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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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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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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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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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녀 (2)

DUMMY


16.


위험한 기운이 한껏 뒤덮은 곳-

청색 마탑주 에스피린의 집무실.


“... 레이나 프로스토와 아비드 헨케일이 적풍의 기사를 죽이고 도주했습니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 공간을 떠났던 자칼은, 허탈한 표정으로 마탑주에게 보고를 올렸다.


“적풍의 기사의 결계 때문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은...”

“공화국의 반응은?”

“공화국에선 소식을 접하자마자 재상이 직접 조사단을 파견했습니다.”

“그래, 조사단. 조사를 한다는 말이지?”


에스피린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이 웃었다.


“자칼,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요?”


웃음을 멎고는 싸늘하게 식은 에스피린의 목소리.

자칼은 알고 있었다.

곧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할지.


하지만 대항할 방법은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뿐.


“성주님 그건......”

“난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물선을 옆에 두지 않아요. 사람은 더더욱.”


쿠르릉-!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일렁인다.

그리고 곧, 빽빽하게 모여 집무실 전체를 가득 채운다.


그저 그러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공간을 완전히 장악해버린 것이였다.


“크읍... 크으윽...!”


자칼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두 번째 실패는 용납하지 않아요.”

“살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제 더 이상 마나는 눈으로 볼 수 없지 않았다.


에스피린이 간단히 손짓하자, 자칼 주위의 마나는 한 지점으로 뭉쳐 수많은 ‘형상’으로 빚어졌다.


그 무엇보다 뾰족한 창의 형상.


무수히 많은 마나 스피어가, 어느새 자칼을 사방을 촘촘히 둘러싸고 있었다.


“말했잖아요. 살아남고 싶다면 증명하세요. 당신의 쓸모를.”


에스피린은 그렇게 말하며 발산하던 모든 마나를 거둬들였다.


“그럼, 이제 나가봐요.”


***

얼마 후.

레제논 중부지역.


‘교류의 장’.


“... 꼭 이러고 가야해요?”


검은색 모포를 머리 끝까지 덮어쓴 누군가...

레이나 프로스토가 물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정문밖에 없는데...”


그녀의 옆에는 똑같이 모포를 뒤집어쓴 아비드가 있었다.


사실 모포라고는 했지만 옷가게 앞을 지나가다 발견한(?) 천쪼가리를 덮어쓴 것에 불과했기에 그들은 상당히 불편한 자세로 걷고 있었다.


“그건 알지만... 하...”


도저히 정상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색.

하지만 마법사들 중에는 괴짜가 상당히 많았기에, 레제논의 마법사들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로브를 뒤집어쓰든 모포를 뒤집어쓰든 그게 알 바인가.


오히려 그러지 않은 마법사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그나저나 자네, 그 얘기 들었는가?”

“무슨 얘기? 회색 마탑이랑 관련된 거면 그냥 하지 말아주게나.”

“아니 그런게 아니라, 마탑주님에 대한 이야기라네.”

“마탑주님의 이야기? 그 분의 눈이 이 도시 전역에 있다는걸 까먹은건가?”


아비드와 레이나를 스쳐지나간 마법사들의 대화였다.


‘이 도시 내에선 마탑주 욕도 마음대로 못하는... 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 아비드는 마법사들이 지나쳐간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 새에 어디를 간...’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았다.


“레이나, 지금 당장 도망쳐야...!”

“생각보단 눈치가 없네. 유능한 상인이 될 상이라고 해서 꽤나 공을 들이긴 했지만.”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


아비드 주변의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던 거대한 거울이 깨지는 소리였다.


“너는 분명 그 때...”


고서클 환상계(幻像系) 마법.

미러 오버랩(Mirror Overlap).


마법진을 그리기부터 캐스팅을 하기까지 반나절은 훌쩍 넘어야 한다는 그야말로 고위급 마법이였다.


범위 내의 모든 대상을 현실 세계를 모방한 ‘거울 세계’ 속에 가둬버리는 환상계 마법의 정수(精髓) 중 하나.


“청색 마탑주가 나를 죽이려는 이유는 뭐지?”

“이렇게 힘들게 만났는데, 첫 질문이 그거라고? 이건 좀 섭섭한데.”


깨어진 유리가 파편처럼 떠다니는 세계 위로, 날카로운 인상의 한 남자가 순식간에 뛰어들었다.


“원래 주문쟁이들은 한 군데씩 나사 빠진데가 있다잖아? 너희는 마탑주의 ‘그런 부분’을 건드린거야. 그래서, 죽는거고.”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소름끼치게 웃었다.


보는 사람조차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더러운 기분만 드는 비열한 웃음이였다.


“주문쟁이들이 왜 마법 연구에 그렇게 매진하는 지 알아? 재밌으니까? 그럴 리가.”


벗어날 수 없었다. 그 곳은 말 그대로 거울 속 세계. 사방을 둘러보아도, 여전히 똑같은 광경만이 있을 뿐이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들은 완전히 거울 세계 속에 갇혀버린 것이였다.


“자신의 연구 끝에 탄생한 마법이 제대로 작동되는 모습을 볼 때, 우리 주문쟁이들은 엄청난 희열을 느끼거든. 뒷골목의 마약이나 창녀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희열을...!”


아비드는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열심히 무어라 떠드는 사이 탈출구를 찾고자 노력했다.

깨진 유리를 건드려도 보고, 레이나와 함께 빈틈을 찾아보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탈출구는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죽어야만 하는 걸까.

아비드가 또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도 전에, 스태프를 손에 쥔 마법사는 영창을 끝마쳤다.


6서클 무(無) 속성 마법.

디스트로이어(Destroyer).


“당신들은 부활한 고대 마법의 첫 희생자가 되는거야. 크하하하하핫...!! 쓰레기들에게 이 어찌 영광스러운 죽음인가...!”


무어라 반응할 새도 없이.

시꺼먼 색의 마나는 거울 세계를 가득 매워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메울 ‘뻔’ 했다.


“어, 어라...?”


어딘가에서 날아온 무형의 마나가 시꺼먼 마나를 몰아내기 전까지는.


“고대 마법이라... 레헬 예인이 그런 유산도 남기고 간 모양이지?”

“다, 당신이... 여기를 어떻게...!”


서리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는 마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흰색의 로브를 입은 마녀.

백색의 피부와 완전히 대비되는 흑색의 동공을 가진 마녀.


“그런데 자칼. 너 이제 큰일 날 것 같다?”


백색 마탑주, 하얀 마녀였다.


“임무도 실패하고, 나한테 그런 중요한 카드까지 들켜버렸네?”


하얀 마녀는 그렇게 말하며 아직도 거울 속에 갇혀있는 아비드와 레이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맞다. 꺼내줄게요 여러분!”


딱!


그녀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순식간에 그들은 거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원래 내가 먼저 여러분들을 찾아갔어야 하는건데... 타이밍이 좀 어긋나버렸네.”

“하얀 마녀...! 성주님께서 너를 용서하지......”

“성주는 무슨. 그 성 무너진지가 언젠데.”


하얀 마녀가 마나를 일으켰다.

공간을 꽉 매울 정도로 정순하고 순도 높은 그녀만의 마나.


보통의 마법사들은 마나의 순도를 10%도 채 끌어올리지 못한다.

비물질계에만 존재하는 마나의 순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마력(魔力)이 필요하니까.


적당히 비유하자면 마법사들은 거대한 폭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엄청난 양의 물 중에서 그 일부만을, 그것조차 희석해서 사용하는 셈이였다.


그리고 그 희석된 물에 얼마나 자신만의 ‘속성’을 잘 주입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실력있는 마법사와 실력없는 마법사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얀 마녀는 달랐다. 그녀의 마나는 순도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소량의 물이 아니라 폭포수 그 자체를 무식하게 때려박는 느낌이랄까.


만약 모든 마법사가 마나의 순도를 마녀만큼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 지금쯤 전 대륙은 마법사들에 의해 점령당했을 것이다.


“아마 이게 덜 고통스러울거야. 에스피린한테 죽는 것보다는. 내가 너 배려해준거다?”


그녀가 일으킨 마나는 그대로 자칼에게 쳐박혔다.

어떠한 영창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손에 스태프가 있는 것도 아니였으며, 마법진을 그린 것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강했다.

그저 마나 자체가 가진 반발력으로도, 그녀는 고서클의 마법사를 죽일 수 있었다.


“참, 정식으로 인사해야지. 저번에 봤을때는 인사를 못해서. 반가워요. 백색 마탑주, 퀴릴라에요.”


백색 마탑주.

‘하얀 마녀’ 퀴릴라.


두 마법사의 전투를 지켜보던 두 남녀의 앞으로, 새하얀 서리가 흩날렸다.


***


“... 감사합니다 퀴릴라 님.”


그녀를 본 아비드가 가장 먼저 건넨 것은 감사 인사였다.


“어라? 감사 인사를 한다고 여기서? 마지막으로 저 말을 들었던게 언제였더라...?”


퀴릴라는 아비드의 말이 재밌었는지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감사인사가 웃기십니까?”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또 누구한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될거라고 상상도 못해서.”


‘좀 놀랐던 것 뿐이야’ 라고 덧붙인 퀴릴라는 돌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아, 맞다. 내가 다음에 만나면 마법 가르쳐주겠다고 했던거 기억 나?”

“저희가 만난 적이 있던......”

“그래? 기억 안나? 분명 너랑 레이나였는데?”


스륵. 아비드가 눈을 깜빡이자, 마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스태프를 든 병사로 뒤바뀌었다.


“이러면 기억이 나십니까?”


그래, 이제 기억이 났다.

레제논을 들어올 때 그들을 안내했던 경비병.

그가 바로 하얀 마녀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마법을 가르쳐주신다는 겁니까?”

“어떤 마법이긴. 기초지. 너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어느새 다시 마녀의 모습으로 돌아온 퀴릴라가 품 속에서 꺼낸 책 3권을 건넸다.


제목은 각각 <기초마법이론>, <실전마법>, 그리고 <하얀 마녀의 주요 속성 정리 노트(필독)(중요도 ***)>.


마지막 책은 진짜 제목이 저랬다.

필독과 중요도를 굳이 제목 옆에다 붙여놓을 필요가 있었던 걸까.


“읽어보면 앞으로도 도움이 꽤 될거야. 뭐 꼭 앞으로가 아니더라도... 에스피린의 계략을 막는다던가? 그런 일에도 쓸 수 있겠지.”

“예? 그게 무슨...”

“모르는 척 하기는.”


하얀 마녀의 정보력은 상상 초월이였다.

아니면 아비드의 얼굴에 전부 쓰여있기라도 했던걸까.


“제가 이걸 전부 배울 때쯤이면 그 자의 흉계는 이미...”

“그래, 아마 네가 ‘평범하게’ 이 책을 전부 마스터할 때쯤이면 에스피린의 흉계는 이미 진행이 된 상태겠지. 하지만 넌 평범하지 않잖아?”


하얀 마녀는 갑자기 멈추곤 싱긋 웃으며 아비드를 쳐다보았다.


“네가 정확히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녀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무(無)색의 의념만이 있을 뿐.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하얀 마녀는, 아비드를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왜 청색 마탑주의 계략을 막으려 하는지.


“그럼, 행운을 빌어. 다음에는 내가 정식으로 초대할게. 물론 네가 그 마법을 대성한다면 말이지만.”


그렇게 하얀 마녀는 아비드와 레이나를 도시 밖으로 내보내준 뒤 자취를 감췄다.


《서브 퀘스트 생성!》

《하얀 마녀의 공법을 대성하라!》


서브 퀘스트 하나와.

아비드의 머릿속에 커다란 궁금증 하나를 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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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폐관 24.08.11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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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동업자 계약 24.08.09 16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3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13 인간성 24.08.06 16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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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7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6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4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8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8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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