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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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작품등록일 :
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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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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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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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이 할 수 있는 것.

DUMMY


10.


인간이란, 간악하다.

간사하고 악독하며, 수많은 꿍꿍이를 지니고 살아간다.


엘프를 비롯한 이종족들은, 인간을 비열한 족속이라 칭한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왜 인간은 간악한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약하니까.

다른 이종족과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끔직하게 나약하니까.


드래곤은 영겁에 가까운 삶을 산다.

엘프와 드워프의 수명은 인간보다 월등히 길며,

몬스터들은 대부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찰나에 가까운 삶을 살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기에, 인간은 그 찰나에 가까운 기간동안 수많은 것들을 이루려 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죽음에 이르기에, 극한까지 본연의 힘을 단련한다.


가장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오러를 쓰는 기사가 고작 이런 곳에 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죽는다.

너무나도 쉽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죽으리라 상상조차 못한 상대에게,


“난 전부 죽일 생각 없었다. 최소한 몇 명 정도는 살려 보내려고 했어.”


콰아앙!


은퇴한 기사의 검 끝에서, 무지막지한 오러가 창관의 바닥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과연 기사의 오러.

직통으로 맞았다면 아비드의 몸이 산산조각 났으리라.


“... 회귀자 나으리, 이딴 곳에 쓸줄은 몰랐겠지만 여튼 감사하군.”


아비드는 기사의 오러를 피해낸 뒤, 창관의 중심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그리고...

쨍그랑-!

마지막 순간이동석을 깬 채,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으읍... 뭐야, 마법사?”

“잠깐, 저건 뭐지?”

“멀리가진 못했을 것이다 빨리 쫓......”


은퇴한 기사는 외침을 끝맺지 못했다.

......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한 녹색의 연기가 흘러나왔고,

창관 안의 사람들은 목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그리곤,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


‘크윽... 독이 좀 묻었나보네.’


아비드는 속으로 작게 신음했다.


원래 그 물건은 거기서 쓸만한 물건은 아니였다.


단지 스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그야말로 극독(劇毒).


성공적으로 회귀한 회귀자가 처음으로 건넨 아티팩트였다.


‘해독제를 미리 먹지 않았으면 큰일날뻔 했어...’


미리 해독제를 먹어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비드도 꼼짝없이 그 창관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청색 마탑으로 가야 해.’


퀘스트가 보여준 제한 시간은 30일.

퀘스트를 받은 그날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났으므로, 남은 시간은 이제 3주일 뿐이다.


카르지예나를 경유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아비드를 죽이려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죽인 죄책감이 없지는 않았다.


‘거기서 얻을 게 있었는데...’


원래 그 곳은 창관이 아니였다.

분명 삼년 전까지만 해도 로즈레일 상회가 관리하는 여관이였는데.


뭐가 어떻게 된건지는 나중에 디아나에게 물어봐야 할 듯 싶었다.


‘그럼 서쪽으로 돌아서....’


“저기, 소년?”


그 때였다.

숲 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목소리는 꽤나 듣기 좋은 중저음의 미성이였다.


“칼은 집어넣어도 된다네. 난 도적이 아니니까. 단지, 카르지예나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만 알려주면 되네.”


덥수룩한 머리를 한 중년 남성.

거의 가려진 그의 동공에선, 알게모르게 별이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 그저 비렁뱅이에게서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일까?


“카르지예나... 북쪽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 북쪽. 그렇구만, 고맙네 소년.”


기이한 남성은 그렇게 떠났다.

아비드에게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남긴 채로.

유유히, 북쪽을 향해서.


‘... 뭐지, 이 느낌은...?’


알 수 없었다.


***


일주일 후.


멀고 먼 길을 돌아서, 아비드는 드디어 청색 마탑이 있는 레제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도공학의 도시, 레제논.

사실상 공화국과는 분리된 별개의 도시로, 이 곳의 사람들은 바깥보다 진보된 문명을 누리고 있었다.


쿠로하 제국의 수도 이터넬폴리스.

언노멀 왕국의 항구도시 델 포르투스.

그리고 마도공학의 도시 레제논.


“하... 또요? 또 안된다구요?”


제국의 수도와 위상을 나란히 한 아라혼 대륙 3대 도시 중 하나인 레제논에서,


나는 또 퇴짜를 맞고 말았다.


젠장할.

어째 가는 곳마다 날 반기는 곳이 없다.

가만히 수도에나 쳐박혀 있었어야 했나?


“예, 당분간은 출입자를 통제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아니, 대체 왜요? 뭐가 문제라 도시도 안들여보내주는데? 내가 마탑 들어간대? 도시 구경 좀 해보자고!”

“어쨌든 안 됩니다. 정 갈곳 없으시면 언노멀 왕국 건국제나 가시든가.”

“지금 가면 건국제 끝나있어요!”


나는 잠시 후퇴해 방법을 강구해보기로 했다.


회귀자의 아티팩트를 쓸까?

아니, 아직 새로 들어온 아티팩트는 없다.

지금까지 받은 것들도 지금 상황에 필요한 것들은 아니였고.


그럼 기각. 다음 수는?

몰래 잠입한다?

아니, 이건 불가능하다.


마도공학의 도시다.

겨우 침입자 대비조차 안 해놨을까.

청색 마탑의 대마법사란 놈이 도시 전 구역에 ‘눈’을 설치해 놓은건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


‘상회의 마차가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그랬으면 아마 푸르카르 공화국의 국경을 넘을 때에도 마차를 타고 편하게 올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이다.

디아나 레어로즈.

청색 마탑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그녀와 그 상단이면 출입이 가능할 터.


하지만 지금 그녀가 로즈레일 상회 본회에 있다면 시간이 촉박하다.

여기서 본회가 있는 수도까지의 거리는 약 사흘 정도.

즉, 왕복으로는 6일.


‘그러면 퀘스트 시간이 일주일밖에 안남잖아...’


이미 여기까지 오면서 일주일을 까먹었다.

남은 제한 시간은 14일.

게다가 디아나까지 데리고 오면 8일이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제안을 거절한다면?

시간만 날리고 방법도 못 찾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물론 디아나 성격을 봐서 딱히 거절할 것 같진 않지만...


그녀 말고 다른 변수들도 고민해야 했다.


이를테면 상회주라거나.

그 사람도 청색 마탑의 흉계와 관련이 있을 게 뻔하니.

그런 사람이 작정하고 막으려들면 어쩔 수 없었다.


‘하... 진짜 어떻게 해야...’


퀘스트 실패의 대가는 상인 연합의 피해, 그리고 마석 대공황이다.

게다가 ???라고 된, 미지의 대가도 있었고.


상인 연합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없다.

진짜 저런 집단이 있는지는 불명이지만, 있다면 상회끼리 체결한 비밀 결사일 확률이 높겠지.


상회는 무수히 많다.

그저 상인이 3명 이상 모여 다니면 그게 상회다.

딱히 상회 결성에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식 상회가 아니여도 상회로 취급받기도 했다.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고 해도 며칠인데.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하려고 하면 몇주, 길게는 몇 달도 걸린다.


교통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상인들을, 상회들을 필요케 했다.


어느 곳은 세금을 많이 부과하며, 어느 곳은 도적이 득실득실하다.

그에 맞춰 상회도 상회마다의 개성이 있다.


용병단과 친분이 높은 상회.

드물긴 하지만 용병 고용 대신 상인들 개개인에게 검술 교육을 시키는 상회도 있다.


맞다. 헨케일 상회 이야기다.

뭐 상회 얘기는 이쯤 해두고.


그런 상회들이 모인 상인 연합이 피해를 입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상회 출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뭘, 해야하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도무지 뭘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충분히 훈련했다고 생각했다.

상인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퀘스트 쯤은 쉽게 완료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걸까.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던걸까.

이론 공부만 잔뜩 한건 디아나가 아니고 나였던 걸까.


[아비드 님, 뭐해요!]

[아비드 님이 가장 잘하는 게 있잖아요!]


이 목소리는...

...... 그나저나, 가장 잘하는거?

내가 뭘 제일 잘했더라?


[아비드 님은 남들에게 없는 걸 가지고 계시잖아요!]


남들에게 없는 것.

나만 가지고 있는, 나만의 것.

그건......

눈?


[그래요! 절망하지 마세요! 이제 시작일 뿐이잖아요!]

[전 주인께서 최고의 상인이 되고도 얻지 못해 한탄했던게 바로, 그 눈이에요!]


그래, 눈이 있었지.

나에게는 ‘눈’이 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무도 가지지 못한.

모든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다시금 레제논 주변으로 향했다.


***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레제논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들어가지 않는다.

청색 마탑에 한번이라도 들어가면 뭐라고 알 수는 있겠지만.


그 보다는 주변을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터였다.


마석을 단순히 파는게 아니라, 무언가 흉계가 있다면.

그래서 마석을 개조하거나 한다면.


무언가 그 흔적이 반드시 남을 것이다.

당연히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 눈에만 보이는 흔적이겠지만.


난 청색 마탑 근처에 있는 레제논의 성벽으로 향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눈’에 의해 감시당하겠지만, 이 곳은 ‘눈’의 감시 영역이 아니다.


난 그곳을 샅샅이 조사하던 중, 드디어 하천에서 색(色)을 발견했다.


짙은 보라색.

이 하천에 무언가를 방류한걸까?

보통의 자연에는 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기가 있는 숲이라거나, 이지가 있는 바다라면 다르지만. 보통은.


그렇지만 여기에 색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곳에 저 색의 의념을 가진 누군가가 방금까지 머물렀거나...


시전자의 의념이 가득 담긴, 마법이나 사물이 이 공간에 강하게 깃든 것.


‘하필이면 짙은 보라색.’


보라색은 색욕과 거짓. 그리고 불순한 의도를 상징하는 색.


자연이 색욕을 느낄리 있는가?

그러니 색욕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거짓, 또는 불순한 의도.


사실 불순한 의도라는 것의 정의가 너무 넓은 탓에, 단순히 보라색만 보고는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단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하지만 ‘짙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다르다.

불순한 의도나 거짓이 강할 때.

그 색에 원래 깃든 의미보다 그 강도가 현저하게 강할 때.


짙은 색이 나타난다.


전에 에밀리아에게서 본 두 색채처럼.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 곳 한군데만 보라색이 있는것도 아니였다.

점점 갈수록 옅어지고 있었지만, 보라색은 분명 하천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비드의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것은...


《힌트 3을 공개합니다.》

《힌트 3 : 레제논 외곽의 하천은, ‘흉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때마침 나타난 반지의 알림창이였다.


‘나이스!’


드디어 제대로 된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렇게 아비드는 조용히 몸을 숙인 채로, 하천을 따라 레제논에서 멀찍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기필코, 흉계를 밝혀낼 생각이였다.


《보상 : 신비 상인의 로브》


신비 상인의 로브를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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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4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5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8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6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8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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