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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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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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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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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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거래

DUMMY


8.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거래를 하나 제안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신들마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지고 있던 그 때, 머지않은 곳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살도 채 되어보이지 않는 엣된 얼굴의 소년이였다. 그의 목에는, 처음 보는 문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저는 상인입니다.”


그는 자신을 상인이라고 했다.

그리곤 뜬금없이 회귀의 돌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당신이 회귀한 후에, 이 아이템들을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내가 어떻게 널 믿겠느냐고.


그러자, 소년은 웃으며 계약서 한 장을 내밀었다.


《별의 계약서》


종이로 된 계약서는 아니였다. 게임이 시작되며 보이기 시작한 상태창, 그 상태창과는 또 다른 색을 띈 반투명한 창이였다.


《보증인 : 외우주의 전령 니알라토텝》

《계약이행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시, 외우주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자를 ‘처벌’합니다.》


계약서에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무수한 신들의 이름을 보았지만, 끝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신들 중 하나의 이름이.


너무 후세대에 만들어진 신화라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였던 모양이다.


《계약 대상자 : 신비 상인 아비드, G-1077 이한결》


계약의 내용은 간단했다.


아비드에게 모든 아티팩트를 넘겨준 뒤, 이한결은 회귀의 돌을 사용하여 회귀한다.

그 다음, 아비드는 다시 이 차원계로 돌아와 이한결의 아이템을 건네준다.


그것이 소년이 해야할 일이였고,


이후 회귀 지식을 활용해 얻는 아티팩트의 일부를 신비 상인 아비드에게 대가로 지불한다.

이 때, 이한결이 넘겨주는 아티팩트는 SS 등급 아래의 물품으로 한정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할 일이였다.


상당히 좋은 조건의 계약이였다.


나에게는 회귀라는 것이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계약이였고, 아비드에겐 아티팩트들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계약이였다.


그리고 계약이 끝날 무렵. 아비드는 나에게 한가지 질문을 건네왔다.


“혹시, 순식간에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아티팩트에 관련되서 아는게 있으십니까?”


위기를 탈출하는 아티팩트?

그런 아티팩트라면 알고 있었다.


순간이동석.

게임 초반부, 약했던 내가 자주 애용했던 물건이였다.


“그거라면 거기 많을테니 몇 개 가져가도 좋다. 내가 회귀했음을 너에게 알리는 방법은 뭐지?”


그건 내 마지막 질문이였고, 또한 아비드의 마지막 답변이였다.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전 당신의 앞에 있을 테니까요.”


《‘첫번째 별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날이 바로, 신비 상인 아비드가 정식으로 차원계에 발을 들인 날이였다.


***


《차원상인의 보따리를 개방합니다.》


거래를 끝마친 아비드는 본 차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새로 얻은 스킬을 펼쳐보았다.


이한결에게 거래를 제안하자마자, 반지와의 동화율은 1에서 2로 상승하며 수많은 기능들이 해금되었다.


“어휴... 티 안내느라 죽는줄 알았네.”


해금된 기능들 중 하나가 이 보따리였는데,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 신기해서 가장 머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당신이 반지의 새로운 주인이시군요!]


보따리는 아비드의 상상과는 달랐다.

상상과는 너무도 다르게도, 보따리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수많은 별을 수놓은 은하수가, 보따리를 펼친 아비드의 사방에 펼쳐졌다.


“우... 와. 이게 무슨...”


실로 놀라운 광경이다.

보따리 안에 있는 은하수라니.

어떤 차원의 어느 누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이곳은 차원 상인의 모든 것이 있는 정수(精髓)이자 수많은 물건이 옮겨진 차원의 보고(寶庫).]


게다가 은하수 속에는 어린아이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전 차원 상인의 물품을 관리하는 관리자, 사샤라고 합니다.]


“사샤?”


금빛 눈의 소녀는 자신을 사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아비드는 그녀에게서, 그 어떤 색채도 읽어내지 못했다.


[아, 혹시 제가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사샤는 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동공을 빛내며 아비드에게로 다가왔다.


“...... 그냥, 아비드라고 불러.”


[네, 아비드 님! 잠시만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그러더니 그의 팔을 잡고 은하수 안쪽으로 그를 안내했다.


[바깥은 부피가 큰 물품들이나 ‘인연’을 보관하는 곳이고, 당분간은 이 안쪽에 물건이 보관될거에요!]


그곳은 여전히 은하수 내부였으나, 방금까지 서있던 바깥보다는 확실히 작았다.


그리고 가장 안쪽, 깊은 곳에서 그는 익숙한 것들을 마주했다.


[H-1932, 단골 고객 박준우.]

[G-1077, 단골 고객 이한결, 계약 체결자]

[이한결의 아티팩트]

[첫 번째 별의 계약서]

......


지금까지의 차원 이동이 빼곡하게 기록된 기록서부터, 불투명하게 떠있는 박준우와 이한결의 형상.


그리고 아까 입수한 이한결의 아티팩트들도 있었다.


“이건 좀 흉측한데.”


[아, 흉측하시면 머리만 나오게 전환할까요?]


“아니, 그게 더 이상하잖아...”


[그런가요? 전 주인분은 그렇게 해두셨었는데...]


사샤는 어째선지 아쉬워하며 설명을 계속했다.


[지금까지는 랜덤으로 차원 이동만 하셨죠! 이제부턴 한번 간 차원으로는 무제한으로 다시 가실 수 있어요.]


“오, 편하게 갈 수 있겠네 그럼.”


[그럼요! 그 차원계에 현재 무슨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이곳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답니다.]


정보 확인은 가령 이런 식이였다.


《B급 헌터 박준우(단골 고객)이 던전을 공략 중》

이라거나

《거점 상인 조합, H-1932 차원에 재등장》

등등. 이런 정보도 있었다.


“거점 상인 조합... 차원계에는 나처럼 차원을 넘나드는 상인들이 얼마나 많아?”


아비드는 ‘거점 상인 조합’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늘상 궁금하던 질문을 내뱉었다.


[거점 상인 조합이요... 사실 저도 차원상인 규모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주인께서 제 기억까지 살짝 떼가시는 바람에...]


“기억을 떼갔다고? 왜?”


[그건 저도 잘... 어쨌든 대충이라도 알려드리면, 거점 상인 조합같은 거대 차원상회는 4개가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거대 상회가 무려 4개나 있다니.

그럼 차원계에서 그의 입지가 떨어지지는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아비드였다.

그게 터무니없는 망상이였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거점 상인 조합, 제암(帝暗) 상회, 유리 상단, 그리고 에로우 길드. 이렇게 네 세력이 차원상인계에선 가장 주류로 평가받아요.]


“그렇게 많으면... 내가 장사하기도 어려운거 아니야?”


나름 진지한 질문이였다.

하지만 사샤는 어째선지 새어나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대답했다.


[크흡, 아비드 님. 아비드 님은 혹시 차원계에 차원이 몇 개나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흠... 내가 간 곳의 숫자가 주로 천 대였으니까... 한 만개? 십만개?”


[... 20억개. 제가 관측 가능한 차원의 수만 20억개랍니다.]


“... 엥?”


아비드는 잠시 멈칫했다.

20억개?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에, 그의 차갑던 머리가 잠시 회전을 멈추고 말았던 것이다.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존재하는 차원 상인들 전부 합쳐도 200명은 될까말까에요. 물론 알려지지 않은 상인이나 상회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럼 거대 상회들은? 거기는 사람 많을거 아냐.”


[거기도 상대적 기준이죠. 주인님 원래 세계에서 계시던 상회랑은 천지차이랍니다?]


“그럼 그 거대 상회라는 곳이랑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겠네.”


[그렇죠. 오히려 만나지 않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럼 됐다. 굳이 먼저 장사하던 사람들 심기 건드릴 필요는 없겠군.


그렇게 생각한 아비드는 곧 사샤와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였다.


“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바깥이랑 여기. 시간 배율이 어떻게 돼?”


본 차원에 있을 때와 다른 차원에 있을 때.

그리고 보따리 내부에 있을 때. 분명히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박준우의 차원에서 원래 차원으로 복귀할 때, 박준우의 차원에서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본 차원에선 시간이 거의 지나지 않은 것처럼.


[백만 대 일. 보따리 내부에서 백만시간이 흐르면, 바깥 세상에선 한 시간이 흐를 뿐입니다.]


“그럼 차원 간의 시간 배율은?”


[그것까진 제가 파악할 수 없습니다만... 동화율이 올라가면 반지에서 자체적으로 알려줄겁니다. 각각의 차원마다의 특수성을 고려해서요.]


한 마디로, 차원과 차원간의 시간 배율은 완전히 무작위라는 뜻이였다.


《차원상인의 보따리를 종료합니다.》

《본 차원으로 송환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궁금증까지 해결한 아비드는, 본 차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번에는 끔찍한 존재를 마주치지 않은 채로 돌아오는 데에 성공했다.


***


이제 막 동이 트는 새벽.


아비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조용히 눈을 떴다.


‘돌아왔군. 시간은... 6시간 정도 지난건가?’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박준우의 차원과는 반대로, 이한결의 차원은 우리쪽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모양이다.


‘음... 좀 배고픈데.’


차원 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라도 한 걸까.

갑작스레 출출해진 아비드는 1층으로 가 먹을 것을 얻어볼 생각이였다.


‘아까 빵이 맛있어 보이던데 그거 하나......’


“아니, 이 새끼가 내 검을 훔치려 했다니까!!”

“제, 제가 어, 언제 그랬어요... 저, 전 그냥 제 방으로 드, 들어가려고...”


그러나 빵을 받기 위해 향한 1층에는 선객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남자 하나와 말하는게 어눌한 듯이 말을 더듬는 절름발이 하나.


말을 전다고 절름발이가 아니라, 진짜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이런, 귀찮아지겠네.’


텍타킨에서 소음없고 깔끔하다고 유명한 여관이라서 온건데.


저딴 새끼들은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할 줄 아는 짓이라곤 윽박지르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 괴롭리는 것밖에 없는 머저리들.


‘저 체격이면 어디 은퇴한 기사정도는 되는 모양인데. 왜 은퇴했는지 알만하군.’


도적들은 뭐하나 모른다.

저런 새끼 약탈 안하고 말이다.


“야, 거기 계단에 너. 아까부터 뭔데 거기 서있냐?”

“나요?”

“그래 너, 이 자식아! 어린 놈의 새끼가...”


‘왜 시비야.’


남자는 절름발이에게 화내다 말고 아비드를 가리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당신은. 나한테 어린 놈의 새끼라고 욕하면서 정작 하는 행동이 애새끼만도 못한거 같은데?”

“뭐, 뭐라고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술 드셨으면 곱게 방이나 가서 주무슈. 이 새벽에 사람들 잠 깨우지 마시고.”


아비드는 그렇게 말하곤 남자를 지나쳐 갓 구워진 호밀빵을 집어들었다.


“오,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 이거 얼마......”

“이, 이런 애새끼가...!”


스륵.


참다못한 중년인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타악-!

그것보다 몇 초는 더 빠르게, 중년인의 목에 잘 버려진 검의 검집이 닿았다.


“흑, 흐읍...!”

“이게 검집이 아니라 검이였다면 당신은 여기서 죽었어.”


흔들리는 중년인의 동공.

그리고 그 동공을 똑바로 치켜뜨고 바라보는 소년의 깊은 눈동자.


아무런 위엄따윈 담기지 않은 애새끼의 눈빛일 뿐이였지만, 중년인은 순식간에 그 눈빛에 압도되고 말았다.


“하찮은 검무는 암흑가에서나 실컷 춰. 거기선 아무도 말리지 않을테니.”


소년은 겁먹은 중년인의 눈동자를 보더니, 코웃음 치며 검집을 물렀다.


“뭐... 당신이 암흑가에 간다고 한들 창녀들의 기사는커녕 시체나 안되면 다행이겠지만.”


소년은 겁먹은 중년인을 지나쳐 절름발이에게로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저, 저는 아, 아무런 죄도 없는...”


하지만 절름발이가 그의 손을 잡으려던 순간, 그는 순식간에 손의 방향을 바꿔 그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지랄하네. 저 새끼도 잘못이지만, 진짜 문제는 너야. 이 좀도둑 새끼야.”

“...!”

“니가 훔치지만 않았어도, 저 새끼 저렇게 나대지는 않았을걸?”


그 순간 소년의 눈빛은 그 무엇보다도 차가웠다.


“...... 그리고 너, 보니까 절름발이도 아닌거 같은데?”


꼬끼오-!!

동이 슬슬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


한 민가의 닭은 태양을 맞이하며 힘차게 울었고,

부지런한 누군가는 일찍이 잠에서 깨 하루를 준비했다.


그렇지만...


소년이 바라보는 지평선의 끝에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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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특별함과 평범함 24.08.20 13 0 11쪽
24 차원상인이 된다는 것은 24.08.19 15 0 14쪽
23 아비드 상회 24.08.18 15 0 13쪽
22 긴 여정의 끝 24.08.16 17 0 13쪽
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4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5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 첫 번째 거래 24.08.02 29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7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8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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