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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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작품등록일 :
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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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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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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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녀

DUMMY


13.


나이카르 기사단.


푸르카르 공화국의 지도자 안데카르의 직속이자, 공화국의 최고 집행자가 속한 기사단.


하지만 그런 기사단을 아비드가 모르는 것은, 안데카르가 이 기사단의 존재를 외국에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였다.


실제로 공화국 내에서도 나이카르 기사단의 실체를 아는 자들은 고위층 뿐.


이들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나이카르 기사단이 있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나이카르 기사단의 레이나 프로스토입니다. 청색 마탑에 볼일이 있어 왔는데.”


하지만 레제논의 굳게 닫힌 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는 기사단의 실체를 아는 쪽에 속하는 모양이였다.


“... 마탑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니, 그보다는 레이나의 옆에 서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특이하게도 검이 아닌 스태프를 손에 쥔 병사는 잠시 아비드를 주시하더니, 곧 둘을 도시 내부로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도시로 들어오자 드디어 선명하게 보이는 거대한 청색의 탑.


청색 마탑을 둘러싼 거대한 도시에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저마다의 마법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신기하게 만들었다.


‘역시 마도공학의 도시는 다르긴 다르네.’


부유 마법으로 물건을 공중에 띄우는 마법사.

꽤나 실용적으로 보이는 옷 소환술을 시전해보는 ‘위져드 부띠끄’의 사장.

저마다 두꺼운 책을 펼치고 자신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마법사들까지.


그야말로 마도공학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광경이다.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이런 것들에?”


넋놓고 마법사들의 기예를 지켜보던 아비드에게, 레이나는 불쑥 물었다.


“상인한테는 이런 것들도 다 자산이거든요.”

“상인이셨어요?”

“네. 아직은 헨케일 상회의 상인입니다.”

“헨케일 상회라면... 제국의 그 상회요?? 엄청 크잖아요 거기!”


아까 근엄한 말투로 경비병에게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던 위엄있는 기사는 어디로 간 걸까.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강제로 천방지축인 꼬맹이와 영혼을 바꾸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회주가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서. 딱히 야망이 없으시거든요 그 분은.”

“헉, 그렇게 말해도 되는거에요? 제가 상회주한테 일러 바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 저희 아버지신데요. 상회주가.”

“네, 네? 혹시 성이...?”

“헨케일이요. 아비드 헨케일.”


으음... 성이 헨케일이면, 상회 이름도 헨케일이니까... 그러니까......


라고 중얼거리는 레이나를 뒤로 한 채로, 아비드는 눈에 띄는 마법을 시전 중인 마법사를 빤히 쳐다봤다.


“저 마법은 무슨 마법입니까?”

“네? 저는 마법은 잘 모르는...”


너 말고.


“마정석을 활용한 전력석을 제작 중인 것 같군요. 전기를 주 속성으로 사용하는 마법사들한테는 전력석이 인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수요도 많고요.”

“전기 속성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이 많나요?”

“아무래도 다른 속성들보다 구현이 쉽고 멋도 있어서 전기 속성으로 입문하는 마법사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입문도 못하고 떨어져나가긴 하지만요”


속성은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검사들에게 검이 있다면, 마법사들에겐 속성이 있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선천적으로 속성에 대한 친화력을 타고난다.


그렇기에 어떤 속성에도 친화력이 없다면 마법사는 꿈도 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런 속성 친화력이 없어도 마법에 입문할 수가 있습니까?”

“속성 친화력은 모든 인간에게 있습니다. 단지 그 양이 적은지 많은지의 차이죠. 마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성 친화력이 적다면 마법을 배우는 것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요.”


아, 그런 거였군.

아비드는 또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지금 둘이 무슨 얘기... 하는 거에요?”

“저도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갑자기요?”


경비병은 예상 외로 아비드에게 친절했다.

이럴거면 진작에 좀 들여나 보내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비드와 레이나는 어느새 청색 마탑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는 저기 보이는 마법사께서 안내해주실 겁니다. 나중에 더 궁금하신게 있으면 찾아오셔도 됩니다. 마법을 가르쳐달라도 해도 좋구요.”


... 뭔가 이상했다.

본래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지 않나.


께름칙한 기분이 든 아비드는 경비병에게 물었다.


“저에게 과하게 친절하신거 같은데... 마탑주가 당신에게 시킨겁니까?”

“글쎄요. 전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입니다.”


경비병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오묘했다.

아비드의 ‘눈’으로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경비병은 자신의 의념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다.


“전 그저 완벽한 세계에 생긴 균열이 어떻게 그 세계를 파괴할지, 두 눈으로 지켜보고 싶을 뿐입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로, 경비병은 싱긋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그런 기분나쁜 미소였다.


“아, 탑주님의 손님인가? 이쪽으로 들어오지.”


그런 감상에 젖어있기도 잠시, 마탑 쪽에선 꽤나 나이가 있는 듯한 중년의 남자가 둘을 향해 다가왔다.


“저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레함.”


친화력이라곤 개나 줘버린 대답. 그래, 이런 게 바로 아비드가 알던 마법사였다.


아까 그 경비병처럼 친절한 마법사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탑주가 왜 절 찾았는지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모르네. 잠자코 따라나 오지. 안 그래도 제자란 놈들 때문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니까 말일세.”


참으로 신경질적인 말투였다.


아비드와 레이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탑주가 안내하라니까 어쩔 수 없이 안내는 해주는거겠지.


“여기가 접견실이다. 기다리면 탑주께서 올 테니, 조용히 앉아있거라. 괜히 쓸데없는거 건드리지 말고.”


그렇게 아레함과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죽을 때까지 마탑에 짱박혀있는게 특기인 마법사 특성 상 아마 그들이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레함이 떠나자, 원탁의 의자 중 하나에 앉은 레이나가 물었다.


레이나가 아비드에게 저 질문을 하는 것은 아마 12번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이제는 그냥 존칭도 안 쓰시기로 했나보네요.”

“말 돌리지 말고! 누구냐고요!”

“계속 말씀드리는 거 같은데, 상인이라고요.”

“일개 상인이 성녀님이랑 친하고, 청색 마탑주한테 초대도 받아요?! 말이 안되잖아요!”


성녀와 친하고, 마탑주의 초대를 받는 상인이라. 아비드가 생각해도 믿기 어려울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억울한 건 아비드도 마찬가지였다.


성녀는 진짜 그저 오랜 친구고, 마탑주는 얼굴을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왜 마탑주가 아비드를 초대한건지도, 그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니 전 그냥......”


아비드가 또 무어라 해명을 하려던 순간.


누군가 접견실의 문을 열고 사뿐사뿐 들어왔다.


“딱 맞춰서 오셨군요. 아비드 헨케일, 그리고 레이나 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 마법사가 아니였던 것이다!


“다, 당신이... 청색 마탑주...?”


푸르른 청발에 새까만 동공.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소년.


그것이 바로, 그들이 본 청색 마탑주의 첫인상이였다.


“반갑습니다. 청색 마탑주, 에스피린 블르우입니다.”


***


청색 마탑주 에스피린 블르우.


그의 행적은 언제나 특이해서, 아비드의 뇌리에도 깊게 새겨져 있었다.


마법을 연구하여 각자의 학파의 진흥을 꿈꾸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다른 마탑, 탑주들과 그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마도공학의 창시자이자, 마도공학 발전의 아버지.


마탑의 창시자 레헬 예인의 마법은 그 자체로써 이미 완성되었다는 말로 장로들을 설득시켰기에, ‘전통성’ 또한 그의 족쇄가 되지는 않았다.


“아마 궁금한게 많으실겁니다. 제가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당신은 왜 불렀는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단, 5번째 질문부터는 대답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먼저 용건을 꺼낸 것은 청색 마탑주였다.


“저를, 왜 부른거죠?”


할 질문은 차고 넘쳤다.


그럼에도 아비드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자신을 왜 불렀냐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의문이였다.


“첫 질문으로 예상했던 질문은 아니지만... 그냥 당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요?”


‘말 한번 거지같이 하네. 누가 마탑주 아니랄까봐.’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아비드가 필요로 했던 답변이 전부 담겨져있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간결한 화법이였다.


‘눈’에 띄었다는 건 곧 아비드의 행실이 모두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또 레제논 뿐만이 아니라 그 근방이 전부, 이 미치광이 노괴의 구역이라는 뜻이였다.


“아세프 마을의 전염병, 당신의 짓입니까?”


아비드는 두 번째 질문을 했다.


“... 뭔가, 예측하기 어렵군요 당신은. 뭐 그렇게 묻는다면, 맞습니다.”


아비드의 옆에서 누군가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

마탑주가 들어온 후로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레이나였다.


“...... 왜 그랬습니까?”


레이나는 결연한 얼굴로 에스피린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레이나 프로스토, 당신은 아직 단장의 명령을 듣지 못한 모양입니다.”

“... 질문에나 대답해. 내가 원한건 대답이지 그딴 말이 아니야.”


자금 그녀의 모습은 아까의 그 모습이였다. 경비병에게 당당히 이름을 밝히던 그 때의 모습.


이런 게 기사가 되는 조건일까? 그녀의 눈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죄다 연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자유자재로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활용하고 있었다.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마석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였습니다.”


디아나의 얼굴은 에스피린이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굳고 있었다.


오래도록 환자들을 지켜본 기사이기에 가질 수 있는, 정당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 실험체들은 모두, 아세프 마을의 사람들이였습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아, 그러시군. 그래, 그랬단 말이지...”


리아나는 충격이 큰 듯 조용히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자,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았네요? 마지막 질문은 누가 하시겠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마치, 내가 무슨 질문을 할지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마지막 질문은 내가 하지.”


《‘청색 마탑의 흉계’에 대한 마지막 단서를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청색 마탑의 흉계’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계획을 저지하십시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마지막 힌트 : 백색 마탑의 ‘하얀 마녀’는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하얀 마녀.”


순간, 완벽한 표정을 연기하던 에스피린의 얼굴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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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긴 여정의 끝 24.08.16 17 0 13쪽
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4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5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 하얀 마녀 24.08.07 16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8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0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8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6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3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5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69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7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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