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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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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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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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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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2)

DUMMY

정보 길드의 실력은 만족스러웠다. 빠른 조사로 내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시간 남짓.


“그냥 평범한 동패 용병이 마나를 사용해 트롤의 머리를 날려버린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한 어조. 나는 사내를 태연하게 바라보았다.


애초에 녀석이 나를 직접 찾아오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정보가 사실임을 확인했다면, 정보 길드 입장에서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이제 서로 동등한 조건을 가진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고개를 저은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따라와라.”


나는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시원시원해서 좋네.


여관을 나온 우리는 곧바로 도시를 가로질렀다.


사내의 뒤를 따라 이동해 도착한 곳은 조금 전 방문했던 익숙한 건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평범해 보이는 내부의 뒤쪽. 사내가 벽처럼 이루어진 공간의 일부분을 건드리자 뒤쪽으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났다.


물론 여전히 곳곳에 모습을 숨긴 채 나를 주시하는 이들의 존재감은 느껴졌다. 내가 확실한 신분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믿을만한 인물인지는 모를 테니.


“...”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는 사내를 따라 좁은 통로를 지나자 희미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밀어 열었던 벽에 방음 효과를 지닌 주문이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조금 전까지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마물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교황청의 파시론 게이트가 열렸다더군. 들려오는 소식통에 의하면 이단심문관들이 파시렌 공국을 지났다는...”


날카로운 청각에 의해 들려오는 말들.


“청색 마탑의 성위(星位)급 마법사가 쓸만한 전위를 모집하고 있다던데.”

“잿빛 수도회의 다라카스가 움직이는 모양이야.”


정보 길드 소속의 인물. 혹은 외부의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겉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베일 속의 단체나 정보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더욱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정보들은 방음 마법이 설치된 다른 방들에서 다루어지고 있을 터.


하지만 어쨌거나, 이곳을 찾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소리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나와 사내가 통로의 끝자락에 다다른 탓이었다.


달칵. 문이 열림과 동시에 멈춘 목소리. 낯선 얼굴인 나를 향해 탐색의 시선이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으로.”


사내가 안내한 곳은 건물의 가장 깊숙한 곳. 조심스러운 노크 뒤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막 도시에 도착해 길드에 가입한 동패 용병이 첫 임무로 백 년 묵은 트롤의 모가지를 날렸다길래 좀 궁금했는데.”


얇은 목소리. 작은 촛불의 불빛이 여인의 얼굴 위에서 흔들렸다.


“생각보다는 깔끔하게 생겼네? 나는 무식하게 덩치만 큰 덩어리일 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실망인가?”

“아니. 나야 좋지.”


가볍게 대꾸한 여인이 나를 안내한 사내를 향해 가볍게 손을 저어 보였다.


“됐어. 나가봐.”


꾸벅.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사내가 문을 닫고 나가자 잠시 생긴 정적.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초면이니 서로를 소개해야겠지. 나는 동패 용병 카론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간단하기 그지없는 소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용병 카론. 나는 아르젠시아 세란테. 이 길드를 이끌고 있지.”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의 수장. 나는 그녀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옅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노란색 눈동자와 인간보다 긴 귀.


하프 엘프의 특징이었다.


달리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본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길드명은 내 이름을 따 붙여졌다. 고대어로는─”

“등불이라는 뜻이지.”


나는 아르젠시아의 말을 가볍게 받았다. 그러자 치켜 올라가는 눈썹. 의외라는 빛이 그녀의 얼굴에 깃들었다.


“...의외네. 용병이 고대어도 할 줄 알아?”

“뭐, 조금은.”


나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히 고대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었다.


단지 아르젠시아라는 집단이 3년 후에는 꽤 유명해졌었기 때문. 물론 결국 문명 세계의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리 좋지 못한 최후를 맞긴 하지만.


“그래. 어쨌거나.”


대충 통성명을 마무리한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정보를 원한다고 했지. 뭐에 대한?”

“상위 등급의 몬스터, 혹은 마물.”

“음.”


간결한 내 대답을 들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빙빙 돌리지 않아서 좋군. 마침 딱 그쪽 같은 인물이 필요하던 참이었어.”


고개를 끄덕인 아르젠시아가 말을 이었다.


“노련함과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성. 그리 흔하지 않은 조건들이지.”


역시. 괜히 대면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뭐. 어쨌거나 별로 어려운 요청은 아니로군. 그거야 우리 전문이긴 하지.”


얇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따각거린 그녀가 말을 이었다.


“포겔스 마을이라는 장소가 있어.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

“포겔스 마을?”


기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이곳 카블락을 중심으로 펼쳐진 지역. 남부와 중부로 이어지는 드넓은 땅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마을들이 존재할 터.


“그래. 그곳에서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모양이야.”

“이상한 일이라면?”

“뭐, 실종 사건과 같은 것들이지.”


어깨를 으쓱인 아르젠시아.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평범한 실종 사건은 아닌 모양이군.”


단순히 마을의 자경단이나 인근 도시의 경비대가 아닌, 정보 길드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는 이유가 있을 터.


“예리한데. 맞아.”


미소를 지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인근 경비대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거든. 그리고 내 경험상 이런 경우는 매우 높은 확률로─”

“고위 등급의 몬스터, 혹은 마물과 관련되어 있다는 거겠군.”

“잘 아는군. 맞아. 아니면 그와 관련된 사술을 다루는 미친놈이거나.”

“음.”


나는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용병 길드의 게시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정보와 의뢰다.


물론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를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것도 크겠지.’


그리고 아마 이번 사건은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가 알고 있는 것들 중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일일 터였다.


당연히도, 아직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을 테니까.


“정보 제공보다는 의뢰에 가깝군. 정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마음에 드는데.”


아니. 오히려 의뢰라면 성공에 따른 보수가 있을 터.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피식. 내 말이 승낙의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읽은 그녀가 얇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우리도 그쪽의 실력을 좀 보자고. 동패 용병님.”

“얼마든지.”


나는 가볍게 대꾸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 종류의 시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


물론 곧바로 도시를 떠나지는 않았다.


용병 길드, 그리고 알카루스 공방에게서 임무 완수에 따른 금액을 받아야 했으니까.


“아, 카론님!”


공방의 입구. 라일이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얼굴이 밝은 것으로 보아, 트롤의 피와 각종 몬스터의 부산물들이 좋은 가격에 판매된 모양.


“카론님의 몫입니다. 여기 적혀 있는 것들을 보시면...”


나는 라일이 건넨 장부의 목록을 빠르게 훑었다.


명시되었던 의뢰금, 그리고 목표치보다 월등하게 많았던 트롤의 피에 대한 추가 보상금과 기타 부산물. 그리고 잡다한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것들까지 판매하여 분배한 금액.


모두 합하여 3골드였다. 물론 이번 의뢰로 공방은 더 많은 이득을 거두었겠지만, 내 입장에서도 만족할만한 금액이었다.


“생각보다 후한데.”

“하하. 활약에 따라 금액을 분배하는 것이 당연한 법. 제가 공방에 카론님의 눈부신 실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죠.”


나는 라일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보상금은 임무에서의 활약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된 모양이었다. 뭐, 내 입장에서는 딱히 불만을 가질 부분은 없었다.


이제 당분간의 이동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해야 하는데. 나는 멀찍이 보이는 잡화점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 부분. 나는 라일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동안 도시를 떠나게 되어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하는데. 일반 잡화점보다는 공방의 물건들이 더 낫겠지?”


슬쩍 운을 띄우자 라일의 얼굴에 당연하다는 듯한 격한 감정이 떠올랐다.


“당연하죠! 저희 알카루스 공방의 물건들은 카블락 최고입니다!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지금 같이 가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음.”

“망설이실 필요 없습니다. 저와 같이 가면 보다 저렴한 값에─”


혼자서 열의에 차 나를 설득하는 라일. 나는 못 이기는 척 그의 뒤를 따라 공방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


공방의 입구 부근에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연구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을 건물 깊숙한 곳은 당연히 들어갈 수 없었지만, 입구의 상점에도 꽤나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가루나 라일이 자랑스레 보였던 압축 수통. 혹은 특수한 재질로 이루어져 가볍고 잘 끊어지지 않는 밧줄 등과 같은.


물론 많은 것들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5골드 가량의 여유자금이 생기기는 했지만, 공방의 물건들은 죄다 기본적으로 더럽게 비쌌으니까.


애초에 평민들을 위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만큼 확실한 성능을 자랑하긴 하지만.


하지만 다행히, 공방에서 일하는 라일과 함께 온 덕에 나는 그나마 비교적 저렴한 값에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압축 마법이 부여된 배낭과 압축 수통. 자그마한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화염 마법이 새겨진 단검.


세 가지 물건을 모두 2골드에 구매한 나는 언제든 필요하면 편하게 불러도 된다고 말하는 라일과 인사를 한 후 공방을 나섰다.


일반 가게에서 식료품과 같은 잡다한 것들을 구매한 뒤 마지막으로 대장간에서 작업을 마친 검집까지 받은 나는 빠르게 출발 준비를 마쳤다.


이제 수상쩍은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장소, 포겔스 마을로 향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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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수도 (4) +24 24.09.14 12,929 493 11쪽
47 수도 (3) +22 24.09.13 13,490 501 12쪽
46 수도 (2) +14 24.09.12 14,345 447 11쪽
45 수도 (1) +16 24.09.11 14,721 477 11쪽
44 흑마법사 +25 24.09.10 14,712 532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5 24.09.09 15,146 472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512 473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5,632 518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132 494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038 48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758 558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6,528 573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982 521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061 546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409 534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329 514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508 530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239 560 11쪽
30 복귀 +16 24.08.27 20,005 563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845 613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944 567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005 588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1,133 581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477 596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3 24.08.21 21,410 623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946 591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486 584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473 59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2,094 628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995 601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979 609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185 621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3,599 622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080 608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4,231 666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5,191 663 11쪽
» 접촉 (2) +17 24.08.08 25,769 672 11쪽
11 접촉 (1) +8 24.08.07 25,540 664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5,545 679 10쪽
9 트롤 (2) +12 24.08.05 25,543 708 10쪽
8 트롤 (1) +12 24.08.04 26,488 695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663 706 12쪽
6 이동 (2) +20 24.08.02 27,297 741 10쪽
5 이동 (1) +22 24.08.01 28,093 73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679 764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096 755 9쪽
2 기사 +23 24.07.29 32,229 771 10쪽
1 특전 +15 24.07.29 37,273 69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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