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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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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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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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 상회 (2)

DUMMY

내 예상대로 사내들은 그저 상회에서 임시로 고용한 이들이었다.


실력은 형편없었고, 당연히 얼마 전 흑마법사에게서 보았던 효과를 가진 문신 따위도 없었다.


하지만 아예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


고용인들의 출입 시간이나 통로의 위치 등, 예배당 잠입에 써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겁에 질려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놓은 녀석들을 깔끔하게 묶어둔 나는 걸음을 옮겼다.


놈들을 모두 죽여 골목을 피바다로 만들지는 않았다. 자주 순찰이 있지는 않지만 이곳도 엄연히 경비대가 존재하는 구역이었고,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뭐. 어차피 해당 예배당에서 사교도의 증거를 확실하게 찾아내기만 한다면 놈들은 모두 지하 감옥으로 끌려가게 될 터였고.


후미진 골목에 묶어둔 사내들이 경비대나 행인이 발견하기까지는 최소한 반나절 정도가 걸릴 터.


그리고 나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골목에서 빠르게 벗어난 나는 리베르 상회에서 몰래 운영하는 예배당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잠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건물의 문은 개방되어 있었고 녀석들에게서 빼앗은, 하수인들에게 지급되는 임시 출입증도 있었기 때문.


‘생각보다는 평범한데.’


들어선 내부. 해가 질 시간인 탓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수상한 점은 없었다.


놀랍지는 않았다.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는 입장에서 사교도의 흔적을 대놓고 늘어놓지는 않았을 테니까.


물론 진짜 탐색은 지금부터다.


‘비전 시야.’


나는 소량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한결 색다르게 보이는 시야.


이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핀 나는 희미한 기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복도의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 기류.


정확히 어떤 힘이나 현상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평범한 예배당에서 흘러나올만한 것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


나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넓은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기는 했지만, 좀 전에 때려눕힌 녀석의 옷을 걸치고 있는 나를 크게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어차피 두 번째 탐색 따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예배당의 안쪽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마주친 인물. 자주색 로브를 입은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사제 행세를 하는 놈인 듯했다.


나는 그런 상대를 빠르게 훑었다. 별다른 수상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평범한 녀석인 모양.


“어이, 여기는 함부로─”


사내는 내 옷차림을 보고 거만하게 손가락질했다. 아니, 정확히는 하려고 했다.


퍼억. 명치에 깔끔하게 들어간 일격. 나는 쓰러뜨린 녀석을 그대로 뛰어넘어 예배당의 안쪽, 그러니까 가장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다소 평범한 내부. 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음?”


한 명의 중년이 긴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있었다.


“잡일을 담당하는 아래 것들 중 하나인가? 여기에는 무슨 볼일이지?”


내가 걸친 옷을 발견하고는 눈썹을 들어 올리는 녀석.


“아니, 아니군.”


상대는 곧 내가 자신들이 고용한 하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 쓸모없는 머저리들과는 조금 다르군. 넌 누구지?”


들려오는 질문. 하지만 나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녀석의 발밑에 위치한 그림자.


비록 하급에 해당하는 비전 시야였지만 똑똑히 보였다. 중년인의 발밑에 있는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이내 시선을 거둔 나는 녀석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여기에 사교도는 너 혼자뿐인가? 밖에 놈들은 평범한 일반인이던데.”

“...하.”


사내가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인지는 몰라도...그래, 이 예배당에서 그림자의 축복을 받은 이는 나 하나뿐이지. 그런데 말이야.”


상대방의 얼굴에 어리는 미소.


“그게 너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다, 애송아.”


나직하게 뱉어지는 상대의 말.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본 녀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쿵.


동시에 등 뒤에서 닫히는 문과 창문.


넓은 실내에 단둘이 남은 상황에서 녀석이 말을 이었다.


“자...다시 한번 묻지. 어디서 온 놈이지? 도시의 경비대가 벌써 냄새를 맡은 건가?”


별다른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녀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뭐, 상관없다. 팔다리를 하나쯤 자르면 마음이 달라질 테니.”


위협이 섞인 말.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실내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두꺼운 출입문과 창문들이 모두 단단히 닫힌 상황.


“잘 되었군.”


나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모든 통로가 막힌 상황.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내가 아닌 녀석이.


***


스릉. 동시에 뽑혀 나온 검. 사내가 눈매를 좁혔다.


“건방진 놈.”


짧은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스으으. 상대방의 손 근처로 푸른 마나가 모여드는 것이 비전 시야에 보였다.


‘역시나, 마법사였군.’


화악!


원거리의 이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상대방은 망설임 없이 공격을 가해왔다.


짧은 영창과 함께 솟아오른 불꽃. 여러 발의 화살과 같은 모양으로 변한 불길이 내 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상당한 속도. 하지만 이미 처음부터 녀석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이미 옆쪽으로 이동한 상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한 화염 화살이 문에 불을 붙이며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쥐새끼 같은 놈!”


내가 미리 움직인 것이 단순히 운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내의 얼굴에 선명한 노기가 어렸다.


“어디, 이것도 피해 보아라!”


쾅. 동시에 거칠게 구른 발. 상대 발밑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콰앙─


녀석의 그림자가 일순간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그곳에서 솟구친 검은 가시가 테이블을 박살 내며 나를 향해 쇄도했다.


단단한 원목 테이블을 단번에 부술 정도의 위력과 속도.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번에는 순수한 반응 속도로.


두 번의 회피와 동시에 이루어진 접근. 내 검이 날카로운 직선을 그렸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 역시 빨랐다.


“어림없다!”


촤악. 녀석이 손을 크게 휘두르자 솟구친 그림자가 둥근 막을 만들어내었다.


마치 방패와 같은 형상. 테이블을 종잇장처럼 부순 것을 보아, 어지간한 공격 따위는 간단하게 막아낼 듯했다.


하지만 내가 휘두르는 것은 평범한 위력의 검이 아니었다.


스으으.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미 끌어 올린 마나. 기사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검술들 중 하나가 내 손에서 펼쳐졌다.


예상대로 상당한 강도를 지니고 있는 방패를 내려친 내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검에 깃든 희미한 마나가 만들어내는 푸른 잔상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상대방의 그림자 방패를 갈라내었다.


콰직─!


상대방의 얼굴에 어린 당황.


“빌어먹을, 기사였나!”


고함을 토해낸 녀석이 뒤쪽으로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방패를 가른 내 검의 끝부분이 녀석의 어깨 일부를 길게 긁고 지나갔다.


허공으로 솟구쳐오르는 선혈.


아마 그림자 방패가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승부를 끝냈을 만한 일격. 하지만 나는 실망하거나 들뜨지 않은 채 검의 반동을 역이용해 침착하게 뒤로 물러섰다.


화악!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를 휘감고 지나가는 화염. 이를 악문 상대가 뒤로 몸을 날리면서도 완성시킨 주문이 만들어낸 반격이었다.


화끈하게 느껴지는 열기. 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고 뒤로 물러선 나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이...!”


자신의 한 수가 헛수고로 돌아간 것에 분노와 좌절이 섞인 표정을 짓는 상대.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금 몸을 움직인 상태였다.


타닷. 내 몸에 깃든 체술과 검술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움직임. 현재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동작이 자연스레 펼쳐졌다.


카르펜류 검법. 흘려 비틀기.


근처에 널린 테이블의 잔해를 가볍게 밟고 뛰어오른 나는 손목을 크게 비틀었다. 피할 수 없는 각도로 날아오는 공격을 마주보는 상대방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지는 것이 느리게 보였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고함과 함께 마구 휘둘러지는 손.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가시가 위협적으로 내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파앗. 몇몇 가시들은 내 몸과 얼굴에 상처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움직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약간의 상처 정도는 트롤에게서 흡수한 재생력으로 빠르게 아물었으니까.


“...!”


충격으로 커진 눈. 가까워진 거리. 두려움에 찬 녀석의 동공 안에서 눈부신 호선을 그리는 내 검이 보였다.


그리고.


서걱─


깔끔한 반원의 푸른 궤적과 함께 떨어져 나간 상대의 목.


털썩. 힘을 잃은 상대의 몸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져 내렸다.


“...”


여차하면 맹독 연기까지도 사용할 생각이었던 나는 잠시 검을 쥔 채 목이 잘린 사내를 주시했다.


마나가 슬슬 고갈되고 있는 것이 느껴짐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비전 시야.


기본적인 마법에 더해, 자신의 그림자를 움직이는 특이한 힘을 사용했던 놈이다. 끝까지 방심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이내 서서히 스며 나오는 익숙한 빛. 나는 옅은 숨을 내쉬며 검을 반 바퀴 돌려 피를 털어낸 후 다시 집어넣었다.


“무, 무슨...히이익!”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하수인 한 명이 엉망이 된 내부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목을 잃고 쓰러진 녀석이 고맙게도 말해주었듯, 이 예배당에 남은 놈들은 전부 일반인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교도의 증거도 찾은 상황. 이제 거리낄 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경비대를 부를만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더 낫겠지.


“어이.”


스윽. 비전 시야를 꺼뜨린 나는 겁에 질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이, 이게 대체...”

“귀찮게 도망가지 말고 거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볼일을 마치고 좀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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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왕위 쟁탈전 (1) +19 24.09.17 10,659 407 13쪽
50 수도 (6) +19 24.09.16 12,072 447 12쪽
49 수도 (5) +15 24.09.15 12,604 458 12쪽
48 수도 (4) +24 24.09.14 12,934 493 11쪽
47 수도 (3) +22 24.09.13 13,496 501 12쪽
46 수도 (2) +14 24.09.12 14,349 447 11쪽
45 수도 (1) +16 24.09.11 14,724 477 11쪽
44 흑마법사 +25 24.09.10 14,716 532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5 24.09.09 15,149 472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5,515 473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1 24.09.07 15,633 519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1 24.09.06 16,134 494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2 24.09.05 17,040 48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759 558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6,530 573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984 521 12쪽
35 영지전 (3) +16 24.09.01 17,061 546 11쪽
34 영지전 (2) +16 24.08.31 17,415 534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8,333 514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8,513 530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9,244 560 11쪽
30 복귀 +16 24.08.27 20,008 563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846 613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946 567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1,008 588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1,142 581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5 24.08.22 20,485 596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3 24.08.21 21,413 623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948 591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1,492 584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7 24.08.17 22,476 59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2,102 628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2,002 601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986 609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3,189 621 11쪽
»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3,605 622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4 24.08.12 25,086 608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4,235 666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5,194 663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772 672 11쪽
11 접촉 (1) +8 24.08.07 25,542 664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5,548 679 10쪽
9 트롤 (2) +12 24.08.05 25,545 708 10쪽
8 트롤 (1) +12 24.08.04 26,491 695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666 706 12쪽
6 이동 (2) +20 24.08.02 27,306 741 10쪽
5 이동 (1) +22 24.08.01 28,103 734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687 765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30,102 756 9쪽
2 기사 +23 24.07.29 32,235 771 10쪽
1 특전 +15 24.07.29 37,283 69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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