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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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작품등록일 :
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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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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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함

DUMMY


9.


“... 빵 감사합니다. 저 사람들은 신경쓰지 마세요.”


나는 여관 주인에게 은화를 건네며 말했다.


“요즘들어 저런 사람들이 왜이리 많아졌는지 모르겠네요. 텍타킨에서 이 정도면 다른 도시는 벌써...”


벌써 칼부림이라도 났겠지.

그나마 치안이 좋은 동네니까 이 정도다.


도시의 주인인 백작이 워낙에 법을 중시하는 성격인 탓도 있었고.


“뭔가 이변이 있긴 한 모양이네요.”

“... 근데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제도에서. 공화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도요? 그럼 모를 수도 있겠네. 저런 사람들이랑 관련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요즘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건 사실이긴 합니다.”


이상한 소문?


“북부 전선에서 활동중인 변경백(邊境伯)이 가신들과 그 휘하 기사들을 대폭 정리했다더군요.”


북부 전선.

혹독한 추위와 함께, 참혹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


먼 대륙에서 아라혼으로 건너온 야만인들.

오래 전부터 북부에 자리를 잡은 토종 몬스터 세력.

그리고 그런 그들을 물밑으로 지원하며 제국의 아성을 위협하는 합중제국까지.


제국이 건국된 이래, 대전쟁이 종식되고 나서도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북부였다.


“북부 전선의 병력들을 정리했다고요?”


그런 북부에서 병력을 정리하다니.


“예, 듣기로는 무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자들은 전부 내쳤다고 하더군요.”


대체 왜 그딴 짓을 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닌 이 시점에.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한 병력을 대규모로 정리해버린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꿍꿍이라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 ‘힌트 2’를 공개합니다.》

《힌트 2 : 변경백의 갑작스러운 심리 변화는 ‘청색 마탑의 흉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변경백은 고집스럽기로 유명하다.

듣기로는 황제 말까지 거역했다가 모가지가 날아가버릴뻔 한 적도 있을 정도로.


그런 변경백을 설득한 방법은 하나였다.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주겠다는 약조.


청색 마탑의 의도는 뭘까.

북부 전선의 전력을 줄이는게 그들에게 무슨 이득이 되지?


단순히 혼란을 원하기라고 하는 걸까.

단순히 북부 전선이 뚫린다고 제국이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피해는 극심하겠지만.


“그런 소문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저 사람들 정리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좋은 정보를 얻었다.

청색 마탑의 흉계, 정말 실현된다면 마석 대공황 따위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비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관을 나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그도 모르는 새에, 누구와 역였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로.


“에드워드, 저 사람... 누군지 조사 좀 해봐요.”


1층으로 향하는 여관 계단에서, 녹색 머리칼이 인상적인 매혹적인 여귀족이 싱긋 웃었다.


***


다시 현재-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는 아닌가.


하여튼 원래의 시점.


순간이동석으로 프릴 숲을 벗어난 일행이 도착한 곳은, 아비드가 맨 처음 설정해놓은 좌표.


공화국의 국경 근처였다.


“여러분들은 돌아가서 의뢰에 실패했다고 보고를 올리십시오.”

“예? 같이 안 가십니까?”


어느새 파티원들은 아비드를 극존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 공화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근데 상인님 께서도 안 가시면 저희가 보고를 어떻게...”

“전 먼저 헨케일 상회로 돌아갔다고 해주십시오. 오늘 절 도와주신 대가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상회에다 이름 정도만 남겨놔 주십시오. 제 이름 대면 될겁니다.”

“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파티원들이 허겁지겁 제국을 향해 복귀하고, 아비드는 혼자 그곳에 남았다.


“태산의 주인...... 아직 거기 있으려나?”


그는 가만히 서서 잠시 무언가를 주시했다.

먼 곳에 있는 거대한 산.

프릴 산을.

정확히는 그곳에 있을 무언가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불분명했다.

분명 태산의 주인을 언젠가 만나긴 해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어쩔 수 없지.”


고심 끝에 아비드는 결정했다.


쨍그랑-!

태산의 주인에게 향하기로 말이다.


.

.

.


순간이동석을 사용한 아비드는 다시금 파티가 머물던 숲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끔찍하게 찢겨진 듯한 시체가 한 구 있었다.

도무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져버린 인간의 시체였다.


누구의 시체인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것이다.


“... 태산의 주인이여, 이리로 와 전언을 받으라.”


운은 띄웠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 뿐이다.

태산의 주인이 오만한 전달자를 단숨에 반으로 가르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말이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멀리 걷혀 드러나지 않던 위압감이 다시금 아비드를 향했다.


아비드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육중한 크기의 괴수.


괴수가 가진 두 개의 머리 중에서 첫 번째 것이, 기괴하게 비틀린 채로 아비드와 눈높이를 맞췄다.


“검제, 아더리안 이네리아의 수제자이자 연월(煙月)의 첫 번째 직전제자.”

“연월, 그렇군, 연월인가. 나에게, 무엇을, 전하러 왔지?”


태산의 주인, 트윈 헤드 오우거의 말투는 어눌했다.

하지만 그만큼 발음은 정확했다.

인간들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모양이였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스승님께선 그저 이 물건을, 당신께 전하라 하셨습니다.”

“공손해졌군, 건방진 자.”

“방금까지는 스승님의 말투였으니까요.”


아비드는 품 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들었다.

언제나 그의 아공간 속에 고이 모시고 있던, 단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밀서(密書)였다.


“... 흐음, 그런가. 확실히, 재미는 있겠군.”


두루마리가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내용이 태산의 주인의 흥미를 이끌 정도로 엄청난 내용이라고 짐작만 할 뿐.


“전령이여, 네 스승에게, 전하도록. 네 뜻은, 잘 알았으니, 때가 되면, 찾아가겠다.”


태산의 주인은 밀서를 품에 챙긴 뒤, 널부러진 시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참, 그 시체는, 네 마음대로, 하도록. 원한다면, 가져도, 좋다.”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태산의 주인에게 신도란, 그저 자신을 위해 쓰이고 가치를 다하면 죽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였다.


“화려한 명성치곤 조촐하게 갔군. 대지의 거인.”


아비드는 한때 적이였던 자의 산산조각 난 시체를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아무도 빌어주지 않을테니 나라도 빌어주지. 명복을 빌어, 그곳에선 사람 죽이지 말고.”


동정심은 아니였다.

연민은 더더욱 아니였다.


이번에는 실패했다지만, 대지의 거인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여왔을테니까.


단지...


도리일 뿐이였다.

같은 인간으로써, 같은 인간이기에 할 뿐인.


최소한의 도리.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였다.


빌어먹을.

시체를 보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언제나 그랬듯이.

이 빌어먹을 세계는 단지 피를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였다.


***


푸르카르 공화국.

북부 도시 ‘카르지예나’.


푸르카르 공화국은 지도자를 국민의 투표로 선출했다.

물론 그것이 허울뿐인 짓이라는 것은 공화국의 국민들은 물론 외국의 사람들도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들러서 그런가. 여기도 많이 바뀌긴 했네.”


불멸의 재상이라 불리는 공화국의 지배자, 안데카르 겔트만.


“꺄아악-! 누가, 누가 좀 말려주세요...!”


그의 지배 아래, 공화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시발년이,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시발 뭐라고 했냐고!!”


쨍그랑.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 아마 술병이나 유리창이겠지.

콰앙!

이번에는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

비명 소리와 취객의 고함소리.

때를 노리고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과 사기꾼에 양아치 용병들까지.


말 그대로 개판이 따로 없었다.

이게 암흑가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나는 목도 축일겸 대충 아무 주점에나 들어가 술을 주문했다.


자리는 눈에 띄지 않으려 구석에 위치한 곳에 앉았고.


‘근데 뭐야 여기. 창관이야 혹시?’


근데 어째 음료를 서빙하는 여자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하필이면 들어와도 창관을 들어온 모양이다.

맥주를 이미 주문해서 나갈 수도 없고.


아무리 도시가 개판이여도 도시 한복판에 창관?

이건 말도 안된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먹은 건가.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한 창관이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런 분위기도 전혀 아닐뿐더러, 애초에 공화국엔 귀족도 없다.


‘총독’이라고 귀족 행세하는 새끼들이 있기야 하지만.


“잘생긴 오빠, 맥주 나왔어요! 이거 드시고 후식으로는......”

“돈 없어요.”

“에이, 그럴 리가. 오빠 목에 그거. 헨케일 상회 문양 아냐?”


내게 맥주를 가져다준건 붉은 머리의 창녀였다.


“... 이런, 맥주고 나발이고 뛰쳐나갔어야 하나.”

“오빠, 이런 데서 그런거 뽐내고 다니면 안돼. 공화국은 처음이지?”


아니, 붉은 머리의 습격자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주점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검을 들고 나를 쳐다봤다.


“...... 감당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에이, 그런건 우리가 정하는거야 오빠.”


말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쪽은 오히려 내쪽이였다.


카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날린 검이 내 검과 부딪혔다.


‘젠장할... 너무 많잖아.’


스승님의 무공은 이 곳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간이 협소하고, 상대해야 하는 적이 너무 많으며, 결정적으로 모두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소려신공은 본래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무공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지가 있는 적들 수십을 도륙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아직 내가 공법을 대성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서걱-!

슥.


베어내고 또 베어낸다.

하지만 적은 계속해서 증식했다.

한 놈을 베면 두 놈이 달려들고, 두 놈을 베면 뒤에서 검이 쑥 하고 나타난다.


개중에는 용병도, 모험가도, 꽤나 검을 쓰는 놈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언젠가 체력이 바닥날 것이다.

그럼 결국 내 목숨은 눈먼 칼에 의해 빼앗기고 말겠지.


슬슬 지쳐가고 있던 그 때.

창관의 2층에서,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 거기까지. 지금부턴 내가 상대한다.”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은 거대한 체구의 중년인.

목소리에 힘이 담겨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은퇴한 기사인 모양이였다.


“네 놈, 검을 좀 쓰는 모양이군. 이름이 뭐지?”

“... 곧 죽을 놈에게, 이름을 알려준들 무슨 소용이지? 어차피 기억도 하지 못할텐데.”

“허허, 당돌한 꼬마로군. 반갑구나.”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검집에 담겨있던 검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꼬마야. 이 빌어먹을 세상은... 당돌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그 순간, 아비드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언가,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죄다 죽었거든. 너처럼, 당돌한 새끼들. 전부 다.”


푸르른 오오라가, 사내의 검 끝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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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동업자 계약 24.08.09 15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6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8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0 0 11쪽
»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8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6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3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5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69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7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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