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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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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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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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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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예형(禰衡)

DUMMY

간밤의 술로 인한 숙취를 버티며 간단히 운동 후 씻고 조식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서성이 다가왔다.


“공자님, 소문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어제 조조에게서 유세객이 왔다고 합니다. 예형이라는 자인데 그자로 인해 자사부가 꽤 시끄럽습니다.”


“예형(禰衡)?"


예형은 청주(靑州) 평원군(平原郡) 사람이고 자는 정평(正平)이다.


성격적으로는 너무나 오만하였고 독설이 심해 남의 의중과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하고는 말을 나누려고 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그를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격과는 별개로, 재능이 뛰어나 중원에 이름을 알렸다. 공융의 말에 따르면 예형은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한 번 보거나 들으면 외워버리고, 생각하는 게 귀신 같고, 암산 능력이 한무제 때 유명했던 홍양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네. 예형이라는 자입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내 직접 자사부에 가서 봐야겠네. 자네도 준비하게.”


“네. 공자님, 준비하겠습니다.”


서성과 함께 자사부에 도착하니 예상과 다르게 조용하고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자사실 앞에서 예형을 찾고 있었는데 잠시 후 자사실에서 웬 꼬질꼬질 한 선비가 나왔다.


그 선비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씩씩대며 말하기를,


“형주자사의 마음이 좁쌀만 하구나. 대학자라고 하여 내 기대했건만, 내가 한마디 했기로 서니 나를 강하로 쫓아버리다니 강하팔준 유표도 이제 다 되었구나.”


이 사람이 예형이구나! 예형의 얼굴에는 ‘나 아주 까칠한 사람입니다.’ 하고 써진 것처럼 까칠한 인상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마를 대로 마른 몸, 의복은 깨끗했지만 낡고 해져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예형이 형주에 처음 왔을 때 유표는 예형을 선비로 대우를 해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고 한다. 다만 예형이 성격을 여전히 못 고치고 유표에게 오만한 태도로 모욕을 주니 결국 유표 역시 더 이상 못 견디고 황조에게 보내 버린 것이다.


그 순간에 내가 온 것이다. 나는 예형에게 정중히 물었다.


“혹시 소문이 자자하신 예정평님이십니까?”


“넌 누구인데 내 이름을 아는 것이냐?”


혹 들어온 질문에 머리가 띵했다. 역시는 역시다. 예형. 이런 건방짐이란. 하하하...


자사부로 이동하면서 그가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며 다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 행동을 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똑똑한 예형이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예형은 어느 자리에서건 또한 누구에게든 오만한 태도로 남을 모욕 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인재에 목말라하던 조조마저도 학식이 높음은 깨끗이 인정했으나 예형을 멀리 보내게 된다.


유표 또한 예형의 글을 소중히 보관할 만큼 그를 높이 평가했으나 그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위태로운 자리로 보내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든다.


예형은 왜 그랬을까?


예형은 허도에서 구직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당시 허도는 새로 건설 중이었기 때문에 사방에서 유능한 인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예형도 자신을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자기의 이름을 새긴 명패를 준비하고 다녔다. 그러나 끝내 누구도 자신을 추천해 주지 않자, 그가 가지고 다니던 명패의 글씨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닳고 말았다고 한다.


예형은 출세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시골구석에 은거하지 못하고 귀족 사회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출사하지 못하게 되자 남을 경시하는 행동을 하면서 이목을 끌었고 그의 방자한 행동은 귀족사회에 큰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예형도 자신의 행동이 죽음을 자초(自招)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 남을 비방하고 평가함으로써 자기가 평생 따를 수 있는 그릇인 큰 군주를, 사력을 다해 찾았는지 모른다.


“저는 형주자사의 장자 유기라고 합니다.”


“유기? 어린 동생한테 후계자를 뺏기기 직전이라는 그 유우기이! 소문에는 곧 죽을 것 같은 몸뚱이라던데 걸어 다니긴 하나 보군!”


그 입 한번 맵다. 더럽게 야무지다. 이래서 조조와 유표가 그랬구나! 단번에 이해가 갔다.


한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벌써 정신적으로 타격이 온다. 참자. 참아내고 만다. 이놈을 어떻게든 내 사람으로 만들어서 나의 유세객으로 써야겠다. 그래서 다른 놈들 대가리를 깬다.


유세객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자기 의견 또는 자기 군주의 뜻을 선전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이다.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적장의 대가리부터 깨고 시작하면 승리 확률이 얼마나 올라가겠는가!


이렇게 제 목숨 다 내놓고 주군을 찾아다니는 놈이 자기가 원하는 주군을 만나서 그 주군을 위해 저 살벌한 주둥아리를 놀린다면 아마 몇 놈은 혈압이 터져서 대가리를 잃고 시작하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유세객과 전령은 죽이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가끔 전령을 죽이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유세객은 다르다. 유세객이란 유학자들이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라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죽일 수가 없다.


이 사회의 정신을 지탱하는 것은 유학자들이기에 누구든지 유학자를 죽이면 내・외부에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저 예형이 나의 유세객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시퍼런 칼이 되어줄 것이다. 예형이야말로 명검 중에서 명검이다. 입 명검 말이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개미보다 약했지만, 지금은 몸을 간신히 추슬러서 어떻게 살길을 도모해 볼까 하며 고민하는 유기입니다.”


예형의 눈이 반짝였다. 그걸 참아? 이런 느낌으로···. 불안하다. 한 번 더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다.


“채부인에게 가서 바짝 엎드려서 목숨만은 살려주라고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요. 유기 공자.”


“그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데 전국에 이름난 명사이신 예정평님이 오셨다길래 얼굴이나 한번 뵐까 하고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예정평님의 전례로 보아하니 이쯤이 되면 아버님께 쫓겨나 죽을 자리인지 알면서 다른 곳으로 가실 것 같아서요.”


예형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지금 막 유표가 강하 황조의 밑으로 가라고 명했고 예형도 황조의 밑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조나 유표는 기본이 유학자들이다. 그들은 유학자들을 대우했다. 예형 정도의 이름난 유학자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국경의 최전선에 있는 장수는 다르다.


군 기강에 위해가 되고 자신에 모욕을 주면 가차 없이 목이 날려버리는 게 태반이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분이 제 죽을 자리를 걱정해 주실지 몰랐습니다. 한데 어떻게 강하로 가게 될 줄 아셨나요? 저도 지금 막 그 명령을 듣고 나오는 중인데요.”


말투가 하대에서 높임말로 바뀌었다.


“당연하지요. 아버지께서는 예정평님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시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칼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함은 없으시죠. 결국 다른 데로 보내셔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마땅한 데가 없었을 거고요.


다른 군주에게 보내기엔 예정평님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고, 아버지가 품기에는 너무 날카로우니까요.


그래서 자기 수하 중에 제일 단순한 사람에게 보내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형주에서 그에 알맞은 장수는 강하에 계시고요.”


하하하. 눈물을 흘리며 예형은 미친 듯이 웃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하로 갑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죠. 전 강하로 가야만 합니다. 이 세상에는 아직 제가 모실 수 있는 군주가 없는가 봅니다.”


“강하로 가시면 아버지의 단순한 수하는 예정평님 입에서 나오는 칼이 진짜 칼인 줄 알고 바로 목부터 쳐 버릴 겁니다.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저를 재미있게 해주셨으니, 저도 공자님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황조도 그 단순함 때문에 강하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겁니다. 그 후에는, 유기 공자님이 강하로 오십시오. 강하 정도는 떨어져 계셔야 채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제갈량이 나에게 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상옥거제(上屋去第) 내가 제갈량을 데리고 후원을 걸으며 구경하다가 함께 높은 누각에 올라가 잔치를 베푸는 동안 사람을 시켜 사다리를 치우게 한 다음

“오늘 위로는 하늘에 닿지 않고 아래로는 땅에 닿지 않습니다. 말이 그대 입에서 나오면 제 귀로 들어갈 뿐이니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제갈량이 “그대는 신생(申生)이 나라 안에 있다가 위험해지고 중이(重耳)가 나라 밖에 있어서 안전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하고 대답한다.


나는 그 답이 양양성에 있지 말고 외지(外地)로 도망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몰래 외지로 나갈 계획을 꾸미는 게 원래 역사인데 지금 예형이 나에게 외지로 나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


역사가 변한 걸일까 아니면 나중에 제갈량이 다시 나에게 말할 것인가? 그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예형에게 대답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예정평님.”


예형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자사부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예정평님, 저는 나중에라도 강하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또한 예정평님을 강하로 보내지도 않을 겁니다.”


예형이 가만히 쳐다보았다.


“지금 아버지께 들어가서 예정평님의 강하 행을 취소시켜 달라고 하겠습니다.”


예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 나에게 대답하기를


“강하로 가는 것을 취소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저는 애초에 형주를 항복시키라고 명을 받고 형주에 왔습니다. 그것만으로 죽어도 싸죠. 그런데 강하로 가지 않고 이 양양성에 있는다고 하여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다시 조조에게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일 테니 다시 원소에게 보내지겠지요. 어떤 선택을 해도 죽는 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냥 강하로 가는 게 다리의 피곤함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인 듯싶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 명령을 취소시킬 겁니다. 그리고 어떤 수를 쓰더라도 예정평님을 제 울타리로 데려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모시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하하하... 친구요? 제 나이가 열 살은 더 많은데 무슨 친구란 말입니다. 또한 친구가 된다고 한들 제가 유기공자님 옆에 있어 무슨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


“전 예정평님에게 아무것도 시키지도 않고 아무것도 부탁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옆에 그냥 두는 것은 감금입니까? 고문입니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어만 주십시오. 그러다 혹시 제가 예정평님의 기준에 든다면 본인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시면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


예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형 입장에서 보면 뻔히 죽을 자리에 가느니 나의 제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기님께 잠시 신세를 지겠습니다. 다만 언제 떠난다고 해도 저를 원망하지는 마십시오.”


“하하하···.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아버님께 가서 강하로 가는 명령을 취소시키겠습니다.”


예형을 밖에서 기다리라 하고 자사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버지께 예형을 식객으로 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예형을 식객이라··· 예형이란 자를 며칠 겪어보니 그의 재능은 무척 뛰어나다.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지. 다만, 그 혀에 날카로운 칼이 달려있다. 너무 날카로워서 상대방 가슴을 시리게 한다. 네가 그 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네. 제가 감당해 보겠습니다.”


“네 선택이니 네가 알아서 하거라. 다만 그자는 조조에게서 우리에게 보내진 자이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네. 예형이라는 칼을 잘 갈아서 칼끝을 적에게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곧바로 자사부에서 나와 서성과 함께 예형을 데리고 별채로 갔다. 그러고는 별채에서 제일 한적한 곳에 떨어진 좋은 방을 배정해 주고 예형에게 말했다.


“원하는 책이나 물품은 시비들에게 말하면 무엇이든 구해드릴 것입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만 쉬십시오.”


예형이 나의 별채로 갔다는 소문은 양양성에 순식간에 퍼졌다. 다만 다들 얼마 못 버틸 거라는 예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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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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