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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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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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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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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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 계약

DUMMY


15.


은하수가 수놓아진 아름다운 별하늘이 보이는 공동.

그 곳은 매우 신비롭고 영험한 공간이였다.


“이... 이곳은...? 다, 단장이 날 죽인건가?”


분명 마지막 순간 케스퍼의 허리를 베는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녀가 깨어난 곳은 별이 보이는 시꺼먼 공간이였다.


케스퍼가 동귀어진이라도 한 걸까.


“아, 생각보단 빨리 일어나셨네요?”


그 공동에 그녀만 있는 것은 아니였던 모양이었다.

광할한 저 복도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비드...?”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보고만 있어도 살이 저절로 떨리는 전투였습니다.”


아비드 헨케일.

도무지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그 남자였다.


“다, 단장은... 어떻게 된겁니까? 여기는 또 어디고요?”

“마르엘 케스퍼는 레이나 님께 적풍의 기사의 이명을 물려주고 전사했습니다.”


레이나는 허탈한 듯 웃었다.


“역시... 그랬군요. 도대체 제가 뭐가 이쁘다고 그런 이명까지...”


아무래도 마음이 복잡할 레이나를 위해, 아비드는 잠시 자리를 피해있기로 했다.


“여기선 얼마의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이겨내십시오. 이겨내지 못한다면, 케스퍼의 죽음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입니다.”

“......”


레이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곳이 어디인지도 묻지 않고, 그저 주저앉아 울었다.


지금 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의 긍지도, 기사의 신념도, 기사의 서약도.

그녀, 레이나 프로스토는 지금 그저 인간이였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뿐인 평범한 인간.

나약하고 또 나약했던 그 시절의,

모두에게서 버려졌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


- 사악한 마녀를 죽여라!


그녀는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같만 같았다.


[아비드 님...? 저 분, 괜찮으신겁니까?]


“괜찮을거야. 보기보단 강한 사람이거든.”


[그런가요. 그런데 저렇게 막 데리고 오셔도 괜찮으십니까?]


“왜? 데리고 오면 문제라도 생겨?”


[아뇨 뭐 그런건 아니지만... 저 분이 막 이런거 소문이라도 내면 어쩌시려고요?]


“글쎄, 딱히 그런 성격 같지는 않은데. 그나저나 사샤 나 궁금한게 있는데.”


[궁금한거요? 뭔데요!?]


“그 때 그 목소리, 내가 어떻게 들은거야?”


[목소리요?]


“응. 나 레제논 못들어가서 절망하고 있을 때 네가 조언해줬잖아.”


[아... 그거 제 목소리 맞아요! 아직은 동화율이 낮아서 그 정도지만, 아비드 님이 동화율만 더 올리시면 아예 저랑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요!]


“오 진짜로? 너 그럼 여기서 내가 있는 세계도 볼 수 있는거야?”


[네! 제가 실시간으로 다 보고 있어요! 눈치채진 못하셨겠지만, 그 때 조언해드린거 말고도 제가 알게 모르게 도움도 드리고 있답니다?]


“그럼 동화율 더 올리면, 아예 널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려나?”


[소환이요? 네 가능해요! 안 그래도 여기만 있자니 답답했는데... 나중에 꼭 구경시켜 주시는거에요?]


사샤는 아비드에 말에 활짝 웃었다.

무해하고 순수한,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웃음이였다.


그런 웃음을 보고 있다니, 아비드는 문득 궁금해졌다.


“사샤. 그럼 넌 대체 얼마나 오래... 여기에 있었던 거야?”


얼마나 오래, 이 아이는 이 공간에 있었을까?


[저는......]


사샤는 처음으로 아비드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아비드는 직감으로 사샤에게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구태여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어차피 나중이 되면 그게 무엇이든 알게 될테니.


“죄송할건 없고, 지금 회귀자 뭐 하고 있는지...”

“회귀자? 누가 회귀했어요?”


레이나는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비드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빨리, 상처를 떨쳐낸 모양이였다.


“꽤나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이 빠르시군요.”

“그럼요. 제가 원래 좀 급한 성격이라. 흠...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설명을 좀 해주셔야겠는데.”

“뭘요?”

“... 진짜 몰라서 묻는거에요? 여기, 대체 뭐하는 데에요? 아니 그 전에, 대체 당신 뭐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아무래도, 이번에는 숨기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


몇분 후.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의 레이나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곳은 어디인지.


물론 아비게일 스펙터나 타 차원의 거래자들에 대한 정보같은 것들은 일부 감추긴 했지만.


“시, 신비 상인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엄청난, 엄청난 능력이네요...? 그럼 혹시 아비드의 고향도 이 세계가 아닌...”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이 다 쿠로하 제국에 계시거든요.”

“앗, 그건 그렇네요!”


사실 레이나에게 내가 차원 상인이라는 사실을 알린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2명까지 동업자로 지정이 가능하다고 했지.’


《바쁘디 바쁜 차원 상인을 위한 시스템!》

《이제부터 ‘동업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동화율이 2단계로 상승하고 나서 추가된 여러 가지 시스템 중 하나였다.


원래는 좀 더 지켜보다가 적합한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동업자는 현 단계에서 ‘2명’까지 지정이 가능합니다.》


《본 차원이 아닌 곳의 인물로도 지정이 가능하나, 차원 간 시간 편차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레이나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위한 마지막 옵션이 있었다.


《단, 동업자로 지정된 이의 동업자 자격을 박탈할 시, 반지의 주인과 반지에 대한 기억이 영구히 사라집니다.》


그럼 동업자 지정 해제를 했다가 다시 지정하면 기억이 돌아오는 건지 아닌지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딱히 없을 것 같았기에 별로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근데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거에요?”


레이나는 사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마르엘 케스퍼가 화염 결계를 굳이 두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적’이 한명 더 있더군요.”


내가 말하는 적은 케스퍼가 결계를 치기 전부터 주시하던 ‘누군가’였다.


아마 에스피린이 보낸 암살자였겠지.

무슨 마법을 쓸지도 모르는 마법사와의 전투라...

하마터면 레이나는 적풍의 기사가 되자마자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적. 그런가요... 왜 끝까지...”


그래 끝까지.

마르엘 케스퍼는 우리 둘을 전혀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살릴 생각이였겠지.


그래서 레이나의 마음은 더 복잡한 듯했다.

나로써는 상상도 하지 못할 감정을 느끼고 있겠지.


“레이나 씨. 좀 뜬금없는 거 같아서 죄송한데... 돌아가면 무얼 하실 계획이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또다시 생각에 잠기려는 레이나에게 물었다.


시간이 충분하다고 하긴 했다만...

이대로면 도저히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돌아가면... 그러게요. 은둔 생활이라도 해야 하려나요.”

“케스퍼 단장이 당신을 위한 길을 열어놓았을텐데도, 은둔 생활을 하시겠다고요?”


레이나의 대답은 예상 밖이였다.

당연히 적풍의 기사를 정식으로 계승해 나이카르 기사단의 단장이 된다고 할줄 알았는데.


케스퍼가 의도한 결말도 아마 그 길일테고.


“물론 그렇겠죠. 단장은 치밀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제가 단장이 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에요. 단장이 제게 뭘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하지만 레이나는 이미 굳은 결심을 한 모양이였다.


“살인은 중범죄입니다. 그것도 그렇게 요란스러운 살인은요. 이대로 도망친다면 레이나 씨는 공정한 비무 끝에 기사단장 자리를 차지한 영예로운 기사가 아니라 살인자가 될 뿐이에요.”

“... 각오하고 있습니다. 전 살인자가 될 생각이에요.”


살인자라.

단순히 하는 말은 아니였다.

살인자가 ‘되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사람을 죽일 예정이라는 뜻이니까.


“파르작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사람 죽이는 방법은 걔들이 제일 잘 알고 있거든요.”


암흑도시 파르작.

거대한 던전으로 인해 황폐화된 옛 도시 위에 세워진 대륙 최대의 암흑가.


그 자체로 사실상의 군벌이자, 웬만한 독립국이나 자유시와도 맞먹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누구를... 죽이고 싶으십니까?”

“재상. 단장은 실패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단장이 기사였기 때문이에요.”

“......”


‘재상’ 안데카르.

푸르카르 공화국의 지도자.

그리고, 청색 마탑주의 뒤에 있는 자.


“이 공화국에는 혁명이 필요해요. 그리고 재상의 암살은, 그 혁명의 시발점으로는 충분한 이벤트가 되겠죠.”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레이나는 그 재상을 죽일 생각이였다.

그것도 자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놀랍네요. 그 짧은 새에 그런 결심을 하시다니.”


진심이였다.

아니, 애초에 난 진심이 아닌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러니 이따위 서술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레이나 씨, 나랑 거래 하나 할래요?”

“갑자기요?”

“아마 정보가 필요할 거에요. 무턱대고 파르작으로 향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레이나 씨를 도와줄 조력자도 필요하겠죠.”

“... 아비드가 도와주는거 아니였어요?”


레이나는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이였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 계획도 다 말해줬는데, 이제와서 배신을 한다고?

아마 지금 그녀의 속마음을 요약하면 이 정도려나.


물론 나도 도와주기 싫은건 아니지만, 지금 레이나를 도와주기엔 내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도와드리곤 싶다만... 보시다시피 제가 좀 할 일이 많아서요. 그래서, 거래는 어떻게 할거에요?”

“할게요 거래.”


빙고.


레이나는 내 예상대로 거래를 받아들였다.

난 그녀가 말을 바꿀셰라, 빛보다 빠르게 그녀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물론 이번에도 종이로 된 계약서는 아니였다.


《동업자 계약서》

- 반지의 주인(이하 ‘상인’)과 동업자는 아래의 조건에 따른 ‘동업자 계약’을 체결한다.


“이... 이거 지금 어떻게 보이는 거에요?”

“제가 가진 능력입니다.”


1. 동업자는 상인이 가진 ‘반지’의 일부 권한을 양도받는다.(단, 보따리 출입에 한정한다.)


“보따리라면...?”

“지금 계신 이 공간입니다.”


2. 상인과 동업자는 상호 간에 그 어떠한 방식의 ‘위해’도 가할 수 없다.(단, 상호 합의 하에 진행되는 비무나 결투 등은 예외로 한다.)


“저 그럼 아비드는 못 죽이는 건가요...”

“왜 아쉬워하는 거죠?”


3. 상인과 동업자는 차원계 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지분을 설정하여 공정하게 분배하여야 한다.(단, 지분은 합의 하에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단, 분배가 불가능한 유형 수익에 관한 내용은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시, 아티팩트 등.))


“8대2가 적절하겠군요.”

“... 7대3.”

“알겠습니다.”


4. 동업자는 상인의 상업 활동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상인의 모든 ‘차원 여정’에 강제적으로 동참해야한다.(단, 상인이 동행 거부를 요청할 시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


“이건 뭐...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제가 잘 보고 안바쁘시면 부르겠습니다.”


5. 상인은 동업자가 동업자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거나, 동업자가 더 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경우 동업자의 자격을 ‘박탈’할 권리를 가진다.(단, 여기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란 죽음이나 중상을 가리킨다.)


“이건 걱정 없겠네요!”

“왜죠.”

“전 죽을 일이 없잖아요.”

“그렇군요.”


6. 동업자의 자격이 박탈될 시, 동업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는다. (단, 여기서 지금까지의 기억이란 ‘상인’과 ‘차원계’에 관한 모든 기억을 일컫는다.)


“...... 이건 좀, 무섭네요.”

“상관 없을겁니다. 레이나 씨는 죽을 일이 없을테니까요.”

“따라하지 마세요.”

“예.”


......


그 외에도 발설 금지 조항이나 자잘한 의무 조항 등이 있었다.


레이나는 조항들을 천천히 모두 읽어본 후, 마침내 맨 뒷 페이지를 펼쳤다.


- 반지의 주인(상인) : 아비드 헨케일.

- 동업자 : 레이나 프로스토.

- 계약 체결일 : 불명(차원상인의 보따리 내, 시간 왜곡 적용 중)


- 계약을 체결하시려면 동업자 성명란에 표시된 ‘이름’을 눌러주십시오.


“아비드 헨케일. 저흰 이제......”

“네, 한 배를 탄거죠. 잘 부탁드립니다. 레이나 선장님.”


레이나는 내 말에 살짝 웃으며 떠오른 메시지를 꾹 눌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이나 프로스토’가 당신의 첫 번째 동업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마주잡고 악수했다.


이제는 다시 나아가야 할 시간이였다.


《당신의 상업에 꽃길만이 가득하기를.》


“보따리 해제.”


《차원상인의 보따리를 해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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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비드 상회 24.08.18 15 0 13쪽
22 긴 여정의 끝 24.08.16 18 0 13쪽
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4 0 11쪽
» 동업자 계약 24.08.09 16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2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9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7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8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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