물을 펑펑 쏟았다.


“후~ 미안해. 자기야. 내가 다른 지옥에 가서라도 너만은 꼭 빼내 볼게.”


수완은 저승차사에게 잘 보일 요량으로 몸 거지를 단정히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영화에서 보니, 저승차자가 변호까지 해줬다. 수완이 지금 기댈 곳이라곤 그들밖에 없었다.


킁킁


“쉰내가 좀 나는데.”


우선 씻을 곳을 찾았다. 화장실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졸졸졸


“옳거니, 그렇지, 계곡.”


귀를 기울여 소리를 따라갔다. 오랜만에 고요한 숲길을 걸으니 집중력이 올라가 그런지 작았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산 아래로 조금 내려가자, 계곡을 찾을 수 있었다. 공기도 좋고 물도 깨끗해 보였다.


“기분이 꿀꿀해야 정상인데, 왜 이리 상쾌하냐.”


두 손을 계곡물에 담가 물을 한 움큼 떠올렸다. 그런데,


“응?”


손바닥 안에 담긴 계곡물에 비친 수완의 모습이 어째 그가 알던 자기 모습과 달랐다. 수완은 고개를 갸웃하고 얼굴을 매만졌다.


코는 오뚝하고 눈매는 시원하다 턱선은 날카롭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피부도 팽팽하다.


거울이 없어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대략 17세 전후? 그것도 상당한 미남이 물 안에 있었다.


‘누굴 닮았더라... 음···’


“차은뭐시기!!!”


수완은 고개를 세차가 저었다.


“너 진짜 돌았구나. 크크크”


원래의 수완은 서울대 산적이라 불렸다. 서울대를 나온 건 아니고 서울대 입구에 오랫동안 살아서 그렇다. 물론 산적이란 별명은 외모 때문이었고.


“기생오라비 같다고 비아냥거리더니 네 놈 스스로도 차은뭐시기를 동경하고 있던 거냐? 잘 생기긴 했지. 하여간 최수완 너는 정말 이중적인 놈이야.” 


어쨌든 지금의 모습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곧 모래사장에 파묻힐 예정인걸...


“그래도 외모가 전보다 나아졌으니 염라대왕이 이쁘게 봐주지 않으실까? 뭐래~ 크크”


수완은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세수했다.


“어으~ 시원하다.”


한창 씻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올 게 왔구나...’


수완은 최대한 공손히 두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조아렸다.


“저승차사님이십니까?”


사내 넷.

검은 한복에 갓을 쓴 남자를 기대했으나, 그들은 거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사내들은 수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곧장 계곡물에 머리를 처박고는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어흐~ 물맛 좋~다.”

“저기요.”


수완은 자세를 공손하게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으잉? 계집?”


그들 중 하나가 나서 수완을 위아래로 훑더니 급기야 턱을 잡고 요리조리 살폈다.


‘으~ 냄새’


사내 특유의 쾌쾌하고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수염 사이사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이 수완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우웩~!


“이 자식 이거 왜 이래.”


사내는 등을 두드려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수완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수완은 반항하지 않았다. 그냥 저승차사의 일하는 방식이겠거니 했다. 괜히 그의 신경 거슬러 좋을 게 없으니까.


“이거 남자야 여자야.”

“남자예요. 그나저나 저승차사님 맞으시죠?”

“저승차사는 왜? 황천길로 보내주랴?”

“아니십니까?”


사내는 급기야 수완의 국부에까지 손을 대었다.


‘흠!!!’


수완은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리 저승차사라 해도 선 넘는 거 아닌가? 변태 차사가 걸렸단 말인가.’


수완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는데 사내가 먼저 말을 했다.


“에이씨, 뭐야. 계집도 아니잖아.”

“남자라고? 저렇게 이쁘게 생겼는데?”

“달렸어.”

“뭐가 이래?”


사내들은 목덜미를 두드렸다. 상당히 실망하는 눈치.


“저승차사님? 아니에요?”

“맞다 맞아. 네 놈 이름이 뭐냐?”

“최수완입니다. 김지우도 같은 날 죽었는데 명단에 있을까요?”

“수완이라...”

“손 수에 팔뚝 완를 씁니다. 수완이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헤헤”


수완은 뒷머리를 긁었다. 사내들은 수완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어디서 왔어?”


수완은 그의 말이 끝낼세라 재빨리 답했다.


“주소 말씀이시죠.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


사내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 죄송합니다. 대한민국 서울-”

“뭐라는 거야.”

“한글 안돼요? 그럼 코리아 서울시. 시가 영어로 뭐더라. 스테이트였나?”

“고려? 고려가 어디였더라?”


그들끼리 수군거렸다.


‘저승차사 맞아? 맞는다면 이거 저승 시스템이 영 개판인데. 염라대왕 이 양반 관리를 어떻게··· 아니지, 이런 불경스러운 마음을 테스트하려는지도 몰라.’


수완은 심마에 빠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바로 세웠다.


“동쪽, 한반도, 중국과 일본 사이 모르세요.”

“아~~ 맞다! 하하하”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사내들은 박수까지 쳐가며 신나했다.


“동이족이라는 소리구먼.”

“맞습니다. 동이족. 저승에서는 옛 중국식으로 아직도 부르나 보죠?”

“동이족이라...”


사내들은 수완을 다시금 훑어보더니 숙덕댔다.


“어이, 동이족!”

“넵!”

“따른다!”

“알겠습니다. 저승차사님!”


수완은 바싹 군기든 모습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2화. 돈이 뭐길래


그들을 따라 산으로 한참을 들어가니 겉으로 봐서는 찾기 어려운 입구가 나타났다.


그러려니 했다. 『 With God 』에서 저승의 입구인 초군문도 이 산과 비슷한 산맥에 있던 터라...


‘작가도 저승에 갔다 온 건가. 꽤 비슷하네.’


다만, 차이점이라면 영화에서 보던 광경보다는 압도적으로 나무가 많았다. 미국의 자이언캐니언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수완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곧 재판받게 되는 겁니까?”

“뭐~ 비슷해. 삼적아, 사적아!”

“네, 형님.”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턱짓하자, 남자 둘이 수완의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막내야. 후딱 가서 밧줄 좀 가져와.”


수완은 불안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


TV에서 구속영장 심사 받는 정치인들을 워낙 많이 보았으니 말이다. 그들 역시 형이 확전 된 건 아니었지만, 수갑을 차고 구치소에서 대기했다. 비슷한 절차가 아닐까? 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후~ 떨린다.’


그러나,


“맞아?”


마을에 들어서자 수완은 이상함을 직감했다. 재판정은커녕, 오두막이 늘어서 있있다.


빼싹 골아 굴비처럼 엮인 사람들,

‘망자가 분명하다.’


험상궂고 저마다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

‘저승차사가 맞... 나? 맞겠지?’


수완은 바쁘게 아내를 찾기 시작했다.


‘지우도 이리로 온 걸지도 모르겠어.’


“다녀왔습니다.”


사내들은 건달처럼 허리를 숙였다.


“고생했다. 어떻게 되었어?”

“죄송합니다. 놓쳤습니다. 두목!”


‘...두목? 염라대왕 아니고?’


수완이 빤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 구?”

“아! 대신 한 놈 잡아 왔습니다.”

“계집이야? 계집이면 내 침소에-”


두목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려 했다.


“사냅니다.”


두목은 아쉬운 듯 바닥에 침을 밷었다.


“진짜? 에잇! 일단 저쪽에 묶어놔.”

“네, 두목. 가보겠습니다.”


남자가 뒤돌아 가려는데,


“잠깐!”

“네?”

“그거 뭐야?”

“아! 이거요. 그렇지 않아도 바치려고 했는데요.”


팍!


두목은 사내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이 자식이, 하여간 이기적인 새끼라니까... 저번에도 그러더니만.”

“죄송합니다. 형님.”

“거기 두고 꺼져.”


두목은 남자가 주고 간 검을 빼 들고 검날을 감상했다. 주방에서 오랫동안 식도를 잡아 온 수완이 보기엔 형편없는 칼처럼 보였지만 두목은 마음에 드는지 눈을 반짝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휙! 휙!


그러다가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검날이 가르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날카로운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두목은 그대로 검집에 넣기 아쉬운지, 쭉 훏어보다가 갑작스레 고함을 쳤다.


“무공도 배우지 않는 네 놈이 나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요상한 걸음걸이로 빠르게 달리더니 단숨에 높은 언덕 위를 뛰어올랐다. 급기야 풀잎 위를 밟으며 몸을 던졌다.


“진가보법이라고 들어봤느냐! 본인은 초상비에 닿았느니라! 참살검!”


두목은 그대로 팔을 쭉 뻗었고 수완 바로 옆에 묶여있던 남자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커, 커억!”


남자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에서 피를 분수처럼 쏟아냈다.


수완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퍼즐 조각들이 빠르게 맞춰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

중세인이나 입을 법한 요상한 복식,

한계를 뛰어넘는 기이한 몸놀림,

결정적으로 입에서 나오고 있는 언어는···


저승? 아니다.

무림(武林)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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