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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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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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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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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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의 눈

DUMMY


5.


[# 1-1. 개척자의 눈.]


“우아...! 여기가 다 할아버지 땅이에요?”


난 어릴적 부모님이 아닌 할아버지의 옆에서 자랐다.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아직 정정하시다.

너무 정정하셔서 문제긴 하다만...


하여튼. 그래서 왜 할아버지 옆에서 자랐냐고?

그야 내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아일, 너도 이만한 땅을 가지고 싶느냐?”

“그럼요 할아버지!”


참고로 아일은 할아버지가 날 부르던 별칭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 동생 에일이랑은 다르다!


“그럼 꼭 명심하거라, 너에겐... ‘재능’이 있다.”

“재능... 이요?”

“그래. 한번 눈을 꼭 감고, 이 땅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 않겠느냐?”


할아버지가 소유한 광활한 벌판.

지금 돌이켜보면 웬만한 남작령의 오분지 일도 안되는 크기였지만, 내 뇌리에는 아직까지도 그 땅은 광할하고 또 광활한 땅으로 남아있었다.


‘눈을 감고, 떠올리자...’


할아버지의 말대로 눈을 감고 벌판을 떠올렸다.


‘저게 뭐지?’


눈을 감자 나타난 아무것도 없는 공허.

그 공허의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소년은, 나는 홀린 듯이 점멸하는 불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한 거리.

오랜 사투 끝에, 마침내 불빛은 소년의 손 위에서 점멸을 멈췄다.


퍼엉!

쿠콰앙-!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

하지만 그 소리는 오직 소년의 머릿속에서만 울려퍼졌다.


폭발음이 끝나자, 다시금 점멸하는 빛은 사라지고 소년의 눈 앞에 끝없는 공허가 펼쳐진다.


‘으악...!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


그만 참지 못하고 눈을 뜰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으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올 것만 같았다.


“버티거라! 버텨!!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조금만 더?

저건 거짓말이 아닐까?

버티기만 하면 이 고통이 끝날까?


소년은 할아버지를 믿었다.

광활한 땅의 주인을, 자신의 롤모델을, 누구보다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때 낯선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 그게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니, 진짜로 뭘 듣긴 했던가?


[...... 성공이로군, 축하한다네.]


파아앗-!

새하얀 섬광이 터진 기분이다.

낯선 목소리와 함께 찾아온 것은 고통에서의 해방과 새하얀 빛의 섬광이였다.


“이제 눈을 떠도 된단다 아일.”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일이 기다렸다는 듯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허억...! 이, 이건 대체... 뭐에요 할아버지...?”


소년이 놀란 이유는 고통 때문이 아니였다.


소년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처음 보는 색상들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할아버지의 눈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색(赭色)의 의념(疑念)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


그리고 후일, 신비 상인 아비게일 스펙터는 아비드의 이 시선을 칠정(七情)을 꿰뚫는 신의 눈이라 하여,


‘심안(心眼)’이라 불렀다.


[# 1-1. 개척자의 눈 完]


***


“... 그럼, 말이 하나도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이터넬 제도 중심부,

헨케일 상회 본회(本會).


헨케일 상회의 건물은 모험가 길드 본부와 빛의 교회 본교, 그리고 수도 마탑과 함께 제도의 중심부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예, 얼마 전에 부회주님께서 대규모 물자 운송이 필요한다며 전부......”


아비드는 디아나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한시라도 빨리 청색 마탑으로 향하기 위해 상회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필이면 지금 말이 하나도 없단다.


‘부회주, 설마 그 작자가...!’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회주께선 얼마 전에 언노멀 왕국에서 열리는 건국제에 참석하시러 가셨습니다.”


언노멀 왕국 건국제? 아버지가 거길 도대체 왜?

아니, 하필 이런 시기에 건국제라고?


아비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온갖 잡념들이 그의 머리 속을 휘저으며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 더 서둘러야겠군.’


이 계략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무언가가 더 있다.

아비드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거냐 청색 마탑.’


언제나 위험은 소리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소리없이 찾아온 위험은, 쥐도새도 모르게 그 몸집을 불린다.


「이 곳은 대체......」


그 몸집을 불리고 더 불려, 종국에는 집어삼킨다.

그 위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

같은 시각,

아라혼 대륙(제국이 위치한 대륙) 동부.


“헨케일 상회의 주인께서 저희 왕국 건국제에 참가해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언노멀 왕국 수도 어노말리.

가장 오래되고 유서깊은 인간 왕국의 수도에서, 적당한 길이의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는 환대를 받고 있었다.


“... 국왕께서 저희 상회를 찾으신다 들었습니다.”

“역시, 듣던 대로 성격이 급하시군요.”


그러나 남자는 환대 속에 숨겨진 의미를 깨달은 듯이,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무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하께선 지금 건국제의 개시를 알리는 연설을 진행 중이시니까요.”


꽤나 높은 위치의 대신으로 보이는 자의 말을 들은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설이 끝나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아, 30분 정도 걸릴 예정인데... 왕성 접대실로라도 안내해드릴까요?”

“아닙니다. 그 동안 건국제 구경이나 하고 있겠습니다. 연설이 끝나면 왕성으로 가겠습니다.”

“뭐, 그러시죠.”


남자, 아비드의 아버지 테리안 헨케일은 건국제가 진행 중인 성 안으로 들어갔다.


“수천 년간의 유서 깊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언노멀 왕국은......”


수도의 중심에선 국왕 레오먼드 21세의 연설이 한창이였고, 수도 외곽에는 노점상을 연 상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국제 기념품 좀 보고 가세요!”

“언노멀 왕국의 전통 게임은 이렇게 하는......”

“거기 형씨, 연금술 한번 체험해보지 않겠나?”


‘연금술?’


헨케일은 축제 노점상을 둘러보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점포에 들어갔다.


“연금술 체험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연금술 체험시켜준다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점포.


“음? 드디어 손님이 왔구만.”


연금술은 대전쟁이 끝난 이후 거의 시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학문이였기에, 그 점포는 더더욱 헨케일의 눈길을 끈 것이였다.


“반갑네. 아라혼 대륙 최고(最古)의 연금술사, 레임이라고 한다네.”


점포 안에 있던 노인은 자신을 연금술사 레임이라 소개했다.


“자네는 헨케일이군.”


흠칫.

노인의 말에 헨케일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날 알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당황한 표정을 얼굴에서 지워버렸다.

아들과 참으로 닮은 성격이였다.


“그것도 그 연금술로 알아낸겁니까?”

“그래, 그렇지. 그리고 내가 신기한 사실 하나 더 알려줄까 헨케일?”


레임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또르르르...

그러자, 노점의 한 구석에 놓인 실험용 병 하나에서 붉은 액체가 투명한 관을 차고 흘러내렸다.


“저런, 안타깝군.”


퍼엉-!

그리고 곧, 그 붉은 액체는 다른 시험관 속의 하얀 액체와 맞닿으며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아마 자네가 이 곳에 온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였던 모양이군.”


대흉(大凶).

붉은 액체와 하얀 액체가 맞물려 폭발한 그 자리에는, 잔해와 함께 붉은 글씨의 ‘大凶’이 새겨져 있었다.


***


“언노멀 왕국 국왕이 아버지를 찾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 헨케일 상회의 집무실.

아비드는 그의 아버지의 심복에게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언노멀 왕국 국왕 레오먼드 21세가 건국제 관련 문제로 회주님을 찾으셨다고 하더군요”

“대체 왜 그 사람이?”

“그건 저도 잘......”


언노멀 왕국은 아라혼 대륙에서 헨케일 상회의 영향력이 가장 미미한 국가였다.


그 이유라고 하면 그곳에는 헨케일 상회 못지않은 거대상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도 했고,

또 아비드의 아버지가 그 상회와의 충돌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웬만하면 자국의 상회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텐데.”


어쩌면 헨케일 상회보다 거대한 상회가 그 왕국에 있었으니.


“레데놀리아에 문제가 생긴건가?”

“.......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레데놀리아에서 들어오는 물류들이 확 줄었다는 보고가 있긴 하였습니다.”

“연방 입장은?”

“지들 말로는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곤 하는데... 근처 어부들의 증언으로도, 해군의 전투 기록에서도, 레데놀리아의 상선을 위협할만한 해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레데놀리아 대륙.

인간들의 대륙인 아라혼과 다르게, 이종족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인외종들의 대륙.


그 곳을 지배하는 세력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중 인간에 그나마 호의적인 곳은 ‘연방’이라 불리는 곳.


엘프 여왕이 수장으로 있는 케톤나드 연방왕국이였다.


“그럼 일부러 수송하는 물자를 줄였다는건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떠도는 낭설에 의하면 연방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때 아닌 전쟁.

그저 소문일 뿐이였지만, 아비드는 연방에게 무언가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가야겠네요. 웃돈을 주고 구해도 좋으니, 말과 마차를 구해주세요.”

“... 예, 알겠습니다. 그럼 호위랑 짐은 어떻게...”

“짐은 필요 없습니다. 호위는... 대충 구색만 맞을 정도로 붙여 주십시오.”

“예, 그럼 행선지는 어디십니까?”

“푸르카르 공화국, 청색 마탑으로 갑니다.”


청색 마탑의 마석 시중 공급.

레데놀리아의 물자 공급 감소로 인한 언노멀 왕국 상업의 타격.

부회주의 수상한 움직임과 때마침 자리를 비운 헨케일.


‘어쩌면 이 모든 게...’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걸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한 아비드는 청색 마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기로 했다.


......


그리고 다음 날.

마구간에서 좋은 말을 얻은 아비드는 출발 시간이 되어 마부를 만나기로 한 성의 옆문 앞으로 갔다.


“어, 이게 누구야. 아비드잖아?”


그리고 아비드는 거기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로즈레일 상회의 디아나 레어로즈였다.

황실이랑 만나러 왔다더니 아직 떠나지 않은 모양이였다.


“아, 아직 안 갔나보네.”

“응, 지금 가려고 했는데... 근데 넌 어디 가?”

“청색 마탑.”

“청색 마탑? 네가 거길 왜... 아!”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디아나는 깨달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왜 너희 상회에는 판매권 안 줬냐고 항의하러 가는거구나!”

“... 그런 거였음 아버지가 직접 갔겠지. 그리고 난 지금 헨케일 상회 소속도 아니야.”

“어? 소속이 아닌... 맞다. 그랬었지 참. 그럼 네가 거긴 왜 가는거야?”


‘얘한테 진실을 알려줘야 할까?’


아비드는 차라리 이 기회에 디아나가 된통 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패도 경험이니까.

아비드는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끝에 끊임없이 실패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디아나는 아니였다.


로즈레일 상회주의 단 하나뿐인 외동딸이다.

그러니 디아나의 성장 과정이 어땠을 지는 아무리 멍청한 자라도 모두 상상할 수 있을 터였다.


한 마디로 온실 속의 화초.

하지만, 아비드는 그 온실 속의 화초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디아나, 이번에 론피아 아카데미 입학 필기 시험 만점 맞았다 그랬었나?”

“그럼!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그러면 그 비상한 머리로 한번 잘 생각해봐. 청색 마탑이 왜. 마석을 시중에 풀려고 할까?”

“그거야......”


그거야 당연히...

라며 이유를 대려던 디아나는 문득 뭔가 이상했는지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그럼 공화국에서 보자..”

“야! 잠깐만! 그 이유가 뭔데!”

“글쎄.”


아비드는 대답하지 않고 마차에 올라탔다.


“야!! 그 이유가 뭔데!”


그리곤,

디아나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지평선 저 멀리로 모습을 감췄다.


거대한 폭풍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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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4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5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0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8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6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8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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