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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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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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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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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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 상회 (3)

DUMMY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스르르.


시원하면서도 뜨거운 느낌과 함께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무는 것이 보였다.


방금의 전투로 인해 생긴 자그마한 상처들이 트롤의 재생력으로 인해 아무는 감각.


하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까.


밝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시체.


-기본이 선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흡수가 불안정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익숙한 문구를 넘긴 나는 그대로 빛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흘러들어오는 지식들.


-소량의 마나를 흡수했습니다.

-비전 마법, 그림자 주머니를 흡수하였습니다.

-비전 마법, 그림자 사슬을 흡수하였습니다.

-비전 마법, 그림자 방패를 흡수하였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들. 생각보다도 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일단 첫 번째로 저번 무덤가의 녀석에게서 흡수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마나. 최대 보유량이 늘어나며 전투로 인해 대부분 소진되었던 마나의 일부분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다음으로는.


‘비전 마법이라.’


마탑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원소 마법이나 공용 마법이 아닌, 특정 집단이나 계파만이 사용하는 특별한 마법.


물론 희귀하다고 해서 모든 비전 마법이 반드시 강하거나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흡수한 그림자 마법은 꽤 유용했다.


스륵.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지식. 약간의 마나가 소모됨과 동시에, 내 발밑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검집에 집어넣은 대검을 그 위로 가볍게 떨어뜨렸다.


충돌음은 없었다. 그림자 안으로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대검.


비전 마법, 그림자 주머니의 효과였다.


‘쓸만한데.’


나는 꽤 신기하게 보이는 광경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건 한 마디로.


‘인벤토리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데.’


물론 미량이나마 마나를 소모하는 탓에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내 마나량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도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전투에서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무기를 꺼내 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뭐, 평소에는 공방에서 구매한 압축 배낭이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고.


나머지 두 마법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그림자로 날카로운 사슬과 방패를 만드는 것. 모두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물론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으니만큼, 너무 대놓고 써서는 안 되겠지만.


짧은 정비를 마친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이 숨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물건들이 시체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아마 놈이 숨을 거두며 그림자 주머니 마법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타난 것들인 모양.


헛소리에 가까운 교리를 적은 얇은 책자와 몇 가지 상징물들.


별다른 힘이 깃든 물건들은 아니지만, 리베르 상회와 이 예배당이 사교도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에는 넘치도록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림자 교단.’


놈들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마주쳤던 아라하드 네크로폴리스와 마찬가지로, 3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집단이었다.


대도시 카블락에 도착한 지 한 달. 벌써 두 집단의 흔적을 잡아내다니.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성과였다.


아마 이 둘 외에도 많은 집단들이 대륙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드러나지 않는 물밑작업을 하고 있겠지.


“...”


생각을 마치며 잡동사니들을 슥 훑어본 나는 증거품으로 쓰일 물건들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치가 있어 보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복잡한 모양새로 얽혀 있는 도형을 달고 있는 작은 목걸이. 이전에 몇 번 본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그림자 교단의 사제들이 가지고 다니는.’


일종의 표식. 그림자 비전 마법도 익힌 마당에, 어쩌면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일은 이것으로 끝.


작은 목걸이를 집어넣은 나는 걸음을 옮겼다.


나를 보고 하얗게 질렸던 하수인은 도망간 모양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발견된 지금, 놈들은 이곳 카블락을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


뒤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는 즉각적으로 움직였고, 곧 리베르 상회가 자리잡은 도시의 서쪽 구역에는 도시의 경비대가 들이닥쳤다.


예배당에서 발견된 시체와 일반적이지 않은 마법의 흔적, 그리고 사교도들의 증거품들까지.


모두가 확실한 증거였기에 정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아직 제대로 된 기반을 잡지 못한 상태의 리베르 상단은 곧바로 해체되었고, 예배당의 인원들 역시 카블락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모두 지하 감옥에 수감되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말을 건넨 것은 카블락의 경비대장 버나드였다.


나는 꽤 단단한 체구를 가진 그를 훑어보았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는 아니지만, 상당한 실력자인 듯했다.


용병으로 따지면 금패 정도.


“덕분에 사교도가 도시에 더 뿌리를 내리기 전에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버나드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는 한 발 뒤로 빠져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고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은 것은 나였다.


뭐, 사실 애초에 내가 처리한 일이기도 했지만.


“혼자서 그곳에 잠입해 적을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비대로서, 저희의 파악이 다소 늦은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름 정중하게 건네지는 말. 물론 경비대를 탓할 마음은 없었다.


나에게 목이 잘린, 그림자 교단에서 파견된 녀석이 이곳에서의 세력 확장을 꽤 조심스럽게 진행해온 것은 사실이니까.


아르젠시아가 아니었다면 나도 전말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터.


“접해보지 못한 부류의 사교도들이라 저희도 조금 당황했거든요.”


뭐, 앞으로는 비슷한 경험을 꽤 많이 하게 될 텐데.


“그나저나...”


버나드가 조금은 궁금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교도와의 전투가 벌어졌던 예배당의 내부는 면밀하게 살폈습니다. 꽤 격렬한 흔적들이 남아있더군요.”

“그렇습니까.”


그가 건조하게 말을 받은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나 해서 여쭈어 보는 것이긴 합니다만, 수행 중이신 편력 기사이신지...?”


내가 눈을 마주 보자, 그가 별 뜻은 없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곳에 남은 전투 흔적은 동패 용병이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여...”


현장을 나름 꼼꼼히 살핀 모양. 물론 가장 현명한 대답은 말을 애매하게 줄이는 것이었다.


“뭐, 운이 좋았습니다.”

“...음.”


더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는 내 뜻을 읽었는지, 경비대장 버나드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 마무리되는 대화. 버나드가 나에게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아, 이건 사교도 토벌과 증거 확보에 대한 포상금입니다.”


꽤 묵직해 보였다. 상당한 액수인 모양.


카블락의 경비대가 이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을 텐데.


“리베르 상단을 수색, 처분하는 과정에서 나온 금액의 일부입니다.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경비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직한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사실 애초에 부담 따위를 가질 생각도 없었지만.


한두 개의 금화, 그리고 은화로 이루어진 포상금은 생각보다도 더 많았다. 대충 가늠해본 바로는 대략 10골드 정도는 되는 금액.


이제껏 의뢰를 마치고 받은 금액 중에는 단연 가장 높은 액수였다.


이제 막 자리 잡은 소규모라고 해도, 하나의 상단과 예배당을 처분한 것의 일부라 그런 듯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포상금을 지급할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예상치도 못한 추가 소득이 생긴 셈이었다. 가죽 주머니를 받아든 나는 마지막으로 버나드와 인사를 나눈 후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


하루의 짧은 휴식 이후에 내가 정보 길드보다 먼저 찾은 곳은 알카루스 공방이었다.


목적은 간단했다.


혹시라도 전투나 이동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지난번에는 모든 구역을 다 둘러본 것이 아니었고, 그간 두 번의 의뢰를 마치며 소지금이 상당히 두둑해졌기 때문.


나는 지난번 단검과 물통, 배낭을 샀던 입구 근처의 구역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더욱 비싸지만 확실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최소가 1골드부터 시작되는 가격. 지난번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곳이었다.


“아, 카론님!”


안쪽 구역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던 덕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라일.”


트롤 사냥 당시에 친해졌던 녀석.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그가 나에게 이런저런 물건들을 소개시켜주었다.


불을 피우는 용도보다 강한 위력의 마법이 새겨진 단검이나 보호 마법이 걸린 사슬 갑옷, 혹은 조준 보정 마법이 걸려 있는 접이식 활과 같은.


물론 모든 물건들이 유용한 것은 아니었다.


“아, 이건 사냥 때 동물들을 유인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페로몬을 채취해 만든 주머니를...”


그다지 와닿지 않는 용도를 가진 것들이나.


“이건 어떻습니까? 신전과 협업하여 새로 만든 치유 스크롤입니다. 찢기만 하면 바로 발동되는 힐링 마법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트롤의 재생력을 가진 나에게는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차근차근 물건들을 둘러보던 나는 문득 느낀 점에 라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쩐지 공방에 손님이 줄어든 것 같은데. 물건도 꽤 비어 있는 거 같고.”

“아, 그게...”


내 말에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은 그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요새 공방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거래에 차질이 생겼거든요.”

“거래에?”


조금은 의외의 말. 이어진 라일의 설명은 간단했다.


다른 도시에 위치한 타 공방, 그러니까 이곳 알카루스 공방과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곳이 사람을 고용해 의도적으로 거래길을 막고 있다는 것.


비열하지만,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골치 아프겠군.”


내 말에 라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심지어 상대방 쪽에서는 금패 용병이 이끄는 용병단을 통째로 고용했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금패 용병이 이끄는 용병단?”

“네. 심지어 녀석은 금패 용병 중에서도 특출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무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인물이라는 소문입니다.”


마나, 그리고 높은 확률로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을 익힌 상대.


“그래?”


흥미로운 이야기. 나는 해당 마찰에 관심이 생기는 것을 느끼며 라일을 향해 말했다.


“그 이야기, 조금 자세히 듣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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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수도 (1) +16 24.09.11 14,724 477 11쪽
44 흑마법사 +25 24.09.10 14,716 532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5 24.09.09 15,150 472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515 473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5,633 519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135 494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040 48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759 558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6,530 573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984 521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062 546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416 534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333 514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513 530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244 560 11쪽
30 복귀 +16 24.08.27 20,008 563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846 613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947 567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010 588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1,142 581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485 596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3 24.08.21 21,413 623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949 591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492 584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476 59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2,102 628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2,002 601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986 609 11쪽
»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190 621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3,605 622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086 608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4,235 666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5,194 663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772 672 11쪽
11 접촉 (1) +8 24.08.07 25,543 664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5,548 679 10쪽
9 트롤 (2) +12 24.08.05 25,545 708 10쪽
8 트롤 (1) +12 24.08.04 26,492 69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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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동 (2) +20 24.08.02 27,306 741 10쪽
5 이동 (1) +22 24.08.01 28,103 73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688 765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102 756 9쪽
2 기사 +23 24.07.29 32,236 771 10쪽
1 특전 +15 24.07.29 37,283 69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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