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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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작품등록일 :
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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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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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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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장] - 서막

DUMMY

1.


드르륵-

탁-!


온통 칠흑같은 어둠만이 가득한 방.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그 방에서, 무언가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읏차-! 아후, 이제야 됐네.”


딱! 하고 손가락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졌다. 전등에서 새어나온 불빛은 공동을 가득 메우던 어둠을 순식간에 가지고 달아났다


불이 들어온 방 내부는 아늑해 보였다.


그리 큰 방은 아니였지만, 수많은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뛰어난 인테리어는 보는 사람의 두 눈을 놀라게 했다.


“어딜 보는거야. 이 방이 그렇게 멋져?”


그리고 방 중앙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장치를 들고 서있는 모포를 입은 남자. 그가 허공을 쳐다보며 혼잣말했다.


헛것을 보는걸까? 아니면 귀신이랑 대화라도 하는걸까?


“하긴, 이 방이 좀 멋있긴 하지. 저기 침대만 해도 세기의 장인이 만든······”


남자는 갑자기 신이 난 모양인지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침대는 세기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둥. 또 의자는 무림 고수가 앉았었던 의자라는 둥.


허풍인지 진짜인지 모를 말들을 잔뜩 섞어가면서.


“아, 서론이 너무 길었나?”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했다는 걸 자각했는지, 남자는 말을 그만 멈추고 그의 옆에 있던 기계에 손을 가져다댔다.


삑. 삐빅-!


잠시 동안의 조작이 끝나고, 장치에서 흘러나온 것은 푸른 빛깔의 홀로그램. 마치 빔 프로젝터가 비추는 화면 같은 모습이였다.


“······ 이건 좀 오래된 이야기야.”


벽면에 비친 홀로그램에선, 동굴 속에 있는 웬 남자 하나를 비추고 있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 전까지의 여정. 나조차 몰랐던 내 이야기.”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자, 대상인이 되는 법 첫 번째.”


탁-!

남자가 손짓하자, 잠시동안 칠흑같던 어둠을 몰아내 주던 빛은 다시금 자취를 감췄다.


“... 우연찮게,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줍는다.”


대장정의 시작이였다.


***


[제 0장 - 서막]


허억-! 허억-!

남자가 가쁜 숨소리를 내뱉었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달려온걸까. 설산의 혹한이 만들어낸 그의 상기된 볼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설산에 있었는지를 증명해주었다.


“제발, 제발··· 잡혀서는 안 된다.”


검은색 갑주를 입은 앳된 얼굴의 도망자. 그는 잠시동안 뜀박질을 멈추고, 원망스런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시여! 도대체 왜, 왜 제게 이런 시련을 내리는 것입니까!”


하늘에 대한 하소연이였다. 자신을 내다버린 하늘에 대한 서글픈 원망이 담긴 하소연.


“그 놈이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당장 찾아내!”


그러나 하늘을 원망한다 한들 바뀌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른다.


남자의 귀에 멀리서 따돌렸다 생각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를 쫓는 자들의 목소리가, 어느새 눈에 띄게 가까워져 있었다.


‘······ 이런, 방심했다.’


숨을 충분히 고른 남자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뽀득. 뽀드득.

한기가 서린 한겨울의 설산이였다. 장화도 신지 않은 그의 걸음거리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였다.


‘이런 빌어먹을 겨울······’


도망자는, 그 누구보다도 겨울을 원망했다.


“단장님! 여기 발자국이 있습니다. 이 근처가 틀림없습니다!”

“··· 잠깐, 모두 정지하라.”


남자를 쫓던 말을 탄 기사들. 그들은 대륙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교단인 빛의 교단의 직속 성기사단, ‘룩스나(Luxna)’였다.


성기사의 신실(信實)한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성기사단장의 갑주, ‘빛의 갑주’를 입은 그들의 대장이 앞으로 나서 발자국을 유심히 살폈다.


“단장, 어서 가지 않으면 놓칠지도······”

“··· 당장 이곳에서 철수하라.”


룩스나의 단원으로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였다. 목표물을 눈앞에 두고 철수라니.


그들은 단장의 명령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단장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눈 앞에 목표를 두고 철수라니요, 이건 아무리 단장이라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휘이잉-!

겨울산의 스산한 바람소리가 그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발자국은 인간의 발자국이 아니다.”

“예?”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것과 섞여있다고 하는게 맞겠지.”


단장의 말에 성기사들은 발자국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폈다.


“잠깐, 이건··· 뭡니까 대체?”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인간의 발자국 아래에, 무언가의 발자국이 덮여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누구의 발자국이... 피...?”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한 줌의 피도 함께 말이다.


“이건, 살인귀의 발자국이다. 설산의 살인귀들.”

“메우테리어···?”


설산의 살인귀, 메우테리어.

대체로 인간과 비슷한 체형을 지닌, 주로 눈덮인 지형에서 서식하는 최상위 포식자.


그들은 소리소문도없이, 자신의 구역에 침입한 인간을 끔찍하게 찢어발긴다.


“아저스트는 죽었다. 죽지 않았더라도 곧 죽을 것이다. 만약 그가 메카테리어에게 붙잡힌다면, 우리의 임무도 성공시킬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철수한다.”


룩스나가 전력으로 덤빈다면 메카테리어 무리의 토벌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륙 최강의 성기사단이니까.


하지만 적의 수가 셀 수 없이 많다면, 그들조차 생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수도 있다.


게다가 희생을 감수하여 그들을 무찌른다고 해도, 임무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살인귀들이 그 물건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으니...’


“··· 살인귀의 영역으로 들어갔으니, 오래 살아남진 못하겠군.”


그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옛 친우가 살인귀의 영역으로 들어간 걸 알면서도 구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우리가 먼저 잡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저스트.”


아니면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일까.


“당신은 우리의 적이였지만, 또한 대단한 사람이였네.”

“단장님? 무얼 하고 계신겁니까?”


그는 도망자와의 오랜 추억을 회상하며, 짧은 목례를 마쳤다.


“그곳에선 행복하길. 명복을 비네. 자네에게 잘못이 있다면 아마··· 시대를 잘못 태어난 잘못밖에 없겠지.”


그는 그렇게 자신의 등 뒤에서 진동하는 검의 기운을, 산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뒤로 한 채로, 기사단과 함께 산을 빠져나왔다.


그 기운이 메우테리어 따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으면서도 말이다.


***


‘드디어 날 놓친건가···?’


메우테리어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망자는 달리고 또 달려 설산 중턱에 놓인 한 동굴에 도착했다.


‘이 동굴이라면···’


남자는 드디어 안전한 장소에 도달했다 생각했는지, 품 속에서 영롱한 빛을 내뿜는 반지를 꺼내들었다.


‘여기라면 그 물건을 꺼낼 수 있어!’


남자가 반지를 들어올리려던 그 순간이였다.

스륵!

남자는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기다란 촉수 하나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어억···!”


그리고, 그대로 촉수에 감겨 허공으로 띄워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겁도 없는 인간이군.』


남자를 붙잡은 촉수의 주인. 그가 동굴 내부에서 쩌렁쩌렁한 육성을 내뱉었다.


남자를 붙잡은 촉수는 그를 점점 동굴의 최심부로 끌고 들어갔다.


『자 그럼, 말해보실까? 대체 어떻게 겁대가리를 상실했길래, 인간이 이 곳에 흘러들어올 생각을 했지?』


동굴의 최심부에서 남자가 마주한 것은, 똬리를 튼 뱀이였다. 일반적인 뱀의 크기의 100배는 훌쩍 넘는 크기에 9개의 머리를 가진 뱀.


세간에선 ‘히드라’라 불리는 뱀이였다.


자신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남자는 뱀을 보자 직감했다.


“··· 뱀이시여, 혹시 당신께서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으십니까?”


남자, 아저스트는 최후의 발악으로 뱀의 흥미를 이끌만한 주제를 꺼냈다.


『다른 세계? 우리가 있는 이 곳 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이냐?』


“제가 가진 이 반지. 이 반지를 사용하면······”


도망자는 포박된 상태에서도 안간힘을 써 그의 오른손에 들린 반지를 뱀에게 바쳤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통로를 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뎅강-!

도망자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였다. 히드라는 아저스트를 그대로 두동강으로 쪼개버리곤, 시체를 동굴 외곽에 던져 버렸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라··· 한번 시험해볼까?』


거대한 뱀은 남자의 시체에서 반지만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주변의 마력을 반지 쪽으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반지의 윗부분이 완전히 열렸을 때.


《이용 불가능 대상 : 인외종(人外種)》

《반지가 ‘거부 반응’을 내비칩니다.》


퍼엉!

반지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나왔다. 동굴은 삽시간에 섬광으로 물들었다.


······


케엑? 케에엑?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설산의 살인귀, 메우테리어 무리가 동굴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어째선지 웃는 표정으로 두동강 난 남자의 시체와, 갈갈이 찢겨져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버린 뱀의 시체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


며칠 후.

쿠로하 제국.


“제이크, 나도 하나만!”

“야! 넌 아까 받았잖아 에일!”


제국의 수도이자 최대도시,

이터넬폴리스(Eternelle Polis).


거대하고 웅장한 성벽으로 둘러쌓인 이 곳은, 수많은 인간들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나먼 더 주는것도 안되냐? 진짜 쪼잔하다 너.”


이 곳은 도시의 모든 아이들이 모이는 곳.

아이들의 성지, 헤그네스 보육원 앞이였다.


“넌 상인 가문의 자식 아니야? 적어도 상인이면 하다못해, 정당한 대가라도 지불해야 하는거 아니야?!”


제이크라 불린 열 살 꼬맹이가 에일에게 소리쳤다. 참고 참다가 겨우 내뱉은 마음 속 응어리, 제이크의 입장에서는 원대한 외침이였다.


보육원 원장님께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라고 특별히 만들어 주신 쿠키였다.


그런데 그걸 에일이 그냥 먹고싶다며 홀랑 가져가 버렸다. 이대로라면 수가 맞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제이크는 쿠키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것이였다.


“정당한 대가? 대가는 무슨, 우리 아빠가 상인이지 내가 상인인··· 읍!!”


누군가 쿠키를 들고 도망치던 에일을 낚아채 들어올렸다.


“상인이 아니면, 물건을 훔쳐도 되는거야?”

“혀, 형···?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에일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 형이였다.


아비드 헨케일, 에일에겐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그가 훨씬 더 무서웠다.


“아, 알았어. 미안해. 주면 되잖아 주면.”


결국 에일은 꼬리를 내리고 제이크에게 먹지 않은 쿠키를 돌려줘야만 했다.


‘쟤는 대체 언제 철이 들까?’


그런 생각을 하는 에일의 형 아비드의 나이는 고작 17살. 성년식을 치른지 몇일 되지도 않은 파릇파릇한 애송이일 뿐이였다.


그의 이름은 아비드 헨케일. 그의 꿈과 마찬가지로, 그의 할아버지와 그의 아버지는 모두 상인이셨다.


그것도 그저 그런 상인이 아닌 국가를 잇는 대상인.


본래는 천대받던 상인의 지위를, 대전쟁 당시의 엄청난 활약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것이 바로 헨케일 가문이였다.


그 또한 꿈이 있었다.


아버지와 가문이 전대에 이뤄놓은 것에 자신의 능력을 더해, 대륙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상인이 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기초가 중요했다.

2년 전 아버지에게 전달된 아카데미 입학 추천을 거절한 것도 그 때문이였다.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물론 좋을 것이다.

황립 아카데미의 교수진들이 화려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 나오고 잘 안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


‘하지만··· 거긴 상인이 들을만한 수업이 없지.’


상인의 지위가 대전쟁 이후로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상인은 상인.

직업에는 귀천이 있었고, 상인이란 직업은 아무리 지위가 올라가봐야 정해진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아비드는 외로운 길을 걸어야만 했다.


남들이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올라 영예로운 기사가 될 때, 그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상인으로써 입지를 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에겐 자신이 있었다. 17년 동안 오로지, 단 한 길만을 걸어왔으니까.


‘오늘은 뭐가 잘 팔리려나.’


아비드가 도시의 중심인 시장에 도착하기 직전이였다.


뚝.


갑작스러운 일이였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하늘 높은 곳에서 반지가 떨어져 아비드의 정수리에 맞았다.


‘아··· 뭐지 이 반지는?’


아비드는 무의식적으로 반지에 손을 올렸고,


《인간의 접촉 확인. 반지를 재가동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전설의 상인이 사용하던 반지를 얻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놀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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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긴 여정의 끝 24.08.16 18 0 13쪽
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5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6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3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9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7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5 2 13쪽
» [제 0장] - 서막 24.07.27 159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9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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