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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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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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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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우(遭遇)(5)

DUMMY

“부탁? 한번 말해보거라.”


“제가 머무는 별채 호위장을 바꿔주셨으면 합니다.”


“호위장이 실수라도 한 게냐?”


“아닙니다. 호위장은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만, 제가 호위장의 능력을 보아하니 병사를 다루는데 큰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보여 형주의 주요 전장에 배치하면 우리 군의 이익이 될 것 같아서 건의드리는 것입니다.”


“오호! 그런 이유라면 내가 한번 검토해 보고 합당하면 바꾸도록 하마.”


“아버님, 가능하시면 강하 쪽으로 배치 부탁드립니다. 요즘에 강하에서 동오와의 국지전이 빈번히 일어나 인원이 부족하다는 소문을 들려서 말입니다.”


“알겠다. 그러면 공석인 호위장에 염두에 둔 사람이 있느냐?”


“아닙니다. 현재 호위장이 강하로 가게 된다면 외성이나 내성 수비대 장수 중에서 제가 마음에 드는 장수로 임명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거라.”


“네, 감사합니다.”


“그래. 처리할 게 많다. 나가 보거라.”


나는 아버지를 만나 뵙고 바로 별채에 돌아와서는 소비를 만났다.


도독부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일은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객이 들었다는 소문도 있었기에 호위장이 바뀌는 것 정도는 당연한 절차라 생각할 것이다.


“자네의 발령 건은 건의드려놨네. 만약 자네가 강하로 간다면 날 위해 해줄 일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공자님.”


“강하로 가서 감녕이라는 장수를 찾게. 황조(黃祖)에게 위탁했다고 하니 군영에 있을걸세.


황조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여 지금 꽤 눈 밖에 난 모양이야. 감녕을 찾아서 내게 오라고 하게. 황조 장군에게는 감녕이 별채 호위대로 발령 났다고 하면 별말은 못 할걸세.”


“혹시 감녕이란 장수가 거절하면 어찌합니까?”


“얼마 전에 손권이 강하를 공격했지. 전투에서 대패한 황조가 도망칠 때, 감녕이 적의 추격을 차단하며 손권의 부장 능조(凌操)를 사살했다고 하네. 그런데 간신히 살아난 황조는 감녕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중용하지도 않았지. 감녕의 쓴소리가 죽기보다 싫었던 거지.


감녕에게 내 말을 전하게. 내가 후계자가 되면 형제 같은 금범적을 장강 최고의 수군으로, 감녕은 수군 사령관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리고 내가 잔소리도 평생 들어준다고 하게. 그러면 뒤로 돌아보지 않고 짐을 싸서 올 것이야.”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반장은 어디에 배치하였는가?”


“네, 반장은 호위대에 일반 병사로 배치하였습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일반적인 임무만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시켰습니다.”


“잘했네. 그건 그렇고 개인적인 일을 시켜야 할 것이 있으니, 믿을만한 사람 하나 추천해 주게. 기주쪽으로 보내야 하니 기주 태생이거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사람이면 좋겠네.”


“네, 찾아서 공자님께 보내겠습니다.”


“그럼 가서 강하로 갈 준비를 하게.”


그리고 반장을 불렀다.


“주군, 부르셔서 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은밀하게 ‘서성’이라는 장수를 찾아봐라. 아마 우리 군영 내에 있을 것이다. 일단 접촉은 하지 말고 지금 서성의 주변 상황은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고 오거라.”


“제가 있는데 서성이라는 장수는 왜 찾으시는지요?”


“반장, 네가 달빛 같은 장수라면 서성은 햇빛 같은 장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달이 좋은 건가요? 해가 좋은 건가요?”


“달이 당연히 더 좋지. 달빛이 없으면 어두운 밤에 무엇을 보고 길을 찾을 것이며, 짙은 어둠 속에서 모든 사물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것인데, 달이 중요하지 않겠느냐?”


“달이 더 좋은 거군요. 흐흐흐··· 다녀오겠습니다.”


반장을 보내고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당연히 해가 중요하다. 달의 밝음도 결국 해의 에너지로부터 오는 것이다.


서성이 양지에서 나를 보호하는 임무라면 반장은 어두운 곳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장수이다. 서성과 반장은 임무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이렇게 빨리 돌아올지 몰랐지만 반장이 돌아왔다.


“공자님, 임무를 마치고 왔습니다.”


“벌써?”


“네, 공자님. 서성이라는 장수가 근처 부대에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서성도 호위장이랑 비슷한 상황입니다. 채모에게 바른말 했다가 단단히 찍혀서 외각경비대에 좌천되어 있었습니다.”


“알았네. 지금 호위장에게 가서 내가 보자고 말을 전하게.”


“네, 공자님.”


잠시 후 소비와 반장이 다시 돌아왔다.


“호위장, 자네는 지금 즉시 외각경비대에 서성이란 장수를 별채 호위대로 차출하게.”


“공자님, 차출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위의 명령이 있어야죠.”


“괜찮네! 자사부에 이미 허락을 맡은 사항이고, 도독부에서도 서성이라는 장수는 이미 찍혀서 좌천된 자인데, 내가 데려간다고 하면 바로 전출시켜 줄 것이네. 그들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처리하기 딱 좋은 놈들 아닌가.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소비와 반장은 일 처리를 위해 급히 나갔다.


서성은 아마 호위대 조장으로 올 것이다. 소비를 강화로 보내야 하니, 딱 정당한 인선인 것이다.


벌써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었다. 오늘 별채는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불을 환하게 밝혔다. 나도 잠자리에 들지 않고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에게 중요한 인물이 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한 명의 장수가 들어왔다.


그는 다른 장수처럼 외모가 우락부락하거나 몸도 크지 않았다. 평범한 정도의 체격이었다. 얼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축에 속했지만, 비범한 눈매가 인상적이었으며 몸은 차돌처럼 단단한 근육들에 의해 부풀어 있었다.


“공자님, 새로 별채 호위장으로 임명된 서성(徐盛)입니다. 자는 문향(文嚮)이라고 합니다. 전임 호위장이 저녁에라도 꼭 방문하고 인사하라고 하여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찾아뵙습니다.”


이 사람이 서성이다. 내가 삼국시대로 오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그 장수. 조조(曹操)에게 허저(許褚)가 있고 유비(劉備)에게 조운(趙雲)이 있다면 내게는 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장수 서성(徐盛).


연의에서는 적벽대전과 이릉대전 등 여러 전투에서 등장하지만, 정봉과 함께 호위 취급을 받고 제갈량을 죽이려다 조운에게 굴욕당했다. 유비와 함께 도망가는 손 부인에게 혼나고, 형주 공방전에서 조인에게 밀려서 후퇴하는 등의 굴욕적 장면들에서만 등장한다.


하지만 정사에서는 조조가 유수(濡須)로 쳐들어오자, 서성이 홀로 병사를 거느리고 올라가 돌격하여 적을 쳐부쉈다.


또한 224년 조비가 직접 오나라 정벌군을 일으켰을 때는 서성이 거짓 성벽을 세워 적을 속이는 위성계(僞城計)를 실행하였는데 조비는 이를 보고 진짜로 포기한 채 군대를 이끌고 퇴각했다고 하는 등 서성의 활약상이 여럿 등장한다.


“잘 왔네. 내가 유기이네.”


“네, 공자님이 저를 강력히 추천하셨다 들었습니다. 저를 왜 추천하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맞네! 내가 자네가 이리로 추천했지! 자네 생각에는 내가 왜 자네를 추천하였다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채도독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을 들으셔서 저를 포섭하려고 이리로 발령하신 것 같습니다. 채도독과 공자님은 서로 앙숙인 게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요.”


“어이, 이 사람 큰일 날 소리 하지 말게. 나는 채도독과 관계가 좋은 사람이야.”


서성의 눈에서는 한 줄기 실망감이 스쳤고, 또 말을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얼굴이 찡그려졌다.


“공자님. 제가 말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잠시 서성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웃었다.


“하하하. 그래.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지. 자네가 한 말이 맞네. 내 부인하지 않겠어. 내가 후계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채모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채모와 나는 서로 앙숙이지.”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자네를 이리로 추천한 이유는 그게 다가 아니네. 난 호족들 눈 밖에 나 외각 수비대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는 서성이 필요한 게 아닌, 강직함과 충직함 그리고 용맹함을 가진 서성이란 장수가 필요했다네.”


“네?”


“말 그대로네. 불합리한 건 불합리하다 말하고 틀린 것은 틀렸다 직언할 수 있는 강직한 성품, 한직으로 밀려나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충직함, 웬만한 장수 서넛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찌를 수 있는 용맹함. 그런 장수를 원했기에 서성 자네를 이리 불렀네.”


서성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공자님께서 저를 어찌 아시고 그리 평가해 주시는 모르겠습니다.”


“난 내 눈을 믿네. 특히 사람 보는 눈을 믿지. 서문향, 내 비밀 하나 알려주지!


나는 예지몽을 꾼다네. 꿈에서 사람들의 미래가 보이지. 며칠 전 자네를 꿈에서 봤네. 나에게 너무 필요한 사람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급히 추천했다네.”


“공자님,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는 것은 천기 아닌가요?”


“내 의지대로 보이는 것도 아닌데 무슨 천기란 말인가? 내가 누구를 특정해서 미래를 볼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네. 그저 불 특정하게 예지몽을 꾸는 것뿐이지.”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 이미 제갈량에게 어느 정도 털어놓은 상황이라 서성에게는 최대한 정보를 숨겨서 말해야 했다.


“그것도 저희 같은 범인(凡人)들이 듣기에는 천기를 보실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공자님의 신변은 위험해지실 겁니다.”


“자네가 날 지켜주면 되지 않겠는가? 시간이 남으면 나에게 호신술(護身術)도 알려주고···”


나는 서성을 향해 다가서 서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서성에게 말했다.


“자네가 나의 첫 번째 장수가 되어주게. 형주의 주인이 되고 더 넓은 세상의 주인이 될 때까지 내 곁을 지켜주게.”


서성은 눈물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저를 원하고 믿어주시는 주군을 언제 만나보겠습니까. 공자님의 비밀을 저에게 말씀해 주셨기에 저도 한 가지를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는 며칠 사이에 동오로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채모한테 찍혀서는 형주에서 출세할 길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래서 사람이 부족해 능력만 되면 중시 써준다는 동오에 가서 투항하려고 준비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저도 형주가 좋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자님께서 저를 중시 써주신다 하니 공자님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주군!”


서성은 땅에 바짝 엎드렸다. 나는 달려가서 서성을 일으켜 세웠다.


“서문향 일어나게. 이제 자네는 내 사람이네! 내 옆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게.”


“네, 주군. 제 목숨이 끊어지는 그날까지 주군을 모시겠습니다.”


“고맙네. 오늘 참 기쁜 날이군. 이런 날 술 한잔해야지 언제 하겠는가? 오늘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셔보세.”


그날 밤 서성, 소비, 반장과 함께 술을 진탕 마셨다.


술자리 중간에 반장이 서성에게 첫 번째 장수는 자기라며 기장을 잡으려고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내가 서성에게 눈치를 주자 능글맞게 잘 넘어갔다. 반장은 자기가 첫 번째 장수라는 걸 꽤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침이 되자 소비는 강화로 떠났고, 서성은 호위 동선을 핑계로 호위대 조장실을 별채 내부로 옮겨버리고서는 호위장실에서 반장과 함께 지냈다.


당분간 암살 따위는 걱정 없이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 무려 서성과 반장이 나의 호위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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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전격(電擊)(4) 24.08.22 22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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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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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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