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상인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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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더
작품등록일 :
2024.07.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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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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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DUMMY


12.


“이 전염병,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에요.”


임시 구호소 내부.

구호소, 병동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환자로 보이는 이들은 죄다 철창 안에 갇혀있었다.


“병동이라기 보다는... 감옥에 가까워 보이네요?”

“전염성이 워낙 강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어요.”

“대표적인 증상이 뭐죠?”

“침식이요, 살짝 마계 쪽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전염병에 걸린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들 몸에 붉은 살점이 돋아나고 있어요.”


성녀는 아비드를 구호소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강한 두동과 복통을 호소하고, 이상하게도 마나를 이용한 치유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증상도 있어요.”


바깥의 것보다 훨씬 더 두꺼운 철문이 달린 격리실.

철문에는 밥을 배식하는 작은 틈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틈도 없이 촘촘히 메워져 있었다.


“이쪽에 계시는게 이제... 최초 감염자신데...”

“치료에 실패했나요?”

“제가 치료할 수 있는 종류의 질병이 아니에요. 빛의 신께서도 불가능하다 하셨고요...”


빛의 신을 등에 업은 성녀조차 치료할 수 없는 질병?

그런 질병이 존재할 수가 있는가?

가능성은 있다.


어둠의 신, 빛의 신과 극상성인 그 존재가 질병을 창조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질병이 아니거나.


“...... 질병이 아니라면요?”

“네?”


질병이란 곧, 감염이다.

질병에 걸린 숙주가 있다면, 그 숙주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반드시 있다.


빛의 신의 축복은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성스러운 빛이며, 그 빛은 모든 질병을 꿰뚫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비드는 추측했다.

빛의 신의 축복은 단순히 상처와 질병을 치료할 뿐.

‘마법’이 걸린 이는 치료할 수 없다.


언데드를 죽일 수는 있지만,

언데드를 되살릴 수는 없는 것처럼.

어쩌면...

질병이 아닌 ‘마법’이, 사람들에게 걸려있는 건 아닐까?


“최초 감염자를 직접 보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글쎄요. 최초 감염자께선 감염이 이미 너무 심하게 진행되서... 접견은 어려울 것 같아요,”

“괜찮아요. 마침 딱 맞는 아티팩트를 받았거든요.”

“아티팩트요?”


이쯤 되면 이 반지가 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지가 궁금했다.


아비드가 이한결의 차원계에 남겨놓은 ‘보따리’에선, 이한결이 전송하는 아티팩트들이 실시간으로 그의 아공간 속으로 들어왔다.


‘회귀한지 일주일도 안되지 않았나?’


시간 배율을 봤을 때.

그곳에서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았을 터.

그런데도 이한결은 여태까지 꽤 많은 아티팩트를 보내주었다.


‘이거 이름이... 해리X터의 투명망토?’


[저작권 때문에 그 X가 꼭 있어야 한대요!]


‘저작권은 또 뭐야.’


“무슨 아티팩트인데요?”

“... 해리X터의 투명망토요.”

“네? 누구의 투명망토라고요?”

“저도 몰라요?”

“에?”


아비드는 곧 아공간에서 투명망토를 꺼내 성녀와 함께 뒤집어썼다.


쿠르릉-!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그 속에 있던 끔찍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


같은 시각.

청색 마탑주의 접견실.


방금 전까지 원탁에서 진행되던 여섯 탑주의 회의가 종료되고, 그 곳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있었다.


“아직 안 가신 모양입니다. 백색 마탑주.”

“둘이 있을 땐 그냥 이름으로 불러요 에스피린.”

“예, 알겠습니다. ‘하얀 마녀’ 님.”

“정 없기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우아한 기풍의 미청년, 청색 마탑주 에스피린과,


‘하얀 마녀’라 불리우는 백색 마탑의 주인이였다.

그녀는 서리칼처럼 차가운 인상과 그와 정 반대인 푸근한 인상이 공존하는 특이한 존재였다.


“...... 당신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믿지 않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뭘 믿지 않는다는 걸까? 에스피린 님?”

“아까 전 회색 마탑주가 멀닌을 직접 본 사람들을 얘기할 때, 당신만은 끝까지 말하지 않더군요.”


청색 마탑주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저에게 신호라도 주는 양. 건방지게도 말입니다.”

“에이, 신호라고? 그럴 리가. 에스퍼가 나까지 말했으면 마탑주 중에 멀닌 본 사람이 절반도 넘잖아요. 그러면 안되죠. 괜히 남은 탑주들 소외감들잖아~”


멀닌을 직접 봤다는 사실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이상하게도 에스피린은 그 사실에 집착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뭐긴 뭐야. 경고지.”


짧다면 짧은 외마디.

하얀 마녀가 그 외마디를 내뱉자,

에스피린의 날선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던 그녀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뒤바뀌었다.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 웃음 따윈 없었다.

그저 마녀의 싸늘한 표정만이 남아있을 뿐.


“에스피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지금까지 널 봐줬던 건, 네가 나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지 몰라서가 아니야.”

“......”

“난 딱히 네가 뭘 하든 신경쓰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내 영역을 침범한다면...”

“그만.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그만 하시죠.”


에스피린은 신경질적으로 마녀의 말을 끊었다.

아까 회의에서 보였던 온화한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당신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에스피린의 말에 하얀 마녀는 웃었고, 그는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웃는 얼굴의 하얀 마녀는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아니, 듣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말이였다.


그래서 기억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 단 한순간도 남겨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기억을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

.

.


멀리, 저 멀리.

아무도 찾을 수 없을만큼 멀고도 먼.


......

어딘가에.


***


철문이 우악스럽게 개방되자, 그 속에 있던 괴물이 표효했다.


크와아아아아-!


처음에는 인간이였다.

나중에는 감염자가 되어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종국에는, 인간의 탈을 벗어던졌다.


인간이기를 포기했건만, 아직 그에게는 인간에 대한 강한 애착이 남아있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회한이랄까.


‘... 저 색채는... 인간이기를 허락받지 못했어도, 끝까지 인간을 동경했다는건가.’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 색채.

그리고 갈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녹색.


후회와 회환. 그리고 강한 열망의 색이였다.


이제는 인간이라 부르기도 힘든 그 존재의 표효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연기가 되어 흩뿌려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아비드는 더 이상 그 색채를 읽는 것을 포기했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 대신 아비드는 분노했다.

이건,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언제나 선함을 지키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성인(聖人)이 아니며,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성인이 되지 못할망정.

악인조차 하지 않는 일을 행하진 말아야 한다.


도리가 있다.

인간으로써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인간이고 싶다면,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넘지 않아야만 하는 선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결정적 힌트를 공개합니다.》


물론 그 도리는 주관적이다.

절대로 객관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도리는 평범한 자들보다 좁거나, 넓다.


《청색 마탑은 아세프 마을의 주민들에게 마석을 이용한 생체 실험을 진행했으며, 마을에 퍼진 ‘전염병’은 실험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마나 역산’의 일종입니다.》


아비드는 반지에서 흘러나오는 진실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아비드조차 자신의 속마음을 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은 그리 선하고 착한 사람이 아닌데.

그걸 제일 잘 아는게 자신인데.


어째서.

일면식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아세프 마을이라는 곳의 주민들이 당한 일에 이렇게까지 분노가 치밀어오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강점이였던 냉정한 태도는 일찌감치 사라져있었다.


‘아, 아비드... 왜, 왜그래요?’

‘네?’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한 아비드를 일깨워준 것은, 성녀의 작은 속삭임이였다.


‘너무 흥분했어요 지금. 잠깐, 손 좀 줘볼래요?’


좁은 투명망토 안에서, 아비드는 성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그건 본능이였을까? 아님 누군가의 정교한 속임수였을까?

아비드가 내민 손은 반지를 끼지 않은 왼손이였다.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어요.’


쏴아아아-!


마치 큰 폭포가 흐르듯이. 그녀의 손을 맞잡은 아비드는. 유수와 같이 쏟아지는 무언가를 보았다.


아아. 경배하라.


그 무언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건 아마도 빛의 신의 안배.

독실한 신자들이 말하는 신의 은총이자, 성녀가 가진 모든 힘의 근원.


‘자, 이제 됐어요!’


밀려오는 신성한 기운에 아비드는 눈을 감았다 떴고, 그 순간 그의 가슴 속에 있던 모든 응어리는 신기루처럼 흩날렸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아비드는 의념을 읽을 수 있다고 했죠? 아마 그것 때문일거에요.’


의념? 그래, 의념이였다.

인간을 여전히 동경하는 괴수에게서 흘러나온 원망의 의념.


그 의념이, 아비드의 정신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분노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도.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엇던 것도.


모두 그 의념 때문이였다.


‘전 아비드의 눈이 없지만, 그럼에도 보여요. 저 존재는 원망하고 있어요. 자신을 저렇게 만든 자들을 그 무엇보다도 더.’


정신을 차린 아비드는 다시금 여전히 울부짖고 있는 괴수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곤 곧 시선을 거두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


얼마 후.


최초 감염자의 격리실에서 빠져나온 둘은 격리실을 벗어나 임시 구호소의 입구로 향했다.


“성녀님,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그런거 가지고 뭘요. 제가 하는 일인데요 뭐. 아 그럼, 이제 가시는 건가요?”

“가야죠.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까요.”

“아쉽긴한데... 한편으로는 되게 반갑네요. 여전히 한결같아서.”


그렇게 말하며 성녀는 싱긋 웃었다.

누구라도 이 미소를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역시 상인은 항상 바쁘네요. 그 때 말했던 것처럼.”

“하하... 나중에 상회 차리면 한번 물건 사러 오시죠. 성녀님같은 거물은 언제든 환영이랍니다.”

“어? 아직 없어요 아비드 상회? 분명 17살 생일에 출범한다고...”

“그러게요. 이 일만 아니였으면 벌써 간판도 만들었을텐데. 빌어먹을 마탑 놈들 같으니.”


아비드의 솔직한 발언에 성녀는 하하- 하고 웃었다.


“그럼 잘 가요! 오늘 다 못푼 회포는 다음에 만나서 다 풀어버리자고요!”

“다음엔 제가 정식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렇게 아비드는 구호소를 나섰다.

궁금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닌 듯한 여기사, 레이나와 함께.


“제, 제가 성녀님이 부탁해서 들어드리긴 하는데... 저 절대 이런 사람 아닙니다! 윗사람 청탁받고 막...”

“그런거 치고는 돈을 굉장히 좋아하시던데.”

“아니, 그으거는 좀 다른...... 아니, 이게 아닌데! 당신! 도대체 성녀님이랑... 아니, 당신은 좀 이상한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당신 님?”

“... 아비드라고 불러주십시오.”

“아비드! 당신 도대체 성녀님이랑 무슨 사이에요!”


‘결국 당신이 들어갔군.’


“친구요.”

“친구라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럼 별의 여왕은 또 뭔데요! 호, 혹시 숨겨진 연인이라거나...”


아무래도,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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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긴 여정의 끝 24.08.16 18 0 13쪽
21 유인 작전 24.08.15 16 0 11쪽
20 수련 그 이후. 24.08.14 14 0 13쪽
19 서클을 연성하는 법 24.08.12 16 0 12쪽
18 폐관 24.08.11 14 0 11쪽
17 하얀 마녀 (2) 24.08.11 15 0 11쪽
16 동업자 계약 24.08.09 16 0 13쪽
15 적풍의 기사 24.08.08 23 0 11쪽
14 하얀 마녀 24.08.07 17 0 11쪽
» 인간성 24.08.06 17 0 12쪽
12 오랜 친우 24.08.05 19 0 13쪽
11 그만이 할 수 있는 것. 24.08.04 31 0 11쪽
10 당돌함 24.08.03 25 1 11쪽
9 첫 번째 거래 24.08.02 29 1 13쪽
8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24.08.01 37 1 14쪽
7 태산을 넘어 흐르듯이 24.07.31 37 1 15쪽
6 개척자의 눈 24.07.30 44 1 12쪽
5 청색 마탑의 흉계 24.07.29 56 2 14쪽
4 새로운 세계 24.07.28 70 3 14쪽
3 [제 1장] - 영원의 반지 24.07.27 105 2 13쪽
2 [제 0장] - 서막 24.07.27 159 2 13쪽
1 프롤로그 24.07.27 209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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